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풍미라면 귤이다.

귤을 실컷 먹을 수 있는 계절이 겨울이고,

겨울에 귤은 참 맛있다.

귤은 겨울에 먹으면 된다.

여름에도 귤을 먹고, 겨울에 수박을 먹으려 든다.

그러려면 하우스에 전기를 왕창 당겨 제철 과일이 아님에도 먹고 싶어 하는 인간들 때문에 전기세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

수박은 여름에 먹고 겨울에는 귤을 먹자.

겨울이 오면 어릴 때 아랫목에 호랑이 담요 덮고 엎드려 귤을 까먹으며

마스터 키튼을 보는 재미가 좋았다.

만화책을 보며 귤을 까먹다 보면 배가 불러 굴러야만 움직일 수 있었다.

고개를 들어 창밖을 보면 마당이 추위에 하얗게 표백되어 있는 모습이 보였고,

어어? 하다 보면 눈이 하늘하늘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늘은 잿빛이고 날이 몹시 차가운,

마를 대로 마른 겨울의 날 그런 풍경을 보며

손은 자연스럽게 봉지 속 귤로 향한다.

귤을 까서 냠냠 먹으며 겨울을 보냈다.

요즘은 겨울에도 열대과일을 먹을 수 있어서 귤이 겨울에서 밀려나는 분위기라,

더 달고, 더 말랑하고, 더 맛있는 귤의 베리에이션이 가득해졌다.

제주도에는 귤이 엄청나게 쌓여 버려지기도 한다.

불과 십 년 정도 전에는 귤이 제일 저렴한 과일이라 겨울이면 리어카에서 오천 원에 한 봉다리 가득 담아 올 수 있었다.

주인아저씨와 눈을 트고 지내면 봉지 밖으로 튀어 나갈 정도로 더 넣어 주었다.

그러면 일하는 곳에 막 풀어 놓은 채 오고 가는 사람들 하나씩 다 나눠줬다.

요즘에 나오는 귤은 전부 맛있다.

너무 달아서 귤이야? 할 정도다.

좀 시그랍고 약간 달콤한 그런 귤이면 참 좋겠지만

그런 귤은 천대받는 시대이니 불평만 늘어놓을 수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오랜만에 다시 본 패밀리 맨은 90년대 감성이 가득해서 좋았다. 어떤 느낌이냐면 나얼의 ‘1993’의 느낌 딱 그것이다. 패밀리 맨의 감성은 90년대 말의 느낌이다.

90년대가 가진 마지막 감성, 그 느낌이다. 영화는 2000년에 나왔지만 90년대의 느낌으로 마음을 건드리는 무엇이 있는 영화다.

딱히 깊이가 있지는 않지만 적당히 코믹하면서 가족적이며 적당한 감동을 준다. 돈 치들이 나오는데 영화배우를 통틀어 가장 늙지 않는 배우가 돈 치들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시대의 어떤 영화에 나온 들 그 얼굴이 그 얼굴이다. 80년대에 나온 얼굴이나 90년대, 2000년대 얼굴이 변함없이 다 똑같다. 그냥 이 얼굴로 태어난 채 배우를 하고 있는 기분까지 든다. 나이도 짐작할 수 없다. 그러더니 아이언 맨 1편을 제외하고는 다 나오더니 결국 워머신이 되었다.

영화에서 잭이 케이트와 함께 보내는 장면은 몽글몽글 기분 좋다. 딱 차무희가 주호진 앞에서 변신 후 끌어안고 꽁냥꽁냥의 느낌이다. 보는 사람이 기분이 좋다.

잭은 케이트의 얼굴을 보며 계속 아름답다고 하는데 정말 아름답다. 기분 좋은 이유는 케이트의 얼굴 때문이다. 애 둘을 낳은 엄마의 몸도 아니다. 티아 레오니는 영화 속에서 존재하지 않는 아내의 모습이다.

아이 둘을 케어하면서도 남편을 변함없이 사랑하고 쥐꼬리만 한 월급에도 꿋꿋하게 국선 변호사 일을 하며 일상에서 일어나는 작은 행복에 크게 기뻐한다. 무엇보다 너무 예쁘고 아주 아름답다.

감독은 어쩌면 현실에서는 없는 캐릭터인 케이트를 탄생시키기 위해 티아 레오니를 캐스팅했을지도 모른다. 영화가 판타지니까.

잭으로 나오는 캐서방마저 이때는 몸도 좋다. 니콜라스 케이지는 이 당시 잘 나가는 배우라는 게 연기를 하면서도 막 뿜어 나온다. 당시 티아 레오니 같은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결혼하고 싶어 하는 남자도 많았다.

티아는 다음 해 쥬라기 공원 3에도 나오게 된다. 엑스파일의 멀더와 결혼해서 잘 살 것 같더니 15년 만인가? 이혼하게 된다. 그때가 2011년이다. 요즘은 활동이 뜸하지만 이 영화 속에서는 진주처럼 혼자 빛이 난다. 오랜만에 감성이 팍팍 돋는 영화 ‘패밀리 맨’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루저 삼인밤의 우당탕탕 루저 탈출기다. 프레데터 세계관의 이단아 같은 영화다. 덱이 떨어진 행성에서 하반신이 없는 휴머노이드 티아의 도움으로 생존하게 된다. 그 둘 사이에 끼게 된 몬스터 버드까지 합세해서 테사의 무리들과 대결을 펼친다.

그 과정이 빵빵 터지는 불꽃놀이처럼 보게 된다. 영화사에서 반세기 지속되는 시리즈들이 있다. 한 번 잘 만들어 놓으면 인간의 종말이 아니면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아스피린처럼 최고의 발명품이자 발견한 캐릭터가 있다.

