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어에서 서현진이 울고불고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BTS 오긋다. 의리로 보고 있지만 트렁크 꼴은 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트렁크에서 서현진은 살을 너무 많이 빼서인지 말을 먹는 것 같았다. 말이 입 밖으로 제대로 튀어나오지 않고 목구멍 안에서 맴돌다 삼켜지는 느낌이랄까. 코요테 신지에게서 이런 느낌을 강하게 받곤 했는데, 트렁크 때 서현진도 그랬다. 라이어에서는 유독 부들부들 떠는 연기를 할 때 어딘가 불쾌한 골짜기에 들어선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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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에서 누가 범인인지는 알고 있다. 그런데 한국판은 어떻게 풀어갈까? 원작대로 갈 것인지, 아니면 한국판만의 반전을 준비해 놓았을지 궁금하다. 12월까지 12부작으로 편성되어 있으니 아직 갈 길은 멀다. 벌써부터 형부가 수상하고 지선의 친구 중현도 영 미심쩍다. 준호의 아들 이야기도 슬슬 나오기 시작한다. 의심할 사람은 하나둘 늘어나는데,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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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석과 서현진은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니 일단 두 사람을 믿고 볼 생각이다. 줄거리상 1, 2화는 감정의 진폭이 클 수밖에 없다. 설렘과 흥분으로 시작해 충격과 무너짐으로 떨어지는 과정. 하나의 사건을 겪고도 전혀 다른 기억을 가진 남녀가 서로를 의심하며 숨 막히는 심리전을 벌인다.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누가 진실을 말하는지 따라가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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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은 재미있다. 시즌 2까지 제작될 만큼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작품이다. 데이트 강간과 잠자리에서의 동의 문제를 다루는 방식도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 쌓아 올린 사회적 평판과 왜곡된 기억까지 얽히니 쉽게 눈을 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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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도 이야기의 큰 줄기는 원작을 따라가겠지만, 한국적인 정서에 맞춰 조금씩 달라지지 않을까. 원작을 본 사람으로서는 그 차이를 지켜보는 재미도 있다. 다만 서현진이 소리를 지르며 부들부들 떠는 장면만큼은 아직 적응이 안 된다. 부디 트렁크 때의 그 답답한 느낌만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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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어느 날 그렇게 느닷없이 찾아온다. 양아치 세 명과 싸우다 만신창이가 된 주경일은 병원에 입원한다. 주사를 죽어도 맞기 싫다며 간호사에게 대들던 그가 천사 같은 숙희를 보는 순간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천사 앞에서 별다른 저항도 없이 얌전히 엉덩이를 내미는 주경일이라니. 사랑에 빠진 남자의 모습이란 원래 이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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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사랑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어느 날 택시기사와 시비가 붙은 노인을 편들어 주었는데 옛 은사님이었다. 은사님 집에서 술 한잔을 하려는데 딸이 들어온다. 바로 숙희였다. 숙희는 주경일에게 무척 친절하고, 사랑이 싹튼 주인경은 숙희를 병원까지 태워다 주기도 하고 소풍도 함께 간다. 주경일 입장에서는 꿈같은 시간이지만 숙희가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은 같은 병원의 닥터 박이다. 주경일은 숙희를 다시 만나려고 꾀병까지 부려 병원에 입원한다. 금식하라는 말을 무시하고 소주에 족발까지 먹다가 숙희에게 들키는 장면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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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동네에서 포장마차를 하는 박원숙은 주경일을 좋아한다. 하지만 정작 주경일의 눈은 숙희에게만 가 있으니 속이 편할 리 없다. 질투에 술까지 마신 박원숙은 이주일과 함께 여관에 가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바라보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사랑이라는 게 참 얄궂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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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이주일이 주인공인 만큼 코미디가 중심이지만, 의외로 드라마적인 요소가 짙다. 부모 없이 자란 주경일에게 가족이라고는 하나뿐인 여동생뿐이다. 둘이 의지하며 살아왔지만 여동생은 오빠가 못마땅해하는 공사판 노동자 민호와 자꾸 어울린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민호는 기업 회장의 아들이다. 그렇게 싫어하던 민호에게 오히려 결혼을 권하게 된 주경일. 하지만 이번에는 여동생이 결혼을 거부한다. 없는 살림에서 민호와 함께 시작해 꿈을 이루는 게 소원이었는데, 자신만 좋은 집으로 시집가면 오빠 혼자 남아 고생할 게 뻔하다는 것이다.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엇갈리는 모습이 당시로는 짠하다. 그렇게 미워하던 민호에게 연애 상담까지 받는 주경일의 모습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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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는 당시 서울의 풍경과 사람들의 생활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누구나 부지런히 뛰어다니던 시절이다. 휴대전화도 없으니 무슨 일이 생기면 직접 찾아가야 했고, 만나기로 한 사람을 하염없이 기다리기도 했다. 연락 한 통이면 해결될 일도 발품을 팔아야 했던 시대. 그런 풍경이 지금 보면 오히려 낯설고 정겹다. 80년대 서울의 아파트 단지와 거리 모습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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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주일의 연기를 보는 맛이 있다. 특유의 능청스러운 코미디에 드라마적인 감정까지 얹으니 영화가 제법 풍성해진다. 여기에 천사 같은 원미경까지. 허리가 한 뼘이나 될까 싶을 만큼 가냘픈 원미경의 마음을 얻으려고 이리저리 애쓰는 이주일을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난다. 사랑 앞에서는 서툴러지는 남자다. 그래서 마지막은 어떻게 될까?


