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카탈로그
요리후지 분페이 지음, 홍성민 옮김 / 필로소픽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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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죽음 카탈로그-죽음이 왔습니다, 죽음이 왔어요~


 


내가 점쟁이는 아니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히 예측할 수 있다. 우리 인간들은 모두 죽을 것이다. 뇌가 멈추고 심장이 정지할 것이며, 혼과 백은 어디론가 우리가 알 수 없는 곳으로 흩어지고 육체는 썩어갈 것이다. 죽음은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운명이자 종착점이다.(종교적 해석 등이 들어가면 달라지겠지만 현재 인간의 인지 영역에서는 죽음이 마지막이라 할 수 있겠다.) 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필멸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고민해 왔고 그 과정에서 아름다운 예술과 문학작품, 과학적 연구 결과와 인문학적 지식 등 눈부신 업적들을 달성했다.


죽음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모두의 끝에서 기다리고 있다. 언제인지 모르지만, 나의 뒤에도 있을 것이다. 바로 내일이 될 수도 있고 내가 꼬부랑 노인이 된 먼 훗날이 될 수도 있다. 죽음의 뒤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두렵다. 이렇게 많은 책과 추억을 머리 속에 차곡차곡 쌓아 놨는데 '죽음' 뒤에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무섭다. 아마 이 두려움이 인간을 끊임없이 달리게 했을 것이다.


 


모두가 두려워하는 죽음, 여기 죽음을 대비하는 기발한 책이 있다. 편하게 죽음에 대해 읽을 수 있다는 <죽음 카탈로그>, 어쩜 이런 생각을 다 했는지 처음 책 소개를 읽었을 때 작가의 기발한 관점에 감탄했다.


노랑과 초록으로 작은 인간들이 바글바글거리는 일러스트를 봤을 땐 헛웃음을 들이켰다. "아니, 죽음이라며. 왜 이렇게 그림이 가벼운 거야?"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죽음을 거창하고 무겁게 다루지 않는 것에 대해서 안심했다. 나는 아직 죽을 날을 제대로 상상해 보지 않아서 그런 류의 책이었다면 몇 장 읽다가 덮고 말았을 것이다. 오래 산 사람, 또는 산전수전을 다 겪은 사람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내공이 얕은 나에게 불편하게 느껴진다.


작가의 일러스트를 보니, 생각보다 죽음은 우리와 가까운 곳에 그리고 도처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까운 지인이든 먼 지인이든 부고가 들려온다. 또한 내가 입는 옷이나 신발들, 그러니까 가죽을 쓰는 것은 어떻게 보면 '죽음'을 입거나 신고 있는 것이었다. 손가락이 자라는 것은 손가락 사이의 피부가 죽어 수축된다는 것과 같았고 우리 몸에 있는 세포는 늘 죽는다. 각 민족들이 가지고 있는 죽음에 대한 생각들은 공감이 가는 것도 있었고 이런 것도 있었나 하는 것도 있었으며, 각종 다양한 방법으로 죽는 인간들을 보자 한때 방영했던 <위기탈출 넘버원>이 떠올랐다. 별 신기한 방법으로 사람들이 위험에 처하거나 죽고는 해서 유머사이트에 종종 올라오곤 했다. 거리에서도 죽고, 집에서도 죽고, 여행을 가서도 죽고, 전쟁으로도 죽고 사람들은 곳곳에서 죽어 나갔다.

 


여러 나라의 '사후세계'에 대한 믿음 중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일본의 '아이누족'의 것이었다. 죽어도 현세와 크게 다르지 않은 '하계'에서 평범하게 생활한다고 생각했다는데 아마 죽음이 생의 연장선이라고 여겼던 것 같다. 죽으면 전사의 나라에 간다는 '바이킹'의 믿음, 끝없이 윤회한다는 인도 외 여러 나라의 믿음 등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사실들이다. 죽으면 혼이 나비가 된다는 '아일랜드'의 민간 신앙은 왠지 낭만적으로 느껴졌고 죽으면 파리가 된다는 프랑스 브르타뉴의 민간신앙은 좀 별로였다. 왜 다른 것도 아니고 하필이면 '파리'인 건가 싶었다.


제일 흥미롭게 봤던 부분 중 하나는 바로 문학작품이나 유명 인사들이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한, '죽음'의 형태들. 다자이 오사무가 자살한 것은 기본이고 북두의 권이라는 만화나 할리우드 스타, 동화책 속의 주인공들까지. 이 부분에서는 죽음을 다양한 관점으로, 다양한 것들에서 찾았구나 감탄하고 말았다. 재미있는 것은 이 <죽음 카탈로그>의 맨 마지막 부분이 '삶에 대해서'라는 사실이다. 결국 삶은 죽음으로, 죽음은 삶으로 귀결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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