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인]은 신중현의 대표곡인 ‘미인’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풀어낸 작품이다. 신중현과 엽전들은 오로지 음악, 그것도 당시에는 낯설었던 록 음악에 빠져 산다. 집주인에게 시끄럽다고 타박을 듣는 건 예사고, 월세가 다섯 달이나 밀리자 집세를 받지 않을 테니 나가라는 소리까지 듣는다. 끼니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신중현과 꽁치(이남이), 동호는 연주할 곳을 찾아다니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는다. 키가 작고 못생겼다는 게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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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들에게 1층에 사는 미대생 미인은 특별한 존재다. 밥도 챙겨주고 술값도 내준다. 신중현의 눈에 미인은 그야말로 천사였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싫어하는 것 같은데 유독 미인만은 자신에게 호의를 베푼다. 그러니 사랑에 빠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런데 어느 날, 미인이 약혼자와 다정하게 우산을 쓰고 빗속을 걸어가는 모습을 목격한다. 그 장면이 훗날 ‘빗속의 여인’을 만드는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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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현과 엽전들은 마침내 한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는다. 100만 원이라는 거액의 계약금까지 손에 넣으며 스타의 길에 들어선다. 하지만 정작 그렇게 보고 싶었던 미인은 곁에 없다. 성공의 기쁨보다 미인을 향한 그리움이 더 크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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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곳곳에는 현실과 꿈을 오가는 초현실적인 장면들이 끼어든다. 신중현이 미인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꿈을 꾸기도 하고, 익숙한 명작 영화의 장면을 가져오기도 한다. 결혼식장에서 미인을 데리고 달아나는 장면은 [졸업]을, 보트 위 장면은 알랭 들롱이 출연한 [태양은 가득히]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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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현은 엽전들을 이끌고 다니며 젊은이들 사이로 자신들의 음악을 퍼뜨린다. 음악은 점점 인기를 얻지만 미인은 여전히 나타나지 않는다. 그렇게 애타게 찾던 미인이 어느 날 눈앞에 나타난다. 그러나 그가 기억하던 미인은 아니었다. 가짜 대학생에 콜걸의 모습이다. 불을 끌까요? 어둠 속에서 미인의 웃음소리가 들리면서 영화는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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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현과 이남이의 젊은 시절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운 영화다. 다만 연기까지 기대해서는 곤란하다. 액션도 있고 드라마도 있으며 초현실적인 장면까지 등장하지만, 정작 중심에 서 있는 신중현의 연기는 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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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아쉽다. ‘미인’의 탄생을 이야기하는 영화라면 신중현의 음악을 좀 더 풍성하게 들려줬어야 하지 않았을까. 음악이 주인공이어야 할 영화에서 음악이 충분히 들리지 않는다는 건 꽤 큰 아쉬움이다. 1시간 20분이라 영화가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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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음악 영화의 시초라고 할 만한 작품인데, 지금의 눈으로 보면 아쉬운 구석이 적지 않다. 그래도 당시의 의상이나 술집 풍경을 보는 재미가 있고, 1970년대에도 자신들이 좋아하는 음악 하나에 모든 걸 걸었던 젊은이들의 모습은 꽤 멋지다. 그 시절의 신중현과 엽전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다.


