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계급론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4
소스타인 베블런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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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유한 계급론-사회사상가 베블런의 대표작


 


존 스튜어트의 자유론, 공자의 논어,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그리고 소스타인 베블런의 유한계급론까지. 최근 현대지성 출판사에서 동서양의 주요 고전을 차례차례 출판하고 있는데 나처럼 주요 고전인문학 책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베블런은 당시 주류 이론이었던 수요와 공급 법칙을 반박하였고 이 이론을 정리하여 <유한계급론>을 발표하였다. 그가 분석한 경제적 현상은 바로 유한 계급, 상류 계층에 속한 사람들의 성향 때문이었는데 이는 현대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들을 설명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베블런은 시대를 앞서간 사회사상 이론가라고 할수 있겠다. 상류 계층 사람들은 재산과 자신의 지위, 명성 등을 동일시하여 비싼 물건을 구입하려는 경향이 있고 이들은 물건 값이 올라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것이라면 가격이 올라도 많이 구입하고자 한다. 우리나라에서 명품 가방의 가격이 오르면 오를 수록 많이 팔린다는 뉴스가 나오곤 하는데 그의 이론으로 이 같은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현재 사람들은 이런 현상을 '베블런 효과'라고 부르며 수많은 경제학 책에 '베블런 효과'가 나온다.


<유한계급론>은 우리에게 낯설 수도 있는 '유한계급'이라는 제도 설명부터 시작한다. 유한계급은 생산활동에 종사하지 않으면서 소유한 재산으로 소비만 하는 계층으로, 계층이 분화된 사회에서는 줄 상위 계급에 속한다. 이들 상류 계급은 생산 업무로부터 면제되거나 제외되고 그 대신에 가장 명예로운 일에 종사한다. 중세 사회에서는 전쟁을 하는 '전사'나 종교에 종사하는 '사제'들이 유한계급이다. 재미있는 것은 원시사회부터 주로 여자들이 하던 일, 즉 육아나 생산 등과 같은 일을 사소하고 지루한 일로 여겨 유한계급은 이런 일을 거의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책의 내용과는 거리가 좀 있지만, 그가 유한계급을 설명하고 분류하는 방법과 현대 사회의 갖가지 현상을 연결시켜 생각해보면 꽤 재미있는 가설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남녀 평등이 많이 이뤄지면서 남자들은 예로부터 사소하게 여기던 여성들의 일을 많이 부담하게 되었고 반대로 여성들은 '유한계급'이 하던 직종에 많이 진출하기 시작하였다.


<유한계급론>을 읽으면서 경제적인 배경 뿐 아니라 인간 사회 발전의 다양한 양상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면 유능한 남성들은 유한계급의 초창기 시기부터 소유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는데, 소유권의 가장 이른 형태는 바로 여자에 대한 소유권이라고 한다. 약탈 문화에서 여자 포로를 잡아오기 시작하면서 여자를 유용한 전리품으로 여겼고 이 습관은 소유-결혼 형태를 만들어냈고 가부장 사회가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유사하게 사람들은 더 많은 재산을 소유하고자 했고 이 재산으로 노예를 부리고 지루한 일을 기피할 수 있게 되었다. 남는 시간에 여가를 즐기고 다양한 소비를 할 수 있게 되었으며 예술가 등을 후원하기도 했다.


노예 제도가 사라지면서 대리적 소비자는 사라지고 이런 일을 이어받은 사람은 아내 혹은 본처들이었다. 상류층의 아내는 다수의 하인들로부터 도움을 받고 하류층으로 내려갈수록 여가와 소비의 임무는 오로지 아내에게 맡겨진다. 그래서 하류 중산층에서 남성은 열심히 생산직에 종사하고 아내가 대리적 여가를 그럴 듯하게 즐기는 현상이 일어났다고 한다. 이처럼 <유한계급론>은 베블런에 나오는 이론들의 사회 경제적 배경과 용어들을 정리하고 다양한 사례를 들어 이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준다.


 <유한계급론>을 읽으면 읽을 수록 감탄한 것이 이러한 분석이 현대 사회에도 적용되는 부분이 많으며 이 모든 분석에 충분한 근거와 예시가 뒷받침된다는 것이다. 어째서 유한계급이 부를 과시하는 방법으로 과시적 소비를 하게 되었는지, 이러한 소비가 부를 과시하는 데 효과적인 이유는 무엇인지 의복 등과 같은 소비제품들이 어떻게 금전 문화를 나타내는지 등에 대해 나와 있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때로는 감탄하면서 그의 이론들을 막힘없이 이해할 수 있었다. 최근 읽은 고전 인문학 책 중 가장 재미있게 읽었으며 현대인들이 어떤 방식으로 경제와 소비문화를 이끌어나가야 하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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