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작 짜리로 비교적 짧은 시리즈인데 아주 재미있다. 한 번 보면 일단 끝까지 내 달려야 하는 이야기다. 제목처럼 딸이 사라졌고 딸을 찾는 내용인데 비밀이 여기저기서 마구마구 튀어나오고 어? 뭐야? 하는 상황이 전개되는데 5부작이라 답답함 없이 이어진다.

한 부부가 9살 딸을 학교에 보내는 첫날, 딸은 사귄 친구의 집에서 잔다고 하고, 딸의 친구의 집에 가니 너무 잘 사는 집이다. 딸과 친구는 그 집에서 뛰어놀고, 엄마는 딸의 친구 엄마에게 딸이 잠들 때 꼭 쥐고 자야 하는 인형을 건네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승무원인 엄마는 다음 날 딸이 사라졌다는 걸 알고 남편과 알아보니 그 집은 그저 호텔 같은 펜션이고 가족도 거짓이고, 학교에도 가명으로 등록했고, 그 여자가 딸을 납치했다.

그런데 이상한 건 돈을 요구했다면 부자의 자식을 납치했을 텐데 주인공 부부는 중산층에 대출을 끼고 살고 있다. 도대체 왜? 부부는 미치는 것이다.

그러면서 비밀이 조금씩 드러나는 이야기다. 치정, 불륜, 공동체, 친모 같은 비밀들이 회를 거듭할수록 빠르게 나온다.

기자로 나오는 배우는 어떻게 이런 배우를 섭외했을까 싶을 정도다. 인도풍 흑인으로 발음도 독특하고, 몸매도 꽝에 바지도 가슴밑까지 끌어올려 입는다. 그래서 항상 발목이 드러나는데 여자다. 신참이고 기자라는 직업에 적극적이다. 그래서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한다. 아무튼 이 인도풍 흑인 젊은 여기자의 활약도 보는 맛이다.

그리고 한때 배두나의 연인이었던 짐 스타게스도 나온다. 약간 지질한 변호사 남편으로 나온다. 승무원 아내가 비행하는 동안 외간여자와 영상통화로 그 짓을 하고 나중에 형사들 앞에서 낱낱이 들키고 만다.

추리극의 대가 할렌 코번 풍 같지만 원작 소설가는 노르웨이 작가라고 한다. 시리즈를 보면 이야기를 쓰려면 이렇게 적어야 해, 하는 생각이 든다. 소설로 읽으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

도대체 딸을 납치해 간 여자는 무엇 때문에 딸을 납치했을까. 딸의 엄마는 정말 딸의 엄마가 맞을까. 하나하나씩 드러나는 재미난 비밀을 가지고 있는, 그러나 결말에 가서는 신파로 좀 그랬던 ‘내 딸이 사라졌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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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하루키의 에세이 중 [하늘 위의 블러디 메리]라는 이야기 중 한 문구다. 하루키는 국제선을 타면 식사 전에 주로 블러디 메리를 주문했다.

블러디 메리는, 톨 글라스에 얼음을 넣고, 보드카와 토마토 주스를 섞어서 거기에 한 방울 리 앤드 혜린 소스를 떨어트린 후에 레몬을 가볍게 짜 넣는다.

블러디 메리에 대해 있는 지식을 다 동원하면 끝이 없겠지만, 요컨대 그런 과정을 거친다고 하루키는 말한다. 하루키가 블러디 메리를 좋아하는가 한다면 그렇지도 않다.

비행기 이외의 장소에서는 주문해서 마신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 어째서 비행기를 탈 때에만 블러디 메리를 마시는지 하루키는 하루키식 위트로 말하고 있으니 읽어보기 바람.

까다로운 것을 생략하면, 단순히 보드카에 토마토 주스를 섞은 것이니까 다 맛있을 것 같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다.

각 항공사에서 나오는 블러디 메리의 맛을 비교해 보면 거기에는 놀랄 만한 차이가 있다. 학창 시절에 체리콕이 유행을 했는데 여러 카페를 다니며 체리콕을 마셨다. 카페에서 만드는 체리콕은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는데 맛은 카페마다 달랐다.

