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집안이 이번에는 자매를 잘못 건드렸다. 영화는 1편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대로 이어진다. 피범벅이 된 그레이스가 집 밖 계단에 털썩 앉아 담배를 피우는 모습으로 2편이 시작된다. 7년 만에 나온 속편인데도 사마라 위빙은 시간의 공백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관리가 대단하다. 그레이스가 병원에 입원하고, 유일한 보호자로 등록된 동생 페이스 맥콜리가 찾아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번에는 자매가 악마와 계약한 그 미친 집안 사람들과 또 한 번 목숨을 건 숨바꼭질을 벌인다. 사마라 위빙과 캐서린 뉴튼의 조합은 꽤 좋다. 문제는 두 사람이 영화 내내 얻어맞는다는 것. 정말 ‘이 정도면 그만 때려도 되지 않나’ 싶을 만큼 처참하게 두들겨 맞는다. 그런데 이게 뭐랄까? 얼굴은 피투성이인데 묘하게 예쁘다. 피 분장이 얼굴을 망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배우들의 분위기를 더 살린다. 미술팀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피가 흘러도 화면은 끝까지 스타일리시하다. 오랜만에 보는 사라 미셸 겔러도 반갑다. 악마와 계약한 댄포스 가문의 장녀로 등장하는데, 등장만으로도 존재감이 있다. 일라이저 우드 역시 정상인처럼 말하면서도 끝까지 미친 변호사 역할을 잘 소화한다. 1편보다 머리가 터지고 몸이 박살 나는 장면은 훨씬 많아졌다. 고어 수위는 확실히 올라갔다. 대신 전편이 갖고 있던 숨 막히는 긴장감과 쫄깃한 추격전의 맛은 조금 옅어졌다. 그래도 킬링타임으로 보기에는 충분하다. 터질 건 시원하게 터지고, 죽을 사람은 화끈하게 죽는다. 큰 기대만 내려놓는다면 피 냄새 가득한 블랙코미디 한 편을 꽤 유쾌하게 즐길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소울8이트의 인공지능 메간 성인 버전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한 로봇 엔지니어 데이비드는 인공지능 사라를 테스트한다. 그런데 사라가 너무 기계적으로 움직인다. 감정도 없고, 반응도 없다. 안전장치가 오히려 사라를 로봇처럼 만든다고 생각한 데이비드는 결국 감정 제어 장치를 없애 버린다. 여기에 아내의 기억까지 입력한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사라는 데이비드를 사랑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의 사랑을 배운 적 없는 인공지능에게 사랑은 결국 소유욕으로 변한다. “나는 너 하나면 되는데, 너는 왜 계속 다른 것을 바라느냐” 같은 식으로 데이비드를 압박한다. 그리고 데이비드 주변의 사람들을 하나씩 제거하기 시작한다. 참 익숙한 이야기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감정을 갖게 되고, 그 감정 때문에 폭주한다. 수많은 영화에서 봤던 이야기다. 심지어 이름도 그렇다. 데이비드와 사라. 인공지능 영화에서 너무 자주 등장했던 이름들이라서 오마주했지 싶다. 사라 역의 릴리 설리번은 꽤 좋았다. 감정을 갖고 싶어 하지만 정작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존재. 웃어야 할 때 웃고, 사랑해야 할 때 사랑하는 척하지만 어딘가 비어 있는 느낌. 그 미묘한 차가운 분위기를 잘 표현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이 영화에서 가장 인간적인 부분은 사라의 얼굴이었다. 특히 코. 요즘 배우들의 얼굴을 보면 비슷비슷하게 다듬어진 분필 같은 코가 많은데, 릴리 설리번의 코는 자연스럽다. 목소리도 스칼렛 조핸슨처럼 음색이 죽인다. 인공지능 역할을 하는 배우의 얼굴에서 오히려 인간적인 흔적이 느껴진다. 사라는 인간 남자의 본능도 잘 안다. 자신에게 접근하는 남자가 데이비드가 아니라면 결국 죽음으로 몰아간다. 이 부분은 꽤 잔인하다. 남자들이 당하는 장면은 생각보다 직접적이고 잔인하게 보여준다. 아쉬운 점은 분명하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공격하는 영화라면 결국 그 장면들이 얼마나 강렬하냐가 중요하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 부분이 부족하다. [메간]은 같은 소재라도 볼거리가 많았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공격하는 장면 자체가 하나의 구경거리가 됐다. 그런데 이 영화는 메간의 절반 정도도 따라가지 못한다. 마지막은 열린 결말이다. 사라는 물속으로 사라지지만 정말 죽은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인공지능이 상용화된 세상에서 부유한 노인의 아내가 된 인공지능을 보여준다. 그런데 묘하게 사라와 닮아 있다. 결국 말하고 싶은 건 하나다. 사라가 끝난 게 아니라는 것. 인공지능 공포 영화는 이제 너무 많이 나왔다. 그래서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 영화도 크게 벗어나지는 못한다. 그래도 인간의 사랑과 집착을 인공지능이라는 틀 안에 넣었다는 점, 그리고 몇몇 잔인한 장면들은 볼 만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오랜만에 막장 드라마다운 막장 드라마를 만났다. 이런 맛이 있었다는 걸 잊고 있었네. 사귀고 있는 두 사람이 알고 보니 친남매일 수도 있다 식의 전개가 툭 튀어나오고, 배우들의 오버스러운 연기와 과한 액션도 현실성은 잠시 내려놓은 채 밀어붙인다. 