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열화여가 1
명효계 지음, 손미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7월
평점 :
품절
[리뷰]열화여가-몰입감 높은 판타지 무협 로맨스
오랜만에 재미있는 무협 로맨스가 있다고 해서 보게 되었습니다. 책 제목은 <열화여가>, 이미 중국에서는 드라마화되어 방영하고 있다는데 70억 뷰를 이미 돌파하고 조회수 1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 드라마 하면 제가 어릴 때 유명했던 <판관 포청천> 그리고 <황제의 딸> 시리즈, 그리고 몇 년 전에 봤던 후궁의 암투를 다룬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특히 <황제의 딸>은 어찌나 재미있었는지 온 가족이 방영 시간만 되면 옹기종기 모여서 열심히 시청했던 기억이 납니다. 조미가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로 나왔는데, 정말 예쁘다고 감탄하면서 봤습니다.
다시 <열화여가>로 돌아와서, 대부분의 중국 드라마 특히 무협 드라마는 남자가 주인공인데 이 책은 드물게 여자가 주인공이더라구요. 책 내용도 무협+로맨스+여자 주인공의 성장물이라서 여성 독자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요소가 많았습니다. 분홍분홍한 배경 아래 새하얀 꽃잎들이 떨어지는 책 표지만 봐도 여성 독자를 타겟으로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책과 함께 책표지와 똑같은 그림이 있는 미니미한 거울도 받았는데 파우치에 쏙 들어가는 사이즈라 유용하게 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열화여가>는 1권과 2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처음 읽을 때는 등장인물들이 많아 좀 헷갈렸습니다. 다행히 책의 맨 앞페이지에 주요 등장인물의 간단 소개가 있어서 쉽게 인물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무협이다 보니, 그리고 장편이다 보니 등장 인물이 좀 많은 편입니다. 여자 주인공의 이름은 열여가, 열화산장의 장주 열명경의 고명딸이며 열명경의 수제자이자 차기 장주인 전풍과 사랑하는 사이였습니다. 그냥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라 어릴 때부터 자신들의 짝은 서로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애틋하게 아끼고 사랑하는 사이였습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전풍의 변심, 그에 충격을 받은 여가는 낙양 제일의 청루인 품화루에 시녀로 들어가게 됩니다. 바로 남자들을 사로잡는 방법에는 뭐가 있나 관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요새 기준으로는 맞지 않는 등장인물의 생각과 행동이 좀 거슬리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기녀들이 부와 명예, 지위 등을 가지고 있는 남자들의 첩으로 들어가기 위해 옷을 하나씩 벗는 쇼를 한다든가, 그 쇼가 망측하다고 함부로 칼로 베어버리려는 행동이나 기녀들끼리의 치사하고 더러운 견제 행위, 그리고 짝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굳이 청루(기생집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에 몸종으로 들어가서 남자를 꼬여내는 비법을 알아내려고 한다는 것 등등 요새 사상과는 맞지 않는 내용들입니다. 하지만 배경이 한 명의 남자가 여러 처첩들을 거느리고 오직 남자만이 관직에 진출할 수 있으며, 때로는 명성 높은 강호인들이 무기로 거슬리는 사람들을 응징하거나 죽이는 '강호'라는 것을 생각하면 감안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게다가 여가가 청루에서의 경험을 통해 진짜 사랑에 대해 고민하는 것, 그리고 청루에서 얽히는 인연들을 생각하면 청루는 반드시 나와야 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열화여가>는 첫 페이지부터 기루인 청루를 배경으로 시작하여 호기심을 유발하는데, 내용이 전체적으로 술술 흘러가고 몰입감이 있어 한 번 책을 잡으면 놓기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가장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이, '은설'이라는 품화루 1순위의 절세가인이자 칠현금 명인이 여가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도대체 이 자의 정체가 무엇일지 생각하며 푹 파져들게 됩니다. 게다가 곳곳에 있는 반전들과 여가의 생각보다 더 깊이 스며들어 있는 '음모'등이 이 소설을 더 재미있게 만들고 있습니다. 밤 늦은 시간에 조금만 읽으려고 이 책을 펼쳤다가 순식간에 새벽까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다 읽어버렸습니다. 2권이 나온다는데, 1권에서는 남자주인공으로 예측되는 전풍의 이야기가 거의 나오지 않았고 여가와 은설 위주로 줄거리가 흘러갔습니다. 아마 2권에서는 여가와 전풍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질 듯 합니다. 전풍이 여가를 사랑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미워하는 척을 하고 있다는 암시가 곳곳에 나와있는데 전풍의 사연, 그리고 여가의 숨겨진 힘이 나올 것을 생각하면 2권이 벌써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