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은 시원한 귤일수록 맛있다. 시원한 귤은 차가운 날일수록 더 맛있는 것 같다. 귤은 겨울을 알리는 과일이고 겨울에 풍부하게 있어서 겨울이면 어디서나 먹을 수 있다. 창을 사이에 두고 차가운 바람이 불고 스산한 겨울날에 엎드려 귤을 까먹으며 창밖의 스산함에 빠져드는 건 겨울에만 할 수 있다. 겨울이 아니고는 절대 할 수 없다. 겨울은 춥지만 겨울이라 따뜻하다. 차가운 겨울의 집 안은 따뜻하다. 따뜻한 집 안에서 까먹는 귤은 시원해서 맛있다. 누구 집이나 가게에 갈 때 귤 한 봉지 사들고 가면 좋아하며 반길 때가 있었다. 순전히 과거형이다.


 너도나도 귤 먹고 싶어요. 하던 때가 있었다. 누구에게나 귤에 대한 추억이 있을 것이다. 그 대부분이 귤을 까먹으며 행복해하던 추억일 것이며 잊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나도 귤에 대한 기억이 있다. 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다. 그는 귤을 팔던 나이가 많은 귤아저씨였다.


그는 파출소 앞 리어카에서 귤을 팔았다. 생각해 보면 리어카 장사라는 게 세금을 내지 않아서 파출소에서 떨어진 곳에서 귤을 팔지 않을까 싶은데 그 아저씨는 늘 파출소 앞, 그 자리에서 귤을 팔았다. 파출소에서도 귤을 자주 사 갔다. 겨울을 가장 먼저 알리는 것이 그 아저씨의 리어카에 귤이 가득 들어찼을 때다. 아, 이제 여기도 겨울이 오는구나.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그 아저씨는 365일 그 자리에서 과일을 팔았으니까.


리어카에 주황주황의 귤들이 가득 쌓인 모습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머뭇거리다 보면 아저씨가 한 봉지를 쓱 내밀며 그 안에 귤을 두세 개 더 넣어 주었다. 그러면 안 살 수가 없다. 가격도 오천 원. 오천 원에 귤이 봉지를 빠져나갈 만큼 많다. 여럿이서 먹어도 며칠은 먹게 된다. 아저씨는 어디서 귤을 떼 오는지 사 먹을 때마다 맛있다. 리어카에 가득 쌓인 귤과 귤 사이에 귤이 잔뜩 담긴 검은 봉지에 얼굴이 비어져 나와 보이는 건강한 귤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았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큭큭 하며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아저씨는 항상 털모자와 두툼한 옷과 두툼한 장갑을 끼고 겨울을 났다. 그렇지만 햇빛에 그대로 드러낸 얼굴은 새까맣게 타 있었다. 아저씨는 쉬는 날이 없었다. 태풍이 오는 날만 빼고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더우나 추우나 매일 그 자리에서 과일을 팔았다. 귤의 맛은 보장이 되어 있으니 먹던 귤이 떨어지기 무섭게 가서 귤을 사 와서 먹었다. 아저씨는 자주 귤을 사는 나에게 항상 봉지에 담긴 귤보다 몇 개 더 넣어 주었는데 더 이상 담을 수 없을 때까지 귤을 넣어 주었다. 괜찮다고 해도 계속 주었다.


아저씨는 리어카의 손잡이에 엉덩이를 걸치고 [귤 사가이소]라고 크게 말했다. 아저씨는 왜 쉬는 날이 없어요?라고 그 앞 문방구 직원에게 물었다. 직원은 아주 풍채가 남다른 여성으로 내가 귤을 사서 문방구에 볼펜을 사러 가서 귤을 몇 개씩 나눠 주었다. 그녀는 이 근방의 소식통이다. 이 부근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사정을 꿰뚫고 있었다. 지금은 사라진 비둘기들의 먹이를 준다며 문방구 앞 길거리에 나와서 구구구 하며 몇 마리의 비둘기에게 빵가루 같은 던져 주었다. 그러면서 귀와 눈, 그녀의 레이더 촉은 근방 상가의 모든 사람들에게 향해 있었다.


아저씨가 몸이 안 좋잖아요, 다리가 아픈데 쉬지 못하고 매일 장사를 하는 이유가 딸이 아파서 그래요. 무슨 병이라더라? 아무튼 혈액암인가 그런 거래요. 그래서 아저씨는 쉴 수가 없어요. 파출소에서도 아저씨 장사하는 거 건드리지 않잖아요.


