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 열두 개의 달 시화집 三月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윤동주 외 지음, 귀스타브 카유보트 그림 / 저녁달고양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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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열두 개의 달 시화집3月-시와 그림이 함께하는 봄밤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굉장히 사랑스러운 시집이 출판되었습니다.

저녁달 고양이출판사에서 나온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시리즈, 매 달에 가장 어울리는 시를 골라 명화와 함께 실은 시집입니다.

1월부터 12월까지 총 12권으로 되어 있으며 현재 3월, 4월, 5월의 시집이 나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오늘 소개할 책은 바로 3月의 시집입니다.


5월도 끝나가는 마당에 왜 3월이냐 물으신다면,

꽃의 여왕이 장미가 화려하게 피는 5월도 좋지마는, 봄기운이 기지개를 펴는 3월이 가장 봄이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시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시인들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3월을 배경으로 한 봄의 시가 많습니다.


3월 시집의 제목은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이고 함께 엮은 그림은 인상파 화가 귀스타브 카유보트입니다.



 


책의 앞 표지에는 그림이 실려있지 않아서, 이번에는 특별히 책의 뒷표지를 찍어 올렸습니다.

그림은 말없는 시이고, 시는 말하는 그림이라고 적어놓은 문구가 의미심장합니다.


저는 항상 시를 읽을 때, 시를 쓸 때 시의 풍경을 마음 속에 그리곤 하는데

다들 그렇게 생각하나봅니다.

그림을 말없는 시라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는데, 모든 그림 속에도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떠올리면 이 말이 그럴듯합니다.


제목을 제외한 첫 페이지에는 고려가요 동동 중에서 3월령의 일부가 나와 있습니다.

고등학교 교과서나 문제집에서 매번 보는 시라

그 아름다움을 감상하기보다는 분석에 집중했는데

이렇게 시집의 앞에 놓고 보니, 아름다운 문구였다는 것을 새삼 느끼네요.


3월은 봄을 알리는 윤동주 님의 <봄>으로 시작합니다.


머물 곳이 없다

순식간에 저물었다


-산토카- 


일본 시인 산토카의 하이쿠

하이쿠는 짧은 글귀를 던져주고

그 여백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시는 원래 독자가 재해석할 여지가 가장 많은 장르인데

하이쿠는 커다란 여백을 남겨 주어서

머물 곳이 없는 수많은 장소와 공간들이 떠올랐다 사라집니다.


오늘 하루도 순식간에 저물고

봄도 순식간에 저물고,

어린 시절도 순식간에 저물고

지금 이 순간은 다음 순간에 밀려 사라집니다.


하지만 윤동주 님의 시처럼

그것들이 다음 시간을 위해 주저없이 사라지기때문에

언제나 새로운 길이 내일 또 존재하겠죠.


 


윤동주 님의 시가 가장 많이 실려 있지만


우리 말을 아름답게 다듬어

서정적으로 잘 표현한 시인, 정지용 님의 시도 한 편 실려 있습니다.


주로 교과서나 문제집에서 <향수>를 주로 봐 왔던 사람들에게는 낯선 시일 것 같습니다.

힌게우가 뭔가 해서 찾아봤더니, 흰 거위네요.


따스한 봄 파릇파릇한 이파리들이 가장자리를 둘러싼

호수의 수면이 잔잔하게 흔들리고

그 위를 미끄러지듯 지나가는 거위의 모습이 생생하게 펼쳐집니다.

파란 수면의 호수 그림이 이 시와 딱 어울리네요.


아름다운 시와 함께 봄의 정취에 푹 빠져들고 싶다면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도는 시집 <열두 개의 달 3月>과 함께 하는 것도

좋을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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