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읽는 시간 - 죽음 안의 삶을 향한 과학적 시선
빈센트 디 마이오 외 지음, 윤정숙 옮김 / 소소의책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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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진실을 읽는 시간-죽음에서 삶을 추적한다는 것



본즈, CSI, NCSI, 바디 프루프, 바디 팜 등은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외국 드라마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금은 흔히 볼 수 있는 소재지만, 예전에 처음 미드에서 법의학 관련된 지식을 접했을 때는 굉장히 신기했다. 저런 분야도 있구나, 저렇게 사람들의 죽음에서 삶을 추적해 나갈 수 있구나 처음 깨닫는 순간이었다. 동시에 내가 만약 이 분야를 알게 된 것이 학생 때였다면, 평범한 사람들은 생각지도 못하는 방법으로 범행의 단서를 찾고 증거를 추적하는 '법의학자'라는 직업이 굉장히 매력적이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진실을 읽는 시간>은 저명한 법의학자 빈센트 디 마이오와 범죄 각가인 론 프랜샐의 합작인데, 내가 궁금했던 법의학자의 생활과 사고방식 등에 대해 알려준다는 점에서 매우 끌렸다. 특히 디 마이오는 미국에서 핫 이슈였던 굵직굵직한 사건을 여러 건 맡았다. 왜 판사들이 그런 결론을 내렸는지 일반인의 정서로는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들을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이해해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존 F. 케네디의 암살범인 오즈월드의 재부검이라든가, 플로리다 10대 흑인이었던 트레이본 마틴의 총격 사건, 수 십명의 아이를 살해한 간호사 등 흥미가 샘솟는 사건들이 가득했다.


모든 직업들이 그렇듯이 법의학자는 내 생각만큼 매력적인 직업은 아니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뚝딱뚝딱 사건을 해결하고 멋진 자기만의 시간을 갖지만 그의 말에 따르면 손톱이나 머리카락 사이사이에 역겨운 시체의 냄새를 가득 묻혀오고 그 냄새는 항상 따라다닌다. 때로 시체들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모습으로 손상되어 있고, 혐오스러운 광경을 끊임없이 보게 되며 때로는 아주 불쾌한 변호사들 앞에 서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신념을 가지고 있는 법의학자 빈센트 디 마이오가 죽음을 대하는 방식은 연신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그가 인용한 '죽음'에 대한 저명 인사들의 명언만 해도 그런 그의 인식을 엿볼 수 있다.


법의학자들은 항상 살인을 다루는 것은 아니고, 살인은 그들이 시간을 쏟는 일 중 일부이다. 갑작스럽게 아이가 엄마 품에 죽은 원인 또한 법의학자가 범죄사건만큼 관심을 갖는 일이다. 언론과 시민단체가 아무리 선동을 해도 법의학자들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에 따라 시신이 남긴 삶의 흔적을 추적하고 가장 합리적인 설명을 찾는다. 흑백 논란으로도 유명했던 10대 흑인 트레이본 마틴의 사건 또한 그랬다. 나 또한 흑인들이 차별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법이 백인의 손을 들어줬다고 생각했으나 이 책을 읽고 자세한 근거를 따져본 이후에는 함부로 감정에 휩쓸려 그런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고 느꼈다. 이 뿐만 아니라 그가 법의학자가 되겠다고 마음 먹은 과정, 아이가 죽게 된 원인, 수많은 환자를 죽인 간호사의 이야기 등 기사로 단편적으로 읽은 모든 사건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흥미롭게 다가왔다.


죽음과 삶, 그리고 법의학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이 책을 통해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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