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에 나온 이 영화는 권선징악이 아주 정확하다. 아이들을 괴롭히는 나쁜 어른들이 인형들에게 무참히 공격당한다. 요즘 영화처럼 인형이 매끈하게 움직이지는 않지만, 그 어색함이 오히려 묘하게 무섭다. 인형들이 움직이고 사람을 공격하는 장면도 꽤 잔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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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마지막에 가장 악독했던 어른이 서서히 인형으로 변하는 장면은 놀랍다. 어떤 의미냐면 요즘에 새로 나온 폴더폰보다 카세트 테이프나 카세트 플레이어를 보며 신기해 하는 느낌과 비슷하다. 아무튼 나쁜 놈은 이렇게 벌을 받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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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영화처럼 선과 악의 경계가 흐릿하지도 않다. 온갖 악행을 저지른 빌런이 마지막에 살아남거나 법망을 빠져나가면서 찝찝하게 끝나는 일도 없다. 80년대 공포영화는 이런 점이 분명했다. 나쁜 사람은 벌을 받고, 아이들은 살아남는다. 코믹한 공포영화라면 이불 뒤집어쓰고 보기에도 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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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영화에는 아주 섹시하고 악독한 빌런으로 번티 베일리가 나온다. 어디에 나왔냐면 아하의 ‘Take On Me’에 나왔던 그 여자다. 카페에서 만화책을 보던 여자가 만화 속으로 들어가 모턴 하켓을 구해오는 그 유명한 뮤직비디오. 지금 다시 봐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대단한 영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용필의 맥콜 광고에도 비슷한 기법이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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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내용은 단순하다. 폭풍이 몰아치는 날, 탐욕으로 가득 찬 사람들이 노부부가 사는 저택에 들어간다. 그 집에는 노부부가 만든 인형들이 가득하다. 그런데 그 인형들이 살아 있다. 사람들은 인형들을 무서워하지만, 이상하게도 어린 주디만은 조금 무섭게 생긴 인형들을 순수하게 반긴다. 인형들도 주디를 좋아한다. 그래서 주디를 괴롭히는 새엄마와 아빠에게 아주 제대로 복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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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면 인형의 움직임이 조금 어색하다. 그런데 이 영화가 만들어진 데 2년이 걸렸다는 걸 생각하면 그 움직임도 달리 보인다. 당시에는 인형을 조금씩 움직여 촬영하는 특수효과 자체가 상당한 작업이었을 테니까. 특히 인형들의 얼굴이 움직이는 장면은 80년대 영화라는 걸 생각하면 꽤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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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영화에서 가장 볼 만한 건 살아 움직이는 인형들이다. 한 시간 남짓한 러닝타임도 마음에 든다. 짧고, 잔인하고, 웃기고, 마지막에는 나쁜 놈이 확실하게 벌을 받는다. 이런 공포영화도 가끔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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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7년 전에 나온 [크롤]처럼 재난에 재난이 겹치는 엄청난 불행 속에서 탈출하는 생존기다. [크롤]이 태풍과 악어였다면 이 영화는 비행기 사고와 상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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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영화이긴 한데 심각하게 볼 필요는 없다. 그냥 신나게 즐기는 가벼운 공포물에 가깝다. 비행기에 불이 나고 기내가 폭발하면서 구멍 난 곳으로 사람들이 빨려 나간다. 물건이 날아와 사람을 덮치고,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지고, 사람이 죽는다. 이 부분에서 도파민이 한 번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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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반을 넘어서면 이번에는 태평양 한가운데다. 물에 빠진 사람들 주변으로 상어가 나타난다. 비행기 안에서는 사고가 사람을 죽이고, 바다에서는 상어가 사람을 물어뜯는다. 여기서 두 번째 도파민이 팡팡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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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비행기 안과 끝도 없이 펼쳐진 바다. 공간은 정반대인데 둘 다 지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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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는 통계적으로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이라고 하지만 불이 나는 순간 이야기가 달라진다. 바다도 마찬가지다. 멀리서 보면 아름답고 낭만적인데 상어가 나타나는 순간 지옥으로 변해 그냥 살아남아야 하는 장소가 된다. 인간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공간이 얼마나 쉽게 뒤집히는지를 보여주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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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는 중국인 배우들이 꽤 많이 나오고 비행기 목적지도 상하이다. 중국 시장을 의식한 흔적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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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다이하드 2], [클리프행어], [딥 블루 씨]를 만든 레니 할린이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는 재미는 확실하다. 사람들을 폐쇄된 공간에 몰아넣고 계속해서 위기를 만들어낸다. 레니 할린 영화에서 익숙하게 보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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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티네이션] 시리즈처럼 생각하면 편하다. 