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레드에 14년 동안 붕가리스로 살아온 아내가 자신의 사연을 올렸다. 결혼 생활의 행복을 상식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해도 아내나 남편은 전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가족들이 행복하다면 나 정도의 불행은 상관없이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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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라는 건 눈에 보이지 않는 곰팡이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조금씩 영역을 넓힌다. 그러다 어느 날 서로에게 커다란 상처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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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을 올린 아내는 남편과 잠자리를 가지려고 할 때마다 컨디션이 안 좋다는 핑계, 아이들 핑계, 씻지 않았다는 핑계, 오늘은 운이 안 좋다는 핑계까지 들으며 14년을 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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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도 아찔한 관계를 다룬 블랙코미디다. 리메이크작이고 우리나라에서는 하정우와 이하늬 주연의 [윗집 사람들]로 다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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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은 달랑 네 명이다. 그런데 이 네 명이 아주 탄탄하다. 코미디 연기의 천재 세스 로건, 이번에는 감독까지 맡은 올리비아 와일드, 페넬로페 크루즈, 에드워드 노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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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온 부부를 집으로 초대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특별히 와일드한 액션이 벌어지는 것도 아니고 엄청난 사건이 터지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조마조마하다. 다른 부부의 아내와 남편의 품에 안기기까지 두 사람이 살아온 결혼생활이 무너져가는 과정이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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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보면 조와 엔젤라는 너무 다정하고 행복한 부부다. 하지만 이미 1년이 넘도록 성관계를 하지 않았다. 부부 사이에 성관계만 없고 다른 모든 것이 행복하다면 괜찮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을 그렇게 간단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 두 사람 사이에 벌어진 일은 단순히 육체적인 문제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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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는 피아노 연주가다. 자신의 실패가 점점 자신과 가족의 삶을 조여오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실패가 쌓일수록 그는 움츠러들고, 그 좌절감은 결국 부부관계에도 금이 가게 만든다. 엔젤라 역시 그런 남편을 지켜보는 일이 힘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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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는 영화 같은 장면이었다. 데이트 상대가 엔젤라를 집까지 바래다줬지만 엔젤라는 곧바로 조가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던 퍼브까지 뛰어간다. 조가 너무 보고 싶어서였다. 조는 그때를 떠올리며 그렇게 땀을 많이 흘리는 여자는 처음 봤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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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 돌아가면 두 사람은 열렬히 사랑했다. 매일 서로를 안고 뒹굴던 사이였다. 그런데 눈을 뜨고 보니 현실에는 갈등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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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두 사람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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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큰 줄기는 원작이나 우리나라 리메이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멀리서 동경하던 야한 모습을 실제로 마주하게 되면 오히려 낯설고 힘겨워질 때가 있다. 익숙함은 편안하지만 어느 순간 권태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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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만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도 도발과 자극이 꽤 세다. 그래서 보는 내내 묘하게 긴장하게 된다. 블랙코미디답게 웃기면서도 그 웃음 뒤에 씁쓸한 맛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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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에서 가을 운동회에 관한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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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 시절 시월은 가을 운동회의 달이었다. 운동회 날이면 학교 앞에 병아리 아저씨, 잉어 아저씨, 솜사탕 아저씨가 진을 치고 아이들을 유혹했고, 운동장 하늘에는 만국기가 걸렸다. 지금 생각하면 왜 만국기를 걸었는지 모르겠다. 어느 나라를 기념하는 것도 아니었고, 우리가 특별히 국제적인 행사를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형형색색의 만국기를 보면 알았다. 아, 오늘 운동회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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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집을 나서면 가을 햇살이 체육복 위에 내려앉았다. 하얀 체육복이 유난히 반짝거렸다. 이상하게도 그 시절 가을 운동회 날에는 늘 날씨가 좋았다. 