https://youtu.be/77nWFJzSE6g?si=GYTI4RlL95kUkN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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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에게 [디스클레이머]처럼 개쩌는 시리즈를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이 작품을 추천했다. 그래서 보게 됐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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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 키드먼과 휴 그랜트가 부부로 나온다. 아내는 정신과 의사, 남편은 암 전문의. 사회적으로도 성공했고 아들까지 둔, 남들이 보기에는 흠잡을 데 없는 가족이다. 그런데 남편이 학회에 간다며 집을 나간 뒤 연락이 끊긴다. 설상가상으로 얼마 전 알게 된, 무척 아름다운 학생의 엄마가 엘레나가 머리가 깨진 채 처참하게 살해됐다는 소식까지 듣는다. 형사들은 남편을 의심하며 아내를 찾아오고, 그동안 아내가 전혀 몰랐던 남편의 과거가 하나씩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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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이미 석 달 전에 병원에서 해고된 상태였다. 환자의 엄마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게 이유였다. 이번에 살해된 학생의 엄마 엘레나 역시 남편과 관계가 있었다. 형사들과 언론은 점점 아내를 압박하고, 한동안 사라졌던 남편은 뒤늦게 나타나 불륜은 인정하면서도 살인은 자신이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야기는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쫓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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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로 시작하지만 중반부터는 법정 드라마에 가까워진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미국의 법정 역시 옳고 그름이나 정의를 가리는 곳이라기보다 합법과 불법을 따지는 곳이다. 변호사가 증인의 입에서 어떤 말을 끌어내느냐에 따라 상황이 뒤집히기도 한다. 배심원 제도가 있으니 사소한 말꼬리 하나도 놓치지 않고 물고 늘어진다. 분명 범인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이 법정에서는 무죄를 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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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휴 그랜트의 연기가 대단하다. 아니, 너무 잘해서 오히려 거슬릴 정도다. 극 중 그의 엄마가 며느리에게 아들과 절연한 이유를 털어놓는 장면이 있다. 잘나가는 의사인 아들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네 살짜리 여동생을 차가 다니는 도로로 나가게 해 죽게 만들었는데, 정작 본인은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엄마는 뒤늦게 아들이 소시오패스라는 사실을 깨달았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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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그랜트가 연기하는 방식이 참 절묘하다. 겉으로는 평범한 사람인데 어느 순간 그 평범함에 금이 간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악마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대화를 나누다가, 법정에서 증언을 듣다가, 잠깐씩 드러나는 표정에서 섬뜩한 기운이 새어 나온다. 2025년 영화 [헤레틱]에서 사이코패스를 연기한 것도 떠오른다. 어쩌면 이 시리즈에서 보여준 연기를 보고 감독이 휴 그랜트를 선택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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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서 간간이 비치는 그의 얼굴이 무섭다. 그러다 마지막에는 아들을 빌미로 자신의 악마성을 제대로 드러낸다. 그때는 정말 섬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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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부작이라 짧은 편인데, 보고 나니 굳이 시리즈로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두 시간짜리 영화로 압축해도 충분했을 것 같다. 특히 중간중간 니콜 키드먼의 이야기가 늘어진다. 남편은 환자의 엄마와 불륜을 저질러 병원에서 해고됐고, 또 다른 불륜 상대를 망치로 때려 죽였다는 의심까지 받는다. 어린 시절 여동생의 죽음에도 관련이 있다. 그런데도 아들 때문에 남편의 무죄를 위해 손을 잡고 변호사와 작전을 짜는 과정이 생각보다 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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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중간 붕가붕가 장면도 꽤 나온다. 첫 회에 살해되는 엘레나는 상당히 섹시한 인물로 나오는데, 옷을 벗는 장면도 거리낌 없이 보여준다. 그냥 다 보여주는 수준이라 누군가와 함께 볼 생각이라면 조금 조심하는 게 좋겠다. 망치에 머리를 맞아 처참하게 죽는 장면도 있으니 이것 역시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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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로 나온 배우는 이탈리아 출생으로 당시 25세였다. 뮤지션으로 16세에 롬뱌 데 보다스의 보컬로 시작해서 굵직한 시리즈에 엘레나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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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판타지지만 몹시 현실적이다.