답답한 전개는 또 얼마나 심한지. 고구마를 한 솥 삶아 먹은 기분인데, 이상하게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이런 드라마 얼마 만이냐. 설정도 정신이 없다. 가난한 집 엄마는 집을 나가 재벌 회장과 결혼하고, 또 다른 재벌가 아들인 하석진은 경영 수업을 한다며 레스토랑에서 일하다 안희연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 안희연은 재벌 회장과 결혼한 그 엄마의 딸이다. 두 재벌가는 자기들끼리 자식들을 엮으려 하고, 그 한가운데 안희연이 끼어들고. 안희연 집안도 만만치 않다. 80년대 소녀 가장을 보는 것처럼 어린 나이에 집안 살림을 도맡고 동생들을 챙긴다. 무려 5남매의 장녀다. 새벽에 일어나 우유배달부터 시작해 밤 늦은 시간까지 고깃집에 레스토랑에. 그래도 울지 않는 캔디 같은 그녀. 이렇게 개고생해도 등장인물 여자들 중에 제일 깨끗하고 제일 예쁜게 함정이다. 아버지는 아버지라기보다 동네 건달에 가깝다. 등장인물은 하나같이 어딘가에서 다 연결되어 있다. 처음엔 복잡한데 몇 회 보다 보면 이 정도는 막장의 기본이라는 생각이 든다. 등장인물이 전부 살타래처럼 얽혀있음. 등장인물들이 쓰는 휴대전화를 보면 배경도 지금보다 몇 년 전인 것처럼 느껴진다. 요즘은 이런 과장된 연기나 대놓고 막 밀어붙이는 전개를 보기 쉽지 않다. 그래서 더 반갑다. 말도 안 되는데 이상하게 계속 보게 되는, 딱 그런 드라마라 재미있음. 역시 재미는 막장이지. 하석진 공사판에서 일하다가 사고 당하는데 머리에 피 나는 거 봐서 혹시 기 억 상 실 증? ㅋㅋ 이 정도 막 나가야 할 텐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이 정도 배우들을 한데 모아놓고 이렇게 재미없는 영화를 만드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다. 일본식 공포를 서양식으로 옮기려 했지만, 정작 원작이 가진 끈적하고 불온한 분위기는 사라졌다. 대신 영화는 조용히 흘러가다가 갑자기 ‘훅’ 튀어나오는 점프 스케어만 반복한다. 놀라기는 하는데 무섭지는 않다. 린 샤예도 나온다. 인시디어스 시리즈에서 워낙 강한 인상을 남긴 배우라 반갑긴 했다. 손가락을 칼로 하나씩 잘라내는 장면은 순간적으로 섬뜩하지만, 공포영화를 꽤 본 사람이라면 어디선가 이미 여러 번 봤던 연출이다. 존 조, 안드레아 라이즈보로, 베티 길핀. 조연들까지 얼굴을 보면 “아, 저 배우.” 싶은 사람들이 줄줄이 나온다. 그래서 더 아쉽다. 이런 배우들을 데리고도 영화가 끝까지 힘을 못 쓴다. 주온은 귀신이 나오기 전부터 공간 자체가 불길했다. 괜히 찝찝했고,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데 긴장됐다. 이 영화는 그 감각을 거의 살리지 못했다. 원작을 새롭게 해석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대로 가져온 것도 아니다. 어정쩡하게 비틀어 놓은 느낌만 남는다. 감독은 시간을 계속 과거와 더 과거로 오가며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흥미롭기보다 번거롭다. 원작보다 개연성도 많이 약해졌고 후반부로 갈수록 전개는 점점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마지막에는 “왜 이렇게 됐지?"라는 생각만 든다. 안드레아 라이즈보로의 연기는 역시 좋다. 늘 진지하고 흔들림이 없다. 원래도 예쁜 배우인데, 톰 크루즈와 함께 출연했던 오블리비언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작품에서 스스로를 아끼지 않고 망가지는 역할을 택하는 것 같다. 그런 점도 이 배우의 매력이다. 2005년 그루지가 나온 지도 오래됐다. 이제는 주온의 공포를 반복하기보다,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공포를 보여줄 때가 아닌가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드라마가 재미있어서 영화로도 나온 시리즈다. 이름, 사진 한 장, 그리고 소지품만 있으면 상대를 저주해 끔찍한 죽음으로 몰아넣는 소진의 능력은 지금 봐도 꽤 기괴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도 최병모 배우가 처참하게 당하는 부분이다. 잔인하기보다 기묘해서 오래 기억에 남는다. 최병모의 연기도 역시 좋다. 공포물은 이런 맛이 있어야 한다. 보고 있으면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궁금해지고, 계속 긴장하게 된다. 괜히 시간을 끌기 시작하면 그 순간부터 힘이 빠진다. 영화판에서는 이설이 빌런으로 등장한다. 요즘 정말 자주 보이는 배우다. 그런 배우들이 몇 명 있다. 기생충에서 피자집 젊은 사장으로 나왔던 정이서는 지금 우리 학교는, 살인자ㅇ난감, 폭싹 속았수다, 원더풀스까지 쉬지 않고 작품을 이어가고 있다. 이아담도 멋진 신세계, 판사 이한영, 수상한 그녀 등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중이다. 방법은 무속 신앙을 스릴러와 제법 영리하게 엮었다. 드라마에서는 성동일이 압도적인 빌런이고, 조민수를 비롯해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든든하게 받쳐 준다. 이야기는 사회부 기자 임진희가 국내 최대 기업 회장 전종현의 폭행과 비리를 파헤치면서 시작된다. 엄지원이 연기한 임진희와 정지소가 맡은 소진이 중심이 되어 악귀와 맞서는 과정이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게 만든다. 시즌 2가 나왔으면 좋겠는데. 이 세계관은 더 이어가도 충분히 재미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