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그렇게 위축된 자아가 풀려나는 곳에서 반짝이며 피어난다. 우리는 권력망으로 짜인 사회 속에서 필연적으로 살아가지만, 그 그물망으로 완전히 덮을 수 없는 여백의 공간에서 삶을 피워 올린다. 그 공간에 사람이 있고, 사람과 사람의 마주침이 있고,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있다. 그 공간과 마주침, 그리고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 우리 삶의 ‘진짜 이익‘이다. 그 진짜 이익을 지켜내는 것이야말로 삶의 진정한 실용주의이다. - P23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성경 속 환경이야기 - 환경공학도 목사가 들려주는
손석일 지음 / 두란노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환경이라는 말을 들으면 솔직히 먼저 떠오르는 것은 분리수거, 일회용품 줄이기, 텀블러 사용 같은 일들입니다. 물론 이런 실천들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손석일 목사의 『성경 속 환경 이야기』를 읽다 보면, 환경 문제가 생활 습관이나 사회 캠페인의 차원에만 머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이 책은 환경을 하나님을 믿는 신앙의 자리로 다시 데려옵니다.


저자는 창세기의 창조 이야기에서부터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좋았더라”고 감탄하셨던 그 세계를, 지금 우리는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자연은 인간이 마음껏 쓰고 버려도 되는 자원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사랑하시고 기뻐하신 창조 세계입니다. 그러므로 인간은 자연의 주인이 아니라, 잠시 맡아 돌보는 청지기입니다. 이 간결한 통찰 하나가, 우리가 환경을 대하는 방식 전체를 다시 묻게 만듭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깊이 남았던 대목은 오존층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하나님은 생태계를 위해 꼭 필요한 빛은 허락하시고, 해로운 자외선으로부터는 오존층이라는 보호막으로 우리를 지켜 주셨습니다. 그런데 인간은 조금 더 편리한 삶을 위해 그 보호막을 훼손하고 말았습니다. 저자는 “사람이 만든 물질이 결국 하나님의 은혜로 주신 것을 파괴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 문장 앞에서 환경 위기가 과학과 제도의 문제이기 전에, 인간의 욕망과 교만의 문제라는 사실이 선명하게 다가왔습니다.


소리에 관한 이야기도 여운이 길었습니다. 저자는 “하나님이 만드신 소리에는 소음이 없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참 그렇습니다. 바람 소리, 물소리, 새소리,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는 우리를 지치게 하기보다 쉬게 합니다. 반면 인간이 만들어 낸 많은 소리는 마음을 어지럽히고, 창조 세계의 리듬을 깨뜨리기도 합니다. 결국 소음의 문제도 우리가 창조 질서를 어떤 태도로 대하고 있는가와 깊이 이어져 있습니다.


더 인상적인 것은 저자가 이 소리의 이야기를 예배의 자리로 자연스럽게 연결한다는 점입니다. “하나님이 소리를 만들어 주시고 사람들에게 음악을 허락하신 것은 창조주 하나님을 찬양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문장을 만나는 순간, 환경 이야기는 우리의 예배 이야기로 넓어집니다. 우리가 매일 듣는 소리, 우리가 만드는 음악,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의 공기까지도 하나님 앞에서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창조 세계는 인간의 편의를 위한 소모품이 아니라, 함께 하나님을 찬양하도록 우리를 초대하는 은혜의 자리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환경에 관한 책이면서, 동시에 신앙에 관한 책입니다. 일회용 컵 하나를 덜 쓰는 일, 음식을 남기지 않는 노력, 에너지를 아끼고 지역 먹거리를 소중히 여기는 일들이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구체적인 실천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기후 위기와 환경 오염의 피해는 늘 가장 가난한 이들과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 세대에게 먼저, 더 무겁게 다가갑니다. 그러므로 창조 세계를 돌보는 일은 지금 내 눈에 보이지 않는 이웃을 사랑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아직 한국교회 안에서 환경 이야기는 낯설게 들릴 때가 많습니다. 때로는 “굳이 교회에서까지?”라는 반응을 만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성경 속 환경 이야기』는 이 주제를 성경의 자리, 신앙의 자리, 교회의 자리로 다시 돌려놓습니다. 창조 세계를 사랑하시는 하나님, 그 세계를 맡은 인간, 그리고 세상 속에서 책임 있게 살아가야 할 교회의 사명을 실제적이고 따뜻한 목회적 언어로 풀어냅니다. 창조 세계를 돌보는 일은 몇몇 사람들의 특별한 관심사가 아니라,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이 삶으로 드려야 할 마땅한 응답입니다.



#손석일 #성경속환경이야기 #두란노

#모찌모찌의맛있는책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타인이 귀한 줄 모르고 자기만 잘난 줄 아는 사람은 결국 외로워진다. 사실 사람이 잘나봐야 얼마나 잘나겠으며, 그 잘남이라는 것도 타인들 없이는 대개 아무것도 아닌 경우가 많다. 자기만 잘난 줄 아는 사람일수록 그 잘남을 인정해줄 누군가를 간절히 필요로 한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잘남을 결코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 P21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숨 쉬지 못해도 괜찮아 - 나는 날마다 숨을 선물 받습니다
김온유 지음 / 생명의말씀사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숨 쉬는 일을 멈추지 않는 한, 우리는 살아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너무 당연해서 평소에는 내가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지내니까요. 아침에 눈을 떠 무의식적으로 깊은숨을 들이마시는 그 순간이 사실은 놀라운 기적이라는 것을, 우리는 자주 잊고 살아갑니다. 솔직히 저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김온유 작가의 『숨 쉬지 못해도 괜찮아』를 읽고 나면, 당연하게 여겼던 공기의 흐름이 전혀 다르게 다가옵니다. 은혜라는 말 말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먹먹함으로 말입니다.


