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발칵 뒤집은 엽기 살인사건
이수광 지음 / 북오션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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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조선을 발칵 뒤집은 엽기 살인사건-조선 시대의 다양한 살인사건들




사람들은 엽기적인 살인사건에 경악하고 가해자를 비난하면서도 많은 관심을 갖는다. 보통 그 관심은 피해자를 안타까워하고 강력범죄나 살인 사건을 지양해야 한다는 교훈적인 성격을 넘어선다. 누가 언제 어떻게 죽었는지, 가해자는 어떤 이유에서 피해자를 살해했는지, 가해자와 피해자의 평소 행실과 그 둘의 관계는 어떠했는지 등등 세세한 사실까지 알고 싶어한다. 인간이 인간을 죽인다는 '금기'에 관련된 것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자극적인 사건에 대한 관음적인 관심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조선을 발칵 뒤집은 엽기 살인사건>은 이런 사람들의 관심사를 충족함과 동시에, 시대와 배경을 넘어서 인간들이 모여 사는 곳에는 다양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 당시에 정의되지 않았다뿐이지 현대에서 말하는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가 존재했으며 상상을 넘어서는 '질투'로 인해 끔찍한 방식으로 첩을 살해하기도 했으며, 조선시대에 있었던 '신분제'의 불평등에 분개한 살인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저자 '이수광'은 팩션으로 유명한 소설가이며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연애사건>, <공부에 미친 16인의 조선 선비들>, <다시 쓰는 나는 조선의 국모다>, <전 세계 세기의 연쇄 살인마들> 등 다수의 책을 출판하였다. 소설가인 그가 연쇄살인마나 살인사건, 연애 등에 관련된 책을 출간한 것을 보면, 역시 소설가들에게 '살인'과 '사랑'은 언제나 매력적인 소재인 것 같다.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면서 소설에 극적인 요소를 넣을 때 좋기 때문이다. 그는 <조선을 발칵 뒤집은 엽기 살인사건>에서 살인을 원인 유형별로 나누어 살폈는데, 여러 사람이 계획하고 음모를 꾸민 모살, 고의로 사람을 죽인 고살, 실수로 죽인 오살 등을 다루었다.


조선은 현재와 다른 사상과 문화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 관점으로 생각하면 판결이 불합리한 경우도 많다. 예를 들면 '한성 동부 근비의 옥사' 같은 경우 근비라는 여인이 죄에 비하여 억울하게 죽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성에 사는 차경남이라는 남자가 유부남인 것을 속이고 근비와 정사를 치렀으나 나중에 근비는 그 사실을 알고 차경남과 결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박종손과도 정사를 치렀다. 박종손은 자신이 마음에 품고 있던 '근비'를 차경남이 가로챈 것에 대해 앙심을 품고 그를 죽이겠다는 계획을 근비에게 말한 후 정말 차경남을 목졸라 죽였다. 근비가 차경남과 정사를 치른 지 고작 8일 밖에 되지 않았고 그는 근비를 속이고 간통을 저질렀으며, 차경남이 살해될 당시 박종손의 협박에 못 이겨 살인 행위를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도 성종은 근비를 본남편을 살해한 간부로 취급하여 참형에 처하도록 했다. 현대의 상식이나 법리 해석과 달라 반감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나름 여러 사람이 이 살인사건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합리적으로 논의하고 근거를 제시한다. 이 사건의 경우 조선의 조정 대신들이 치열하게 법리 논쟁을 벌인 후 결론을 내는 방식으로 판결을 했는데, 마지막에 성종의 독단으로 가혹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본부인이 죽자 노비를 첩으로 들이고, 다시 새로운 첩을 들이자 첩이었던 여인을 다시 내쫓은 '원영사'라는 양반이 있었다. 그 양반 집에서는 심지어 여자노비의 이름을 '충개'라고 지었는데 바로 '버러지'같은 존재라는 의미였다. 충개라는 여인은 첩 자리에서 쫓겨나자 다른 남자 노비에게 개가를 했는데 원영사는 이를 가만히 두고보지 못하고 과한 신공을 요구했으며 거기에 충개라는 여인을 제가 내키는 대로 강간을 하였다. 충개와 충개의 남편은 원영사의 행실에 분개했으나 노비는 주인에게 함부로 대들 수 없었다. 둘은 원영사의 횡포를 참다 못해 잔인한 방법으로 원영사 가족들을 죽였는데, 조선에서는 이를 '노주 살인사건(노비가 주인을 살해한 사건)'으로 무조건 간주하여 가장 무거운 죄를 내렸다. 신분제 사회에서 노비들은 어디에 하소연할 길도 없이 주인의 횡포를 견뎌야 했으며, 만약 노비가 주인에게 복수를 하여 들키게 된다면 가장 심한 벌을 내렸다.


이 외에도 본처가 남편의 내연녀였던 여자 노비의 중요 부위를 인두로 지지고 폭행하여 산 속에 버린 사건, 흉년이 지속되자 배고픔에 시달리다 인육을 먹은 사건, 근친상간을 저지른 가정파괴범을 죽인 사건 등 현대 관점으로 봐도 잔인한 사건들에 대해서 다뤘다. 조선시대에는 어떤 종류의 범죄가 일어났으며 살인사건이 일어난 뒤 조정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법리를 해석하여 판결을 내렸는지 등에 대해서 엿볼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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