이상하지만 체리콕의 맛은 카페의 분위에 좌지우지되는 것만 같았다. 온통 환하고 환한 카페에서 맛보는 체리콕은 그렇지 않은 카페의 체리콕보다 맛이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체리콕은 제임슨을 섞어도 맛이 좋다. 학창 시절에, 카페에 가서 체리콕을 맛보면 일상에서 벗어나는 기분이 들었다. 하루키는 마지막으로, 나를 위해서라도 가능한 한 맛있는 블러디 메리를 주세요. 그것만으로도 아주 행복한 기분이 드니까요. 라면서 끝낸다.

체리콕을 주문하고 앉아 있는데 카페에서 사브리나 카펜터의 사랑스러운 노래를 틀어준다면 그 카페를 사랑하게 될 것 같다. 물론 노래 중간에 욕이 한 번 나오지만 사랑스럽잖아.


https://youtu.be/jDw6Dm5DQ-M?si=vnrCstpN8x3Xlx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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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다. 내 기준에 아주 재미있는 공포영화다. 영화는 아니니까 공포 드라마다. 구로사와 기요시의 차임 같은 분위기의 공포, 아주 음습하고 그늘지고 알 수 없는 일이 쥐도 새도 모르게 일어나서 사람이 죽어 나가는 이야기.

귀신이나 유령 같은 얼굴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점프 스케어처럼 놀라는 장면이 있는 것도 아닌데 무섭다. 이런 공포가 좋다. 이런 공포는 주로 사람에게서 나온다. 그걸 잘 표현했다.

1, 2화까지 봤는데 일본의 유명한 배우들이 잔뜩 나오고 다 죽어 나간다. 드라마를 간략하게 설명하는 내용에는 [현대를 사는 죄 없는 6명의 인물에게 한 남자와 함께 무자비한 재앙이 닥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라고 나와 있다.

1화에서 한 여성이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다. 지저분하게 생긴 한 인부가 음식에 관해서 묻고 여성은 대답하는데 뭔가 약간 이상한 느낌을 받지만, 평소대로 일을 한다. 그 여성은 다음 날 시체가 되어 물에 떠내려간다.

건축사가 꿈인 한 여고생은 부모가 이혼하고 엄마가 밤에 술집에 나가서 일을 하는 덕분에 담임과 진로상담 하는 자리에 나가지 못한다. 다음 달에 학원에서 진학반으로 수강 신청을 해야 하는데 아버지가 돈을 대주지 못한다고 하고 엄마는 일 때문에 짜증만 낸다. 학원에서 학원 선생님만이 여고생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수학 문제를 풀어준다.

좋아하는 남자 친구는 다른 여자애와 같이 다니고 오직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는 학원 수학 선생님. 여고생은 점점 어둠 속을 걷는 기분이다. 그러던 어느 날 여고생이 아파트에서 추락해서 머리가 터져 죽는다. 형사들은 전부 자살로 처리하려는 열렬 여형사만 이상하다 생각한다.

트럭 기사는 음주 운전으로 사람을 죽였다. 그리고 아내와 별거 중이다. 이혼하고 싶지 않지만, 아내는 이혼을 바란다. 트럭회사에서 음주의 유혹을 이겨가며 지내는데 한 동료가 와서 아는 척을 한다. 그 동료가 우리 회사에 있었나? 트럭 기사는 매일 그저 그렇게 하루를 보낸다.

감옥에 있을 때 회사에서 받아줘서 일을 하고 있지만 그는 아내가 일하는 회사 앞에 가서 만나주지 않는 아내를 보기도 한다. 집요하게 물어오는 동료에게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면서 휴대전화 속 아내의 사진을 보여준다.

어느 날 강변에서 축축하게 죽어 있는 아내가 발견되었다. 트럭 기사는 넋이 나가 끊었던 술을 편의점에서 왕창 사 와서 벤치에 앉아서 마신다. 그리고 트럭에 치여 죽는다. 이런 일들이 계속 일어난다.

마츠다 류헤이, 나카지마 세나 등 주연급 배우들이 나와서 다 죽어 나간다. 그들 주위에는 직업과 외모를 달리 한 한 남자가 있다. 그 유령 같은 남자를 카가와 테루유키가 연기한다. 연기를 너무 잘하는 배우인데 일본에서 성추행으로 또 시끌시끌하다. 일상의 축축한 응달 속에서 일어나는 기괴하고 기묘한 죽음의 이야기 ‘재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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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하루키의 에세이에 나오는 문장으로 나쓰메 소세키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부분이다. 소세키가 학교 선생님을 한 적이 있는데 영어 선생님이었다고 한다. 