요즘처럼 덥지도 않고, 비가 올 것처럼 흐리지도 않았다. 딱 운동회 하기 좋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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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다리기, 박 터뜨리기, 장애물 달리기, 기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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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회의 꽃은 역시 계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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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이 되면 엄마가 김밥이나 찬합에 도시락을 싸서 운동장으로 왔다. 돗자리를 깔고 가족끼리 둘러앉아 밥을 먹었다. 가족이 많은 집은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전부 나왔다. 운동회는 학교만의 행사가 아니었다. 학교가 있는 동네 전체가 하루 동안 들썩이는 축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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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이 끝나면 매스게임이 시작됐다. 매스게임을 하는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보다 유난히 새까맸다. 여름 내내 남아서 연습했기 때문이다. 한여름 운동장에서 매일 연습한 아이들의 얼굴에는 가을이 와도 여름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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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상하게도 육 년 전부 청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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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은 백군이 되고 싶었다. 체육복도 하얗고 운동화도 하얀데 모자까지 하얀색이면 얼마나 예쁠까. 어린 마음에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런데 육 학년이 되어서도 나는 청군이었다. 내게 백군은 끝내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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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회에는 별일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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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만 한 모래주머니를 힘껏 던졌다가 엉뚱하게 날아가 얼굴에 맞고 우는 아이도 있었다. 부모님과 함께 달리는 순서에서는 자식 체면을 살려주겠다고 마음만 앞선 엄마 아빠들이 넘어졌다. 나이를 잊은 사람들처럼 달리다가 운동장에 그대로 나뒹굴었다. 아이들은 웃었고, 부모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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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던 아이가 청군과 백군으로 갈리면 그것도 일이었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던 사이인데 그날만큼은 묘하게 경쟁심이 생겼다. 청군이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아이가 백군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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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회가 끝나면 먼지가 잔뜩 묻은 체육복을 벗고, 씻은 다음 방바닥에 엎드렸다. 엄마가 싸준 김밥이 남아 있으면 그걸 마저 먹으면서 만화를 봤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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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운동회가 그렇게 시끄러운 행사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운동장은 원래 시끄러운 곳이었고, 아이들은 원래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니는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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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시끄러워서 민원이 들어와 축소되거나 운동회를 하지 않는 초등학교가 많다고 하니 예전 가을 운동회가 그립기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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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미래에 가을 운동회가 다시 돌아온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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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바쁜 부모들 대신 휴머노이드가 운동장에 나와 아이를 응원할지도 모른다. 다른 집 휴머노이드가 우리 집 것보다 더 다정하고, 더 재미있고, 더 좋은 말을 해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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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주인공 아이가 자기 부모보다 다른 집 휴먼로이드를 더 좋아하게 되고, 그걸 본 다른 아이가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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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누르지 말아야 할 버튼을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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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말살 프로젝트가 실행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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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무섭고 재미있게 만들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보고 나면 묘하게 안타까운 영화다. 서영희가 공포의 중심을 딱 잡고 잘 끌고 간다. 