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식탁.

뽀가 갑자기 내게 묻는다.

"엄마, 공부 못한다고 왜 때리는 걸까?"

갑자기 뜬금없는 질문.

"왜? 누가 공부 못한다고 맞는데?"  갑자기 뽀랑 같은 반 친구가 엄한 부모님으로부터 공부에 대한 심한 압박을 받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일었다.  그건 분명 아동학대다.

"아니. 학원 수학 선생님이 맞는다고 공부 잘하는 건 아니래."

"그렇지.. 맞는게 무서워서 공부하는 건 진짜 공부도 아니고."

"학원 수학 선생님이 때려서 공부 잘 할 것 같으면 맨날 때리겠다고 그러셨어.  엄만 어떻게 생각해?"

......

참, 무슨 말을 그런식으로 하셨담?

"때려서 공부 잘 한다고 하더라도 엄만 너 안때릴거야."

"왜?"

"때려서 공부를 잘하게 될지는 몰라도 네가 맨날 맞으면서 얼마나 불행하고 슬프겠냐?  맞지 말고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면서 그냥 지금 너 공부하는 것 만큼만 해.  엄만 그게 더 좋아. 공부도 좀 더 잘 살자고 하는 건데 맨날 맞아가면서 하는 건 좀 그렇잖아? 그리고 학교 공부만 공부라고 할 수도 없는 거고."

우리 아들 고개를 끄덕끄덕 거린다.  나의 장난끼 발동.

"아닌가~~? 한 스무살까지만 때리면 되니까 그 때까지 맨날 때려볼까?"

우리 아들 눈이 동그래진다.

"어휴~~ 스무살까지면 몇년인데~~ "

"ㅋㅋㅋㅋ 생각만 해도 끔찍해?"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대로 공부라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갈등하는 것 같다.  언제였더라?  아이들에게 왜 공부하냐고 물은 적이 있다.  아이들은 "훌륭해지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그 때 나는,

"누가 그래? 공부하면 훌륭해진다고?  공부 잘하고도 못되게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리고 학교 문턱에도 못가보고도 훌륭하신 분들도 많어. 공부 잘하는 좋은 머리로 남들 속이고 사기치는 사람도 많고. 훌륭한 사람이란 건 공부를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 훌륭한 인격을 갖춘 사람인 것 같은데?"

"그럼 공부는 왜 하는 거야, 엄마?"

"글쎄다..."

그러게,, 우리는 왜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다그치며 사는 걸까?  난 아이들에게 공부를 하면 인생에서 보다 많은 선택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하곤 한다.  세상에서 너희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더 많아지고 너희가 선택할 수 있는 행복의 가짓수도 더 많을 거라고.  하지만 공부하라는 잔소리는 모두 아이들이 번듯한 직업을 갖고 물질적 풍요를 누리며 살았으면 하는 나의 지극히 세속적이고 계산적인 바램에서 나오는 것임을 어찌 부인할 수 있을까.

난 정말 가증스런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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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7-03-15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하고 갑니다.

치유 2007-03-15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나도 가증스런 엄마다..

섬사이 2007-03-23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처음 뵙는 것 같아요. 반갑습니다. 너무 늦게 댓글을 달아서 죄송해요. 제가 요즘 좀 서재관리에 게으름을 부렸거든요.. 한동안 더 게으름을 부리게 될 것 같은데.. 죄송합니다. 꾸벅.
배꽃님/ 배꽃님은 가증스런 엄마 아닌 것 같은데.. 저야 말로 가증엄마의 표본이자 대표주자지요. ㅎㅎㅎ
 

애들은 호시탐탐 엄마랑 같이 잘 기회를 노린다.  어쩌다 애아빠의 귀가가 늦어지면 우리 큰 딸이 아빠  핸펀으로 전화를 한다.

" 아빠. 오늘 늦으세요?....  많이 늦으세요?........ 그럼 우리 안방에서 엄마랑 잘게요.."

그러고 나면 지들이 알아서 안방에 이불펴고 베개 갖다 놓고 난리를 친다.  비니의 자리는 늘 장롱쪽 맨 가장자리이고, 그 옆은 당연히 나.  그러니 엄마 옆에 남은 자리는  엄마의 오른쪽 옆자리 하나 뿐이다.  이제 그 자리를 두고 큰녀석과 작은 녀석이 말다툼을 벌인다.  삼세판 가위바위보는 당연히 우리 아들녀석이 완패다.  누굴 닮아 저리도 가위바위보를 못한담?  하도 지니까 이제 누나가 가위바위보하자고 하면 싫다고 버티기 일쑤다. 