https://youtu.be/0FQcDUhwoJY?si=vPXAA0I78aw6ng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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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어에서 서현진이 울고불고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BTS 오긋다. 의리로 보고 있지만 트렁크 꼴은 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트렁크에서 서현진은 살을 너무 많이 빼서인지 말을 먹는 것 같았다. 말이 입 밖으로 제대로 튀어나오지 않고 목구멍 안에서 맴돌다 삼켜지는 느낌이랄까. 코요테 신지에게서 이런 느낌을 강하게 받곤 했는데, 트렁크 때 서현진도 그랬다. 라이어에서는 유독 부들부들 떠는 연기를 할 때 어딘가 불쾌한 골짜기에 들어선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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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에서 누가 범인인지는 알고 있다. 그런데 한국판은 어떻게 풀어갈까? 원작대로 갈 것인지, 아니면 한국판만의 반전을 준비해 놓았을지 궁금하다. 12월까지 12부작으로 편성되어 있으니 아직 갈 길은 멀다. 벌써부터 형부가 수상하고 지선의 친구 중현도 영 미심쩍다. 준호의 아들 이야기도 슬슬 나오기 시작한다. 의심할 사람은 하나둘 늘어나는데,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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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석과 서현진은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니 일단 두 사람을 믿고 볼 생각이다. 줄거리상 1, 2화는 감정의 진폭이 클 수밖에 없다. 설렘과 흥분으로 시작해 충격과 무너짐으로 떨어지는 과정. 하나의 사건을 겪고도 전혀 다른 기억을 가진 남녀가 서로를 의심하며 숨 막히는 심리전을 벌인다.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누가 진실을 말하는지 따라가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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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은 재미있다. 시즌 2까지 제작될 만큼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작품이다. 데이트 강간과 잠자리에서의 동의 문제를 다루는 방식도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 쌓아 올린 사회적 평판과 왜곡된 기억까지 얽히니 쉽게 눈을 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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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도 이야기의 큰 줄기는 원작을 따라가겠지만, 한국적인 정서에 맞춰 조금씩 달라지지 않을까. 원작을 본 사람으로서는 그 차이를 지켜보는 재미도 있다. 다만 서현진이 소리를 지르며 부들부들 떠는 장면만큼은 아직 적응이 안 된다. 부디 트렁크 때의 그 답답한 느낌만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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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어느 날 그렇게 느닷없이 찾아온다. 양아치 세 명과 싸우다 만신창이가 된 주경일은 병원에 입원한다. 주사를 죽어도 맞기 싫다며 간호사에게 대들던 그가 천사 같은 숙희를 보는 순간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천사 앞에서 별다른 저항도 없이 얌전히 엉덩이를 내미는 주경일이라니. 사랑에 빠진 남자의 모습이란 원래 이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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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사랑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어느 날 택시기사와 시비가 붙은 노인을 편들어 주었는데 옛 은사님이었다. 은사님 집에서 술 한잔을 하려는데 딸이 들어온다. 바로 숙희였다. 숙희는 주경일에게 무척 친절하고, 사랑이 싹튼 주인경은 숙희를 병원까지 태워다 주기도 하고 소풍도 함께 간다. 주경일 입장에서는 꿈같은 시간이지만 숙희가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은 같은 병원의 닥터 박이다. 주경일은 숙희를 다시 만나려고 꾀병까지 부려 병원에 입원한다. 금식하라는 말을 무시하고 소주에 족발까지 먹다가 숙희에게 들키는 장면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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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동네에서 포장마차를 하는 박원숙은 주경일을 좋아한다. 하지만 정작 주경일의 눈은 숙희에게만 가 있으니 속이 편할 리 없다. 질투에 술까지 마신 박원숙은 이주일과 함께 여관에 가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바라보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사랑이라는 게 참 얄궂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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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이주일이 주인공인 만큼 코미디가 중심이지만, 의외로 드라마적인 요소가 짙다. 부모 없이 자란 주경일에게 가족이라고는 하나뿐인 여동생뿐이다. 둘이 의지하며 살아왔지만 여동생은 오빠가 못마땅해하는 공사판 노동자 민호와 자꾸 어울린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민호는 기업 회장의 아들이다. 그렇게 싫어하던 민호에게 오히려 결혼을 권하게 된 주경일. 하지만 이번에는 여동생이 결혼을 거부한다. 없는 살림에서 민호와 함께 시작해 꿈을 이루는 게 소원이었는데, 자신만 좋은 집으로 시집가면 오빠 혼자 남아 고생할 게 뻔하다는 것이다.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엇갈리는 모습이 당시로는 짠하다. 그렇게 미워하던 민호에게 연애 상담까지 받는 주경일의 모습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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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는 당시 서울의 풍경과 사람들의 생활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누구나 부지런히 뛰어다니던 시절이다. 휴대전화도 없으니 무슨 일이 생기면 직접 찾아가야 했고, 만나기로 한 사람을 하염없이 기다리기도 했다. 연락 한 통이면 해결될 일도 발품을 팔아야 했던 시대. 그런 풍경이 지금 보면 오히려 낯설고 정겹다. 80년대 서울의 아파트 단지와 거리 모습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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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주일의 연기를 보는 맛이 있다. 특유의 능청스러운 코미디에 드라마적인 감정까지 얹으니 영화가 제법 풍성해진다. 여기에 천사 같은 원미경까지. 허리가 한 뼘이나 될까 싶을 만큼 가냘픈 원미경의 마음을 얻으려고 이리저리 애쓰는 이주일을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난다. 사랑 앞에서는 서툴러지는 남자다. 그래서 마지막은 어떻게 될까?


