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 곰을 지켜라 웅진책마을 53
김남중 지음, 김중석 그림 / 우리교육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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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앞표지 날개에 적혀있는 지은이 소개를 보고는 살며시 웃었다.  작가 소개는 대부분 19**년에 태어나 OO학교를 졸업하고 무슨 무슨 작품으로 등단해서 지금까지 이런 저런 상을 받았다는 식의 글들인데, 김남중이라는 이 작가에 대한 소개글은 ‘전북 익산에서 태어나 지금은 광주에서 살고 있습니다.’라는 글 뒤에 작가가 좋아하는 것들을 열 가지도 넘게 주욱 나열하고 있다.  그 중엔 상추쌈이나 농구공 같이 매우 일상적이고 친근한 것들도 포함하고 있어 작가에 대한 거리감이 좁혀지는 느낌이었다.  틀에 박히지 않은 자기 소개 방법이 참신해서 마음에 들었다.  이 작가가 가지고 있을 유연한 발상에 대한 기대가 스멀거리며 일어서기도 했고.

기대했던 것처럼 이야기 속에서 작가의 유연한 상상력이 드러났다.  ‘주먹곰’이라는, 인간의 가장 이기적이고 잔인한 본성의 극단적 표출이라 할 수 있는 전쟁으로 인한 자연 파괴 때문에  생겨난, 아주 작은 돌연변이 반달곰이라는 설정에서부터 작가적 상상력의 가지 뻗기가 시작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마치 작은 곰 인형처럼 보일 게 틀림없는 주먹곰을 둘러싸고 유전자 복제 기술을 통해 애완동물로 상품화하려는 ‘자연의 친구’라는 거대기업과 그에 맞서 예전의 커다란 본래의 곰의 모습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꿈을 간직한 주먹곰을 지켜주려는 강수와 우림이, 강수의 삼촌 명석과 오 피디의 이야기가 박진감 있게 펼쳐져 있어 흥미로웠다.  게다가 책을 읽어 나갈수록 작가의 상상력의 가지가 제법 탄실한 현실비판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 느껴져 흐뭇했다. 작가의 상상력과 현실 비판의 성공적인 줄타기가 돋보이는 책이었다.

작가는 상상과 현실비판의 줄을 오가면서 애완동물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자연의 친구’라는 가식적이고 위선적인 이름의 거대한 다국적 기업을 통해 인간의 이기적인 사고방식, 현대 물질문명이 갖고 있는 파괴적인 속성, 자본의 횡포를 보여주는가 하면, 그 반대로 강수와 우림이라는 어린이를 통해 상처받은 자연의 회복과 인간과 자연이 하나라는 따스한 공동체 의식을 보여준다.

애완동물이 뭐냐는 ‘자연의 친구’ 한국지부 사장 마이클 오의 질문은 현대 문명사회 속에서 서로 단절된 인간의 외로움을 아프게 꼬집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가 멀어질수록 애완동물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생기는 거야.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사귈 때 드는 노력과 혹시 받을지 모르는 상처를 염려하지.  대신 간편하게 돈을 주고 애완동물을 사면 마음이 편하거든.  마음에 드는 동물을 얼마든지 고를 수 있고, 바꿀 수 있고, 마음에 안 들면 처분할 수도 있지.”(p.34) 라고 말하며 “사람이 해야 할 역할을 동물에게 기대”하는 인간의 외롭고 딱한 처지를 드러내는 글은 섬뜩하다.  지금은 ‘애완동물’이라는 말 대신 ‘반려동물’이라는 좀 더 끈끈하고 책임 있는 사랑을 기저에 둔 용어가 등장하긴 했지만 그 또한 거꾸로 생각해보면 인간이 아닌 동물에게서 ‘반려’를 기대해야 하는 사람의 외로운 처지를 확연히 드러내는 말이 아니던가. ‘인간다움’을 잃어버린 사람이 동물에게서 ‘인간다움’을 기대하고자 하는, 그리하여 동물에게서 ‘동물다움’을 빼앗는, 인간이 저지르는 이기적 횡포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니기를 가만히 빌게 되는 대목이었다.


