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레 사진관 - 상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네오픽션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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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고구레 사진관-미야베 미유키의 따뜻한 소설


 


미야베 미유키의 <고구레 사진관>이 다시 개정판으로 발행되었다.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가이자 좋아하는 작품이었기에 약 5년만에 다시 출판된 듯 하다. 일본에서 '일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 1순위로 무려 7년간 뽑힌 작가 미야베 미유키는 참 스펙트럼이 넓다고 생각한다. 물론 거의 모든 작품이 한결같이 '미스터리'요소를 담고 있는 것은 공통적이지만 내가 처음 영화로 접한 <화차>의 원작과 <에도 시리즈>가 같은 인물의 쓴 소설이라는 것을 알고 놀랐다. 맏물 이야기, 괴물 등 뭔가 따뜻한 기운이 깔린 소설들과 소름끼치는 감각으로 계속되는 <화자>와 잘 매치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후에 <모방범> 또한 그가 쓴 소설이라는 것을 알고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나는 <화차>나 <모방범>에서 느낄 수 있는 소름끼치는 감각과 딱 맞아 떨어지는 스토리도 좋아하지만 그보다 더 좋아하는 것은 <에도 시리즈> 전반에 깔린 애정과 따뜻함이다. 때로는 잔인하지만, 그래도 작가가 작품 아래 깔고 가는 그 따뜻함이 절로 느껴지는 것이 왠지 기분이 좋다. 많은 사람들이 <고구레 사진관>을 좋아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일 것이다.


<고구레 사진관>은 밖에서는 매우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하나코의 가족들이 이사를 가면서 시작한다. 하나코의 가족은 현재 4명, 그러나 과거에는 여동생이 한 명 더 있어 5명이었다. 여동생이 세상을 떴지만 부모님은 아직 그녀를 잊지 못하고 언제나 가족과 함께 한다고 생각한다. 덴코는 하나코의 절친이자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똑똑한 학생이다. 치과의사인 아버지의 과업을 이을 예정이며 훈장도 받는 일본 명문가 집안이다. 덴코의 아버지는 정원에서 야영을 하는 별난 취미가 있어 히말라야에서도 쓸 수 있는 최고의 침낭을 하나코의 것까지 구비하고 있다.


하나코의 가족이 구매한 집은, 모든 사람들이 팔릴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고가. 아주 오래된 집으로 예전에는 사진관으로 이용했으며 주변 주민들은 죄다 노인들 뿐이다. 덴코가 하나코의 집을 두고 '스튜디오에 자고 싶어'라는 말을 부정하고 싶지만 그게 사실인... 평범한 사람이라면 절대 사지 않을 듯한 이상한 집! 아버지는 보란 듯이 '고구레 사진관'이라는 옛날 간판을 달고 심지어 가게 쇼윈도에 가족 사진까지 걸려고 하셨다. 게다가 덴코가 귀신처럼 보이는 여자아이의 형상까지 목격하고 말았다. 뭔가 사연이 있어도 잔뜩 있을 법한 이 이상한 스튜디오, 아니 하나코의 집에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사실 여자아이는 귀신이 아니었다. 심령 사진처럼 보이는 고구레 사진관의 '옛사진'을 들고 온 것 뿐. 어쨌든 심령사진이 분명한 것의 사진을 받아든 채 하나코는 그 사연을 하나씩 파헤쳐 가는데...

별 것 아니지만 소소한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미야베 미유키 식의 방식이 정말 좋다. 일상적인 것에 일상적이지 않은 것을 넣고, 마음 따뜻한 주인공이 그것을 하나씩 추적해나가면서 사건을 마무리짓고 다음 날을 향해서 사는 방식 말이다. 이 느낌은 <에도 시리즈>와 <고구레 사진관> 두 작품에서 모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데 아마 둘 중 하나만 읽어봤다면 다른 한 시리즈도 취향에 맞을 것이다. 미야베 미유키는 본인의 재능인 '미스터리'를 어느 이야기에나 곳곳에 넣어 재미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였다. 미스터리의 지평을 넓혔다고 해야하나 아니면 이것저것 골고루 썼다고 해야 하나, 장르를 참 잘 조합하는 작가이다.


추운 가을에 오싹하면서 따뜻한 소설을 읽고 싶다면 <고구레 사진관>을, 옛날 이야기 듣는 느낌으로 따뜻한 추리물을 보고 싶다면 <에도 시리즈>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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