15살의 리쿠와 마나미는 어느 날 몸이 바뀐다. 처음에는 금방 원래대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15년이 흘러 두 사람은 어느덧 30살이 된다.


몸이 바뀌는 설정의 영화는 대개 그로 인해 벌어지는 소동을 코미디로 풀어간다. 내가 처음 본 바디 체인지 영화는 김소연과 정준이 출연한 우리 영화 [체인지]였다. 일본 영화 [전학생]을 각색한 작품이다. 할리우드에는 안나 페리스와 레이첼 맥아담스, 롭 슈나이더가 출연한 [핫칙]이 있다. 남녀의 몸이 뒤바뀌면서 벌어지는 온갖 소동이 꽤 재미있었던 영화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몸이 바뀐다는 황당한 설정을 가져왔으면서도 정작 영화는 판타지의 즐거움에 기대지 않는다. 친구의 부모를 자신의 부모처럼 대해야 하고, 낯선 몸으로 살아가면서 그 몸을 관리해야 한다. 서로의 기억을 온전히 갖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두 사람은 자주 만나 기억을 나눠야 한다. 남자가 여자의 몸으로 살아가고, 여자가 남자의 몸으로 살아가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감당해야 하는 문제다.


돌아갈 날만 기다리던 두 사람에게 15년은 너무 긴 시간이었다. 첫사랑을 겪고, 진학하고, 취업하고, 연애를 하고, 결혼까지 했다. 어느새 바뀐 몸으로 살아가는 생활에 익숙해졌고, 그 삶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려는 마음도 생겼다. 그런데 마나미가 원래의 몸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아낸다. 반가워해야 할 소식인데 마냥 그렇지도 않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한순간에 잃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리쿠의 몸으로 살아온 마나미에게는 이미 직장도 있고 배우자도 있으며 딸까지 있다. 이제 와서 원래의 몸으로 돌아간다는 건 단순히 외모가 바뀌는 문제가 아니다. 자신이 살아온 시간과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일이다. 상실의 위협인 것이다.


영화는 두 사람의 시간을 교차해 보여준다. 어느 날 마나미의 몸으로 살아가는 리쿠에게 연락이 온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이다. 장례식장을 찾은 리쿠는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 마음껏 울지도 못한다. 다른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으니 펑펑 울었다가는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 테니까. 슬픔조차 자기 모습으로 표현할 수 없는 상황. 이런 장면에서 영화가 얼마나 집요하게 현실을 붙잡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타인의 삶을 대신 살아간다는 건 존중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매일 마주하는 사람들과 부딪히고, 자신이 내린 선택이 맞는지 고민하고, 때로는 그 삶에 짓눌리기도 한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된다. 만약 내가 죽으면 내 몸으로 살아가던 친구는 어떻게 되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고 나면 자기 마음대로 삶을 바꾸거나 포기할 수도 없다.


영화를 보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누군가의 엄마로 불리고, 회사에 가면 이름보다 직함으로 불린다. 어느 순간 자신의 이름과 모습은 뒤로 밀려나고 맡은 역할에 맞춰 살아간다. 원하지 않아도 타인의 기대 속에서 살아야 할 때가 있다.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몸을 빌려 살면서도 그 삶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자기 것이 아니라고 내팽개칠 수 있는 삶이 아니기 때문이다. 몸은 바뀌었지만 그 안에 쌓인 시간과 관계까지 가볍게 여길 수는 없다.


영화는 꽤 영리하다. 두 사람이 원래대로 돌아갈 방법을 찾았다는 사실을 단순한 해피엔딩의 신호로 사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동안 살아온 삶을 어떻게 할 것인지 다시 묻는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런 질문을 받는 기분이었다.


