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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불씨는 어디에나
실레스트 잉 지음, 이미영 옮김 / 나무의철학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여기 두 가족이 있다. 부모님이 투자한 주택에서 나온 돈으로 대학 학비를 내고 평생 부유하게 살아온 리처드슨 부인네 가족과 어느 날 갑자기 이사온 싱글맘과 그녀의 딸. 리처드슨 부인은 클리블랜드의 고요하고 우아한 지역사회에 살면서 부모님께 물려받은 주택을 충분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낮은 가격에 내 놓으면서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만족감을 얻는 사람이었고, 미혼모 미아는 예술적인 작업에 몰두하며 돈이 부족할 때마다 그때그때 임시직을 구하여 필요한 것을 채우는 사람이었다. 완전히 정 반대의 삶을 추구하는 두 여자, 그리고 리처드슨 부인의 아들 무디와 미아의 천재적인 딸 펄.
항상 필요할 때마다 떠돌아다녔던 미아는 이번에야말로 한 자리에 정착하겠다는 약속을 하며 펄과 리처드슨 부인이 세를 놓은 집으로 이사를 온다. 클리블랜드의 고아한 지역사회 셰이커하이츠는 좋은 학군, 안전한 거리에 위치해 있지만 그만큼 지켜야할 것이 한가득이다. 보였을 때 미관에 좋지 않은 것은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모두 뒷길로 빠져 있으며 잔디는 항상 일정 길이를 유지해야 하고, 쓰레기는 냄새가 나고 보기 싫으므로 반드시 정해진 날애 내 놓아야 한다. 집을 칠할 때 집의 종류에 따라 칠해야 하는 페인트 색이 지정되어 있으며 그 외에 자질구레한 규칙들이 한가득이다. 하지만 미아는 펄을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서 이런 것들을 모두 감수하고 이 곳에서 삶을 꾸려나간다.
미아에게 자신 또래의 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리처드슨가의 셋째 아이 무디는 미아의 집 주변을 얼쩡거리다가 한 눈에 펄에게 반하고 그 둘은 단짝이 된다. 단짝이 된 두 아이는 서로의 집까지 교류하며 서로의 집 문화에 물들게 되는데, 이제껏 새 것이라고는 가져보지 못하고 물질적인 풍족함과는 거리가 멀었던 펄에게 리처드슨 씨의 집은 신세계이다. 리처드슨 가족은 언제나 당당하고 세련됐으며 소파는 솜이 꽉 찬 새 것이고 가구 또한 반짝인다. 언제나 중고 가게에서 모든 걸 구매하여 리폼해서 썼던 펄의 삶과 정 반대이다. 펄은 리처드슨 가의 자녀들이 받는 물질적 혜택에 눈이 반짝이고 리터드슨 가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지위에 푹 빠져든다. 반대로 리처드슨 가의 모든 것에 반발했던 막내 이지는 미아를 보자마자 열렬한 추종자가 되어 쫓아다니게 된다.
모든 것이 정확히 반대인 이 두 가족이 만나 교류를 한다. 정확히 반대의 집에서 살던 아이들이 반대의 가족에 속절없이 이끌린다. 세상의 겉치례, 이렇게 해야한다는 고정관념 등에 진저리가 나는 사람이라면 좋지 않은 것은 모두 예쁜 미관 뒤로 숨긴 셰이커하이츠의 분위기에 걸맞지 않은 두 모녀가 이 곳에서 어떤 불꽃을 피울지 기대하면서 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