사고가 끝나면 또 다른 사고가 나오고, 한숨 돌릴 만하면 다시 일이 터진다. 긴장감의 깊이를 파고드는 영화라기보다는 놀이기구를 타듯 계속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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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만으로는 조금 아쉬웠는지 애런 에크하트와 벤 킹슬리까지 데려왔다. 묵직한 연기를 하는 배우들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런 배우들의 무게감을 기대하기보다는 그냥 이 난장판에서 어떻게 살아남는지를 보는 게 맞다. 감독의 전작에서 느껴지던 묵직함까지 기대하면 실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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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설정은 꽤 재미있다. 사고로 바다에 떨어진 비행기에서 겨우 빠져나왔더니 상어가 달려든다. 그렇다고 밖으로만 나갈 수도 없다. 가라앉고 있는 비행기 안에도 아직 사람들이 남아 있다. 밖으로 나가도 죽고, 안에 있어도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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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런 영화에는 빌런이 꼭 한 놈씩 있다. [부산행]의 용석 같은 인간이다. 결국 비행기에 불이 난 것도 이 사람 때문인데 마지막까지 사람들을 괴롭힌다. 그런데 영화가 영리하게도 마지막에 권선징악을 하나 집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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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가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끝까지 담배를 피우겠다고 불을 붙이다가 상어의 먹이가 되는 장면은 단연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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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기행은 이름도 경주고 지명도 경주다. 미국 영화에서는 지명을 사람 이름으로 쓰는 경우가 흔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드물다. 경주라는 이름이 사람 이름으로도 꽤 잘 어울린다. 영화 제목부터 묘하게 재미있다. 얼핏 보면 경주여행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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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블랙코미디를 표방한 가족 복수극이다. 8년 전 수학여행을 갔던 막내딸 경주가 사이코패스에게 살해당한다. 시간이 흐른 뒤 엄마와 세 딸은 범인을 납치한다. 약물을 먹여 기절시킨 뒤 경주로 데려가 가족여행으로 가장하고, 그곳에서 죽인 뒤 알리바이를 만들려고 한다. 그런데 일이 계획대로 될 리가 없다. 사이코패스 살인마 백상현이 세 모녀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면서 영화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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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다. 그런데 굉장히 재미있지는 않다. 이게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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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만 놓고 보면 더 재미있을 수 있는 영화다. 세 모녀는 전문적인 납치범도 살인범도 아니다. 평범하게 살아가던 사람들이 딸과 동생을 죽인 놈을 직접 죽이려고 나선 것이다. 그러니 계획에 구멍이 생기고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오히려 그 부분이 이 영화의 가장 재미있는 지점이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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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죽이는 일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시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알리바이는 어떻게 만들 것인지, 경찰의 수사는 어떻게 피할 것인지 하나하나 신경 써야 한다. 법대를 졸업한 둘째가 이 일에 관여하는 것도 그래서 흥미롭다. 그런데 가족 사이의 갈등과 복수 계획이 맞물리면서 다음 장면을 기다리게 만드는 힘이 조금 부족하다. 잘만 끌고 갔다면 세 모녀가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긴장감이 되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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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복수극의 힘이 조금 빠진 뒤에는 백상현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스릴러처럼 밀어붙여도 괜찮았을 것 같다. 문제는 그가 정말 무서운 살인자라는 느낌이 생각만큼 강하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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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자'의 하정우나 '악마를 보았다'의 최민식처럼 등장만 해도 불안해지는 종류의 악인처럼 보이지 않는다. 후반부에 셋째와 엄마에게 폭력을 행사하면서 본색을 드러내기는 한다. 하지만 영화 속 뉴스에 도배될 만큼 무시무시한 범죄자라는 설정에 비하면 폭력성이 충분히 느껴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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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영화가 밋밋하게 느껴진다. 재미가 없는 건 아니다. 볼 만하다. 다만 ‘이 영화는 꼭 봐야 한다’는 데까지는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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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아쉬운 것은 이 시나리오가 2021년 영화진흥위원회 공모전에서 3등을 했다는 점이다. 막내딸을 죽인 범인을 납치한 엄마와 세 딸이 가족여행을 가장해 경주로 복수여행을 떠난다는 한 줄만으로도 상당히 흥미롭다. 영화가 되려면 그 여행길에 사건이 하나씩 터지고, 그것들이 서로 얽히면서 처음의 복수 계획이 엉망이 되어야 한다. 