아이들이 내 옆자리를 두고 다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아기 때부터 있는 잠버릇 때문인데, 지금은 혼자서도 잘 잘만큼 자랐는데도 내 옆에 눕기만 하면 잠잠하던 잠버릇이 튀어나온다. 

큰 아이는 내 귀를 만지작거리며 잔다.  다른 사람 귀는 절대 안되고 꼭 엄마 귀여야만 한다.  딸래미 말로는 내 귀랑 다른 사람 귀랑 느낌이 다르단다. 

둘째녀석은 내 볼을 지 손바닥으로 감싸고 잔다.  이녀석도 절대로 다른 사람 볼은 안된다. 엄마 볼 만지지 말고 니 볼 만지라고 해도 안된단다. 

막내 비니는 엄마 입술을 문지르고 꼬집고 하면서 잔다. 

그러니 잘 때마다 지들은 좋을지 몰라도 나는 괴롭다.  여름이면 더 괴롭다.  큰아이와 둘째아이의 잠버릇이 예전만큼 심하지 않다는 게 다행이긴 하지만.. 오늘은 남편의 출장이 예정되어 있다.  대전에 내려갔다 온다는데... 음... 애들이 오늘 또 안방에서 자겠다고 성화를 부릴텐데 이것 참...매몰차게 안된다고 할 수도 없고.. 분명 오늘 밤에도 안방에서 자겠다고 덤빌 것이고, 막무가내 정신으로 무장하고 안방을 침입할 것이고, 은근슬쩍 나의 볼과 귀를 탐낼 것이다. 

이그~~~ 이 엽기 AB형 3종셋트 같으니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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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7-03-15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이쁘기만 하구만..
저희집 녀석들도 엄마랑 자는걸 너무나 좋아라 한답니다..
가끔 엄마랑 함께 자게 해 주는 날은 신나서 옆에 누워 조잘 조잘 입이 쉬질 않아요..
세명을 거느리고 잠드실 섬상이님..아..부럽다..ㅋㅋ그러다 느닷없이 아빠 오시면 어디로 가서 주무시나요? 두분이서 아이들 방에 가서 주무셔야 겠네요..
히힛..귀여운 3종셑트같으니라구..

치유 2007-03-15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22290
 

학교에서 돌아온 우리 딸 지니.

"엄마, 오늘 반장 선거 했는데 부반장은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꽉꽉이가 됐어."

"그래? 잘 아는 친구가 부반장이 돼서 좋았겠다, 야."

"근데 반장은 나야."

"뭐? 어쩌다가?"

우리딸 지니로 말할 것 같으면 초등학교 2학년 때 모둠장 한 번 해보고는 애들이랑 선생님 심부름만 해야 한다며 귀찮다고 투덜거리더니 그 뒤로 무슨 '장'자 들어가는 건 죽어라고 싫어하던 아이였다.  나 또한 아이가  반장이나 부반장 되는 걸 부담스러워 하는 편이라 은근히 그런 아이의 말에 동조해 왔었다.  그런데 이제와서 웬 반장?

지니가 잘 알지도 못하고 그냥 말 몇마디 나누어 본 아이가 지니를 추천했고, 지니는 그동안 추천을 받아도 다행히(?) 반장으로 선출되지는 않았던 경험이 몇 번 있어서 '설마 내가 되겠어?'하는 마음으로 그냥 있었단다.  안될 게 뻔한데 '저 안할래요'하며 빼는 것도 우스운 것 같았다나? 거기다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도 서너명 밖에 없으니까 마음 놓고 있었던 게다. 

그런데 뜻밖에도 반장으로 당선되었다는 거다.  이게 웬 날벼락?  지니랑 뽀가 반장 경험이 없으니 나 또한 당연히 반장 엄마 경험이 없다.  갑자기 난감해져 온다.  선생님께 전화를 해서 교실에 뭐 필요한 거 없냐고 여쭤봐야 하는 건 아닌지,  요즘은 반장이 되면 반장턱이라고 피자나 햄버거 같은 걸 반 아이들에게 돌린다던데 꼭 그래야 하는 건지.. 아이고, 이거 참.. 이럴 줄 알았으면 반장 엄마들이랑 좀 친하게 지내 보는 거였는데..

그런데 지니가 이어서 연타를 날린다.

"그리고 엄마. 나 환경미화 담당도 맡게 됐어."

나더러 어쩌라구요.. 고심 끝에 나온 한마디.

