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시리즈 통틀어 가장 완벽에 가까운 명작 시즌 1은 주인공 두 형사의 연기가 이야기 전체를 압도한다. 연기가 미쳤다, 같은 말은 정말 하기 싫지만 미치지 않고서는 이런 연기가 가능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미드의 장점이자 단점은 인간의 불완전성을 보여준다. 범인을 잡는 형사라고 해도 범인 못지않거나, 또는 범인보다는 나을지라도 인간 이하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아내를 사랑하고 가정을 끔찍이 생각하지만 아내의 몸을 마음대로 하고 싶은 그 욕망을 젊고 예쁜 여자를 만나서 푼다. 그럴수록 아내에게 더 잘 대해주는 인간말종의 모습을 보이는 마티. 자신의 불륜이 아내에게 들켰지만 아내의 직장까지 찾아가서 행패를 부리고, 불륜을 저지르는 여성의 남자에게 협박을 하는 파렴치한 모습을 보인다.

러스트는 딸을 잃고 아내와 헤어지고 난 후 감정의 변화도 없으며, 잠을 자지 않고 담배를 입에 달고 지내면서 범인을 찾아내는 직관이 있다. 이 두 형사는 어울리려야 어울릴 수 없는데 두 사람이 17년 전 연쇄살인사건을 묘한 방법으로 해결한다.

그리고 17년이 지난 후 비슷한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하고 현역에서 물러난 두 사람이 다시 범인을 찾는 이야기다. 우디 헤럴슨과 매튜 맥커너히가 부딪히고 엉망으로 치닫다가 17년이 지난 후 친구가 되어 범인을 찾는 모습에 빠져 들지 않을 수 없다.

이 시즌에는 살인범이 저지른 굉장한 시체의 장면과 상상으로 어린 여자애를 어떻게 죽이는지 생각하게 하는 장면과 성인영화 못지않게 벗어버리고 나오는 장면이 있다. 많이 나오지 않지만 수위가 전부 허천나다.

두 형사는 실은 마음속에 어둠 밖에 없는 인물들이었다. 그런데 마지막에 감정기복이 없고 흐트러짐이 없던 러스트가 울면서 자신의 감정이 무너지는 장면이 나온다. 두 사람은 죽을 고비에서 빛을 보고 살아남았다.

러스트가 자꾸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이유는 어린 시절에 교통사고로 죽은 딸을 어둠 속에서만 느길 수 있었다. 범인과의 격투에서 칼에 찔려 의식을 잃어갈 때 딸을 보는 것이다. 어둠 속에서.

그때 러스트는 자신도 죽었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마티가 밤하늘에는 빛보다 어둠이 더 많은 것 같다고 할 때 러스트는 드디어 그 말이 잘못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온통 어둠밖에 없었어.

그리고 지금은 빛이 이기는 중이지.

코미디나 유머스러운 장면이 없고 처음부터 끝까지 묵직하고 무겁게 흘러간다. 아픈 장면은 많으나 행복하거나 기쁜 장면이 거의 없다. 그 분위기를 끝까지 끌고 간다. 그걸 가능케 하는 것이 두 형사다.

정말 신기한 건 러스트는 시리즈 내내 담배를 엄청 피우는데 속으로 들어간 연기가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그 부분을 더 두각 시키는 것 같은데 그래픽일까. 묵직한 수사물을 좋아한다면 추천하는 시리즈 [트루 디텍티브 시즌1]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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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의 놀라운 연출력은 이미 데뷔작인 ‘미행’에서부터 였을 것이다. 영화 속의 인물은 그러지 말아야 하는데 그러고 만다. 그러면 안 되는데 그렇게 된다. 우리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될 것을 알고 있지만 실은 그렇게 되지 말았으면 하는 묘한 생각을 하게 된다.

생각을 옭아매는 것 같더니 어느 순간 터진 핏줄처럼 여러 갈래로 생각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만다. 마지막까지 가서도 영화는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미행을 먼저 봤다면 아마도 놀란은 소포모어 증후군에 그대로 걸려버려 이후 작품은 망작이 될 것이라 생각이 들지만 그 생각을 확 깨버렸다.

추리물이군, 하다가 어? 다큐멘터리군. 하지만 또 아니다. 놀란은 이 데뷔작을 만들면서 이미 메멘토를 머릿속에서 그려놓았을 것이다. 주인공 ‘빌’이외에 ‘콥’이라는 등장인물은 맥거핀일까. 콥은 빌의 마음속에 숨어있는 페티시라든가 모성애를 건드린다.

일기가 나온다. 일기란 개인적이고 치부이며 타인에게 금기되는 것이다. 그 일기를 사람들은 사진과 함께 상자에 넣어 둔다. 사진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 누군가 내 사진을 보며 예쁘다고 하면 기쁘다. 그런 사진과 일기를 같이 넣어 둔 것은 타인이 몰래 내 금기를 봐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위배의 마음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 인간이다.