또한 오 피디의 입을 통해 “사람들이 방송에서 보기를 원하는 것은 사람 손이 닿지 않는 깨끗한 자연이었다.  방송에서 깨끗한 자연을 내보내면 사람들이 몰려와 망가뜨린다.  그래 놓고 사람 손때가 너무 많이 묻었다고 투덜거린다.”(p.124)며 자연을 ‘즐기기’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사람들의 대책 없이 안일하고 이기적인 자연관에 대해 일침을 가하기도 한다. 그리고 주먹곰을 통해 우리도 곰의 한 갈래였음을 상기시킨다. “우리는 변한 곰이다. ..... 너도 변한 곰이라고 했다. 사실인가?”(p.126)하는 상처받은 자연의 상징이라는 주먹곰의 물음에 우리 인간도 주먹곰과 같은 자연의 한 갈래임을, 자연과 내가 하나임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자칫 딱딱하고 지루할 수 있는 현실비판적인 요소들은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만들어진 여러 재미난 요소들과 어우러져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첨단 장비들은 작가의 상상력의 대표적 산물인데, 목소리를 잃은 아이 강수가 이용하는 말나팔이라든가 사람과 곰이 서로 대화가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곰 통역기, 자연의 친구 연구소가 개발한 자연산 곰 수십 마리에서 추출한 신경 성분을 농축해 만든 곰 동화제, 그리고 임 팀장 측에서 주먹곰을 찾아내기 위해 사용하는 첨단 장비들이 바로 그것들이다.  그런 상상의 첨단 장비들은 때로 그 엉뚱함에 읽는 이의 웃음을 자아내게도 하고 때로는 그 기발함에 유쾌한 기분을 맛볼 수 있게 하여 현실비판의 무거움을 덜고 재미를 더하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꼭지산을 영구 자연림화 하는 결말에서는 마음속으로 열렬히 찬성의 박수를 보냈다. 오래 전 동강댐 건설을 두고 개발을 지지하는 측과 환경단체 간에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졌던 적이 있었다.  그 때 우연한 기회로 동강을 가보게 되었는데, 그 때 내 마음이 꼭 그랬다.  여기는 인간 출입 금지 지역으로 만들어 두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더 나아가 세계 각국이 모여 자국 영토의 일정 비율을 개발 금지, 인간 접근 금지 지역으로 지정하는 국제법이나 조약을 제정하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나와 똑같은 상상을 한 작가를 만나고 보니 얼마나 반갑던지. 

박진감 넘치는 재미와 깊이 있는 울림을 함께 담아낸 동화를 읽게 되어 즐거웠다.  우리 동화를 읽을 때마다 느꼈던 과감한 상상력의 부족이랄까, 하는 한계의 벽을 허물려는 시도와 미화된 현실이 아닌 비뚤어지고 뒤틀린 부조리한 현실 속의 인간의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진지함이 마음을 흐뭇하게 했다. 

뜨거운 햇볕이 쏟아지고 있는 창밖을 바라보며 지리산에 방생되었던 반달곰들을 생각해본다.  얼마 전에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는 기사를 본 것 같기도 하다.  인간의 손에 길들여진 동물이 야생에서 겪었을 고초가 새삼 안쓰럽게 다가왔다.  얼마 전 신문에선 앞으로 10년 후엔 개구리를 볼 수 없을 것이란 기사도 읽었었다. 사람의 손은 참 여러 가지 일을 하고 다양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구나 하는 생각에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이 동화가 아이들의 마음속에 자연과 생명에 대한 애정과 경외감을 심어줄 수 있기를, 그래서  편리에 길들여져서 개발만이 장밋빛 미래를 가져다 줄 수 있을 거라는 착각 속에 두려움 없이 자연을 파괴하고 훼손했던 우리 기성세대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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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 2007-07-26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사이님의 리뷰 잘 읽었습니다~ 주먹곰.. 보관함에서 꺼내주고 싶네요.

섬사이 2007-07-26 21:53   좋아요 0 | URL
향기로운님, 다시 지난 번 이미지로 바꾸셨네요. 어쩐지 반가운걸요.^^

홍수맘 2007-07-26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좋은 책 추천받고 가네요.
정말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우리 아이들이 꼭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섬사이 2007-07-26 21:54   좋아요 0 | URL
네, 꼭 그랬으면 좋겠어요. ^^

네꼬 2007-07-27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리뷰 너무 좋다. 추천! (저도 책날개에 작가 소개 그렇게 하는 거 넘 좋아요.)