영화에는 이미 8년이라는 시간이 있다. 8년이면 복수를 준비하기에 충분히 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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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긴 시간 동안 네 모녀가 무엇을 준비했고, 무엇을 숨겼고, 무엇 때문에 서로 갈라지는지를 조금 더 깊게 파고들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복수를 하러 가는 길에서 가족이 오히려 무너지는 과정도 더 극적으로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여기에 배고픔 같은 아주 사소한 문제와 예상하지 못한 사고가 계속 끼어들었다면 영화의 블랙코미디도 훨씬 살아났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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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영화가 좋았던 건 무거운 소재를 주인공들이 무겁게만 끌고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딸을 죽인 사람을 죽인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 뒤에 해결해야 할 일이 더 많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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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것도 그렇다. 내 몸에서 떼어낸 것처럼 지켜주고 싶은 존재인 동시에, 한편으로는 돌아서서 신경 쓰지 않고 살고 싶은 존재이기도 하다. 가까워서 더 잔인하고, 가까워서 쉽게 놓을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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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기행은 경주로 가는 여행이면서 경주에게 마지막 여행을 보내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옥실은 8년 동안 붙잡고 있던 경주를 마지막에 그렇게 놓아준다. 그 장면은 뭉클했다. 옥실의 삶은 세 딸과 달리 8년 전에 멈춰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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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가 없어서 아쉬운 영화가 아니다. 재미가 있어서 더 아쉬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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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영화로 나오다니, 하고 생각했는데 은혼도 있고 시티헌터도 있고 진격의 거인까지 실사화된 마당에 이제 와서 이상할 것도 없다. 일본은 정말 만화라면 일단 실사영화로 만들어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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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액션 그래픽이 마녀 같은 느낌이라면 일본은 시티헌터 같은 느낌이 강하다.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액션과 과장된 움직임을 그대로 가져오는 쪽이다. 사카모토 데이즈도 그렇다. 말도 안 되는 만화를 영화로 옮기다 보니 말도 안 되는 그래픽이 화면을 계속 뒤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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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모토 데이즈는 애니메이션으로 꽤 재미있게 봤다. 전설적인 킬러 사카모토가 어느 날 편의점에 들렀다가 한눈에 반한 여자에게 고백하고 결혼한다. 그리고 킬러 생활을 그만둔다. 이후 행복하게 딸과 함께 편의점을 운영하며 살아간다. 왕년의 날렵한 킬러는 어디 가고 엄청나게 푸짐해진 아저씨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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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킬러들이 사카모토를 죽이러 찾아오면서 이야기가 달라진다. 몸은 예전 같지 않은데 실력은 그대로다. 초능력자가 나오고 총알을 이리저리 피하고 방탄 안경에 무술에 총질까지 나온다. 뭐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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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모토 역은 메구로 렌이 맡았고 일본에서 잘나가는 젊은 배우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은혼이나 진격의 거인도 그랬다. 일본에서 이름 있는 배우들을 잔뜩 데려다가 만화 속 인물을 연기하게 한다. 배우들을 보는 재미는 있는데, 그것과 영화가 재미있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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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모토가 지키려는 건 가족이다. 아내와 한 약속도 있다. 이제 다시는 사람을 죽이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그래서 아무리 자신을 죽이려는 킬러들이 달려들어도 예전처럼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원작의 설정을 그대로 가져왔으니 액션이 벌어지는 방식도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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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액션영화라기보다 코미디에 가깝다. 피식 웃게 만드는 장면이 계속 나온다. 사카모토를 죽이러 온 킬러와 사카모토, 그리고 능력자 신을 나란히 앉혀 놓고 아내가 훈계하는 식의 장면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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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나 저러나 만화에서는 재미있었을 법한 장면인데 사람이 실제로 연기하고 CG를 입히니 묘하게 어색하다.그래서 어떠냐고 묻는다면 재미가 없다. 영화로서는 실패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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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만화를 실사화하는 데 상당히 적극적이다. 그런데 문제는 원작을 얼마나 똑같이 옮기느냐가 아니라 영화로 옮겼을 때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가에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 웹툰 실사화 작품들을 보면 원작의 설정이나 캐릭터를 가져오면서도 실사영화에 맞게 이야기를 바꾸는 경우가 있다. 원작을 그대로 복사하는 것과 원작을 영화로 만드는 것은 다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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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모토 데이즈는 애니메이션으로 보면 만화적인 과장이 재미가 된다. 