https://youtu.be/77nWFJzSE6g?si=GYTI4RlL95kUkN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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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에게 [디스클레이머]처럼 개쩌는 시리즈를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이 작품을 추천했다. 그래서 보게 됐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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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 키드먼과 휴 그랜트가 부부로 나온다. 아내는 정신과 의사, 남편은 암 전문의. 사회적으로도 성공했고 아들까지 둔, 남들이 보기에는 흠잡을 데 없는 가족이다. 그런데 남편이 학회에 간다며 집을 나간 뒤 연락이 끊긴다. 설상가상으로 얼마 전 알게 된, 무척 아름다운 학생의 엄마가 엘레나가 머리가 깨진 채 처참하게 살해됐다는 소식까지 듣는다. 형사들은 남편을 의심하며 아내를 찾아오고, 그동안 아내가 전혀 몰랐던 남편의 과거가 하나씩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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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이미 석 달 전에 병원에서 해고된 상태였다. 환자의 엄마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게 이유였다. 이번에 살해된 학생의 엄마 엘레나 역시 남편과 관계가 있었다. 형사들과 언론은 점점 아내를 압박하고, 한동안 사라졌던 남편은 뒤늦게 나타나 불륜은 인정하면서도 살인은 자신이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야기는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쫓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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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로 시작하지만 중반부터는 법정 드라마에 가까워진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미국의 법정 역시 옳고 그름이나 정의를 가리는 곳이라기보다 합법과 불법을 따지는 곳이다. 변호사가 증인의 입에서 어떤 말을 끌어내느냐에 따라 상황이 뒤집히기도 한다. 배심원 제도가 있으니 사소한 말꼬리 하나도 놓치지 않고 물고 늘어진다. 분명 범인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이 법정에서는 무죄를 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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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휴 그랜트의 연기가 대단하다. 아니, 너무 잘해서 오히려 거슬릴 정도다. 극 중 그의 엄마가 며느리에게 아들과 절연한 이유를 털어놓는 장면이 있다. 잘나가는 의사인 아들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네 살짜리 여동생을 차가 다니는 도로로 나가게 해 죽게 만들었는데, 정작 본인은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엄마는 뒤늦게 아들이 소시오패스라는 사실을 깨달았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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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그랜트가 연기하는 방식이 참 절묘하다. 겉으로는 평범한 사람인데 어느 순간 그 평범함에 금이 간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악마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대화를 나누다가, 법정에서 증언을 듣다가, 잠깐씩 드러나는 표정에서 섬뜩한 기운이 새어 나온다. 2025년 영화 [헤레틱]에서 사이코패스를 연기한 것도 떠오른다. 어쩌면 이 시리즈에서 보여준 연기를 보고 감독이 휴 그랜트를 선택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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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서 간간이 비치는 그의 얼굴이 무섭다. 그러다 마지막에는 아들을 빌미로 자신의 악마성을 제대로 드러낸다. 그때는 정말 섬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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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부작이라 짧은 편인데, 보고 나니 굳이 시리즈로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두 시간짜리 영화로 압축해도 충분했을 것 같다. 특히 중간중간 니콜 키드먼의 이야기가 늘어진다. 남편은 환자의 엄마와 불륜을 저질러 병원에서 해고됐고, 또 다른 불륜 상대를 망치로 때려 죽였다는 의심까지 받는다. 어린 시절 여동생의 죽음에도 관련이 있다. 그런데도 아들 때문에 남편의 무죄를 위해 손을 잡고 변호사와 작전을 짜는 과정이 생각보다 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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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중간 붕가붕가 장면도 꽤 나온다. 첫 회에 살해되는 엘레나는 상당히 섹시한 인물로 나오는데, 옷을 벗는 장면도 거리낌 없이 보여준다. 그냥 다 보여주는 수준이라 누군가와 함께 볼 생각이라면 조금 조심하는 게 좋겠다. 망치에 머리를 맞아 처참하게 죽는 장면도 있으니 이것 역시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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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로 나온 배우는 이탈리아 출생으로 당시 25세였다. 뮤지션으로 16세에 롬뱌 데 보다스의 보컬로 시작해서 굵직한 시리즈에 엘레나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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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판타지지만 몹시 현실적이다.