섬사이 2007-07-28 07:32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네꼬님.. 잘 지내고 계시죠?

2007-08-01 0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06 04: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봄이다
아카시아 꽃잎이 칼질하듯 날린다
새는 섬뜩하여 주머니에서 손을 뺐다
봐라 산처럼 주저앉은 노을의 봄을
봄은 천천히 너를 사랑하였다
마침내 오던 눈발이며 밤을 도와 내린 이슬비까지
하물며 거리의 옷깃으로 봄은 절규하였다
그렇게 사랑하였으나
삶이
봄처럼 언제까지 너를 기다릴 것이냐

빗물이다
초복날 빗물이 창틀을 잡고
문턱을 더듬으며 기웃거린다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지
인간의 삶이 궁금한 빗물과
날아가 지난 봄엔 희망의 햇살과
따뜻하게 악수도 나누었을 새
한 마리 새
발자국 빗물에 씻겨간다

       박 철 시집 <험준한 사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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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꺾꽂이


                                  박 철  시집 <험준한 사랑>에서

 

아무 데나 뿌리내려 몸을 푸는

사랑법을 배우고 싶네

물이고 뭍이고 쿡쿡 질러 넣으면

푸른 잎을 발하는

이른 봄이나 이른 가을

그대 두고 간

한 가지 베어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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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수다 - 나를 서재 밖으로 꺼내주시오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진원 옮김 / 지니북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기 위해 먼저 <공중그네>를 읽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공중그네>에 대해 참 많은 서평들이 올라왔었는데도 불구하고 한 번 읽어봐야지 하면서도 아직까지 이유 없이 미루고 딴청을 부렸었다.  그런데 <오! 수다>란 책이 나에게 떨어지자, 이 작가의 대표작품 하나 읽지 않고서 작가의 여행기를 덥석 잡아 읽는다는 게 꺼림칙하게 느껴졌다.  그래, 시간이 걸리더라도 일단 <공중그네>부터 읽는 게 순서다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러길 참 잘했다. 만약 <공중그네>를 읽지 않고 <오! 수다>를 읽었더라면 작가 스타일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너무 싱겁고 가볍다고 여겼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공중그네>의 유쾌함이 <오! 수다>에서도 이어지고 있었다.  이라부와 함께 여행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그런 느낌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공중그네>를 사전에 읽어둔 덕이다.

오쿠타 히데오의 글은 솔직하고 담백하고 즐겁다.  작가랍시고 잔뜩 폼 잡고 위엄을 부리며 유식을 자랑하는 일 따위 하지 않는다. 그냥 편한 마음으로 그를 따라 나서면 그만이다. 그렇다고 너무 가볍게만 생각하면 착각이다. 꽤 진지한 사안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으니까.

작가의 일상적인 면모와 취향을 엿보는 게 즐거웠다면 관음증 환자라고 오해받을까? 일본 삼경 중 하나라는 비경을 눈앞에 두고도 괭이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던져 주는 재미에 몰입하는 모습이나 갑판에서 멋진 바다 풍경에 취해서 껑충거리며 춤을 추는 장면,  고토에서 지네에 물린 상처를 치료받으러 병원에 가서는 미녀 의사에게 반해서 마음으로만 작업 멘트를 날리는 거라든가, 칼로리를 걱정하면서도 식탐을 이기지 못해 변비에 걸려서도 과식하는 모습, 겨울 혹독한 추위가 몰아친 여행지에서 눈싸움도 하고 빙판 위에서 미끄럼을 타며 즐기는 모습들은 작가를 더욱 친근하게 느끼도록 해준다. 
작가로서의 특별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은근한 서운함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며 투정부리고 여행에 동행한 사진가들이 날씨 때문에 촬영에 곤란을 겪자 “글을 쓰는 작업은 그다지 제약이 없고 편하다. 얼마든지 거짓말을 쓸 수 있으니까 말이다.  잔뜩 흐린 하늘을 청명한 하늘이라고 얼버무릴 수 있는 멋진 작업이다.”(p.102)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나 여행에 대한 작가의 생각에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여행이 의미가 있었던 것은 항해 시대인 19세기까지다.  그 이후에는 불필요한 대중화가 진행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맹렬하게 이곳저곳을 누비며 다니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도로만 혼잡해질 뿐이다.  자연만 파괴될 뿐이다. 저 야마모토 나츠히꼬 선생도 말하지 않았나.  여행을 떠난다고 당나귀가 말이 되어 돌아오는 것은 아니라고...”(p.67) 하면서 여행에 대해 독설을 퍼붓다가도 “여행은 비뚤어진 마음을 정화시켜 주며, 자신의 성격까지 잊어버리게 하는 것이다. 멀리 여행을 떠나 솔직해지고 싶다.”(p.69) 또는 “여행의 효용은 지방을 알고 겸허해지는 것이다.  평소에는 오만하므로.”(p.221) 하면서 여행의 가치를 드높이는 발언을 하기도 한다. 양쪽 모두 맞는 말이란 생각이 들었다.  여행하는 자, 길 위에 있는 자의 마음과 생각이 어떠냐에 따라서 여행의 질과 가치는 다르게 변화할 테니까.

