인어가 잠든 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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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인어가 잠든 집-히가시노 게이고의 또 다른 사랑이야기[스포없음]


 


용의자 X의 헌신, 나미야 잡화점의 기억 등 여러 작품으로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이 나왔다. 제목은 <인어가 잠든 집>, 핑크빛 바탕에 화려한 장미가 희미하게 박힌 표지에 딸을 지키려는 '금단의 선택'이라는 소개가 나와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여러 장르를 넘나들면서 작품을 써 왔지만 단어 하나로 그의 모든 작품을 꿰뚫을 수 있다. 바로 사랑이라는 단어이다. 제 31회 동경 국제 영화제 특별 초대작 <인어가 잠든 집>의 원작 소설이기도 한 이 작품 또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명실상부한 베스트셀러 작가이면서 다작을 하는 작가라, 한국 사람 중에서도 그가 내는 책마다 챙겨서 읽는 사람이 꽤 많다. 나는 '용의자 X의 헌신'이라는 책을 통해서 그의 이름을 처음 접했는데, 책의 짜임새에 매우 감탄하고 재미있게 읽었지만 그의 이름을 오래 기억하지는 못했다. 나중에 '나미야 잡화점의 기억'이 굉장히 이슈가 되면서 이 작가를 또 기억하게 되었는데 용의자 X의 헌신과 동일한 작가라는 것을 알고 놀랐다. 참고로 나미야 잡화점의 기억을 읽지는 않았다. 고집일지 아집일지 모르겠지만 이슈가 되어 오르내리는 작품들은 그 소문이 사라질 때까지 묵혀뒀다가 열기가 식었을 때 조용히 꺼내보는 습관이 있다.


<인어가 잠든 집>을 책 표지에 나와 있는 정도의 줄거리만 잠깐 언급하자면(책 표지에 나와 있으니 스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유명한 IT회사를 운영하는 CEO 가즈마사와 그의 아내 가오루코는 쇼윈도우 부부로 살고 있다. 원인은 가즈마사에게 있었는데, 결혼한 후에도 도통 가벼운 여자 관계를 정리하지 못했고 결국 꼬리가 제대로 밟혀 가즈마사가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딱 부러지는 성격의 가즈마사는 외도를 알면서도 참을 수 없다고 생각했고 그들은 딸 미즈호를 위해 초등학교 입학 때까지만 서류상의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로 합의를 본다. 그러나 사립 유치원 면접을 준비하는 자리에서 갑작스럽게 딸 미즈호가 수영장에서 사고를 당했다는 전화를 받고, 그들은 정신없이 병원으로 향한다. 귀엽고 예쁜 딸 미즈호가 뇌사한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듣고 장기 기증을 하기로 마음 먹는다. 그러나 마지막 결정의 순간 그들은 미즈호의 손이 움직이는 것을 발견하고 결정을 번복하기에 이른다.


책 소개에는 <인어가 잠든 집>이 충격과 감동의 휴먼드라마라고 했는데, 이 이야기가 충격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그럴 듯한 이야기라고 생각되었다. 충격적인 부분은 의외의 곳에서 나왔다. 일본인 특유의 감정절제가 표현된 곳이었는데 약간 소시오패스적 성격을 보이는 가즈마사는 그렇다 하더라도 '가오루코'마저 자신의 아이가 뇌사한 상황에서의 감정이 절제되어 있어 놀랐다. 하긴 국가적 재난이 일어난 상황에서도 텔레비전에 나오는 한국인들과 일본인들의 반응이 완전히 다른 것을 생각하면 이해는 된다.


<인어가 잠든 집>을 읽고 역시 노련한 작가가 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용의자 X의 헌신에서 그렇듯이 따로 노는 것처럼 보이는 조각들은 책을 끝까지 읽으면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는 퍼즐이 되었다. 추상적으로 생각되는 <인어가 잠든 집>이라는 제목도 이 글을 위한 딱 맞는 옷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부가 아이를 살리려고 노력하는 모든 과정이 섬세하게 그려졌고 이 기이한 상황이 전혀 위화감이 없었다. 그의 다른 작품들처럼 여운을 남기고, 좀 더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이라면 이번 작품도 절대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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