아저씨가 리어카 손잡이에 엉덩이를 걸치고 있는 이유는 다리 한쪽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아저씨의 목소리는 항상 쉬어 있다. 그리고 늘 웃고 있어서 표정은 마치 박제해 놓은 것 같을 때가 있었다. 아저씨의 얼굴이 까맣게 탄 건 실은 햇빛에 탄 것이 아니라 간이 망가져서 그렇다. 아저씨는 가끔씩 지쳤는지 멍하게 하늘을 보는 경우가 있었다.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고 오천 원을 건네면 활짝 웃으며 오늘도 귤이 좋다면서 한가득 담아준다. 아저씨에게 산 귤은 참 맛있었다. 껍질이 잘 까져서 쏙 빠졌다. 주위에 귤을 나눠주면 어디에서 샀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아저씨는 사람들이 제일 많이 다니는 다운타운가 파출소 앞 사거리에서 리어카에 엉덩이를 걸치며 겨울을 옆에 끼고 귤과 함께 매일을 같이 했다.


어느 눈이 내리는 날이었다. 아저씨는 이문세의 옛사랑을 듣고 있었다. 흰 눈 나리면 들판에 서성이다 옛사랑 생각에 그 길 찾아가지 광화문거리 흰 눈에 덮여가고 하얀 눈 하늘높이 자꾸 올라가네 라는 가사에서 아저씨의 얼굴 표정이 잠깐 변했다. 하얀 눈이 하늘로 하늘로 자꾸 올라가는 모습을 생각하는 듯했다. 아저씨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거리는 그대로인데 도로는 변하기 시작했다. 구청장이 바뀌었고 다운타운가에 몇십 년 동안 시민들의 그늘이 되었던 거대한 느티나무가 잘려 나갔고 소방서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고층빌딩이 들어섰다. 도로는 구획정리에 들어갔고 문방구를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문방구가 있던 4층 짜리 건물이 임대로 나온 채, 몇 년이나 있다가 휴대폰 매장이 들어섰다. 더불어 노점상은 전부 단속의 대상이 되었다. 귤아저씨를 본 건 전통시장 입구에서 잠깐씩 볼 뿐이었다. 귤아저씨는 이를 악 물고 리어카를 옮겨 가면서 귤을 팔았다. 이젠 그 마저도 할 수 없었는지 아예 귤아저씨를 볼 수 없게 되었다.


매일 나와서 귤을 팔면 귤을 사가는 손님을 매일 볼 수 있다면서 하회탈 같은 웃음이 얼굴에 붙은 귤아저씨. 아저씨의 리어카에서 가져온 귤은 금방 꺼낸 군고구마처럼 아주 맛있었다. 껍질이 단번에 까지는 맛있는 귤을 먹을 때면 매일 귤을 팔던 귤아저씨가 생각난다. 나와는 무관한 귤아저씨. 나와는 상관없는 귤아저씨. 그런데 귤을 보면 그런 귤아저씨가 생각난다. 딸의 병을 고치기 위해 하루도 쉬지 않았던 아저씨. 아저씨는 그래도 행복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저씨는 딸의 병을 고칠 수 있을 거라는 꿈이 있었다. 세상에 대한 미련보다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비록 그 희망이 손에 잡히지 않을지라도 아침에 눈을 뜨고 벌떡 일어나 리어카를 끌고 귤을 팔았다. 사람들이 귤을 한 봉지씩 사 갈 때마다 꿈이 조금씩 이루어진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문세 - 옛사랑 https://youtu.be/n_dA3T2jWkI?si=gm-nz7qAcM2-LpQI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담배는 정말 몸에 해로운가,라는 이 이야기는 의학적으로나 과학적으로 아무런 근거가 없는 그저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이렇게 추워지기 전, 아침에 출근하려고 나오다 보면 노인정 앞에서 할아버지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이제 아파트 안에서는 금연이라 흡연자들은 집밖으로 쫓겨나듯이 나와서 담배를 피워야 한다. 그러다 보면 매일 엇비슷한 시간에 엇비슷한 사람들이 나와서 담배를 피우니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주로 들어보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다. 보통 어딘가를 향해 욕을 하며 정치 이야기를 많이 할 것 같은데 몇 년을 지켜본 바 정치 이야기를 하는 건 많이 듣지 못했다.


나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아주 천천히 걸으면서 할아버지들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본다. 담배를 깊게 빨아 당긴다. 폐 깊숙이 빨아 당겨 맛있게도 뱉어낸다. 쓰으으으 후우.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지만 담배를 피우고 싶어 하는 인간이었다. 저렇게 깊게 빨아 당겨 맛있게 뱉어내고 싶었다. 요즘 가장 맛있게 담배를 피우는 장면을 보는 건 소년시대에서 아산백호가 담배를 피울 때다. 하지만 나는 담배를 피우지 못한다. 담배를 피우면 먹은 것들이 전부 올라온다. 대학교 때 그걸 참고 그냥 피우다가 먹은 것들을 전부 토해내는 바람에 고통이 심했다. 특히 술보다는 밥을 먹고 토하는 건 정말 몸의 내부에 굉장한 통증이 온다. 으허억.