이 책은 참 아픕니다. 열네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의료사고를 겪으며 스스로 숨 쉴 수 없는 몸이 된 한 청년의 기록이기 때문입니다. 감기인 줄 알고 찾아간 병원에서 오진과 잘못된 수술이 반복되었고, 결국 갈비뼈가 사라지고 척추가 무너져 내렸다고 합니다. 목에 구멍을 뚫고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야 하는 삶.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턱 막히는 일입니다. 한창 세상을 향해 뛰어놀아야 할 나이에 침대 위가 세상의 전부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책의 초반부를 읽어 내려가는 일은 솔직히 꽤 고통스러웠습니다. 고통이 너무 생생하고 구체적이어서 몇 번이고 멈추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이 책은 독자를 깊은 절망의 늪에 계속 가두어두지 않습니다. 오히려 묘한 온기를 전합니다. 저자는 혼자서는 단 1초도 숨을 쉴 수 없습니다. 누군가 수동식 호흡 보조기구인 ‘앰부백’을 손으로 눌러주어야만 생명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부모님의 부르튼 손이 그의 숨이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그의 곁으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렇게 ‘릴레이 온유’라는 자원봉사 공동체가 생겨났습니다.


24시간 동안 여러 사람이 번갈아 가며 그의 숨을 돕는 일. 1초에 한 번씩 손을 움직이는 일이 말은 쉽지만, 사실 한 사람의 생명을 문자 그대로 손으로 붙드는 일입니다. 그런데 그 무거운 공간이 시간이 흐르면서 웃음소리가 나고, 시시콜콜한 수다가 오가고, 따뜻한 기도가 흐르는 사랑방으로 변해갑니다. 병실이라는 닫힌 세계가 오히려 열린 소통의 공간이 된 셈입니다. 고통의 한복판에서 이런 공동체가 만들어진다는 것은 참 신비로운 일입니다.


책을 읽으며 가장 큰 울림을 받았던 것은, 저자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었습니다. 현실은 그를 ‘인공호흡기에 매달린 환자’로 분류했지만, 그는 자신을 그렇게만 정의하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숨 쉬지 못하는 몸일지라도, 자신이 여전히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존엄한 존재라는 사실을 붙들었습니다. 이 믿음이 고통을 마법처럼 없애주지는 않았습니다. 여전히 아프고, 여전히 제한이 많았으니까요. 그러나 그 믿음은 고통이 그의 인생 전체를 집어삼키지 못하도록 붙들어주었습니다.


특히 아침마다 침대 위에서 자신을 단정하게 꾸민다는 대목에서는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환자복을 입고 누워 지내지만, 마음까지 초라해지게 두지 않겠다는 몸짓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외모를 꾸미는 일이기 전에, 창조주 앞에서 자신의 삶을 함부로 대하지 않겠다는 신앙의 예의처럼 보였습니다. 무너진 몸과 제한된 환경이 자신을 다 설명할 수 없다는 믿음. 하나님이 지으신 존재의 존엄을 끝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고백이 그 안에 담겨 있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기적이라고 하면 문제가 한순간에 해결되는 일을 떠올립니다. 병이 씻은 듯이 낫거나, 꼬였던 상황이 극적으로 풀리는 일처럼 말입니다. 물론 그것도 기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은혜의 또 다른 얼굴을 전합니다.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고난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그런데도 매 순간 타인의 손을 통해 전달되는 숨을 ‘선물’로 받아들이는 삶. 원망보다 감사가 더 깊이 흐르는 삶.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자주 놓치고 있던 기적의 모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오늘 쉰 수많은 숨을 얼마나 당연하게 여겼는지,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바라보느라 이미 내게 주어진 은혜를 얼마나 자주 외면했는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강한 사람이 고난을 멋지게 극복해 낸 영웅담이 아닙니다. 매일 은혜를 선물 받아 살아가는 사람이, 어떻게 그 하루를 사랑할 수 있는지 들려주는 신앙의 기록입니다. 오늘따라 제 가슴으로 들어왔다 나가는 이 공기가, 유난히 무겁고도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지만 내가 그렇게 살아가려 하고, 살 수 있는 이유는 결코 나의 강함 때문이 아니었다. 그저 두려워질 때마다 나와 함께 계시는 분의 말씀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분이 자기의 형상을 본떠서 나를 만들었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나는 어떠한 실망스런 순간에도 나 자신이 전능하신 그분을 쏙 빼닮은 무한한 존재임을 믿었다. 분명히 이 세상의 어떤 창조물보다 고귀한 존재라 하셨으니, 현실이라고 불리는 주변의 환경 따위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진 사람을 달리 정의할 수 없는 일이라고 굳게 믿었다. - P2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