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탕 1 - 미래에서 온 살인자, 김영탁 장편소설
김영탁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리뷰]곰탕-곰탕이 없는 미래 세계는 싫어!


소설 <곰탕>은 굳이 장르를 정하자면 sf이다. 그런데 웬 sf의 이름이 곰탕? 너무 친숙하고 촌스러운 작명 센스가 아닌가. 제목이 특이하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궁금했던 것은 이 책의 소개였다. 카카오 페이지에서 50만 독자가 본 sf장르소설이라니.


카카오페이지는 일반 소설들의 무덤으로 유명하다. 장르 소설 중 무협, 판타지, 로맨스 판타지를 제외하면 많은 독자를 끌어들이기 힘들고 그 외의 장르들은 금방 묻히고 만다. 그런데 sf소설로 50만 명을 끌어들였다면 꽤나 선방한 것이다.

 

<곰탕>과 함께 온 귀여운 수저받침대이다. 소설 이름이 곰탕이라 그런지 수저받침대에는 아기자기한 곰탕 그림이 그려져 있다. 함께 온 굿즈와는 반대로 곰탕의 첫 페이지에 소개된 우리의 미래는 암울하다. 쓰나미 때문에 부산의 바다는 지금의 바다보다 훨씬 먼 곳에 위치하게 되었고 그 덕에 생긴 땅은 주인이 없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돈 없는 자들이 주인 없는 땅에 자리잡게 되었고 그곳은 언제 쓰나미가 덮칠지 모르는 곳이었으나 가난한 사람들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그 곳에 그냥 눌러앉든지 아니면 아득바득 돈을 모아 높은 곳으로 올라가든지.(여기서는 공간으로 빈부 격차를 나눴지만 작금의 현실과 크게 다른 것은 없는 것 같다.)


쓰나미가 생긴 후, 조류 독감이 창궐했고 사람들은 독감의 전염성을 막기 위해 가축들을 모두 죽여야 했다. 새롭게 만든 먹을 거리 '그것'은 쥐를 닮은 이상한 생명체, 쥐의 얼굴에 돼지 같은 피부를 가진 그것은 오직 노린내만이 소와 유사했다. 주인공 이우환은 아랫동네의 고아원에서 자라 식당에서 평생 '그것'을 고아 왔다. 주인 영감은 언제나 그 옛날 먹었던 곰탕의 맛을 언급하곤 하는데 쓰나미 이후에 태어난 세대들에게는 꿈처럼 허황된 이야기이다. 얼마나 그 '곰탕'이 먹고 싶었던 것인지 주인은 과거로 돌아가 '곰탕'의 비법을 알아오는 사람에게 식당을 넘겨주겠다고 말하고 우환은 '곰탕'의 비법을 알아내기 위해 생명을 걸고 타임머신에 오른다.(타임머신에 탔을 때 생명은 보장할 수 없다.)


타임머신에는 13명의 사람이 탔는데, 살아남은 것은 어린 소년 화영과 40대의 우환 뿐, 게다가 소년은 사람을 죽이기 위해 과거로 왔다고 한다. 어찌됐거나 우환(암울한 미래세계에서 암울한 인생을 살아와서 그런지 쪼끔 사람이 무감각하다고 해야 하나... 소년의 임무를 듣고도 크게 동요하지는 않는다.)은 곰탕의 비법을 알아내기 위해 '부산곰탕'으로 향한다. 부산곰탕의 주인은 '이순희'라는 고등학생 아들을 둔 말없는 남자, 처음엔 우환을 받아들이고 싶어하지 않았으나 아들 순희가 살인 사건으로 경찰서에 오가고 우환이 그 사이에 가게를 잘 돌봐주자 어찌어찌하여 셋은 함께 식당을 꾸려가게 된다. 우환은 주인집 아들이 벗어놓은 피에 절은 교복을 빨게 되는데, 교복에 적힌 이름이 순희다. 우환을 고아원에 버린 아버지의 이름도 '이순희'였다. 어머니의 이름은 '유강희'.  우연의 일치일까 아니면 정말 이 막장 고등학생이 우환의 아버지인걸까?

 

모두의 예상처럼 순희와 강희는 우환의 아버지아 어머니였다. 그걸 알게 된 순간 우환은 저도 모르게 강희의 머리채를 잡아채는데, 이 부분이 얼마나 웃기던지 혼자 책을 읽으면서 피식거리고 말았다. 우리도 종종 수저론을 생각하면서 부모님이 좀 더 잘 살았다면 내 인생도 달라졌을까 궁금증이 드는데, 태어나자마자 고아원에 맡겨져 평생 밑바닥 인생으로 살았으니 우환은 가슴에 얼마나 한이 맺혔을까?


재미있는 것은 이 우스꽝스러운 '곰탕'이라는 소재와 '순희'라는 촌스러운 주인공 아빠의 이름을 가진 <곰탕>이라는 소설이 꼼꼼한 짜임새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허술해 보이는 제목때문에 이런 부조화가 더욱 재밌게 느껴진다. 게다가 현실을 반영한 빈부격차라든가, 예전에 날나리들의 전유물이었던 쑝카나 뿅카, 십대들의 어처구니없는 사고방식, 타임머신과 살인사건 등

뭔가 이상한 재료들이 한데 섞여 이야기를 조화롭게 이끌어나간다. 마치 곰탕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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