특히 생고기를 우걱우걱 먹다가 접시까지 씹어 먹는 장면은 정말 공포스럽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공포영화에는 먹는 걸로 무서움을 주는 장면이 꽤 많다. 공포영화 마니아라면 어느 정도 결과가 보인다.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공포의 공식들을 거의 다 꺼내 놓았다. 그게 오히려 독이 됐다. 무섭기는 한데,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자꾸 예상하게 된다. 원작 소설은 재미있는 모양이다. 나는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왠지 소설은 꽤 재미있을 것 같다. 이런 이야기는 영상으로 보는 것보다 글로 읽을 때 머릿속에서 만들어지는 공포가 훨씬 클 때가 있다. 소설로 읽었다면 긴장감이 영화의 몇 배는 더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는 소설이 나오기 전부터 영화화가 확정됐다고 한다. 한국 괴담에 나오는 ‘오귀택’이라는 소재를 가져왔다. 오귀택은 집의 창이나 현관 같은 곳에 생긴 비틀린 공간의 틈으로 귀신이 모인다는 흉가 중의 흉가를 뜻한다는데, 한국에 이런 괴담이 있었다니. 공포영화 마니아로서 조금 자존심이 상한다. 나만 몰랐나. 영화는 중반까지는 꽤 재미있다. 긴장감도 있고 공포도 충분하다. 집이 비틀린 공간이라고 하지만, 사실 인간이 비틀리는 순간 집 안의 모든 공간이 공포가 된다. 우울증을 앓고 있던 엄마가 새집으로 이사 오면서 가족에게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조금씩 삐걱거리더니 결국 뒤틀린 엄마와 아빠가 섬유유연제 같은 세제를 음식에 타서 아이들을 죽이려 한다. 겉과 속, 내면과 외면, 가면과 얼굴. 영화는 이런 대비를 가지고 공포를 만들어내려고 한다. 그런데 중반을 넘어서면서 그게 힘을 잃는다. 초반에 잘 쌓아놓은 불안과 공포가 뒤로 갈수록 조금씩 설명되고 정리되면서, 오히려 무서움이 줄어든다. 조금 더 멀리서 보면 뒤틀린 집이라는 게 꼭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가정집이 그럴 수도 있다. 밖에서는 멀쩡해 보인다. 대문이 닫히고 그 안으로 들어가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아무도 모른다. 가정에서 무탈하게 매일 보낸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지내자. 그건 정말 축복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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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리틀 선샤인]의 감독들은 부부다. 뮤직비디오를 찍던 사람들이었고, 이 영화가 첫 장편영화였다. 그런데 첫 영화부터 참 이상한 걸 만들었다. 영화의 시작도 엉뚱하다. 각본가가 텔레비전에서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고등학생들을 상대로 연설하는 장면을 봤다고 한다. 내용인즉슨 성공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인생에서 낙오하면, 실패하면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으니 성공하라는 식이었다. 각본가는 그걸 보면서 생각했다. 아널드가 고등학생들한테 개소리를 하는군. 그리고 시나리오를 썼다. 영화 속 아버지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실패하면 안 된다. 성공해야 한다. 그는 자신의 ‘절대무패 9단계 이론’을 팔아먹으려고 한다. 그런데 정작 자기 인생은 성공과 거리가 멀다. 아내는 그런 남편을 경멸한다. 가족이 먹는 건 매일 배달시킨 치킨이다. 거기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가 살아남은 삼촌이 있고, 마약 때문에 양로원에서 쫓겨난 할아버지도 있다. 정말 엉망진창이다. 그런 가족에게 막내 올리브가 있다. 일곱 살. 올리브가 어린이 미인대회에 출전하게 되면서 가족 전체가 낡은 차를 타고 길을 나선다. 그리고 그때부터 이 영화는 이상한 가족여행이 된다. 당시 할리우드 영화치고는 제작비도 작은 편이었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100억 원이 넘는 돈이지만 할리우드 기준으로는 작은 영화였다. 원래는 미국 서부를 가로지르는 이야기였는데 제작비 때문에 계속 줄이고 줄였다. 그러다 고물 미니 버스가 중요해졌다. 낡고 볼품 없는 차, 이 가족을 대변한다. 내리막길에서는 차가 굴러가다가 시속 30킬로미터 정도가 되면 시동이 걸린다. 평지에서는 가족들이 차를 밀어야 한다. 30킬로미터까지. 그래서 차가 멈출 때마다 온 가족이 내려서 민다. 이 장면이 계속 나온다. 처음에는 그냥 우스운데, 보다 보면 이상하게 이 장면이 가족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혼자서는 차를 움직일 수 없다. 누군가는 밀어야 한다. 마음에 들든 안 들든 같이 밀어야 한다. 영화 속 올리브를 연기한 애비게일 브레슬린은 몸을 더 통통하게 보이게 하려고 보형물을 착용했다. 어린이 미인대회에 나오는 다른 아이들도 재미있다. 그 아이들은 배우가 아니었다. 실제 어린이 미인대회 참가자들과 가족들을 섭외했다. 그러니까 영화에서 보는 그 기괴한 미인대회 분위기는 만들어낸 것만은 아니다. 실제로 저런 세계가 있다는 얘기다. 그게 더 웃긴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욕을 엄청 한다. 너무 많이 해서 당시 미국에서는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았다. 그런데 애비게일이 듣지 못하게 해야 했다. 할아버지가 욕을 할 때는 어린 애비게일에게 헤드폰을 씌우고 노래를 들려줬다고 한다. 영화 속에 잘 나온다. 이 영화에서 가장 병맛이고 똘아이 같은 인간이 바로 그 할아버지다. 그런데 마지막에 이 사람이 올리브와 이야기를 한다. 대회 직전이라 올리브는 긴장한다. 아빠는 성공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다른 아이들보다 뚱뚱하다. 예쁘지도 않은 것 같다. 그러자 할아버지가 말한다. 너 진짜 예쁘다고.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진짜 예쁘다고. 그리고 실패가 무서워서 아예 시도하지 않는 사람이 진짜 루저라고 한다. 그런데 너는 이미 시도했잖아. 그러니까 너는 루저가 아니라고. 그 장면이 너어어어무 좋다. 평생 성공해야 한다고 떠들던 아버지의 반대편에서, 평생 욕이나 해대고 마약이나 하던 할아버지가 정작 가장 중요한 말을 해준다. 그 역할을 앨런 아킨이 했다. 그는 오랫동안 연기를 했지만 이 영화 전까지 아카데미 연기상을 받지 못했다.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감독들의 독립영화에 출연했고, 결국 이 영화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평생을 연기한 사람이 마지막에 아주 작은 영화에서 자기한테 딱 맞는 대사를 만난다. 정든 님에서 이어 이어 이어 이어진 언어의 마법사 김세윤 영화 작가의 말에 의하면 사람을 울게 만드는 영화는 오히려 쉽다고. 눈물은 한 번 맺히면 중력 때문에 흘러내린다. 그런데 웃게 만드는 건 다르다. 입꼬리를 위로 올려야 한다. 중력을 거슬러야 한다. [미스 리틀 선샤인]은 그 어려운 걸 한다. 웃기면서 마음이 짠하다. 그런데 억지로 감동을 끌어내지 않는다. 그냥 이 가족을 계속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오고, 어느 순간 마음 한구석이 조금 이상해진다. 삶이 무료하다면 김밥을 하나 들고 [미스 리틀 선샤인]을 보자. 김밥은 한 줄이면 된다. 그리고 이 부부 감독이 처음 찍었던 뮤직비디오가 세기의 명곡 스매싱 펌킨스의 ‘1979’다. 영화에서 돈을 계산하는 장면에 19달러 79센트가 나온다. 세상에 완벽한 가족이 어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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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드럭대다’라는 말이 스레드에서 유행이라 좀 미워해보려고 했다.