그 시대로는 드물게 영국 유학까지 다녀온 터라 발음이 너무나 유창해서 학생들이 모두 감탄했다고 한다. 열심이었고 유능한 선생님으로 기성 교육법에 얽매이지 않은 독자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어, 가르치는 법은 엄했지만 많은 학생들이 흠모했다고 한다. 


그러나 자신은 ‘나는 선생이 맞지 않아’하고, 도쿄 대학의 교수 자리를 걷어차고 작가가 되었다. 하지만 말년에는 몸이 망가져 병상에서 보냈다. 위가 몹시 안 좋았다고 한다. 


어느 날, 소설가이자 동화작가인 제자 스즈키 미에키치가 병문안을 갔을 때, 소세키는 거실 툇마루에 웅크리고 앉아 더러운 기모노를 입은 이웃의, 열두셋 먹은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었다. 


여전히 위가 아픈 듯 힘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가르치는 법은 정중하고 친절했다. 아이가 돌아간 후에 미에키치는 ‘저 아이는 어디 사는 아입니까.’ 하고 묻자, 소세키는 ‘어디에 사는 아인지 영어를 가르쳐 달라고 왔더군. 나는 바쁜 사람이니 오늘 한 번만이라면 가르쳐 주겠다, 대체 누가 내게 배우러 가라고 했지 하고 묻자, 당신은 훌륭한 사람이니 영어도 알 거라 생각하고 찾아왔다고 대답하더군.’ 하고 말했다. 


위통을 참으며 이웃의 지저분한 옷을 입은 아이에게 ‘조금 만이야, 할아버지는 바쁘거든.’ 하고 말하면서 툇마루에서 초급 영어를 가르치는 소세키의 모습, 아주 아름다웠을 것이다. 절로 미소가 돈다. 


이 이야기는 [영어 선생 나쓰메 소세키]라는 책에 소개된 이야기라고 하며 하루키의 에세이에 나온다. 하루키의 이런 에세이를 읽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기분이 좋아지면 도파민이 올라온다. 도파민이라도 듣자.


https://youtu.be/qlrpeYdm9Ec?si=eZs0_eCrv8BEsb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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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평범하게 사는 것이 목표라던 친구는 평범 과는 조금 멀어진 생활을 하고 있다. 평범하지 않다고 해서 특별하다는 말이 아니다.


평범이라는 말은 보통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보통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보통이란 특별하지 아니하고 흔히 볼 수 있음. 또는 뛰어나지도 열등하지도 아니한 중간 정도.라고 나와 있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상태, 화나지도 침울하지도 않은 상태를 보통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과연 보통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걸까.


보통의 삶, 평범한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사람들은, 아니 대부분은 피나는 노력을 한다. 보통을 뛰어넘고, 평범함을 버려야만 보통적이며 평범한 삶이 유지가 된다.


문제는 이 일상 속에 정상과 비정상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정상과 비정상을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이 과정에서 우리의 평범과 보통의 삶이 파괴된다.


누군가 자신 있게 손을 들고 이야기하면 그 말은 과연 믿을 수 있는 말일까?


정상인이라고 선택을 한 지도자가 비정상적인 선택을 한 경우를 우리는 알고 있다. 그 결과를 두고 또 사람들은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뉜다.


정상 속에서 정상과 비정상, 비정상 속에서 비정상과 정상으로 나뉜다. 여기서 심각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사회는 평범하게 사는 삶은 개개인 문제로 돌려버린다. 개개인의 평범함이 무너지고, 보통의 삶을 살지 못한다면 이 사회 역시 무너지게 된다.


그러나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줄 사람이 지도자가 될 것이라 믿는다. 그 사람이 주말에 내가 사는 도시에서 연설하는 걸 들었다.


"부드러운 봄의 물결은 언제나 남쪽에서 시작됩니다. 진짜 대한민국을 열어젖힐 뜨거운 열정도 바로, 이곳, 영남에서 시작하지 않겠습니까. 새로운 세상을 향한 진군 소리가 마치 만개한 봄꽃들처럼 온 세상을 뒤덮을 것으로 믿습니다. 바로 여러분이 그 승리의 주인공 역사의 주역이 될 것입니다."


평범하지 않은 평범한 삶으로 돌아갈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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