너라면 어떻게 할래?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 반드시 돌아가야 한다는 뜻은 아니니까.  https://youtu.be/lYA-SIEZrYI?si=01pragU4q2T4a6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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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홍콩 액션영화의 향수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당시의 홍콩 액션에 요즘 격투기 스타일을 섞어놓았는데,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액션이 쏟아지고 마지막까지 좀처럼 쉴 틈을 주지 않는다. 두 시간 중 대략 20분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시간을 액션에 쏟아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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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영화라고 소개되지만 배경은 싱가포르인지 캄보디아인지 정확히 모르겠다. 청각장애를 가진 아버지가 인신매매범들에게 납치된 딸을 구하는 이야기다. 소리는 들을 수 있지만 말을 하지 못한다. 사실 줄거리라고 할 것도 없다. 딸이 납치되고, 아버지가 찾아 나서고, 악당들과 싸우다가 결국 딸을 구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 과정이 반복되는 단순한 액션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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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꽤 당차게 나온다. 아버지에게 무술을 배워 연습까지 해서, 나중에는 아버지와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악당들에게 몽둥이를 휘두른다. 조금 어이없지만 90년대식 홍콩 액션영화라고 생각하면 그냥 웃으며 넘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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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사묘와 조 타슬림이다. 조 타슬림은 이 영화에서 빌런이 아니라 주연으로 나온다. 늘 악당 역할을 맡아 엄청난 괴력과 격투 실력을 보여주던 배우라 그런지, 이번에는 오히려 약하게 느껴진다. 악당들과 싸우면서 꽤 많이 얻어맞기도 한다. 주인공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그동안 봐왔던 모습과 비교하면 조금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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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은 90년대 이연걸의 현대물에서 볼 수 있었던 스타일에 요즘 격투기를 섞어놓은 느낌이다. 한국 액션영화에 익숙해진 상태에서 보면 타격이나 움직임이 다소 대련처럼 보이기도 한다. 액션 장면은 쉴 새 없이 이어지는데 이상하게 타격감이 부족하다. 얼굴을 그렇게 얻어맞고도 멀쩡하고, 엄청난 무게의 돌이 몸 위로 떨어져도 툴툴 털고 일어난다. 효과음은 요란한데 오히려 그 소리 때문에 현실감이 더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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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묘는 오래전 영화 소림오조에서 이연걸의 아들로 나와 아버지와 함께 악당들과 싸웠다. 이번 영화에서도 후반부에 딸과 함께 악당들을 물리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때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아버지와 아이가 한편이 되어 싸우는 모습. 오마주인지 모르겠지만 그 장면에서는 조금 뭉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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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신매매를 취재하던 기자의 남편 조 타슬림이 사묘를 돕는다. 실종된 아내를 찾고 있었는데, 아내 역시 인신매매 조직을 취재하다 사라진 상황이다. 영화에는 부패한 경찰도 등장한다. 납치된 아이들이 탈출하는데도 경찰은 그저 지켜보고만 있다. 마을 사람들은 그런 경찰을 향해 무능하다며 욕을 퍼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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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장면을 보고 있으면 요즘 캄보디아에서 벌어진 일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범죄 조직에 한국인들까지 연루되고, 납치와 감금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속출하면서 얼마 전에는 현지에 있던 한국인들을 소환하는 일까지 있었다. 부패한 경찰과 정치인, 범죄 조직이 얽힌 나라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겪는 고통은 영화보다 더 끔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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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역마살 로드가 캄보디아를 찾아갔을 때의 장면도 생각난다.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데 하루 벌이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아이들도 굶고 어른들도 굶는 마을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있었다. 왜 웃고 있느냐고 묻자, 지금 웃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으냐고 대답했다. 그 말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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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는 엄청난 갑부가 어린아이들을 납치해 인신매매를 하는데, 문득 저렇게 아이들을 사고파는 일이 실제로 어떻게 돈벌이가 되는지 궁금해졌다.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사람을 사고팔아 거대한 돈을 만들어내는 것일까. 영화는 그 부분을 깊이 파고들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저 악당을 때려눕히고 아이들을 구하는 데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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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판 테이큰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90년대 홍콩 액션영화를 좋아하고 사묘와 조 타슬림의 액션을 보고 싶다면 볼 만하다. 다만 잔인한 장면이 꽤 있어 청소년 관람불가다. 액션에 모든 것을 걸었지만 한국 액션영화의 타격감에 익숙하다면 조금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두 시간 내내 싸우는데도 어딘가 허전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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