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불꽃 소리만 들으면서
이가라시 미키오 지음, 이범선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리뷰]불꽃 소리만 들으면서-보노보노의 아버지
최근 만화 <보노보노>가 다시 재조명되고 있다. 아기자기한 표지에 하늘색의 동글동글한 해달 보노보노의 모습이 나와 있는데 어찌나 귀엽든지 나도 모르게 만화책에 손이 갔다. 이번에 이 만화책을 구매한 독자층은 어린이나 청소년이 아니라 '성인들'이었다. <보노보노>를 보고 자란 성인들이 세상 느긋했던 보노보노와 보노보노의 아빠, 포악한 너부리, 약올리기 선수인 포로리를 다시 찾았던 것이다. 또한 다른 장수 만화들이 그러하듯 만화 곳곳에 나오는 명언들과 따뜻한 말들이 가득한 것도 사람들이 <보노보노>를 찾은 이유이다. 항상 "빨리빨리"와 인생 레이스에서 뒤쳐지면 안된다는 말을 뇌에 새기듯이 들어왔던 한국인들에게 보노보노의 엄청난 느긋함은 '힐링'요소로 다가왔다. <불꽃 소리만 들으면서>는 바로 이 보노보노를 탄생시킨 만화가 '이가라시 미키오'의 에세이이다. 따뜻한 노을이 지는 배경에 폭죽 소리 가득한 책 표지, 그리고 보노보노가 그려진 책띠가 이 책의 정체성을 암시한다.
만화가 있어서, 만화가가 되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말하는 주요 멘트부터 뭔가 가슴을 따뜻하게 만든다. 자신의 직업이 존재하는 것에, 자신이 그 직업에 뛰어든 것에 대한 감정이 물씬 묻어나기 때문이다. 다른 에세이로는 <보노보노가 되고 싶은 너부리>가 있는데 이 책도 함께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노보노>를 보면 보노보노의 아버지는 따뜻하고 항상 보노보노를 감싸주는 반면에 너부리는 아버지에게 구박을 받고 학대를 받으며, 그 폭력을 그대로 배워 포로리에게 행사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불꽃 소리만 들으면서>는 그야말로 작가의 평범한 일상을 진솔하게 써 내려간 에세이이다. 환갑이 되어 동창회에 나갔을 때의 기분과 동창회에 나오지 않은 좋아했던 여학생에 대한 생각이라든지, 병 든 노모에 대한 느낌, 어릴 때나 기념일에 외롭게 시간을 보냈던 일, 원자폭탄에 대한 생각 등이 가감없이 나와 있다. 나이 든 사람이 요새 변해가는 세상을 보고 생각하는 것들, 한국에 다녀왔던 감상 등도 나와 있는데 여기엔 K-POP에 푹 빠진 딸의 이야기도 나온다.
<보노보노>를 사랑한다면, 그리고 그 보노보노를 쓴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어떤 생각이 <보노보노>에 스며들었는지 감상하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