주인공 빌은 사람에게 모멸을 느끼고, 자신에게서는 자멸을 느낀다. 영화는 마지막에 가면 어? 하면서 뒤통수를 맞았던 그 동안의 영화보다 더 뇌리를 멍하게 만든다. 어떠한 특수기법도 없고 오로지 이야기로만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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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빈 베이컨의 더 히든을 보다 보니 아 뭔가 아쉬워서(바버리움 같은데 바버리움에 비해 깊이가 얕고 뭘 말하는지 모호하고 애매하게 끝이 나서) 찾아보게 된 88년 영화 [결혼의 조건]이다.

히든이나 결혼의 조건이나 한 달 정도 전에 봤는데, 이제 생각이 나서 몇 자 적어본다. 88년에 나온 [결혼의 조건]은 코미디 영화다.

제이크와 크리스티는 어릴 때부터 친구여서 자연스럽게 친해져서 결혼까지 했지만 제이크는 연애와 결혼의 차이가 크다는 걸 느낀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지, 입에 맞지 않는 음식도 맛있게 먹어야 하지, 잔디도 깎아야 하지, 게다가 작가 지망생인 사위를 장인은 탐탁지 않아 한다. 연애는 행복이었지만 결혼은 현실이며 거의 지옥이다.

그냥 혼자서 주말을 보내고 싶지만 동네 부부들과 바비큐 파티도 열아야 한다. 거기에 고기도 못 굽는데 고기는 왜 제이크 자신이 구워야 하는지. 다 태워버리는데.

그런데 싱글로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사는 친구 데이비스(알렉 볼드윈)가 너무나 멋진 여자를 데리고 집으로 놀러 오자 제이크의 마음은 더욱 자리를 잡지 못한다.

그와는 반대로 결혼 후 침착하고 차근차근 신혼 생활을 하는 아내 크리스티와 삐걱삐걱거리다가 두 부모님들의 성화에 보험회사에 취직을 하고 아이를 갖기로 결정한다.

두 사람은 임신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리고 임신했다는 사실을 듣는다. 이야기는 어떻게 펼쳐질까. 8, 90년대 미국 코미디 영화를 볼 수 있다.

캐빈 베이컨과 엘리자베스 맥거번의 아주 젊은 모습이 새롭다. 무엇보다 지금은 말 많고 탈 많은 알렉 볼드윈이 정말 멋지게 나온다. 눈매가 푹 들어간 잘생긴 미국 배우들의 전형이다.

캐빈 베이컨의 젊은 시절 모습은 리버 피닉스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본 조비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김무열을 닮은 것 같기도 한 얼굴이다.

아내인 카이라 세드윅이 대박이다. 프로듀서이자 감독이자 배우이기도 해서 더 클로저 시즌 7까지 나왔다.

[결혼의 조건]을 찍을 당시 캐빈 베이컨과 엘리자베스 맥거번은 B급 영화배우였다. 그런데 이미 그 당시에 연극으로는 일류 배우였다. 영화와 연극은 연기를 하는 건 같지만, 연기의 전달 방식이 다르다.

영화는 편집과 감독의 예술이라면 연극이야 말로 배우의 예술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배우들도 연극으로 돌아가거나 연극으로 관객을 만나려고 하기도 한다.

근래 박근형 배우가 시간이 별로 없어서 빠듯하지만 연극을 할 수 있을 때 계속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 말이 뭔가 가슴을 두드렸다.

[결혼의 조건]은 나 홀로 집에 1, 2의 각본가이자 제작자, 내 사랑 컬리 수와 베토벤의 각본을 맡았던 존 휴즈가 감독을 했다.

제이크가 작가의 꿈을 잠시 접고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 지하철에 갔을 때 모두가 권태를 짊어지고 똑같은 양복을 입고(이런 모습은 최근의 8번 출구를 떠올리게 한다) 고개를 숙인 모습을 볼 때 흘러나오는 음악도 좋다.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의 대환장 코믹 판타지 영화 [결혼의 조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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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 피디 용은 부장에게 늘 한 소리 듣는다. 영상 속 연예인이 와이셔츠에 젖꼭지가 물려 있어서 모자이크 처리를 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방송 취지와 맞지 않음에도 부장은 뒤탈이 두려워 모자이크 처리를 지시한다. 결국 모자이크 작업을 하지만, 모자이크 때문에 그 부분이 더 부각된다.

바스키아가 엔디 워홀을 만나 둘이 같이 찍은 사진을 들고 어딘가로 가서 몇 시간 있다가 그림을 그려왔는데, 흐리하고 낙서처럼 그려왔다. 흐리하고 지워진 부분 때문에 사람들은 더 자세하게 그림을 보려고 모여들었다.

