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는 외계인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67
이상권 지음 / 자음과모음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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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서울 사는 외계인들-나와 고양이와 찔레꽃, 그리고 무화과나무

 

 

바쁘게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 대량으로 쏟아지는 인터넷 정보들, 남들에게 뒤처지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감, 내가 잘 살고 있는지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이 많은 물질적인 것들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느끼는 외로움. 도시에 살면서 하루종일 이런 것들에 둘러싸여 생활하다 보면 내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아닌가, 오히려 이런 세상에서 자기 중심을 지키고 사는 것이 신기한 일일까?


여기 서울 하늘 아래 무화과나무 한 그루가 집 마당을 한가득 덮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서울 사는 외계인들>에서 주인공 '내'가 앞으로 살아야 하는 곳. '나'는 이 무화과나무를 보자 순간 다른 세상에 온 것처럼 정신이 몽롱해진다. 고모가 '나'를 데리고 살다가 가족들의 성화에 못 이겨 새로 마련해준 '나'의 살 곳. 하지만 정남향의 눈부신 햇살에 커튼을 해 달라는 요구마저 묵살당한다. 고모는 여기서 살 사람이 커튼을 치길 원하는데 그것마저 잘못된 생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몇 장을 읽자마자 이 소년이 퍽이나 외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아버지의 재혼에 걸림돌이 되지 않으려고 하면서 고모에게 민폐가 되지 않으려고 애쓰는 소년, 그러나 조카가 '남들처럼' 살아야 직성이 풀리는 고모에게 영원한 민폐가 될수밖에 없는 소년 시우. 마치 인간 속에 섞인 외계인처럼 홀로 이질적으로 떠돈다. 소년은 스스로에게 묻는다.


"넌 진짜 어느 별에서 왔냐?"


새로 세를 들어 이사온 이 곳은 정말 이상한 곳이다. 앞에는 거대하고 뾰쪽뾰쪽하게 솟구친 교회가 있고, 집 안으로 들어오면 엄마 품과 같은 아늑한 무화과나무가 집을 보듬어주고 있다. (이 무화과나무 집을 낮의 풍경으로, 밤의 풍경으로 묘사를 하는데 매일 딱딱하거나 단순한 글만 보다 보니 무화과나무의 묘사 문구를 보면서 알 수 없는 감동까지 느꼈다. 간만에 감성이 가득 찬 느낌!)


옥상 난간에 앞쪽으로 펼쳐진 무화과나무 이파리가 물처럼 흔들렸다. 낮에 보았을 때보다 더 바다처럼 보였고, 그 출렁거림도 더 장엄했다. 검은빛과 푸른빛이 이파리라는 경계에서 만나 서로 섞이고 섞여 토해 내는 그 미묘한 빛을 나는 얼른 표현할 수 없었다.


소년은 친절한 주인집에서 팥 칼국수를 주었으나 질색하고 만다. 하지만 깨끗하게 비워져 있는 그릇, 누가 먹었나 했더니 말하는 고양이가 아주 맛있게 먹었단다. 황색 점이 네 개나 박혀 있는 꼬리를 가진 녀석은 앞머리를 치렁치렁 내리고, 밝은 햇살이 싫어 창문에 덕지덕지 책장을 붙여놓은 소년이 마음에 든다고 말한다.


주인 집의 구성원은 젊어보이기도 늙어보이기도 하는 아주머니, 술만 마시면 "이 하와이 새끼들"이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아저씨, 그리고 까칠한 딸 미미로 되어 있다. 주인 아저씨가 "하와이 새끼들"이라고 욕하는 것을 듣고 소년은 지식인에 이 욕이 무슨 뜻인지 물어보는데 어찌나 답변이 현실적인지 ㅎㅎ 나도 모르게 답변들을 읽으면서 킥킥거리고 말았다.


이 책은 <서울 사는 외계인들> 이라는 제목처럼 퍽퍽한 서울살이에 어울리지 않는 가슴 따뜻한 사람들이, 가지를 길게 쭉쭉 뻗은 무화과나무처럼 서로 보듬어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앞머리를 모두 가린 시우는 남과 눈을 마주치지 못할 남모를 사연을 품고 있고, 포근한 아주머니도 이 집을 지키기 위해 겪어야 했던 억울한 사연이 있다. 이들이 서로 캐묻지 않으면서 다른 이들의 상처를 저도 모르게 치유해주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포근한 분홍빛으로 가득 차오르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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