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를 그만두는 날
가키야 미우 지음, 고성미 옮김 / 레드박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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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리뷰]며느리를 그만 두는 날-일본인의 며느리 탈출기


 


미망인 : 남편(便)과 함께 죽어야 할 것을, 아직 죽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란 뜻으로,과부()가 스스로를 겸손()하며 일컫는 말


나는 미망인의 유래를 최근에 처음 알았다. 남편이 죽었으나 따라죽지 못하고 잉여처럼 사는 목숨이라는 뜻, 처음에 이를 알고 굉장히 충격을 먹었다. 소설에서 '미망인'이라는 단어를 많이 접했고 당연히 과부를 고아하게 이르는 말인 줄 알았는데... 죽은 사람 취급하는 산 사람의 신세가 아닌가.

 

<며느리를 그만 두는 날>이라는 제목에서 눈치를 챘겠지만, 이 책은 남편을 잃은 어느 일본 며느리에 대한 이야기이다. "일본" 또한 한때 유교 사상이 일반적으로 퍼져 있는 가까운 나라였으므로 많은 한국 며느리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생각하며 책을 폈다.


주인공인 40대의 도쿄 출신 며느리 가요코, 결혼 후 남편을 따라 지인 한 명 없는 나가사키로 이사를 왔고 남편과는 한 집에 살았지만 정서적인 교류는 거의 없었다. 어느 날 호텔에서 갑자기 남편의 부고를 들었고, 도쿄로 출장을 간 줄 알았던 남편은 나가사키의 어느 호텔에서 사망했다고 했다. 시부모님은 남편의 죽음을 몹시 슬퍼하지만 가요코는 눈물이 나지 않는다. 오히려 죽음 이후 남편의 물건에서, 남편의 지인들에게서 남편의 비밀을 하나씩 알게 되고 남편에게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심지어 내연녀를 놔 두고 남편이 그녀와 결혼했던 이유가 "시어머니와 잘 지내는 모습에 남편이 행복해했기 때문" 이라는 말까지 듣는다. 또한 그녀는 남편이 죽은 후 자유롭게 살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남편의 '아내'였다는 것이 다시 가요코의 발목을 잡는다. 시부모는 자신들의 노후와 히키코모리인 시누이를 보살피기를 바라는 눈치이고 남편의 커다란 불단을 그녀의 동의 없이 그녀의 집에 들여 놓는다. 남편을 추모하겠다며 모르는 사람이 집에 드나들고 시어머니는 가요코의 집 열쇠를 들고 시도 때도 없이 들이닥친다. 게다가 오랜 명문가 출신인 시부모의 지인들이 사방에서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참견하기에 이른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죽어있는 삶을 견딜 수 있지?


아무리 남의 눈을 신경 쓰는 일본이라지만, 결혼한 여성의 삶이 이렇게 족쇄로 꽁꽁 묶여있을 줄이야. 소설 속에서는 가요코만 이렇게 사는 게 아니라 가요코의 친구도, 그 또래의 다른 여자들도 비슷한 굴레를 쓰고 살아가고 있었다. 일본 여성의 삶은 결혼 전과 결혼 후가 완전히 달랐고, 결혼 후 그녀의 삶은 그녀의 것이 아닌 타인의 소유물처럼 보였다. 오로지 남편을 위한 꼭두각시. 결국 참다못해 그녀는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해 "며느리를 그만 두기 "로 결심하게 된다. 왜 일본에 황혼이혼이 유행인지, 남편이 죽고 호적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한지 깨달았다. 강도만 다를 뿐, 한국의 많은 어머니들도 이렇게 살았을 거라고 생각하기 가슴에 뭔가 턱 막힌 것처럼 답답해졌다. 우리 엄마는 자식들이나 남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살고 있을까? 나는 지금 꽤 자유롭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엄마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이뤄진 것은 아닐까? 묘하게 씁쓸해지면서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한참을 생각하고 내가 내린 결론은 '미망인'이라는 단어를 죽일 것, 더 이상 일상에서 사용하지 말고 책에만 남아있는 그런 단어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인간은 여성과 남성을 떠나, 누군가의 며느리나 엄마라는 것을 떠나 인간으로서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하고 그런 사람들을 응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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