여하튼 매일 오전에 노인정 앞에는 할아버지들이 앉아서 쓰으으으 후우 담배를 태우며 담소를 나눈다. 담배는 전담은 없고 전부 연초다. 쓰으으으 할 때 치이이익하는 소리가 또 듣기 좋다. 담배는 몸에 해롭다. 그렇게 보통 인식되어 있다. 할아버지들이 담배를 저렇게 맛있게 태운다는 건, 아주 젊은 시절부터 담배를 피워왔다는 말이다. 그렇게 몸에 좋지 않다면, 담배가 독이라면 젊은 시절부터 담배를 꾸준하게 피워온 할아버지들은 전부 담배 때문에 일찍 죽거나 담배를 끊고 그저 담소만 나눠야 한다.


담배는 인체에 너무나 해롭다. 세상에서 담배는 가장 해롭다지만 식후 담배 한 대, 과장에게 깨진 후 담배 한 대는 스트레스를 날려준다. 몸에는 분명 해롭지만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면에서는 또 담배 한 대가 이로운 면도 있지 않을까 싶다. 저렇게 나이가 많은 할아버지들이 담배를 맛있게 피우고 있는 모습을 보면 세상이 말하는 담배가 정말 그렇게 해로운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담배 피우는 장면은 티브이에 모자이크가 될 정도로 나쁜 것으로 간주하는데 술을 마시는 장면은 너무나 흘러넘치고 있다. 음주운전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담배를 피우는 건 그렇게 음주운전만큼 타격이 있지 않다.


세상의 모든 것에 과하게 [악]과 [선]이 붙으면 그게 사실이야? 하는 의심을 해봐야 한다. 사람들은 너무나 나약해서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이런저런 전문용어와 사진과 증거 같은 것들로 프로파간다를 하면 순수하게 믿어 버린다.


담배가 그렇게 몸에 해로운가? 만큼 의심이 드는 건 산삼은 그렇게 몸에 이로운가?이다.


산삼을 먹으면 죽어가는 사람도 벌떡 일어난다고 예전부터 우리는 많이 들어왔다. 전설의 고향이나 티브이의 오래된 드라마에서 산삼은 만병통치약으로 비쳤다. 심마니들이 산삼을 캐면 [심봤다!]라고 외치는 것까지 우리는 알고 있다. 산삼은 재배가 안 되니까 캐낼 수밖에 없다. 오래 묵을수록 비싸기 때문에 부르는 게 값이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것 역시 산삼이라고 알고 있다. 산삼이라는 이름과 성분이 들어가면 다 비싸다. 장뇌삼이든 홍삼이든 전부 몸에 좋다면서 전부 비싸다.


그런데 산삼을 먹으면 정말 몸에 좋을까? 의문이 든다. 나쁘지는 않겠지. 나쁘지 않다는 말이 좋다는 말로 바뀌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오리기름이 불포화 지방이라 몸에 좋다고 알고 있는데 포화 지방보다 나쁘지 않은 것이지 불포화 지방이라고 해서 많이 먹으면 좋을 리 없다.


어쩌면 팔아먹기 위한 음모론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산삼은 다금바리와 비슷하다.


다금바리는 음모론의 대표적이라고 생각한다. 바다의 보석 다금바리, 다금바리는 하루에 많이 잡히면 3, 4마리 정도이며 오직 제주도의 바다에서만 잡힌다. 제주도에 가면 무엇이 가장 먹고 싶은지 물어보면 십중팔구 육지의 어른들의 대답은 다금바리다. 무리를 해서 몇 십만 원이나 하는 다금바리를 전투적으로 찾으러 다니기도 한다. 둘 중에 하나가 먹다 죽어도 모를 회 맛이라는 기류가 어른들에게 확실하게 박혀 버렸다. 이렇게 어르신들이 찾는 다금바리는 정말 환상의 맛일까. 우리가 먹는 광어나 우럭, 좀 비싼 돔에 비해 월등히 맛이 좋은 걸까.


사실 다금바리를 먹어본 제주도 사람들의 인터뷰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가히 환상적인 맛이군, 이건 정말 주체할 수 없는 맛이야, 하며 엄지를 척 치켜들 만큼 맛있는지에 대해서 현지인들은 의문을 가진다. 사실 환상적인 맛은 인공적인 맛이 대부분이다. 자연에서 습득한 날 것의 맛으로 환상적인 맛은 나지 않는다. 다금바리를 먹어본 도민은 보통 회보다 졸깃하다 정도라고 한다. 이 졸깃하다는 말은 맛이라기보다 물리적인 표현으로, 환상적인 맛은 나지 않는다고 한다. 다금바리는 정말 드문 물고기다. 하지만 제주도 다금바리 파는 곳에 가면 모두 다금바리가 있다고 한다. 다금바리가 모든 횟집에서 팔아치울 수 있는 횟감이 아님에도 다금바리를 육지 어르신들은 갈 때마다 먹고 온다.