모자이크를 해야 하는 가슴과 그렇지 않은 가슴의 경계가 모호하다. 원시인 부족의 가슴은 그대로 송출이 가능한데, 그림 속 비너스 여신의 가슴은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있다.

부장은 급기야 아기들이 나오는 방송에서도 남자 아기는 그대로 둔 채, 여자 아기의 가슴은 젖꼭지가 보이지 않도록 모자이크 처리를 지시한다. 용은 점점 부화가 치밀고 열이 받는다. 결국, 용이 선택한 방법은 무엇일까.

이 단편 영화는 성인지 감수성에 관한 이야기를 코믹으로 풀어냈다. 게다가 초현실 그래픽 부분이 영화에 등장하는데 영화가 말하고 싶은 의미를 잘 전달한다.

주인공 피디로 나오는 최성은 배우는 영화 [시동]으로 선 보인 후 여러 독립영화와 드라마에서 활약 중이다. 이 영화 속 이야기에서 젖꼭지가 사라지는 세상, 젖꼭지가 말하는 세상 등 예민할 수 있는 부분을 위트 있게 말한다. 모자이크가 있어야 하는 방송과 모자이크 때문에 방해가 되는 영상은 분명하게 존재한다.

담배 피우는 모습도 그렇다. 언젠가부터 티브이에 담배 피우는 장면은 모자이크가 되었다. 그게 오히려 더 시청에 방해가 된다. 모자이크 때문에 자연스럽게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그냥 넘길 법 한데, 더 방해받으며 그 장면을 봐야 한다.

아무튼 용은 끝없는 부장의 모자이크 요구에 결단을 내리고 방송을 송출한다. 어떻게 될까. 이 영화는 [투 비 컨티뉴]하면서 끝이 난다. 2편이 나온다는 말일까. 나온다면 꼭 나와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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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미국 공포영화 중에 한국에서 그래도 괜찮은 평을 받았던 그것 1, 2의 프리퀄 시리즈가 공개되었다.

1화가 공개되었는데 그것의 그 특유의 분위기와 점프 스케어, 징그럽고 무시무시한 아기의 탄생과 고어고어한 영상이 공포영화 마니아를 잡아당긴다.

이 이야기는 1962년 데리를 배경으로 한다. 영화 [그것]은 2부작이었다. 27년마다 나타나서 무서워하는 약점을 건드려 공포로 몰아세우는 페니와이즈에게 두려움을 딛고 맞서는 루저 아이들의 모습에 응원을 하면서 재미있게 봤다.

아이들은 전부 하나씩 트라우마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패니와이즈는 그 문제를 공포로 키워 아이들을 잡아먹으려 하지만 자신의 공포를 받아들이면서 패니와이즈를 이긴다.

2부는 성인이 된 주인공들 앞에 나타난 패니와이즈와 대결을 펼친다. 1편보다는 못했지만, 2편 역시 재미있었다. 이 이야기는 영화 1편의 1989년보다 훨씬 이전인 1962년이 배경이다.

역시 이번에도 패니와이즈를 빌 스카스가드가 연기를 한다. 일단 믿고 보게 된다. 빌 스카스가드는 이제 얼굴을 가리는 변장이나 가면을 쓰지 않고 연기를 하는 배역을 맡아도 되지만 패니와이즈의 그 공포의 얼굴을 하게 되었다.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스카스가드의 아버지와 형들이 전부 유명한 배우들이다. 아버지는 맘마미아 2편이나 어벤져스 시리즈를 비롯해서 많은 영화에 출연했고, 형들도 타잔 등 많은 영화에 출연했다.

타잔 역이었던 알렉산더 스카스가드의 몸은 그래픽이 아닌가 할 정도의 몸이었다. 영화 속 몸 좋은 배역을 많이 봤지만 타잔의 몸은 밀림 속 동물의 골격과 인간 사회에서 단련된 근육이 합쳐진 것 같은 몸이었다. 굉장했다.

이 시리즈 ‘그것’이 재미있는 이유를 꼽자면 주인공들이 아이들인데, 아이들이라고 해서 봐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패니와이즈 공포의 시작이 되는 데리 마을에서 펼쳐지는 피의 향연이 펼쳐진다. 아이들의 실종, 마을의 공포가 시작되는 [그것: 웰컴 투 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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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5-11-09 1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화를 보며 기묘한 이야기와 전개가 비슷하네 싶더니 막판에 주인공처럼 보인 애들을 다 죽여버리더군요. 덱스터 아버지도 나오고,,,뭔가 기대되는 미드입니다.

교관 2025-11-10 11:43   좋아요 0 | URL
2화에서는 또 그놈의 인종차별이 주로 나오더군요 ㅎㅎ. 미드 공포 시리즈물에서 몇 년 동안 그렇게, 줄기차게 흑인차별에 관한 이야기를 다뤘는데, 개인적으로 2화에서 힘이 좀 빠졌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