"니네 반에 화분이나.. 학급 비품 필요한 게 있으면 엄마한테 말해. 뭐, 그런 거는 하나 해 줄게."

"선생님이 시계가 있었으면 하셔서 내가 가져오겠다고 벌써 얘기 했어."

"그래, 시계 하나 사지, 뭐."

"아니, 새시계 말고 집에서 안쓰는 헌시계 가져오라셨어. 우리집에 안쓰는 시계 있잖아."

와, 그 선생님 정말 맘에 든다.  얼른 창고에서 안쓰고 있던 십자수 시계를 꺼내 걸레로 싹싹 닦고 건전지도 새로 껴서 딸에게 주었다. 

"교실 커튼도 빨아야 된다고 하셨는데, 반애들이 반장 부반장 시키라고 그랬더니 우리 선생님이 반장 부반장이 니들이 부려먹는 애들이냐 하시면서 딴애들 시키셨어."

와, 그 선생님 정말 정말 정말 맘에 든다. 

딸래미는 좀있으면 가게 될 수련회를 걱정한다.  그러게.. 그 때 선생님 도시락이라도 싸야 하는 건가?  나도 좀 고민이 된다.  딸래미는 수련회 때 아이들 통솔하라고 할까봐 너무 싫단다.  그리고 장기자랑 시간에 반장들 나와서 춤 추라고 그런다나?

"야, 그래도 너에 대해 잘 모를텐데도 애들이 널 좋게 봐줘서 반장으로 뽑아줬으니 고맙게 생각하고 잘 해봐.  얼마나 고맙냐? 그리고 반장들 나와서 춤추라고 할 땐 그냥 미친듯이 춰. 잘추든 못추든 그런건 중요하지 않고 친구들이 널 보고 재밌어 하게 창피하다 생각하지 말고 그냥 추는 거야. 미적미적거리면 보는 사람 짜증난다, 너.  왜 코믹댄스라는 장르도 있잖아.ㅎㅎㅎ"

우리 딸래미 싫지는 않은지 씩 웃는다.  많이 변했구나.  작년에도 반장도 아닌데 남아서 선생님 일 도와드리고(우리 딸이 학원을 다니지 않아서 시간이 많다는 이유로 선생님이 지니에게 일을 자주 맡기셨었다)  문제집도 여러 권 받아오고, 학용품도 받아오고 그러더니.. 이제 어릴 때처럼 선생님이나 반 친구들 심부름 하는 일이 귀찮고 싫지는 않은가 보다.  반장 경험도 지니가 성장하는 데 좋은 거름이 되겠지.  반애들과 대립도 하고 어울리기도 하고 그러면서..

그런데 우리 딸 점심시간에 아직도 운동장에 나가 얼음땡 놀이를 한다던데.. 자칭 자기는 똥춘기 개중딩이라나? 

졸지에 반장엄마가 되어버린 나는 그냥 나대로 독창적인 노선을 걷는 반장엄마가 되기로 결심했다.  초등학생도 아니고 중학교 2학년씩이나 되었는데 엄마가 나서는 것도 우습고... 그냥 울딸이 뭐 해달라고 부탁하면 그것만 열심히 해주기로 했다.  다행히 반장턱을 내는 일에 대해서 우리딸은 이렇게 말했다.

"그걸 뭐하러 해?"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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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7-03-15 0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새로운 경험이 될거에요..정말 잘해 낼 테니 염려마시구요..심반장도 선생님도 너무 멋집니다..ㅋㅋ심반장 알아봐 주는 친구들은 더 멋진 친구들이고요..
축하한다고 전해주시구요..일년 동안 정말 건강고 신나게 지내길 바랄께요..그리고 엄마로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된 님...이쁘고 똑똑한 딸 둔 덕에 정말 좋으시겠어요..님께서도 실장 엄마 노릇 잘 해 내실겁니다..^^&

섬사이 2007-03-15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무신경하게 있기로 작정했어요. 딸이 해달라고 하는 것만 해주려구요. 절대 먼저 나서지 않으렵니다. ^^ 선생님에 깐깐한 분이 아닌 것 같아서 일단 마음이 놓여요. 축하해주시고 용기를 팍팍 넣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
중학생 34명 지음, 한국글쓰기연구회 엮음, 장현실 그림 / 보리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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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네명의 중학생들의 글이 담겨 있는 책이다.  거리에서 만나는 중학생 아이들은 고등학생들과는 좀 다른 느낌이 든다.  그들의 나이 자체가 워낙 어정쩡한 나이여서 그럴까?  마냥 철없어 보이고 섣부른 반항기가 느껴지고... 무슨 생각들을 하고 살고 있을까.. 하는 노파심이 일기도 한다.