정답은 없고 결단만이 필요할 뿐이라는 원자력발전소문제와  국제 보호 조류인 따오기를 보며 느끼는 인위적인 야생동물 보호의 필요 여부 문제, 그리고 사도 지방의 전통 축제를 통해 글로벌리즘의 허황됨에 대해 성토하는 부분들에서는 사뭇 숙연해지기도 한다. 진지하게 따지고 들었다면 오히려 식상했을 수도 있으련만, 오쿠타 히데오는 그런 민감하고 심각한 문제들을 간단하게 툭툭 치고 지나칠 뿐이다.  완전히 이라부 수법이군, 했다. 문제를 툭 던져놓고는 나머지는 니들이 알아서 생각해봐라, 하는 식이다.

이 책을 읽다가 삐걱대는 부분이 조금 있긴 했다.  그건 오쿠타 히데오가 일본인이고 나는 한국인이라는, 어쩔 수 없는 민족적 견해 차이라고 볼 수 밖에 없는 것들이다.  이를테면, 오쿠타 히데오의 이런 글,
“내가 왜구의 후예라면 큰 자부심을 느낄 것이다.  역사를 현재의 기준으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  5백 년도 더 전에 카미고토에는 드넓은 저 바다로 배를 저어 나간 용감한 사람들이 있었다.”(p.108)
이게 무슨 소리야, 싶었다. 노략질을 일삼고 선량한 타국의 백성들을 납치했으며 온갖 만행을 저지른 왜구의 후예라는 걸 자랑스러워 할 거라는 게.. 그렇다면 독일국민은 나치의 후예라는 걸 자랑스러워해야겠군, 하며 빈정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물론 자국의 역사에 대해 그 나라의 국민들은 긍정적인 견해와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역사적으로 왜구의 피해를 직접적으로 당해왔던 나라의 후예의 입장에서 나는 절대로 납득할 수 없는 문장이었다.
또 하나, 작가가 부산 여행길에서 때밀이 관광을 하는 장면이다.  알몸으로 누워 때를 밀면서 “전라의 자세는 비참한 자세”(p.197)이고 그런 자세로 누워 다른 사람에게 몸을 맡기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당한 것 같아서 줄곧 마음이 편치 않았다.”(p.197)고 말한다. 때밀이 젊은이의 손이 몇 번이나 일행 중 한 사람의 그곳을 스쳤다면서 때밀이 청년들을 “게이 잡지 <장미족> 분위기의 청년”(p.196)으로 몰아가는 데는 좀 흥분되기도 했다. 

인간의 존엄성 훼손 좋아하네, 731부대와 마루타, 위안부 얘기는 들어보셨나, 하면서 공연히 부아가 났다. 
하나 더 이야기 할까.. 후쿠라는 곳은 우리 한반도와 아주 근접해 있어서 “제주도가 바로 옆”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이라고 한다.  그래서 차량 라디오를 틀면 깨끗한 한국어 방송이 튀어나온다나.. 거기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바로 뒤에 덧붙인 말, “하지만 이곳은 일본 땅이므로 영토권 주장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p.75)  독도 문제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었다.  덤터기를 쓰고 벌레 씹은 기분이랄까.

