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모자가 하고싶은 말 - 꽃 같은 말만 하라는 세상에 던지는 뱀 같은 말
조이스 박 지음 / 스마트북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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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빨간모자가 하고싶은 말-상처입은 여성들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 시간


 


책의 소개글이 가슴에 꽂혔다.

꽃 같은 말만 하라는 세상에 던지는, 뱀 같은 말.


보통 우리는 반대로 말한다.

기분나쁜 일이 있더라고 그것을 그대로 드러내지 말라고.

웬만하면 긍정적이고 좋은 말, 그리고 웃는 표정으로

꽃 같은 말을 사용하라고.


어째서 저자 '조이스 박'은 '뱀같은 말'을 우리에게 던지고 싶었던 걸까? 



 


어떤 남자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그런데 왜 나쁜 남자만 만나요? 왜 그런 남자하고만 사랑에 빠지는데요?

똑해 보이는데, 그 머리로 보면 나쁜 놈인 줄 몰라요?"


돌직구로 날아오는 이런 질문을 받고 나는 잠시 멍했다가 대답했다.


"내가 푸른 수염의 딸이라서요."


-빨간 모자가 하는 말 중에서-



살다 보면 정말 능력있고 멋진 여자들이 누가 봐도 아닌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주변에서 다 말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 나쁜 남자에게 푹 빠져 자신이 엉망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한다.


<푸른 수염>이라는 동화책에서 푸른 수염을 가진 부유한 남자는 매번 젊고 아리따운 여자와 결혼을 하는데, 결혼을 하면 부인에게 열쇠 꾸러미를 주면서 절대 한 방은 열어보지 말라고 한다. 당연히 부인이 된 여자들은 그 문을 열어보고 거기서 피투성이가 되어 죽어있는 푸른 수염의 전처들을 발견, 곧 자신도 같은 신세가 된다.


저자가 <푸른 수염>을 폭압적인 가부장을 상징하는 인물로 보았다. 주변에서 푸른 수염과 같은 남자를 사랑하고 결혼하여, 정신과 영혼이 죽을 때까지 힘들어하는 여자들을 찾는 건 쉽다. 조금 더 의미를 확대하여 <푸른 수염>을 잘못된 가부장제 문화, 그 모든 것이라 말할 수도 있다.


"당신 하나만 참으면 돼, 그럼 집안이 조용하잖아."


"그게 잘못됐다는 걸 몰라서 이러는 게 아니야. 하지만 어른들인데, 고치라고 할 수는 없잖아?"


그렇게 한 명의 희생으로 다른 모든 사람들은 화목하게 관계를 유지하고, 맛있는 음식들을 먹고 마시며 즐거운 마음으로 그 시간을 보낸다.

며느리들이 당하는 불합리한, 은근한 상황을 웹툰으로 표현한 <며느라기>에 그렇게 많은 며느리들이 공감한 것은 이와 비슷한 사건이 끊임없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어쨌든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보자.

저자는 "왜 나쁜 남자만 만나요?"라는 질문에 "나는 푸른 수염의 딸로 자랐으니까요."라고 답한다.

푸른 수염의 딸로 자라서 '푸른 수염 같은 남자는 절대 결혼하지 말아야지.'라고 마음먹은 후 세상 끝까지 도망가서 찾은 남자가 알고 보니 푸른 수염이었다고.


꽃 같은 말을 했던 소녀는 입에서 꽃과 보석이 나오는 상을 받고,

뱀 같은 말을 했던 소녀는 입에서 뱀과 개구리, 두꺼비가 나오는 벌을 받았다.


언제나 다른 사람이 듣기 좋은 말만 하려고 하는 것보다는, 날카롭고 상대의 기분이 상할 수 있는 말이라도 나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말이 있다. 이런 말까지 마음 속에 꾹꾹 눌러 담아서는 안 된다.


모든 사람은 꽃과 뱀을 모두 품고 있다. 모든 여자는 꽃과 뱀을 모두 다 품고 있다.

 


"넌 나처럼 살지 마라."

"난 엄마처럼 살지 않겠어."


놀랍게도 엄마와 내가 주고 받는 말이다. 놀랍지 않게도 우리나라의 수많은 모녀가 이와 똑같은 말을 주고 받았을 것이다.


라푼젤을 납치하여 높은 탑에 가두었던 고델 부인에게서 저자는 젊은 시절 남자에게 잔뜩 상처받은 또 다른 라푼젤을 찾았다. 라푼젤이 남자에게 버림 받고 늙으면 자신처럼 될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라푼젤이 남자를 만나는 것을 모두 막는다.


동화책을 비틀어 수많은 이야기를 찾아낸 이 책은, 마음속에 움츠려 있던 여성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동화 에세이이다.

동화 속에는 유독 여성들에게 금제가 가해지고, 여성들이 그 금기를 깬 후 벌을 받는다. 작가는 이 금기를 여성에게 걸린 수많은 제재로 보고 현대 여성의 삶과 연결시켰다.


꽃 같은 말만 하라는 세상에 던지는

뱀 같은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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