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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를 위한 지식 사전
에반 S. 라이스 지음, 김다은 옮김 / 심포지아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리뷰]여행자를 위한 지식사전-여행에 대한, 신기하고 잡다한 모든 것
나는 어릴 때 여행을 간 경험이 별로 없어서 성인이 되고 나서는 기회가 있으면 여행을 떠나곤 한다. 국내여행일 때도 있고 때로는 큰 마음 먹고 국외여행을 길게 다녀오기도 한다. 국내의 아름다운 여행지를 보면서 감탄하기도 하지만, 역시 국외로 떠나게 되면 그 나라만의 이국적인 풍경에 넋이 빠지곤 한다. 우리나라와 다른 산과 바다와 강의 모습, 자연 식생들과 사람들의 다른 생활 문화, 자연이 만든 놀라운 기적들 등등. 여행 중에는 그 많은 것들을 되도록 눈에 가득 담으려고 하고, 집에 돌아올 때에는 나에게 아늑한 쉴 곳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여행 중 아무리 힘든 일을 겪어도 이런 여행의 묘미는 다시 나를 떠나게 만든다. 하지만 나같은 사람은 애송이로 보이게 하는 여행자가 있었으니... 바로 <여행자를 위한 지식사전>의 저자 에반 S. 라이스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0505/pimg_7416901081901047.jpg)
길 위에서 2년의 시간을 보냈고 홀로 6대륙 32개국을 여행했다는 저자. 그는 사람들이 보통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지역도 아랑곳하지 않고 거의 온 세상을 떠돈 것 같다. 그리고 <여행자를 위한 지식사전>을 처음 펼쳤을 때, 이건 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대적이면서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여행판을 보는 줄 알았다. 6대륙의 지도로 시작한 이 책은 세계의 모든 국가를 나열하고 그 국가들의 공식 명칭과 수도, 통화, 통화기호, 표준 시간대, 전압, 콘센트 종류 등을 기록해놓는가 하면 비상용 간식부터 골든 티켓, 필리핀의 불칸 포인트, 통신의 유용함 등 정말 저자가 여행할 때 보고 느끼고 생각한 모든 것을 의식의 흐름대로 나열해 놓은 것 같다.
<묶어두기> 편에서는 안전하지 않은 지역을 여행할 때는 가방을 내려놓더라도 반드시 팔이나 다리에 끈을 묶어두어야 도난을 예방할 수 있다는 팁까지 준다. 프랑스 파리에서 지갑을 통째로 도난당한 적이 있었던 나는 이 팁에 매우 공감한다. 세이프 가방이라고 소매치기가 칼로 가방끈을 자르려고 시도한다 해도 잘리지 않는 여행용 가방(가격은 10만원 근방이었던 것 같다.)이 있는데, 이게 소매치기가 많은 국가를 여행해 본 사람이라면 은근 꿀팁이다. 나도 다음번에 여행을 갈 때에는 이 가방을 구매해 가지고 갈 생각이다.
또한 외부인들을 꺼리는 국가에서 부정적이거나 인종적 비방이 담긴 단어를 볼 수 있는데, 각 국가마다 사용하는 그런 단어를 쭈욱 나열해 놓은 부분도 있다.
거꾸로 치는 파도 탈출하기와 같은, 위급상황에 꼭 필요한 팁도 있어서 뭔가... 정독하게 되는 그런 신비한 여행책이다. 세계 각국에서 보호하는 자연 보호종도 기록해 놓았는데 남아있는 개체가 없는 절명종 목록에는 아틀라스곰, 에피오르니스, 황금두꺼비, 까치오리, 태즈메이니아늑대, 툴라키왈라비 등이 있다.
각 국가 이름 발음 가이드도 있는데, 특히 한국에서 부르는 외국 이름은 변형된 것이 많기 때문에 특이한 국가를 갈 때에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여행자 병이나 미친 여행자의 병에 대해서도 설명해 놓았는데, 여행자의 병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겪는 많은 병이고 미친 여행자 병은 주변에 최소한의 언질도 주지 않고 급작스럽게 떠나는 사람들의 행동을 지칭하는 말이다. 미친 여행자의 병=드로모매니아는 현재 정신장애로 분류하지 않는다고 한다.
<여행자를 위한 지식사전>을 읽으면 여행자들에 대한 잡다한 지식이 이렇게 많았나 하고 놀라게 될 것이다. 평소 잡학을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여행자에 대한 지식에 대해서는 저자의 발끝도 미치지 못했다. 온통 신기하고 낯선 것들이 줄줄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여행을 사랑하고 여행에 대한 이상하고 괴상하고 필요한 지식들을 몽땅 알고 싶다면 <여행자를 위한 지식사전>을 보라. 기상천외한 지식들이 쏟아져 내리는 것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