그래도 나의 중학시절을 돌이켜 보면 한창 예민해져가는 감성의 결을 만들어가던 때가 아니었나 싶다.  길에서 만나는 중학생 아이들의 마음 속에도 누군가 어루만지고 쓰다듬어줘야 할 예민한 감성의 결이 만들어지고 있을 터였다. 

이 책 속에서 만나는 중학생들의 글을 읽으며 꽁꽁 감추고 있는 그들의 마음 속을 살며시 들춰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듬어지지 않고 글의 기교 따위는 아예 생각조차도 하지 않고 쓴 아이들의 글들이 내 마음 속에 콕콕 와서 박히는 건 글 속에 아이들의 진솔함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정과 학교, 사회 속에서 맞닥뜨리는 폭력과 부조리에 아이들이 상처받는 이야기들은 우리 사회 전체가 부끄러워할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이런 이야기들을 만날 때마다 왜 좀 더 행복한 세상을 아이들에게 만들어 줄 수 없나 하는 생각에 안타까워 한다.  아이들의 순수한 눈으로 바라본 사회는 그다지 곱질 못하다.  아이들은  그 점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힘있는 아이들은 결코 왕따를 당하지 않는다.  이게 바로 우리 사회다.  돈과 힘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세상.  돈과 힘이 없으면 죽은 사회.  그게 사람 사는 곳일까?......(중략)...... 날마다 '자녀 안심하고 학교 보내기 운동'이랍시고 노력하고 있는데 그게 될 턱이 없다. .....(중략)..... 만약 신경이 예민한 아이들이 그런 일을 당하게 된다면, 그래서 사회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면, 그 아이의 인생은 어디서도 보상받을 길이 없다.  언제나 우리 학생들이 안심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를 다니게 될까?"

"나는 교무실 청소를 할 때마다 선생님들의 종이 된 기분이다.  우리도 당연히 제자가 된 도리로 교무실을 쓸고 닦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컵이나 선생님 책상을 닦는 것은 너무 심하다고 생각이 든다.  선생님께서 우리들에게 자기 일은 자기가 해야 된다고, 모범을 보여 줘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

이런 글을 읽고 부끄럽지 않을 어른들이 어디 있을까?  그 밖에도 아버지가 잘못 선 보증 때문에 찾아와 행패를 부리는 빚쟁이들에게 맞서다 오히려 몰매를 맞은 아이, 집을 나가 버린 엄마를 대신해서 집안 일을 다하고도 아버지에게 트집 잡히고 사랑 받지 못하는 아이, 엄마의 언어 폭력 수준의 잔소리에 집이 편안치 않은 아이, 가정을 돌보지 않는 아버지 때문에 형을 의지해서 크는 아이처럼 저마다 자기의 그늘들을 글로 펼쳐놓고 있다. 

내 아이만 잘 자라서는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걸 안다.  모든 아이들이 다 같이 잘 자라야 내 아이도 밝고 행복한 사회 안에서 살게 될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넓고 짙은 그늘 아래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이 많은 것 같다.  그렇지 않은 아이들조차도 교육이네 입시네 하고 짊어진 짐이 너무 무겁다.  책을 덮으며 기도말 한마디 중얼거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그런 책이었다.  우리의 십대들 위에 드리워진 저 그늘 좀 어서 거두어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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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3-14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학생 마음 알기. 보관함에 바로 담아가요^^

섬사이 2007-03-15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 아이들에게 관심을 많이 가지신 분이란 생각을 했어요.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치유 2007-03-16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생각은 우리 클때완 너무 다르더군요..이제 초등 이학년 짜리가 담임선생님께서 책상을 닦아 주시라고 하는게 너무 싫어서 아침에 늦게 학교에 가고 싶다고 하더랍니다..그러면서 선생님이 시키는 일을 하는데 종이된 기분이었다고 엄마에게 그러더랍니다..우리 클땐 선생님께 인정받는구나 생각했었는데..말이죠..

섬사이 2007-03-30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왜 저는 이렇게 놓친 댓글이 많은지.. 죄송해요, 배꽃님.
 