왜 그런고 하면 다금바리에 대해서 뇌는 기억을 조작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다금바리 집에서는 비슷한 횟감을 올리고 다금바리라 하지만 육지인들은 그것을 알지 못한다. 그리고 우르르 몰려 마케팅의 세계에 들어가 버리면 쉽게 빠져나올 수 없다. 다금바리, 즉 맛이라는 건 혀 감각의 문제인데 뇌가 그 감각을 조작해 버린다. 다금바리는 사람들의 환상이 만들어낸 맛일지도 모른다.


산삼을 먹으면 죽어가던 몸이 벌떡 일어날까. 비싸게 주고 구입한 산삼이라는 환상이 어쩌면 산삼 속에 스며들어가 있을지도 모른다.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몸에 너무 좋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몸에 좋으려면 뭐든 꾸준하게 자주 먹어야 한다. 그런데 산삼은 매일 밥처럼 먹을 수 없다. 산삼을 먹을 바에는 도라지를 먹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도라지는 산삼이나 인산보다는 접근성이 쉬우니까.


지금은 그동안 당연한 것들이 전부 다시 한번 뒤집어 봐야 한다. 애플이 아이폰을 들고 등장하자 소니의 아성이 무너졌다. 잡스는 일명 소니빠였다. 그러다가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소니가 물락 하다시피 했다. 그런데 2023년 지금 현재 아이팟은 사라졌는데 소니의 음장기기, 백만 원이 넘는 워크맨 시리즈는 지금 살아남아서 마니아들에게 많이 팔리고 있다. 엠피쓰리의 명가 아이리버 역시 시장에서 사라졌다고 생각했지만 아스델 앤 컨이라는 고급 음장기기로 살아남아서 계속 롱런하고 있다. 디자인이나 성능면으로 보나 소니의 워커맨 시리즈보다 훨씬 낫다. 이런 기기로 음악을 들으면 섬세한 음 하나하나를 다 들을 수 있다.


누가 요즘 엠피쓰리를 듣나? 폰으로 다 되는데?라고 하겠지만 많은 이들이 고급 음장기기로, 즉 비싼 엠피쓰리로 음악을 듣고 있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좀 더 음악을 제대로 듣고 싶은 어른들이 접근하게 되었다. 절대 그렇지 않을 것 같았던 것들이 지금은 그렇게 되고 있다.


그동안 당연한 것들에 대해서 의문을 가져야 한다. 모든 것들은 마치 물이 흐르는 것처럼 머물지 않고 전부 흘러간다. 담배를 오랫동안 피워도 오랫동안 사는 사람은 오랫동안 산다.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몸이 빨리 망가져서 일찍 죽는 사람은 일찍 죽는다. 아마 잘은 모르지만 유전자의 문제다. 담배를 계속 피워도 건강하게 폐가 팔딱팔딱 뛰는 유전자가 있고, 그렇지 못한 유전자가 많을지도 모른다. 오늘도 한국인의 건강 문제에 관한 기사가 떴는데 여지없이 담배가 거기에 한몫한 것 같은 뉘앙스의 제목이다. 담배, 물론 안 좋지만 담배를 이렇게 해로운 것으로 알리는 것의 반이라도 음주운전, 술에 대해서도 다가갔으면 좋겠다. 술광고부터 드라마 속 술 마시는 장면은 그야말로 속수무책으로 빠져든다. 어쩌면 술회사들이 담배회사보다 정부에 더 충성을 하는 것일까.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21/0007242503


요즘 여기저기서 인구절벽에 대한 강박에 시달리고 있다. 외국의 한 학자는 한국이 소멸할지도 모른다는 말을 했고 그 영상은 뉴스나 유튜브에 있다. 세계에서 아기가 제일 적게 태어나는 나라가 되었고 이로 인해 국가 소멸에 대한 이야기들이 여러 매체를 장식하고 있다. 그런데 개인적인 생각으로 자정작용이 아닌가 싶다. 그동안 너무 인구가 많다며 한 집에 하나씩만 낳자고 했었다. 인구가 이대로 늘어나면 큰일 난다면서 인터넷이 없던 시대에는 내내 티브이 광고 같은 곳으로 파고 들어서 사람들에게 프로파간다질을 했다. 지금 이렇게 인구가 줄어들어가는 건 그간 너무 흘러넘쳐 과포화된 것에 대한 자정작용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스스로 자정작용에 들어가는 이 흐름에 맞게 국가와 정부는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들을 해주면 된다.


