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스누피는 마냥 즐거울까? - 좀 더 괜찮아지고 싶은 나를 위한 심리학
에이브러햄 J. 트워스키.찰스 M. 슐츠 지음, 공보경 옮김 / 더좋은책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리뷰]왜 스누피는 마냥 즐거울까?-피너츠로 나를 알아가는 시간


 


나는 만화 <피너츠>를 보지 않았지만 '스누피'가 누구인지 안다. 까만 귀가 팔랑거리는 귀엽게 생긴 강아지, 피너츠의 팬이 아닌데도 이 강아지가 마음에 들어서 <피너츠> 캐릭터로 만든 물건들을 이것저것 사곤 했다. 그만큼 <피너츠>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많은 사랑을 받아온 작품이다. <피너츠>의 소개를 보니 굉장히 다양한 성격들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했다.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주인공 '찰리 브라운', 피너츠의 마스코트같은 존재 '스누피' 외에도 찰리 브라운의 동생 '샐리', 베토벤의 열혈 팬인 '슈뢰더', 그런 그를 짝사랑하는 '루시'와 그녀의 남동생 '라이너스 ' 등 모두 저마다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피너츠>는 오랜 시간 동안 연재되었으며, 사람들은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보면서 감동을 받기도 하고 어이없어하기도 하고, 또 공감하기도 했다. 이렇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보며 자신들 또는 자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떠올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신과 의사인 '에이브러햄 J. 트월스키'는 이 점에 주목하였고 사람들이 피너츠의 등장인물을 통해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도록 <왜 스누피는 마냥 즐거울까>를 펴 냈다고 한다. 정신과 의사에게 가서 상담을 받는 일은 꽤나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피너츠>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행위를 보면서 나를 돌아보는 것은 우리의 마음을 한결 가볍게 해 준다.


<왜 스누피는 마냥 즐거울까>는 총 8개의 파트로 이루어져 있다. 누구의 잘못일까부터 시작하여 꿈 속에서 위대해지는 것, 현실 일깨우기, 지는 게임 등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경험하는 일들이다.


남에게 잘못을 전가하는 것이 첫 번째 주제로 선정되었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어떤 일이 잘못되었을 때 사람들은 쉽게 다른 사람들에게 그 잘못을 전가하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부부가 서로에게 가장 쉽게 하는 말이 "당신이 도대체 어떻게 가르쳤기에..." 이다. 이런 발언은 상황 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상대에게 불쾌감을 줄 뿐이지만, 드라마의 단골 대사로 이용될 만큼 자주 쓰는 방법이다. 이렇게 남의 탓을 하면,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원인 규명에만 매달리면 문제를 쉽게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방법을 남용한다면 현실은 전혀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피너츠>의 주인공 스누피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는 그가 '공상 속의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도 가끔, 또는 종종 공상에 빠지곤 하는데 특히 현실을 회피하고 싶을 때 공상을 한다. 하루를 공부했는데 시험에서 1등을 한다든가, 이번 주 토요일에 로또에 당첨된다든가, 사실 지금 현실이 가짜이며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거리고 생각하는 것 등등. 그러나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스누피처럼 영원히 공상 속에서 살 수 없다. 스누피가 그렇게 행동할 수 있는 이유는 만화 속에서 탄생한, 말하는 귀여운 비글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스누피와 같은 공상 속에 나오는 인물처럼 산다면 현실에서는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 현실적으로 내가 어떤 성격인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깨닫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매일 팍팍한 현실에 매달려 살아갈 필요는 없다. 휴가처럼 일시적으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강한' 휴식을 적절히 취하며 사는 것이 좋다.


<왜 스누피는 마냥 즐거울까>는 정신과 의사가 사람들의 심리를 다룬 책 중에 가장 다정다감한 책이었다. 정신과 의사, 또는 심리학자들이 쓴 많은 책들이 용어 설명과 현상 분석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한다. 물론 학문적 용어의 의미를 정확히 다루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만, 때로는 이런 방식이 오히려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왜 스누피는 마냥 즐거울까>에는 정말 결함 많고 어이 없고 우스꽝 스러운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현실의 나처럼 단점 투성이인 캐릭터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면서 상대에게 촌철살인을 날리기도 하고, 자기 디스도 넘쳐난다. 마치 우리가 쉬는 시간에 나누는 '잡담'을 한데 모아놓은 듯 하다. 하지만 여기에서 끝난다면 정말 일상의 '잡담'과 다를 게 없을 것이다. 저자는 이 캐릭터들을 사람들의 행위와 일치시켜 이유를 설명하고 어떤 행동방식을 취하는 것이 좋은지 일상 사례와 함께 이야기해 준다. 만화와 함께 가볍게 읽으면서 나를 되돌아보고 나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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