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환이 묻어있는 사진을 담아오라고 학창 시절 사진부 선배들은 우리를 그렇게 닦달했다. 캔디드 인물사진 속의 장점은 슬픔과 기쁨이 있다는 것이다. 다큐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를 보면 2015년에 죽은 세계적인 사진작가 메리 앨런 마크가 비비안의 사진을 보며 그녀는 사람들에게서 기쁨도 볼 줄 알고, 슬픔과 그리고 위트와 유머까지 사진으로 담을 줄 알았다고 했다.
메레 앨런 마크는 인물사진을 찍었던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 주로 소외된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풍경사진이 아니기에 피사체를 담으려면 피사체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풍경사진은 비싸고 좋은 망원렌즈로 여기서 저어어기를 죽 당겨서 촬영을 하면 되지만 인물을 담으려면 그 인물 가까이 가야 하고, 인물을 담기 위해서는 그 인물과 어느 정도 친밀감이 있어야 한다.
학창 시절 사진부 선배들에게 혼나지 않으려면 사진 속에 슬픔과 기쁨이 묻어나는 사진을 담아가야 했다. 가장 좋은 방법이 전통시장이었다. 그때는 선배들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는 것이 중요했다. 일단 선배들의 눈에 든 사진을 담아오면 살아남는다. 그렇지 않으면 그날은 사진부 암실은 거의 지옥이다. 요즘 사진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대형마트에도, 같은 말을 하지만 일단 요즘은 이렇게 인물 사진을 캔디드 방식으로 담는 것은 거의 어렵게 되었다. 또 담으려면 일일이 말을 해야 하니 서로에게 불편하고 제대로 된 자연스러운 모습을 포착할 수 없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가장 다른 점은 대형마트에서 물품을 파는 사람들은 대체로 늙은 사람들은 없다. 전통시장에서 가판대에서 식품을 파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인들이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다. 아무래도 그들의 모습 하나하에는 슬픔과 기쁨이 도사리고 있다. 매일매일 나와서 장사를 하지만 쉽게 주머니에 돈은 들어오지 않고, 그러나 하루만 장사를 하지 않으면 이틀을 굶어야 하는 이상한 구조의 사회에서 그들은 무엇인가와 타협을 하고 매일 그 자리에 나와서 장사를 한다.
전통시장이 위태위태하다고 해도 지역마다 전통시장은 몇 개씩 있고 또 5일장이 열리는 곳도 있다. 5일장이 열리면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곳이 전통시장이다. 평소에 한산하던 시장에도 5일장이 열리면 사람들이 바글바글한다.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시장에 한가득이다. 이제 코로나도 서서히 물러가는 분위기니까 코로나 이전 같아져야 할 텐데. 전통시장을 돌아다니다가 국밥 한 그릇이나 파전 한 판을 막걸리와 함께 먹는 맛이 있다.
시장에는 삶이 있다는 말을 듣곤 한다. 그건 아마도 시장에 가면 삶이라는 형태를 직관적으로 볼 수 있고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진은 어떻든 포토그래프, 즉 빛으로 그린 그림이니까 빛을 잘 다루는 자가 사진을 잘 담는다. 잘 담는다, 라는 의미 속에는 사진이 말하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