박태웅 의장의 말을 들어보면 그렇다면 도대체 인구가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말해주는 곳은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늘 인구가 많았다, 인구가 과포화다, 하다가 이제는 인구가 소멸 직전이라고 하면서 적정한 인구는 몇이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여기 아주 마음에 드는 기사가 있다. 읽어보면 전부 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다. 만약 적은 수의 인구라면 그 적은 수의 인구로 어떻게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지 궁극적인 방법을 찾아가는 게 국가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16/0002240982


당연한 것들을 뒤집어서 생각해야 살아남을지도 모르는 시대에 들어온 것 같다. 잭 리처의 시리즈 '리처 2'가 시작했다. 잭 리처는 소설도 재미있는데 소설만큼 시리즈가 정말 재미있다. 안 그런 것 같지만 주위를 늘 경계하며 따라다니는 차와 미행하는 사람에 대해서 간파를 하고, 총을 다를 줄 알고, 빌런들의 진행방향을 미리 생각하며, 무엇보다 시즌 1에서처럼 로맨스에도 강하다. 미국 로맨스는 왜 침대를 다 부 쉴 것처럼 뒹굴뒹굴할까. 리처 이 매력적인 거구의 첩보액션은 사람을 잡아 끄는 마력이 있다. 리처는 당연한 것들을 전부 뒤집는다. 그래서 너무 재미있다고나 할까.


https://youtu.be/OCC6fVFKHtY?si=JTanDS4tZhaubvx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늘과 전복을 버터에 구운 다음, 당근을 많이 잘라 넣고, 파도 썰어 넣고, 사진에는 안 나왔지만 귤도 넣었고 방울토마토와 두부도 넣었다. 그런데 이 국물은 어디서 나왔을까. 내가 물을 부었나? 채수인가? 아무튼 알 수 없는 요리지만 이렇게 먹으면 고추 때문에 매콤하면서 뜨거운 귤이 있어서 뜨거운 달콤함까지 맛볼 수 있다. 당근도 그렇고 토마토, 귤은 뜨겁게 해서 먹어도 아주 맛있다. 버터 덕분에 양념을 넣지 않아도 약간 짭조름한 맛이 있어서 알 수 없는 요리(요리라고 부르기에는 뭐 하지만, 뭐 어때) 전체에서 났다. 이렇게 국물이 있으면 어디에 덜어 먹어야 한다. 왜냐하면 반드시 흘리게 된다. 하지만 덜어 먹고 나면 또 설거지 거리가 생기니까 그대로 떠먹다가 예상대로 흘렸다. 국물을 닦으려고 보니 휴지가 다 떨어졌다.


어라? 휴지가 벌써 떨어졌다니. 휴지는 묶음으로 사 두는데 소리소문 없이 떨어지도 만다. 나는 예전부터 집에 선물한다고 하면 휴지를 주거나 받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했다. 휴지는 안 그런 것 같은데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집에는 비데가 없기 때문에 큰일을 본 다음에는 휴지가 있어야 한다. 딱히 휴지가 필요 없을 것 같은데 휴지는 어느 순간 보면 다 소모되고 만다.


쿠팡으로 휴지를 검색했는데 전부 품절이었다. 뭐야? 휴지대란이라도 일어난 건가? 큭큭. 할 수 없이 옷을 입고 슈퍼로 향했다. 대형마트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집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있어서 중형 마트가 있다. 그곳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 걸린다. 중간에 편의점이 있는데 사람들이 문 앞에 15명 가까이 모여 있었다. 줄을 서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또 피카추 빵 같은 걸 기다리는 건가? 편의점을 지나쳐 슈퍼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평소보다 많았다.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경우는 처음이다. 북적북적거렸고 시끌시끌했다. 나는 휴지코너에 갔지만 휴지가 하나도 없었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휴지는 지금 다 떨어졌단다. 슈퍼에 몰린 사람들은 전부 휴지를 구입하러 온 사람들이다. 편의점 앞에 모인 사람들 역시 티슈나 휴지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이었다.


휴지 언제 들어오나요?라고 사람들이 묻고 마트 직원들은 매니저가 오기만을 기다렸는데 매니저가 어딘가에 연락을 하고 와서 큰 소리로 휴지가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는 말을 했다. 맙소사. 나는 그대로 집으로 왔다. 휴지가 없으면 어때 걸레로 대충 닦고 말리면 된다. 집에서는 큰일을 본 후에 휴지가 없어도 샤워기로 씻어내고 드라이기로 잘 말리면 된다. 뭐 이가 없으면 잇몸이다.


그러나 다음 날 눈을 떠 보니 세상의 휴지가 전부 사라졌다. 편의점과 마트, 슈퍼에서도 휴지를 팔지 않았다. 그동안 남아있던 휴지들은 전부 사람들이 사재기를 하거나 다 팔려 나갔다. 이제 이 세상 어느 곳에서도 휴지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 휴지를 생산하는 무엇 때문에 그 무엇이 더 이상 없어서 휴지를 생산해 내는 공장들이 전부 가동을 중단했다. 사람들은 충격이었지만 휴지 그까짓 거 흥 했다. 하지만 비데가 설치되지 않은 곳에서는 걸레나 수건 같은 것들이 똥이 왕창 묻은 채 여기저기 버려져 있었으며 건물의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은 두 손 두 발을 들고 전부 일을 그만뒀다. 공중화장실은 그야말로 악취와 더러움이 혼재되어 있었고 비데가 설치된 화장실은 사람들이 떼로 몰려 고장이 나기 일쑤였다. 물을 내리면 그대로 변기 속의 물이 드래프트 되어서 위로 솟구쳤다. 그때 물 색은 갈색을 띠고 있었고 사람들에게 튄 그 물 때문에 사람들은 서로 구역질을 하며 욕을 했다.


