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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가 되기
존 가드너 지음, 임선근 옮김, 레이먼드 카버 서문 / 걷는책 / 2018년 8월
평점 :
[리뷰]장편소설가 되기-소설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하는 조언들
존 가드너, 다중 지능 이론의 대가인 '가드너'는 알아도 소설가인 '존 가드너'는 낯선 사람이었다. 알고보니 미국에서는 <부활>, <그렌델-다시 쓴 베어울프의 전설>, <미켈슨의 유령> 등으로 꽤 저명한 소설가였지만 한국에서는 단 한 권 <그렌델-다시 쓴 베어울프의 전설>만 번역되어 출간되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언젠가 나만의 창작 소설을 쓰고 말겠다는 꿈을 안고 있는 나에게 단편 소설가도 아닌 <장편소설가 되기>라는 책의 제목이 꽤 매력적이었다. 문예창작을 전공한 누군가가 꽤 천재적인 사람으로 유명했던 교수님이 '단편소설가'와 '장편소설가'는 다르고 단편의 주제와 단편의 주제는 다르다는 말이 가슴 속에 가시처럼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단편 소설보다는 장편 소설을 쓰고 싶기 때문에 나에게 장편 소설을 쓸만한 소양이 있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작법서가 그런 것처럼 이 책이 나의 소설가로서의 소양, 더욱이 장편소설가로서의 소양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단 장편 소설가들이 꾸준히 길러야하는 것들, 가지고 가야할 마음가짐들, 좋은 소설의 특징 등을 세세하게 알려줄 뿐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어렴풋한 느낌으로 판단해버리는 초보 소설가의 재능, 입문자가 갖는 의문들 등에 대해 상세히 알려주는 것이 좋았다. 삐약거리는 후배들이 진탕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선배 소설가가 하나하나 세세하고 꼼꼼하게 짚어주는 느낌이랄까. 게다가 이런 초보자들의 질문들을 어이없는 것으로 치부하지 않고 일부러 확대해석하려고 노력했다는 문구에서 입사에 실패한 취준생이 인사 담당자에게 따뜻한 위로문자를 받은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분명 그는 가슴 따뜻한 사람일 것이다.(하지만 언제나 따뜻하고 희망적인 말만 하는 것은 아니다, 꽤나 냉혹하고 현실적인 조언들도 많다.)
특히 그의 수업을 들었던 제자이자 역시 유명 소설가인 레이먼드 카버의 꽤나 긴 머리말이 인상깊었다. 가드너에게 직접 작법 지도를 받았고, 습작 소설을 모아두라고 커다란 바인더 노트를 선물받았던 학생 중 하나였던 그는 왜 그의 수업이 유용했으며 초보자인 그를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었는지 상세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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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수를 써서라도 책을 출판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랑스러워할 만한 책을 내고 싶어하는 사람을 위해서, 다시 말해 진지하고 정직한 소설, 독자가 즐겨 읽고 또 읽을 만한 책이라고 느낄, 오래도록 남을 소설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을 위해서 이 책을 썼다.
-본문 중에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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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가 되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저자의 마음이 묻어나는 진심어린 책이었다. 장편소설가가 가져야하는 기본적인 것들, 소설 연습 방법들, 초보 소설가가 갖기 쉬운 의문과 저지르기 쉬운 실수들 등은 물론이고 소설가에게 가장 좋은 것은 '대가 없이 부양해줄 수 있는 배우자가 있는 것'이라는 현실어린 멘트까지.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소설 지망생들이 원하는 모든 답을 얻을 수는 없을 것이다. 책에도 나와 있지만 결국은 길고 긴 자신과의 창작 과정을 견디고 다듬고 진보하는 사람만이 장편 소설을 쓸 수 있고 그 중에 아주 적은 수의 사람이 소설가로 좋은 작품을 남길 수 있다. 어쨌든 쓰고 고치고 또 쓰고, 투고하고 실패를 맛보고 출판을 하기도 하는 과정을 수도 없이 거쳐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장편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었다면, 그리고 궁금한 것들이 너무 많다면 이 책이 좋은 가이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