내 마음 속에 있는 너는  캄캄한 지하 역  플랫홈에 서 있어.  내가 너의 손을 잡아 끌고 여기로 왔지.  어쩌면 역을 이렇게 삭막하고 어두컴컴하게 만들어 놓았을까.. 공기도 탁하고.  잠시라도 머물기 싫은 곳이구나.  저기, 기차가 들어온다.  길고 긴 기차.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우리 앞에 섰어.  기차 안에 사람이 참 많기도 하다.  다들 피곤하고 지친 모습.. 핏기 없고 파리한 무표정의 얼굴들,  모두 화가 나 있는 것 같아. 

난 너를 기차에 태웠어.  나를 바라보는 너의 눈빛을 외면하고 싶었어.  잔뜩 겁을 먹고 긴장한 표정으로  낯선 이들 사이에 서있는 너의 모습이 내 마음 속에 와서 박혔단다.  그래서 더욱 네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려면 그 기차를 타야만 한다고 너에게 말하면서 나 자신을 더 다지고 있었던 거야. 안그러면 내가 다시 너를 잡아 끌어 그 기차에서 내리게 할 것만 같았지.

기차가 출발하고 곧 너의 목소리가 들렸어.  어둡고 답답하다고.  창밖을 내다봐도 캄캄한 철로 벽뿐이라고.   내리고 싶다고, 당장 내리고 싶다는 너의 울먹울먹한 목소리가 들렸어.  기가 질려서 큰소리도 못내고 혼자 중얼거리는 듯한 그 목소리가 나를 더 아프게 했어.  네 곁엔 내가 있다고 느끼게 해주고 싶었지.  네가 힘들 땐 언제라도 기댈 수 있는 어깨가 있다는 걸 알게 해주고 싶었어.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곤 겨우 '조금만 더 참아봐.. ' 

지금은 캄캄한 지하철로 벽밖에 보이지 않지만 지하철로를 벗어나고 나면 강도 보이고 숲도 보일 거야.  창문을 열면 맑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올 때도 있을 걸.  기차를 타는 일이란 그런 거야.  가다 보면 터널도 지나고 매캐한 매연 내뿜는 공장지대나 복잡한 대도시도 지나고 황량한 벌판을 지날 때도 있겠지만,  그러다  또 경치좋은 숲도 보고 호수도 보고 초원도 보는 날도 있는 거야.

너무 답답하고 숨막힐 땐 밖을 보지 말고 기차 안을 가만히 살펴봐.  같이 타고 가는 사람들 중에 분명 피식 웃음이 나올만큼 재밌는 사람도 있을 걸?  어느 날 네 곁에 다가와 친구가 되어줄 사람도 있을 테니 너무 긴장하지 말라구.  함께 같은 기차를 타고 가는 사람들과 부대끼며 지내는 것도 이담에 너에게 좋은 추억이 될거라고 믿어.

그래도 너무 힘들거나 하면 언제든지 내리렴.  나는 언제라도 널 안아줄 준비가 되어 있으니, 기차에서 내려 네가 축 처진 어깨를 하고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만 같은 얼굴로 내게 달려와 준다면 난 네가 어려울 때 나를 찾아주었다는 것에 감사할거야.  기차타고 끝까지 가지 못한 찝찝함 따위  내가 꼭 안아줄 테니 내 품안에서 아기 때처럼 푹 자고 일어나 툭툭 털어버리면 그만이지, 뭐. 그 기차 말고도 세상엔 탈 수 있는 기차가 얼마나 많은데.

얼마전에 고맙게도 웃는 얼굴로 네가 말했지. 

"이제 캄캄한 지하철로는 벗어난 거 같아.  지금은... 글쎄.. 공장지대를 지나고 있는 것 같아." 라고.

사랑한다.  나의 딸아.  네가 견뎌내고 있는 그 시간들이 너에게 보람으로 돌아오기를 난 기도하고 또 기도할게.

 

***  종합학원에 다니면서 무척 힘들어 하던 우리 큰 딸 지니에게 사랑하는 엄마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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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7-03-15 0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부모는 그래요..저도 그랬던 기억입니다..아이의 얼굴을 보며 나의 얼굴이 웃었다 울었다..잘 이겨 내고 있는 지니..정말 이쁘네요..옆에서 님의 기도를 먹고 크는것이니까요..

섬사이 2007-03-15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한동안 아이도 저도 마음고생이 많았어요. 이제야 좀 적응이 된 것 같아요. 소라도 많이 힘들어하진 않던가요? 소라는 의젓하고 마음이 깊어서 힘들어도 별로 티를 낼 것 같진 않네요. 소라에게도 보람 가득한 내일이 오기를 기도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