그런데 그 과장을 실제 배우와 실제 공간에 그대로 갖다 놓으면 재미가 아니라 어색함이 될 때가 있다. 이 영화가 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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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일본은 계속 실사화를 할 것이다. 사카모토 데이즈도 이 한 편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원작이 있으니 다음 이야기도 만들 수 있고, 등장인물도 많다. 다만 다음에는 원작을 그대로 옮기는 것보다 영화가 되는 방법을 먼저 생각했으면 좋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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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레드에 14년 동안 붕가리스로 살아온 아내가 자신의 사연을 올렸다. 결혼 생활의 행복을 상식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해도 아내나 남편은 전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가족들이 행복하다면 나 정도의 불행은 상관없이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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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라는 건 눈에 보이지 않는 곰팡이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조금씩 영역을 넓힌다. 그러다 어느 날 서로에게 커다란 상처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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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을 올린 아내는 남편과 잠자리를 가지려고 할 때마다 컨디션이 안 좋다는 핑계, 아이들 핑계, 씻지 않았다는 핑계, 오늘은 운이 안 좋다는 핑계까지 들으며 14년을 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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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도 아찔한 관계를 다룬 블랙코미디다. 리메이크작이고 우리나라에서는 하정우와 이하늬 주연의 [윗집 사람들]로 다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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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은 달랑 네 명이다. 그런데 이 네 명이 아주 탄탄하다. 코미디 연기의 천재 세스 로건, 이번에는 감독까지 맡은 올리비아 와일드, 페넬로페 크루즈, 에드워드 노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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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온 부부를 집으로 초대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특별히 와일드한 액션이 벌어지는 것도 아니고 엄청난 사건이 터지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조마조마하다. 다른 부부의 아내와 남편의 품에 안기기까지 두 사람이 살아온 결혼생활이 무너져가는 과정이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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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보면 조와 엔젤라는 너무 다정하고 행복한 부부다. 하지만 이미 1년이 넘도록 성관계를 하지 않았다. 부부 사이에 성관계만 없고 다른 모든 것이 행복하다면 괜찮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을 그렇게 간단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 두 사람 사이에 벌어진 일은 단순히 육체적인 문제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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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는 피아노 연주가다. 자신의 실패가 점점 자신과 가족의 삶을 조여오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실패가 쌓일수록 그는 움츠러들고, 그 좌절감은 결국 부부관계에도 금이 가게 만든다. 엔젤라 역시 그런 남편을 지켜보는 일이 힘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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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는 영화 같은 장면이었다. 데이트 상대가 엔젤라를 집까지 바래다줬지만 엔젤라는 곧바로 조가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던 퍼브까지 뛰어간다. 조가 너무 보고 싶어서였다. 조는 그때를 떠올리며 그렇게 땀을 많이 흘리는 여자는 처음 봤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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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 돌아가면 두 사람은 열렬히 사랑했다. 매일 서로를 안고 뒹굴던 사이였다. 그런데 눈을 뜨고 보니 현실에는 갈등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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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두 사람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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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큰 줄기는 원작이나 우리나라 리메이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멀리서 동경하던 야한 모습을 실제로 마주하게 되면 오히려 낯설고 힘겨워질 때가 있다. 익숙함은 편안하지만 어느 순간 권태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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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만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도 도발과 자극이 꽤 세다. 그래서 보는 내내 묘하게 긴장하게 된다. 블랙코미디답게 웃기면서도 그 웃음 뒤에 씁쓸한 맛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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