15살의 리쿠와 마나미는 어느 날 몸이 바뀐다. 처음에는 금방 원래대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15년이 흘러 두 사람은 어느덧 30살이 된다.


몸이 바뀌는 설정의 영화는 대개 그로 인해 벌어지는 소동을 코미디로 풀어간다. 내가 처음 본 바디 체인지 영화는 김소연과 정준이 출연한 우리 영화 [체인지]였다. 일본 영화 [전학생]을 각색한 작품이다. 할리우드에는 안나 페리스와 레이첼 맥아담스, 롭 슈나이더가 출연한 [핫칙]이 있다. 남녀의 몸이 뒤바뀌면서 벌어지는 온갖 소동이 꽤 재미있었던 영화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몸이 바뀐다는 황당한 설정을 가져왔으면서도 정작 영화는 판타지의 즐거움에 기대지 않는다. 친구의 부모를 자신의 부모처럼 대해야 하고, 낯선 몸으로 살아가면서 그 몸을 관리해야 한다. 서로의 기억을 온전히 갖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두 사람은 자주 만나 기억을 나눠야 한다. 남자가 여자의 몸으로 살아가고, 여자가 남자의 몸으로 살아가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감당해야 하는 문제다.


돌아갈 날만 기다리던 두 사람에게 15년은 너무 긴 시간이었다. 첫사랑을 겪고, 진학하고, 취업하고, 연애를 하고, 결혼까지 했다. 어느새 바뀐 몸으로 살아가는 생활에 익숙해졌고, 그 삶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려는 마음도 생겼다. 그런데 마나미가 원래의 몸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아낸다. 반가워해야 할 소식인데 마냥 그렇지도 않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한순간에 잃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리쿠의 몸으로 살아온 마나미에게는 이미 직장도 있고 배우자도 있으며 딸까지 있다. 이제 와서 원래의 몸으로 돌아간다는 건 단순히 외모가 바뀌는 문제가 아니다. 자신이 살아온 시간과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일이다. 상실의 위협인 것이다.


영화는 두 사람의 시간을 교차해 보여준다. 어느 날 마나미의 몸으로 살아가는 리쿠에게 연락이 온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이다. 장례식장을 찾은 리쿠는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 마음껏 울지도 못한다. 다른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으니 펑펑 울었다가는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 테니까. 슬픔조차 자기 모습으로 표현할 수 없는 상황. 이런 장면에서 영화가 얼마나 집요하게 현실을 붙잡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타인의 삶을 대신 살아간다는 건 존중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매일 마주하는 사람들과 부딪히고, 자신이 내린 선택이 맞는지 고민하고, 때로는 그 삶에 짓눌리기도 한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된다. 만약 내가 죽으면 내 몸으로 살아가던 친구는 어떻게 되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고 나면 자기 마음대로 삶을 바꾸거나 포기할 수도 없다.


영화를 보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누군가의 엄마로 불리고, 회사에 가면 이름보다 직함으로 불린다. 어느 순간 자신의 이름과 모습은 뒤로 밀려나고 맡은 역할에 맞춰 살아간다. 원하지 않아도 타인의 기대 속에서 살아야 할 때가 있다.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몸을 빌려 살면서도 그 삶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자기 것이 아니라고 내팽개칠 수 있는 삶이 아니기 때문이다. 몸은 바뀌었지만 그 안에 쌓인 시간과 관계까지 가볍게 여길 수는 없다.


영화는 꽤 영리하다. 두 사람이 원래대로 돌아갈 방법을 찾았다는 사실을 단순한 해피엔딩의 신호로 사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동안 살아온 삶을 어떻게 할 것인지 다시 묻는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런 질문을 받는 기분이었다.


너라면 어떻게 할래?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 반드시 돌아가야 한다는 뜻은 아니니까.  https://youtu.be/lYA-SIEZrYI?si=01pragU4q2T4a6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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