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시리즈를 정말 재미있게 봤다. 7화까지인데 순식간에 봐버렸다. 이렇게 빠져들어 보게 만드는 건 연출의 힘인 것 같다. 거기에 케이트 블란쳇과 케빈 클레인 등 나오는 배우들의 연기가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연출은 알폰소 쿠아론이 맡았다.
소설이 원작이며 이 시리즈는 내레이션 때문에(덕분에) 초반에는 영화를 보는데 방해가 되는데 조금만 참으면 후반부로 갈수록 진짜 소설을 읽는 느낌이 든다. 간단한 줄거리는 성공해서 모든 걸 가진 저널리스트 캐서린(케이트 블란쳇) 앞으로 한 권의 책이 도착하는데 그 내용이 과거의 자신의 이야기였다.
그 사실을 숨기며 20년 가까이 지내왔는데 누군가 책으로 출간하면서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알게 된다. 무엇보다 남편이 그 사실을 알고 캐서린을 비난과 힐난조로 바라보며 집에서 나가기를 바란다.
20년 전, 네 살 된 아들과 남편과 이탈리아로 여행을 가기로 했지만 남편은 일 때문에 같이 올 수 없어서 아들 닉과 온다. 케서린은 젊고 아름답고 늘씬한 데다 무엇보다 외로웠다. 남편이 곁에 같이 있어주기를 바랐지만 남편은 일을 해야 했다.
그때 해변에서 자신의 몸을 훔쳐보며 아직 소년 같은 조나단이라는 멋진 남자가 카메라로 자신의 몸을 담는 것을 본다. 그 사건을 계기로 두 사람은 술도 한 잔 하면서 이야기를 하다가 캐서린이 조나단을 꼬셔서 밤을 보낸다. 그리고 조나단은 캐서린의 벗은 몸을 모델처럼 담는다.
다음 날 조나단은 캐서린에게 빠져버려 여행 중 집으로 돌아간 여자 친구도 잊은 채 캐서린의 다음 여행지에도 동참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캐서린은 여기에서 그만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조나단은 막무가내다.
그러는 와중에 아들 닉이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가 파도에 휩쓸리고 닉을 구하러 조나단이 바다에 뛰어든다. 닉은 구조되었지만 그 사건을 계기로 조나단이 죽는다. 캐서린은 바다에 빠지는 조나단을 보면서도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는다.
그리고 20년이 지났다. 죽은 조나단의 엄마가 캐서린을 만나러 와서 자신의 아들이 구해준 닉을 좀 보고 싶다고 하지만 캐서린은 거절한다. 그러면서 조나단의 엄마가 조나단이 남긴 일기와 사진으로 책을 쓴다.
조나단의 엄마는 이미 온몸에 암이 퍼져 죽고, 조나단의 아버지가 캐서린의 일가족에게 서서히 복수를 하는 내용이다. 캐서린은 개쌍년으로 모든 이들이 캐서린의 만행을 알아 버렸다.
6화까지 조나단의 아버지, 캐빈 클레인이 연기하는 스티븐이 캐서린의 가족에게 조금씩 다가가면서 하나씩 캐서린의 비밀을 흘려 놓는다. 무엇보다 남편이 질투에 휩싸여 자신을 배신한 캐서린을 용서하지 못하면서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아들 닉 역시 엄마의 비밀을 알고 마약에 빠진다.
점점 스티븐의 계획대로 캐서린의 가족이 망가진다. 하지만 스티븐의 계획은 가족이 망가지는 게 목적이 아니라 닉을 죽이는 거였다. 캐서린은 회사에서도 직원들에게 반감을 사며 개쌍년으로 몰리게 된다. 정호연이 캐서린의 비서 같은 역할로 나온다. 케이트 블란쳇이 연기를 정말 잘한다.
그리고 마지막 7화가 되었을 때 이 모든 것이 뒤집어진다. 7화가 되어서야 조나단의 엄마가 왜 그렇게 신경질 적인 면모를 보이는지가 이전 회차들과는 다르게 보인다. 특히 질투에 사로 잡힌 남편의 그 배신감이 든 감정이 오히려 당해서 다행이라는 모습으로 비칠 때 인간의 본성이란 정말 알 수 없다는 잘 보여준다.
6화까지 드러나는 모든 인물의 감정이 7화를 보면서 완전히 달라 보인다. 그러면서 6화까지 비슷한 흐름의 감정을 보여주는 캐서린이 개쌍년에서 완벽하게 그렇지 않게 된다. 같은 연기인데 같은 연기가 아니게 보인다. 연출 좋다. 알폰소 쿠아론 최고야. 영화 [로마]에서 알아봤지.
내레이션 때문에 초반에 몰입이 방해가 되다가 내레이션 덕분에 후반부로 갈수록 몰입이 된다. 젊은 시절의 캐서린 역은 175센티미터의 레일라 조지가 연기했다. 이번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에서 강력한 연기를 보여줬던 숀 팬의 서른몇 살 어린 아내였다. 요즘은 잘 지내는지 모르겠지만 한때 숀 팬과 레일라 조지의 엄마랑 동갑이라고 떠들썩했다.
포레스트 검프의 영원한 제니 로빈 라이트부터 마돈나, 샤를리즈 테론, 가수 주얼, 스칼렛 요한슨과 동거 또는 결혼을 했다. 뭐야? 숀팬? 페로몬이 리터로 뿜어져 나오나. 아무튼 디스클레이머 시리즈는 정말 재미있게 봤다. 레일라 조지 때문에 이 시리즈는 아주, 몹시, 상당한 19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