고속도로 공중화장실에 휴지가 없으니 급하게 볼일을 보고 난 후 사람들은 양말이나 속옷으로 닦은 다음 휴지통이나 바닥에 그대로 버렸다. 마치 다시는 오지 않겠다는 듯. 전역 각지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났고 특히 도심지 속에서는 사람들의 분노가 쌓여 서로 뱉어내기 시작했다. 세상에 널려 있던 휴지가 사라지고 난 후 사람들은 하찮은 휴지 때문에 펙트와 편견을 구분하지 못했다. 일단 화가 나면 상대방이 자신보다 좀 작다 싶으면 주먹부터 휘둘렀다. 그러다가 상대방은 주머니에서 잭나이프를 꺼내서 휘둘렀다.


여객기 한 대가 도심지에 그대로 추락을 했다. 비행기 안 화장실에서 휴지가 없어서 배치해 둔 마른 수건을 다 써 버린 한 승객이 다른 승객들과 실랑이를 벌이다가 난동으로 이어졌다. 난동은 조종석까지 침투해서 칼을 들고 격렬하게 서로 찌르고 피를 흘리고 하는 가운데 피를 많이 흘리던 기장이 그만,,,,, 비행기가 떨어진 도심지 역시 아수라장이 되었다. 마치 지옥을 보는 것 같았다. 이런 일은 국가탄생이래 처음이었다. 비행기가 추락한 곳은 사람들이 짓이겨지고 몸이 터져 알아볼 수 없는 시체가 수백구였다. 그 모습을 보던 사람들은 정신이상을 보이기 시작했고 지옥은 점점 확대되어 갔다. 이제 사람들에게는 휴지의 문제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휴지가 아닌 사람들의 문제로 서로 칼을 겨누고 쟁탈하기 위해 전쟁을 시작했다.


알 수 없는 요리를 먹다가 알 수 없는 소리를 해버리기.


크리스마스도 다가오니까 오늘의 선곡은 밴드 에이드 30주년(그래도 거의 10년 전 앨범이다. 2014) Do They Know It’s Christmas? https://youtu.be/-w7jyVHocTk?si=1cQEibmv8S2Pz1Fx


밥 겔도프와 유투의 보노는 예전에도 이때에도 같이 해줬다. 밥 겔도프가 라이브 에이드 Do They Know It’s Christmas? 공연할 때 프로듀스를 했다. 그때 영상 보면 밥 겔도프가 제일 신났다. 밥 겔도프는 영화 '핑크 플로이드의 더 월'의 주연까지 했다. 세상 부러울 것 없었던 밥 겔도프는 아주 예쁜 모델 딸이 25살에 죽음을 맞이하기도 했다. 그때 머리가 하얗게 변해버렸나. 밴드 에이드 첫 앨범과 달리 라이브 에이드에서 이 노래를 부를 때는 프레디 머큐리, 데이빗 보위, 폴 메카트니가 같이 불렀다. 그 영상을 찾아보자. 마이크 들고 이야기하는 밥 겔도프로부터 시작을 한다. 30년이 지난 후 밥 겔도프와 보노가 서로 끌어안는 장면은 어쩐지 뭉클하다.

https://youtu.be/Gifrd7ljNL4?si=OClOkD1seMTUiUL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매운 걸 거의 먹지 못하는 나 같은 인간도 이상하지만 비가 오는 날에 먹는 고추장 불고기는 매콤하게 먹게 된다. 나에게 있어 매콤함이란 매운맛이 강하지 않아서 먹으면 코끝에 땀이 약간 배일라말라 할 정도를 말한다. 맵다고 입에서 쓰으 하는 소리가 나올 정도가 아닌 정도의 맵기가 나에게 있어 매콤함이다. 매콤한 고추장 불고기는 비가 오는 날과 잘 어울린다.