슈퍼맨, 아이언맨처럼 각종 맨이 그럴 것이고, 에이리언, 우리나라에서는 둘리가 그럴 것이다. 그중에 프레데터도 있다. 프레데터의 특징은 에이리언보다 못 생긴 얼굴이다.

하지만 프레데터가 후속 편이 나올수록 나락으로 가게 되었다. 에이리언과 동시에 출격시키고 별 짓을 다했지만 팬들이 막 떠나가다가 원시시대 편에서 피시주의가 가득하더니 완전 밑으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프레이에서 망친 트라젠버그 감독이 이 루저 삼인방으로 프레데터의 추락을 막아냄과 동시에 그 영화 안에 철학적이며 거대자본을 비꼬는 이야기까지 넣었다.

테사가 속한 거대회사 웨이랜드는 마치 디즈니와 마블을 말하고 있다. 필요 없고 쓸모없어지면 가차 없이 제거하려는 꼴이 지금까지 거대 디즈니가 웃음을 대동하면서 벌인 짓거리다. 그렇게 마블이 지금 얼마나 추락했나.

버드와 반쪽짜리 티아와 나약한 덱은 보잘것없지만 따로 힘을 과시하지 않고 서로 협력하여 거대 웨이랜드사의 테사와 대적하여 이긴다. 이 점이 짜릿하다.

이 영화에서 무엇보다 티아와 테사를 연기한 엘르 패닝의 연기가 빛을 발한다. 요즘 차무희와 도라미를 오고 가는 고유정의 연기가 빛을 발하는 것처럼 엘르 패닝의 약간 뻥 진 듯하지만 인간미를 잔뜩 지닌 티아와 냉정하고 칼날 같은 테사를 오고 가는 연기가 좋다.

루저 삼인방은 함께 있을 때 더 이상 루저가 아님을 나타내는 마지막 장면이 뭉클하기까지 하다. 덱이 주인공이지만 서사를 끌어가는 티아와 버드의 귀여움이 잘 버무려진 팝콘 무비 [프레데터: 죽음의 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메로나는 맛있다.

뭐 그런 당연한 말을 한다고 하겠지만,

사실 이 맛있는 메로나는 해외에서 더 인기다.

이름은 메로나인데 여러 버전이 있다.

멜론이 들어가지 않아서 멜론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못한다고 하던데?

그래서 메로나라는 이상하지만 익숙해서 이상하지 않은 이름으로 지었다.

식품에 그 주 원료가 몇 퍼 세트라도 들어가야 그 이름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새우깡도, 감자깡도, 고구마 깡도.

그럼 고래밥은? 엄마 손 파이는? 점점 이상해지는 세계.

요즘은 당 때문에 사람들이 잘 사 먹지 않아서인지 막 세일해서 판다.

예전에는 마음껏 먹어도 괜찮은 것들이 요즘은 자꾸 천대받는다.

어째서 뭐든 옛날이 그리워지는 걸까.

옛날이 지금보다 느리고 불편하고 위험했을 텐데,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 전부 추억 속에 들어가서 나오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 속에서는 메로나 따위 아무 걱정 없이 마구 맛있게 먹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오리지널로 다시 본 베티는 예전처럼 마냥 아름답고 예쁘게만 보이지 않는다는 건 내가 나이가 들었다는 말이겠지. 퐁네프의 연인들에 푹 빠져있었던 때가 있었는데 다시 보면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다시 보면 더 나은 영화들이 있다. 그 대부분이 오래된 한국영화들이다. 7, 80년대, 90년대 초 한국영화들을 다시 보면 이렇게 재미있다고? 하는 생각이 자주 든다.

세계의 거장, 당시 세상을 강타한 감독들의 영화들은 근래에 다시 보면 더 낫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다시 본 베티는 장 자끄 감독의 여성 판타지 표본이다.

젊고 어리고 예쁘고 최소한으로 걸치고, 그것마저 싫어서 누가 보든말든 성기를 더 드러내고. 원작자나 감독의 판타지 여성관처럼 보인다.

원하는 사랑을 얻어내지 못하면 광기가 극에 달하는 모습이나 거절당하는 게 죽기보다 싫어서 광기를 넘어 살인 욕구에 방화까지 내는 베티가 마냥 예뻐 보이지는 않는다.

베티를 통해 감독의 관음이 그대로 노출되는 것 같아서 오히려 불쾌하기까지 하다. 오리지널은 세 시간이 넘는다. 이 영화는 그야말로 판타지다.

베티와 조그 주위에는 좋은 사람들만 있고 두 사람은 너무나 자유롭고 그 미쳐버린 자유로움에 주위의 친구들이 동조를 하고 받아준다. 경찰도, 형사도 전부 조그와 베티의 저 세상 자유로움에 불을 지핀다.

조그와 베티는 시 같다.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는 반짝이지만 자칫 잘못 건드리면 폭발하여 상처를 낼 수 있는 시 같다.

스무 살의 베티는 어제 한 사랑으로 오늘을 살기 싫다. 오늘은 어제보다 새롭고 더욱 격정적인 사랑을 원한다. 그게 충족되지 않을 때 점점 망상에 사로잡힌다. 37.2도는 임신의 온도다.

베티는 사랑의 끝이 임신이라 생각하고 성공하지만 끝내 실패하고 망상은 끝으로 치달아 자신의 한쪽 눈을 뽑고 만다. 그 후유증은 참혹하고 참담한 결과를 초래한다.

베티가 아름답고 매일 반짝일 수 있었던 건 베티의 망상 모든 것을 받아준 조그 덕분이었다. 베티에겐 이 세계가, 이 시대가 사랑을 하기에는 너무 좁고 답답한 곳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