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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 (초판 한정 양장 에디션) - 모순 가득한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발견한 인생 통찰
파커 J. 파머 지음, 김종훈 옮김 / 템북 / 2023년 12월
평점 :
세상 한복판에서 살아가지만 세상과 같지 않아야 하는 그리스도인의 삶은 이 자체로 역설입니다. 강렬하게 통합된 삶을 원하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이상은 우리의 실제 삶과는 많이 다릅니다. 우리는 현실의 문제 앞에 이리저리 흔들리고 존재의 연약함으로 좌절하곤 합니다.
개인적인 모순과 역설로도 벅찬데, 세상으로 나가면 더 큰 혼돈이 있음을 보게 됩니다. 자신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부분이 때로는 다른 사람에게 가장 큰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겸손은 나약함으로 보이기도 하고, 진취적인 모습은 교만으로 비치기도 합니다.
작가이자 교사, 활동가로서 많은 영감을 준 파커 J. 파머(Parker J. Palmer). 저자의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가르칠 수 있는 용기』,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등을 통해 오래전부터 개인적으로도 큰 울림과 통찰을 얻었고, 공동체에 그의 가르침을 적용하여 큰 도움을 받기도 했습니다.
저자는 이 책 『역설: 모순 가득한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발견한 인생 통찰』을 통해 자신의 삶에서 마주한 영적 통찰인 역설과 모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토마스 머튼(Thomas Merton)을 다룬 수업에서의 강의였기에, 머튼의 '역설의 영성'에 대해 많은 부분을 할애합니다.
파커 J. 파머는 엉망진창인 삶 가운데 속에서도 하나님의 진리와 영적 통찰이 숨겨져 있음을 발견하기를 요청합니다. 우리가 겉으로 볼 때는 예측하기 힘들고 어렵지만, 그러한 뜻밖의 순간들에서 우리는 고귀하고 소중한 진리를 발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역설은 양극단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끝을 둥글게 모으면 서로 연결됩니다. 이렇듯 서로가 배척하고 반대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역설은 우리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연결해 줍니다. 절대로 화합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일들에서 완전히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역설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머리로만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영적 통찰은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선물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러한 은혜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마음입니다. 복잡하고 애매모호하지만 그것을 내 안으로 끌어안을 수 있는 겸손함과 기술이 필요합니다.
저자는 이데올로기와 다른 종교에서도 그러한 역설을 발견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자칫 위험하다고 배척하는 것 안에서도 우리가 받아들이고 배워야 할 것이 있음을 주장합니다. 이것이 온전함을 위한 연결된 삶이며, 최고의 영적 훈련임을 강조합니다.
무엇보다 십자가는 역설의 길입니다. 저자에게 있어 기독교 신앙은 그의 책을 관통합니다. 하나님과 예수님에 대한 직접적 언급이 없었던 다른 책들에서도 그의 중심에는 십자가가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이 가득했습니다. 이 책에서는 보다 분명하게 그리스도 신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여러 책들을 통해 줄곧 이야기한 것은 공동체입니다. 소외되는 사람 없는 모두가 환영받는 공간을 자주 말했습니다. 이 책에서도 역시 공동체는 큰 흐름을 담당합니다. 공동체만큼 역설적인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철저히 홀로 있고 싶지만 함께 하고 싶은 인간의 본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와 교육의 영역도 저자에게서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자산입니다. 다른 저서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여기서는 역설의 관점에서 정치와 교육을 다루고 있습니다. 결국 모순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에 진정한 통합이 있을 수 있으며, 보다 더 높은 차원의 것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을 저자는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세상은 참으로 혼란스럽습니다. 덩달아 우리도 세상 속에서 살면서 이리저리 휩쓸릴 때가 많습니다. 때로는 우리조차 세상의 것을 갈망하고 추구할 때가 있죠. 하지만 이러한 역설을 인정하고, 우리 안에 새로운 것을 시작하실 하나님을 신뢰함으로 살아간다면, 보다 온전하고 성숙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