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리즈 중에서는 제일 재미있다. 답답함이 없고 최강은 황비홍처럼 다 이긴다. 그게 너무 좋다. 지지 않는 게 좋다. 요즘은 옛날처럼 초반에 당하다가 후반에 몰아치는 액션이나 이야기는 별로다.

그냥 시원시원한 최강 캐릭터가 좋다. 최강의 딸, 도연이를 보는 재미도 좋다. 윤계상은 같이 연기하는 아역 배우들을 잘 만나는 것 같다. 아이가 아이 같지 않은데 아이 같은 연기를 한다.

답답함이 없기는 김도기 기사의 모범택시도 좋다. 두 번째 에피에서 윤시윤이 좀 더 독한 악역이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모범택시는 에피가 바뀌고, 많이 남아있으니까.

친애하는 엑스는 뒤로 갈수록 고구마 캐릭터 때문에 초반의 몰입감이 줄줄 새어 나가고, 조각난 도시도 빌런의 도경수는 너무나 매력적이었는데 마지막에 좀 허망하지 않나? 그렇게 마무리가 되다니?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동네 특공대에서 제일 재미있는 캐릭터는 곽병남이다. 진선규는 연기를 잘해서 인지 곽병남은 진선규가 아니면 안 될 것만 같다. 츤데레를 이렇게 잘 표현하는 캐릭터가 어디 있을까.

곽병남은 무척 자기중심적인 것 같지만 몹시 이타적이다. 생각해 보면 현실에 이런 캐릭터는 없다. 사실 조연으로 빵 떠서 진선규처럼 이렇게 주연까지 하며 인기를 연장하는 배우는 드물다.

허성태가 이번에 코믹영화 주연 정도를 했을 뿐, 기생충의 박명훈을 비롯해서 각종 영화에서 조연으로 빵 떴지만 그 인기를 진선규처럼 유지하여 주조연을 이어가는 배우가 드물다. 그게 너무 힘든 일이다.

수백수천 명이 배우를 하는데 한 번 정도는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지만 그 인기를 주조연을 넘나들며 이어가는 건 힘들다는 표현을 넘어선다. 진선규가 조연이나 카메오, 주연으로 나오면 그 영상을 찾아서 보게 된다. 그런 매력이 있다.

우리 동네 특공대의 곽병남의 얼굴 표정과 대사는 보는 재미를 준다. 거기에 고규필과 김지현은 안 그런 척하면서 웃음 유발자들이다. 마트 사장이자 배달원 허준석을 보는 재미도 좋다.

따지고 보면 아주 무서운 이야긴데 이렇게 코믹하게 이끌어 가면서 액션도 펼친다. 작은 동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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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를 먹어 버리는 이 골 때리는 영화는, 골 때리는 감독 헤어조크가 실제로 구두를 먹는, 짤막한 다큐 영화다.

구두를 먹게 되는 경위는 헤어조크가 친구였던 초짜 감독 에롤 모리스에게 [너 이 자식아 네가 영화를 만들면 내가 구두를 먹겠다]라고 하는 말 때문이다.

모리스는 보란 듯이 장편 영화를 만들어 낼 뿐 아니라 영화제에 초청을 받기까지 한다. 헤어조크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구두를 조리해서 먹는다. 야채와 허브도 넣고 삶아서 먹는다.

그러면서 중간중간 영화에 대한 질문을 받고 두서없이 대답한다. 예고편 말고 유튜브를 잘 찾아보면 조리한 구두를 먹는? 영상도 있다.

이게 진짜 구두만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이외에 전위적인 퍼포머에 가깝다. 신발이라는 게 영화 속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이 넓고 딱딱하고 고르지 못한 땅바닥을 신발의 밑창 하나에 의지해서 우리는 어디든 다닌다.

누군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두고 떠난다. 영화 [택시운전사]나 [1987]에서도 신발은 단순히 신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많은 영화에서 신발이 클로즈업되는 장면이 있다면 그건 영화 속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한다고 보면 된다.

구두를 먹는 영화가 또 한 편 있다. 채플린의 [황금광시대]다. 거기서 채플린은 구두끈을 풀고 밑창과 못을 발라내고 구두를 씹어 먹는다. 두구끈은 포크에 말아서 냠냠 먹는다.

이 장면은 채플린 덕분에 웃음이 나오는 장면이지만 채플린 때문에 너무 슬프다. 극빈한 노동자의 삶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영화는 이전의 채플린 영화에서 보여주는 권력을 가진 독재자, 실업과 부조리한 삶의 사회 구조보다는 로맨스에 중점을 두고 있어서 더 슬프다.