비가 오면 막걸리와 파전을 찾아 먹기도 하고, 뜨거운 칼국수를 먹기도 한다. 비가 오면 어울리는 뭔가를 찾아서 먹는다. 이렇게 겨울비가 내리면 매콤한 고추장 불고기가 어울린다.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지만 아직 본격적인 영하의 날씨가 아니라 시동을 걸고 있다. 고추장 불고기를 집어 먹고 나면 몸이 뜨거워진다. 그리고 겨울비가 내리는 풍경을 본다. 비는 모든 세상을 적시고 있다. 특히 겨울비가 내린 나뭇가지는 통증을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 이 통증을 겪어야만 혹독한 겨울의 날이 닥쳐오더라도 견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매콤한 고추장 불고기는 이제 갓 지어낸 뜨거운 밥에 어울린다. 뜨거움과 매콤함이 입 안에서 춤을 추고 터지고 팡파르를 울린다. 매일 먹는 밥을 뜨거울 때 먹어본 적이 거의 없다. 갓 꺼내서 먹는 밥의 추억이 있어서 그 맛을 기억하고 있다. 티브이는 끄고 음악을 들었으면 좋겠다.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면 풍경이 몹시 아련해진다. 거세게 비가 쏟아지지 않아서 80년대 우울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어떤 음악을 틀까. 푹푹 꺼지는 음악으로는 마이 퍼니 밸런타인 같은 쳇 베이커의 음악이 좋다.


하지만 겨울비에 맞게 겨울비를 듣자. 겨울비는 김종서의 겨울비가 있다. 그런데 김종서의 겨울비는 시나위 4집[보컬 김종서, 베이스 서태지]에서 좀 더 록 버전으로 먼저 나왔다. 시작 전에 쏴아 내리는 소리가 들리고 배기량이 좋은 자동차가 그 빗속을 굴러가는 소리가 들리고 담배연기를 뿜어내는 소리 같은 것이 들리면서 기타 리듬으로 시작하는 김종서가 겨울비를 부른다. 김종서의 홀로서기로 부르는 겨울비에 비해서 날 것의 느낌이 확 든다.


나에게도 시나위 4집을 비롯해서 몇 장이 엘피판으로 있었다. 레코드앨범으로 가지고 있는 음반들이 꽤 있었다. 시나위도 그렇고, 판테라, 데미스 루소스는 몇 장이나 되었다. 아프리카의 토토, 알파타우르스 같은 앨범들이 있었다. 카세트테이프는 몇 개가 남아 있는데 왜 싹 다 없어졌을까.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비 같은 김종서가 사랑해, 행복한 순간들을 부른다. 이 부분에 접어들기 전에 이 풍부한 록 사운드가 너무나 좋다. 드럼소리가 확 치고 나오면서 기타와 베이스의 사운드가 풍부하게 터진다. 그 사이로 김종서의 겨울비처럼 가는 목소리가 점점 시동을 걸어 샤우트된다. 좋다.


시나위의 겨울비 https://youtu.be/BRjX6aziD9U?si=j88dbyMzdkZB2QdE


학창 시절에 시나위를 어두운 음악 감상실에서 많이도 들었다. 그때 디제이가 신대철이 딥퍼플의 곡을 따라한 곡들을 들려주었는데 그때는 그게 뭔가 응? 이럴 수가? 같은 느낌이었다. 양가적 감정이었다. 뭐 그럴 수도 있지, 와 어나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가 동시에 들었다.


딥 퍼플의 ‘마이 우먼 프롬 도쿄’는 정말 노래가 좋다. 딥 퍼플의 그 아이덴티티가 집대성이 된 노래처럼 들린다. 표지의 여인이 오노 요코처럼 보이는 앨범인데 당시에 디제이가 들려주었다. 이게 정말 비슷하다. 딥퍼플의 강력한 보컬에 비해 김종서의 목소리가 떨어지지만 또 김종서의 매력으로  [마음의 춤]을 부른다. 그러다가 얼마 전에 혹시 한 번 찾아봤더니 정말 유튜브에는 모든 것들이 다 있다.

https://youtu.be/ZPhEPrelZ1I?si=M_IrvE64R6C98tcV


한 번 들어보시라. 내가 학창 시절에는 인터넷도 없고, 그래서 사람들이 뭐 노래가 좋으면 그만이지 같은 생각이 있었다가 근래에 들어 아마도 신대철이 서태지의 표절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사람들이 시나위 표절에 대해서 걸고넘어지는 것 같다. 시나위 하면 가장 유명한 노래 중에 ‘크게 라디오를 켜고’다. 임재범이 보컬이었던 시절 굉장했다. 이 노래도 산타나의 [러브]와 너무나, 아주 비슷해서 사람들이, 특히 시나위 팬들이 읔 하기도 했다.

https://youtu.be/EeHWqaFVZpA?si=N58fYIAIBrhiLawS


아무튼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강하게 떨어지지도 않는다. 일기예보와 달리 강풍도 없고 그렇게 춥지도 않다. 마치 2월의 졸업식 날에 내리는 비 같은 기분이다. 김종서가 겨울비를 부른다. 사랑해~~ 행복한 순간들~~~라고 노래를 부른다. 매콤한 고추장 불고기를 먹는다. 겨울의 비를 본다. 이 겨울비가 내리고 나면 차갑고 긴 겨울이 몇 달간 이어질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매일 보는 하늘인데 오늘은 구름이 심심한지 그림을 그려 놨다. 저렇게 보여도 5분을 고개를 꺾어 계속 보고 있으면 어느새 그림의 형태가 달라져 있다. 그 말은 현실적으로는 지구가 움직인다는 증거다. 다른 말로 하면 구름은 늘 어딘가로 뻗어가고 싶어 한다.


