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듀어런스 - 우주에서 보낸 아주 특별한 1년
스콧 켈리 지음, 홍한결 옮김 / 클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리뷰]인듀어런스-우주인이 말하는 우주생활의 A부터 Z까지


 


마션, 아르테미스, 그래비티, 인터스텔라 등 많은 영화와 소설들이 '우주'에 대해서 다룬다. 과거의 인간들에게 '하늘을 나는 것'이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의미였다면 21세기의 인간에게는 '우주로 떠나는 것'이 같은 의미를 지닌다. 우리는 수많은 우주 관련 영화와 소설을 읽으면서 이 땅에 두 발을 붙이고 살아가게 하는 힘 '중력'에서 벗어나, 더 나아가서는 인간의 한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꿈을 꾼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우주의 진실들에 궁금해하고, 그 진실을 밝히는 일선에 있는 우주비행사들의 삶에 호기심을 갖는다. 연속 우주체류 최장기록 우주인이자 미국인인 스콧 켈리의 <인듀어런스>는 우주 생활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들이 손을 댈 수밖에 없는, 그런 책이다.

 


<인듀어런스>의 가장 앞 부분에는 국제우주정거장의 사진이 멋지게 나와 있고, 그 외에도 스콧 켈리의 어린시절, 우주인 동기들의 모습, 우주인 훈련센터에서의 모습 등이 나와 있어 앞으로 펼쳐질 우주 여행기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 달리 프롤로그는 그의 고통스러운 모습으로 시작된다. 중력이 없는 우주에서 1년 정도의 생활을 마치고 다시 지구로 돌아온 그가 지구에 적응하는 모습이다. 중력에 적응하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심한 두통과 메스꺼움에 시달린다. 심지어는 알레르기성 발진이 일어나 발목이 잡히지 않을 정도로 퉁퉁 붓기도 한다. 위험한 상황은 우주에서뿐 아니라 지구에서도 계속된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위험성을 알면서도 우주비행을 4번이나 다녀왔다.


어릴 때 못 말리는 구제불능의 아이였던 그는 '위험한 일'을 찾아다녔다고 한다. 위험하지 않은 일은 따분하게 느꼈고 가만히 의자에 붙박여 공부를 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높은 곳에서 점프하고 지붕에 매달리고, 아마 그는 '아드레날린'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인듯 하다.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응급구조사'라는 일에 집중하게 되었는데 그 외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고등학교를 하위권으로 겨우 졸업하였다. 의사가 될까 생각했지만 첫 학기부터 낙제였고 그 어떤 일에도 흥미를 갖지 못했다. 한국에서는 거의 '비행청소년'(다른 의미의 비행이지만 비행이라는 말이 들어가긴 한다)급의 학생이었는데 놀랍게도 해군 파일럿이 쓴 <영웅의 자질>이라는 책을 읽고 파일럿이 되겠다고 마음먹는다. 그리고 현재 그는 우주에 4번이나 다녀온 우주인이다.


스콧 켈리의 학창시절, 그의 오랜 연인 아미코의 이야기 등을 보면서 '우주여행'보다 더 관심히 가는 사실이 있었다. 한국 학생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 아는 나로서는 굉장히 부러운 점이 있었는데 미국이라는 나라에서는 '실패'와 '재기'가 허용된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사업을 하지 않는 한(어쩌면 사업에서도 그럴 수 있겠다)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다. 현재 대입제도에서 '수시'비율이 80%나 되는 것이 큰 논란이 되고 있는데 고등학생인 아이들에게는 이 제도가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것으로 느껴진다. 단 한 번의 시험에서라도 좋지 않은 성적을 거두게 되면 의대나 최상위 대학을 내신으로 가는 것은 포기해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좋은 학군, 경쟁이 심한 학군으로 가면 갈수록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해져 혹자는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고등학교 생활'이라고도 말한다. <인듀어런스>에서 스콧 켈리는 끊임없이 많은 실수를 저질렀고 엉망인(일반사람들의 눈에는 확연히 엉망이다) 학창시절을 보냈지만 해군에 입대하여 파일럿이 되었고 마침내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우주비행사까지 되었다. 한국에서라면, 이게 가능한 일일까? 그의 연인인 아미코도 마찬가지이다. 15살 때 집에서 가출하여 18살에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지만 나사에 비서로 취직하였고 나사에서 지원해주는 학업프로그램에 합격하여 전일제 직원이 되어 훌륭한 성과를 내는 사람이 되었다. 이 두 사람의 노력을 호도하는 것이 아니다. 책에는 자세히 나와 있지 않지만 이 두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쏟아부었을 것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실패를 허용하는 분위기, 과거에 실패한 것처럼 보이는 인생을 살았더라도 노력하면 다시 도전하여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이 부럽다는 것이다. 한국은 수시를 옹호하는 댓글만 봐도 '실패'에 대한 사람들의 관념을 알 수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단 한번도 실패하지 않고 꾸준히 잘 하는 사람을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무조건 우대해야 한다는 식이다.


다시 책 본문 내용으로 돌아가서, <인듀어런스>는 영화나 소설로 접한 사람들이 생각하기 힘든 우주생활의 실상을 낱낱이 알려준다. 지구로 돌아왔을 때의 부작용은 물론이고 수많은 우주인들의 희생 끝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으로 하나씩 발전해왔다는 것, 예전에는 비행능력을 우선으로 쳤으나 최근 우주비행사를 뽑을 때는 건강한 정신이나 인간관계에 대한 점을 우선으로 친다는 것(최근 이에 대한 책이 한국에도 출판되었다),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스타시티, '닥터no'로 불리는 비행의무관, 소유즈 발사 때 입는 소콜복을 입는 방법과 불편한 점 등 그가 겪은 일이 세세히 나와 있다. 심지어 소콜복을 입을 때 그가 대머리라서 자꾸 머리를 다친다는 것이나 남자들도 소변을 보기 힘든데 여자 우주비행사들은 어떻게 용변을 해결하는지 궁금하다는 것, 로켓 출발 전에 관장을 해야한다는 것 등까지도. 내가 상상하는 것처럼 우주여행이 낭만적인 것은 아니었지만(내가 해 보지 않고 부러워하는 모든 것이, 실상은 상상만큼 낭만적이지 않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이런 소소하고 새로운 점에 대해서 알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스콧 켈리가 우주비행사가 되는 과정, 우주 비행 훈련을 받고 우주에 나가서 생활하고 다시 되돌아오기까지 우주여행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싶다면 <인듀어런스>를 반드시 보기 바란다. 소설이 아니라 발단, 전개, 절정 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기에 소설보다 더 와 닿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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