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은 호시탐탐 엄마랑 같이 잘 기회를 노린다. 어쩌다 애아빠의 귀가가 늦어지면 우리 큰 딸이 아빠 핸펀으로 전화를 한다.
" 아빠. 오늘 늦으세요?.... 많이 늦으세요?........ 그럼 우리 안방에서 엄마랑 잘게요.."
그러고 나면 지들이 알아서 안방에 이불펴고 베개 갖다 놓고 난리를 친다. 비니의 자리는 늘 장롱쪽 맨 가장자리이고, 그 옆은 당연히 나. 그러니 엄마 옆에 남은 자리는 엄마의 오른쪽 옆자리 하나 뿐이다. 이제 그 자리를 두고 큰녀석과 작은 녀석이 말다툼을 벌인다. 삼세판 가위바위보는 당연히 우리 아들녀석이 완패다. 누굴 닮아 저리도 가위바위보를 못한담? 하도 지니까 이제 누나가 가위바위보하자고 하면 싫다고 버티기 일쑤다.
아이들이 내 옆자리를 두고 다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아기 때부터 있는 잠버릇 때문인데, 지금은 혼자서도 잘 잘만큼 자랐는데도 내 옆에 눕기만 하면 잠잠하던 잠버릇이 튀어나온다.
큰 아이는 내 귀를 만지작거리며 잔다. 다른 사람 귀는 절대 안되고 꼭 엄마 귀여야만 한다. 딸래미 말로는 내 귀랑 다른 사람 귀랑 느낌이 다르단다.
둘째녀석은 내 볼을 지 손바닥으로 감싸고 잔다. 이녀석도 절대로 다른 사람 볼은 안된다. 엄마 볼 만지지 말고 니 볼 만지라고 해도 안된단다.
막내 비니는 엄마 입술을 문지르고 꼬집고 하면서 잔다.
그러니 잘 때마다 지들은 좋을지 몰라도 나는 괴롭다. 여름이면 더 괴롭다. 큰아이와 둘째아이의 잠버릇이 예전만큼 심하지 않다는 게 다행이긴 하지만.. 오늘은 남편의 출장이 예정되어 있다. 대전에 내려갔다 온다는데... 음... 애들이 오늘 또 안방에서 자겠다고 성화를 부릴텐데 이것 참...매몰차게 안된다고 할 수도 없고.. 분명 오늘 밤에도 안방에서 자겠다고 덤빌 것이고, 막무가내 정신으로 무장하고 안방을 침입할 것이고, 은근슬쩍 나의 볼과 귀를 탐낼 것이다.
이그~~~ 이 엽기 AB형 3종셋트 같으니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