그런데 찾아보니 이 말은 표준고유어더라고.

근대 이전부터 쓰이던 순우리말 ‘거드럭대다’에서 시작한 말이라고

한다.

늘 스레드에서 글로만 보다가 육성으로 처음 들은 건 최근이다.

윤상 라디오 방송을 대타로 진행했던 옥달의 김윤주가

‘꺼드럭대다’라는 말을 하는데,

이상하게 밉지 않았다.

유행어 중에도 미운 유행어가 있고, 밉지 않은 유행어가 있다.

그전에는 ‘감도 안 옴’이 유행이었다.

이것도 별로 밉지 않았다.

그런데 어떤 말은 정말 듣기 싫다.

한때 유튜브에서 ‘니마이’라는 말이 대유행한 적이 있다.

정말이지 너무 듣기 싫었다.

이런 유행어는 유튜브 하는 개그맨들 입에서 제일 먼저 나오곤 한다.

지금은 스케치 드라마로 많이 넘어갔지만,

그때만 해도 개그맨들 영상은 거의 몰카 형식이었다.

그런데 거기서 ‘니마이’를 어찌나 많이 하던지,

속으로 욕이 나올 정도였다.

‘니마이’ 자주 쓰는 개그맨들은 오래 못 가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렇게 됐다.

그때 한 영상에서 ‘니마이’를 몇 번씩 하던 개그맨, 개그우먼들은

지금 뭐 하는지도 모르겠다.

반대로 그 유행어를 굳이 따라 하지 않던 사람들은 지금

SNL 라이브나 공중파까지 진출해서 잘나가고,

자기 유튜브 채널도 떡상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물론 ‘니마이’를 썼다고 못 뜬 건 아닐 것이다.

그냥 내가 그렇게 느꼈다는 얘기다.

아무튼 경고한다.

나이 좀 있다고,

예전에 뭘 좀 했다고,

사람들이 나를 알아준다고 꺼드럭대지 마라.

과거에 뭘 했는지는 생각보다 별로 중요하지 않다.

지금 뭘 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이 꺼드럭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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