이런 멋진 장면을 이렇게 밖에 담을 수 없는 건 순전히 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직 아이폰 8을 쓰고 있어서 밤에는 이렇게 멋진 장면도 이 정도로밖에 담을 수 없다. 저 하늘에 뜬 저 반짝이는 별들이 밑의 아주 밝은 인공조명에도 굴하지 빛을 내고 있어서 점처럼 보이는 저 별의 존재가 안타까우면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연일 시끄러운 정국과는 다르게 데카브리를 파고든 4월의 날씨는 포근하고 고요하기만 하다.


무슨 사연이 있을까. 아직 입어도 될 법한 재킷인데 이렇게 길거리에 내팽개치듯 버려져 있다. 도로나 길거리에 신발이나 옷이 떨어져 있으면 무슨 사연이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일부러 와서 버리지는 않을 테니까. 야간의 다운타운가에는 사람들이 북적북적 인다. 모두가 밝은 표정이다. 하지만 그 사람들도 모두 하나씩의 고민은 있을 것이다. 다 사연이 있다. 그 사연들을 한 번씩 들어보고 싶다. 저 버려진 옷에 얽힌 사연도 보고 싶다.


포근한 밤하늘의 심심함을 나뭇가지가 채워주고 있다. 나무는 더 이상 위로 자라지 않는다. 그 대신 땅밑으로 뿌리는 계속 자란다. 어둠 속으로 뿌리를 뻗어서 당당하게 맞선다. 그래서 가끔 나무는 초현실적으로 보인다.


좀 더 가까이서 보면 저기 저 별이 존재를 빛내고 있다. 하늘이 뿌옇고 흐른데도 저 별은 수십만이나 떨어진 이곳까지 존재를 알리고 있다. 마치 쳐다보는 사람과 교신이라도 할 것처럼.


날도 푸근하지만 바람 한 점 없어서 세상이 멎은 것 같은 날이다. 적요하고 적막하기까지 하다. 이곳까지 시끄러운 자동차의 소음이 도달하지 않기에 가만히 있으면 그야말로 정지한 세상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다.


데카브리가 되면 다리에 조명이 춤을 춘다. 그에 맞게 저 불빛은 하늘로 올라올라 별까지 닿고 싶어 한다. 올해는 그 흔한 머라이어 캐리의 캐럴송도 들리지 않는다. 길거리에서 캐럴이 소멸했다. 날도 따뜻하고 포근하다. 교회마다 화려한 장식들도 없어졌다. 도시는 점점 거대화되고 기능적으로 변하지만 감성적인 부분은 사라지고 있다. 도시에서는 나도 어르신도 모두가 빠르게 걷는다. 도시와 시골의 시간의 흐름은 다르다. 아이와 어른의 시간처럼.

가끔 사람들이 나에게 긍정적이세요,라는 말을 한다. 나는 긍정적이지 않다. 단지 사람들에게 부정적이거나 비관적으로 말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렇게 들리는 것뿐이다. 나는 오히려 긍정보다는 비관적인 부분이 많다. 비관주의자는 아니지만 늘 긍정적 사고를 하고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지는 않는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지내와서 지금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해서 딱히 바꿔야 한다는 생각도 없다. 소심한 성격이지만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지낸다면 그것으로 그냥저냥 만족하는 편이다. 여러 사람들을 위하고 누군가를 위로하는 사람보다는 그저 한 사람에게 상처 주지 않으려 애쓰며 지내는 그런 축에 속한다. 그런 소심함을 연소 삼아 매일 태워가며 조금씩 글을 쓰고 있다. 나의 소심함과 긍정적이지 못한 부분 같은 것들이 글을 쓰는 연료다.

아무래도 큰 소리로 인사를 하는 것도 사람들이 나를 긍정적으로 보는 약간의 이유가 될지도 모른다. 청소하시는 이모님을 매일 만나면 허리를 굽혀 큰 소리로 인사를 한다. 그렇게 2년 가까이 지내다 보니 이모님들이 빵도 주시고, 귤도 주시고, 책 읽고 있으면 와서 책 이야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나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으로 보이는 걸까.

어제 김장김치를 받아서 수육과 함께 얼마나 먹었던지 아직도 소화가 안 되는 것 같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blanca 2023-12-14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근사하네요. 저도 오늘 구름 사진 찍었어요. 완전 예쁘더라고요. 언젠가부터 사람들이 서로 인사를 하지 않게 된 문화가 전 섭섭하더라고요.

교관 2023-12-15 11:34   좋아요 0 | URL
오늘은 또 비오는 하늘이네요. 겨울비 오는 하늘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