아마 헤어조크는 거장답게 이런 모든 의미를 담아서, 채플린의 오마주처럼 보이게 영화를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영화는 뭐든 할 수 있다를 잘 비틀어서 말해주는 것 같은 짤막한 영화다. 세상을 바꾸는 이 세상 몇 가지 중에 영화가 들어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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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들린 인형 이야기다. 영화적 재미는 기존의 귀신 인형의 이야기 정도다. 인형이 된 아이 귀신이 무섭게 나타나는 장면도 없고 피가 낭자하거나 인형이 인간에게 덤벼들어 잔인하게 죽이는 장면도 없다.

사고로 다섯 살 딸을 잃은 요시에가 시장에서 딸과 비슷한 크기의 인형을 집으로 들이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딸을 잃은 요시에가 인형 덕분에 안정을 되찾다가 임신으로 다시 딸을 출산하면서 인형이 뒷전이 되면서 살아있는 사람처럼 점점 주위를 압박하고 인형을 없애려고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인형에 대한 이야기를 알게 된다.

요시에는 인형의 사정을 알고 원한을 풀어주려고 하는데. 영화는 거의 두 시간 러닝타임이지만 위에서 말한 것처럼 무서운 장면은 하나도 없다.

그리고 영화 속에 잘 나가는 일본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조연으로, 단역으로, 카메오로 우르르 나온다. 영화적 재미가 거의 없는 이 영화에 왜 이렇게 많이 나왔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영화는 공포영화를 표방하고 있지만 드라마에 가깝다. 슬픈 드라마, 안타까운 이야기다. 그리고 딸을 한 번 잃었던 요시에가 그 인형을 죽은 엄마와 같이 있게 하려고 한다.

엄마 입장에서 딸을 잃은 그 마음을 내가 알 수는 없지만 이 영화의 어른들은 타인의 아이도 자신의 아이처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드러낸다. 영화의 톤 앤 매너가 그렇다.

요즘 스레드나 결혼지옥 같은 프로그램에서 폭력에 무너지는 아이들 영상을 많이 본다. 아이들은 현관문이 닫힌 가정에서 찬밥신세에 어른들이 휘두르는 폭력에 속수무책이다. 나약하기 이를 때 없고 무력한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왜 그렇게 잔인할까.

물론 아이들이 정신없고, 뛰어다니고, 자꾸 어딘가 오르려 하고 시끄럽고 사고뭉치다. 나는 요즘에 아이들의 사진을 많이 찍으면서 느낀 건 아이들이 생각보다 시키는 대로 말도 잘 듣고 대화도 잘 통한다는 걸 알았다.

어린아이들은 무해하다. 웃으면 따라 웃게 되고, 꾸벅꾸벅 졸고 있으면 마냥 귀엽다. 타인의 아이를 내 아이처럼 사랑할 수는 없겠지만, 아이들이 사라진 곳은 이미 지옥과 비슷하다.

내가 다니는 길목과 나의 문화권 안에는 노키즈 존 같은 곳은 없다. 여기 줄 서는 식당에도 어른들이 아이들을 많이 데리고 밥을 먹는다.

이 영화의 마지막은 슬프다. 인형이 엄마에게 붙어 떨어지지 않고 점점 조여드는데, 죽은 딸 메이가 그 인형의 손을 잡고 데리고 간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 영화가 주는 공포는 평소에 우리가 자주 느끼는 현실의 공포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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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두 번째 이야기는 겨울에 보는 맛이 있다. 배트맨 2까지가 마이클 키튼이 배트맨이고 감독도 팀 버튼이다. 그래서 어둡지만 팀 버튼 식의 코믹요소를 볼 수 있다.

작년 한 영화제에서 아놀드 슈워 제네거와 대니 드비토가 우리는 배트맨을 적으로 두고 있는데 어디 있어? 하며 앉아 있는 마이클 키튼을 향해 넌 죽었어 배트맨, 같은 맨트를 날리고 마이클 키튼은 흥 같은 표정을 짓는 장면이 재미있었다.

아놀드는 배트맨과 로빈 편에서 프로젠으로 등장해서 캐릭터도 관객도 다 얼려 버렸다.

배트맨 2에서는 역시 미셸 파이퍼를 보는 재미가 가장 좋다. 여러 미모의 여배우가 있지만 미셸 파이퍼는 이때 엄청난 미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캣우먼으로 바뀐 후 사람들은 열광을 했고, 단 한 명의 캣우먼으로 인정한다고 했다.

사실 캣우먼일 때에는 미셸 파이퍼의 미모가 가면에 가려져 있어서 몸매만 부각된다. 하지만 각성한 셀리나 일 때는 미셸 파이퍼의 얼굴에 순수와 퇴폐가 동시에 드러난다.

셀리나, 이름 마저 섹시하다. 각성 전 셀리나는 그저 수수하고 바보 같은 면모만 보였지만, 각성 후 셀리나는 똘기와 섹시를 한꺼번에 뿜어내는 눈빛을 지닌다. 친애하는 엑스의 백아진 같은 눈망울이다. 텅 비어버린 것 같은 눈빛을 지녔다가 욕망으로 꽉 차버리는 눈빛으로 바뀐다.

이 시기에 같이 나온 영화 [사랑의 행로]의 미셸 파이퍼를 봐도 그냥 반하게 된다. 연주와 낭만으로 충만한 영화다.

배트맨 2에서 한 시간 정도 러닝타임이 지난 후 캣우먼이 백화점에 들어가서 채찍으로 마네킹 머리를 날려 버리는 장면이 있다.

이게 그래픽일 것 같지만 미셸 파이퍼가 실제로 채찍을 휘둘러 한 번에 마네킹 세 명의 머리를 날리는 장면이다. 얼마나 연습을 했는지 잘 알 수 있다. 미셸 파이퍼의 90년대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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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가 재미있는 이유 중 하나는 다 커버린 주인공들을 대신하는 홀리와 데릭 때문이기도 하다. 홀리와 데릭을 보는 재미가 기가 막히다. 이렇게 시종일관 사사건건 삐딱하고 반항적인 뚱땡이 데릭의 캐릭터를 본 적이 없다.

언뜻 스치는 캐릭터가 예전 롱 키스 굿 나잇에서 찰리에서 사만다로 변해버린 지나 데이비스가 변신 후 딸 때문에 집으로 돌아갔을 때 몰래 숨어서 담배를 피우던 뚱땡이 초딩이 생각난다. 담배를 빼앗으며 너 담배 피우지 말랬지, 하며 담배를 한 모금 빨고 다시 주는데, 확 변해버린 선생님의 모습에 바지에 지렸던 그 초딩녀석이 생각난다.

데릭은 에리카 싱클레어가 만들어온 마취 쿠키를 먹고 뻗어버린 아빠와 엄마를 보며 흐뭇하게 으하하 웃는다. 그 모습이 너무 좋다. 군인들에게 막 말을 내뱉을 때, 위노나 라이더에게 막 말을 할 때 정말 좋다.

포동포동 살 때문에 걷는 모습도 재미있는데 정작 데릭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건방진 자세로 앉아서 과자를 먹는 모습도 그렇고, 성장해버린 주인공들을 대신하는 느낌이다.

반항기에 아무 것도 할 줄 모를 것 같던 데릭에게 할일을 쥐어주니 우리 동네 특공대에서 고규필처럼 척척 일을 해내는 모습이 멋지기까지 하다.

거의 아가에 가까운 홀리도 원래는 비중이 없었는데 배우를 교체해서 뒤집어진 세계로 들어가는 역할을 한다. 근데 너무 찰떡이었다. 빨간 망토를 연상케 하는 의상과 함께 정신의 감옥 세계에서 맥스를 만나는 큰 역할을 한다.

맥스가 처음 나왔을 때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다. 맥스의 캐릭터가 왈가닥 와일드해서 남자 캐릭터와 맞먹을 정도였다. 시즌 2에서 할로윈 데이에 주인공을 놀래키며 재미있어 하던 주근깨투성이에 전형적인 텍사스 시골 출신 같은 모습인데, 이번 5편애서 얼굴이 너무 예뻐졌다. 분장으로 어째어째 가렸지만 얼굴의 굴곡이 드러나면서 예뻐져서 이질감이 들었다.

시즌 4에서 한 편당 400억이 들었다고 한다. 이번에 공개된 회차만 봐도 알겠지만 시즌 4보다 더욱 다크하고 고어적이며 미친 연출력이다. 이렇게 총 8회가 공개되고 마지막 피날레는 2시간짜리 영상으로 극장에서 개봉한다는 소리가 있다.

이번 시즌에서 홀리와 데릭을 비롯한 초딩들이 전부 귀엽고 예쁜데, 데모고르곤들에게 질질 끌려가는 모습은 안타까웠다.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는 감독 형제가 밝혔듯이 스필버그와 스티븐 킹의 분위기와 이야기가 가득하다.

이티에서 보여주는 우정과 스티븐 킹의 호러의 감각이 있다. 무엇보다 카시오 손목시계부터 티파니 등 80년대의 것들이 왕창 나온다. 홀리가 뒤집어진 세계에서 쿠키를 구울 때 티파니의 노래가 나온다.

파트 1 마지막에는, 그동안 엘 혼자서 코피를 흘리며 베크나에게 대항했지만, 시즌 초반 부세미 씨의 어린 시절 얼굴처럼 퀭했던 윌이! 마지막에 각성을 한 윌이 너무 멋지게 나오면서 끝이 난다. 26일까지 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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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5-12-09 18: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즌5가 끝인줄 알았더니 영화로 피날레를 장식할 모양이군요.
매니아 입장에서는 뭐든 환영입니다.

교관 2025-12-10 11:25   좋아요 0 | URL
시즌 2에서 엘의 언니를 잠깐 만나서 일탈을 하는 걸로 보아 아마도 서브 이야기도 나올 것 같아요. 아무튼 기묘한 이야기는 예전 왕좌의 게임을 볼 때처럼 빠져들어 보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