그런 민감한 민족적 정서와 입장의 차이에서 오는 껄끄러움을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즐거운 독서가 될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런 민감한 글들을 통해서 일본의 극우세력은 아닐 듯한 오쿠타 히데오를 통해 일반적인 일본 국민의 의식을 들여다 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또 하나, 내가 일본 지리(일본이 4개의 커다란 섬으로 되어있다는 것 말고는 별로 아는 바가 없다)나 여행지, 음식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 부족하다는 게 좀 아쉬웠다.  일본 지명이나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에 제대로 공감할 수만 있었다면 책 읽는 재미가 스무 배쯤 더 껑충 오르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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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lin 2007-07-25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을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는데...마지막 부분이 맘에 걸리네요. 실망하게 될 것 같아요. 그런 차이..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섬사이 2007-07-26 21:56   좋아요 0 | URL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을 다시 실감했어요. 그냥 보통의 일본인의 생각을 확인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사실 오쿠타 히데오는 평범한 사람도 아닌데 말이죠.^^

알맹이 2007-07-25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사이님이 이 정도 리뷰를 쓰신 걸로 봐서는 왠지 실망스러울 것 같아요.. 저도 ^^

섬사이 2007-07-26 21:57   좋아요 0 | URL
어느 관점에서 책을 읽느냐 하는 문제일 것 같아요. 민족적인 견해 차이나 일본의 지리, 음식들에 대한 것들에 예민하지만 않다면 전체적으로 즐겁고 유쾌한 독서였어요.

홍수맘 2007-07-25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도 고민 됩니다.
그나저나 님 페퍼에는 댓글을 달 수 없어서리....
잘 지내고 계신거죠?

섬사이 2007-07-26 21:59   좋아요 0 | URL
네, 홍수맘님, 잘 지내고 있어요. 홍수맘님도 잘 지내시죠? 애들 방학해서 집에 있고 비니는 갈 수록 밖에 나가 살자고 하고.. 정신도 없고 시간도 부족하고 그러네요. 다른 님들 서재 나들이도 제대로 못하고 지내요. ㅠ.ㅠ
 
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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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떠오른 과학적 사실, 질량과 무게.

질량은 지구에서건 달에서건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무게는 변한다.  무게는 중력과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력이 지구의 6분의 1밖에 되지 않는 달에서는 같은 질량이라도 무게는 훨씬 가벼워진다는 건 아주 기초적인 상식이다.  무게는 변한다. 변할 수 있다. 
나는 지구에 살고 이라부는 달에 산다.  살아가는데 느끼는 고통, 아픔, 정신적 압박감 등등의 문제들이 감당키 어려운 심각한 무게로 내 어깨를 내리누르는데, 이라부에게만 가면 마치 달에 간 것처럼 같은 질량의 무거운 문제들이 훨씬 가벼워지는 것이다.
왜 그럴까.
똑같은 질량의 삶의 무게가 왜 이라부에게만 가면 쉽고 간단하게 정리되어 가벼워져 버리는 걸까..
나는 왜 이라부처럼 가볍게 살지 못할까.
이라부가 있는 곳은 왜 달이 되어버리는 걸까.

몇 가지 해답.
나에겐 있지만 이라부에겐 없는 것들이 있다.  체면, 자기연민, 굽힐 줄 모르는 자존심과 그것과 똑같은 크기의 열등감, 대책 없는 피해의식, 근거 없는 의심과 경계심, 적의, 기득권에 대한 집착, 실패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 물질적 충족 또는 출세를 향한 강박과 경쟁의식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런 것들이 나에게 작용하는 중력을 더욱 커지게 만들고, 그럴수록 모든 문제들은 더더욱 무겁고 심각하고 찐득하게 눌어붙는 것이 되고 만다. 이러다간 공기의 무게에도 헉헉거리며 힘겹게 살게 될 판이다. 

두 번째, 열림과 닫힘. 공중그네 이야기에서 곡예사 고헤이가 했던 말. “다른 사람 가슴속으로 뛰어들 수가 없어요.”  나도 마찬가지다. 나도 다른 사람 가슴 속으로 뛰어들기가 겁이 난다.  이것도 중력을 높이는 의심과 적의, 과도한 방어본능일지도 모르겠다.  이라부는 열려있다.  그는 어디든 뛰어든다. 공중 곡예의 모험이든 유명인의 명성이든 권위에 대항하는 장난이든, 조폭들 조직세계의 살벌함이든, 그런 것들 따위 가리지 않고 벗겨버리고 날려버린다.  모든 것을 향해 열려 있고 모든 것을 향해 돌진하는 그의 뻔뻔함은 불쾌하기는커녕 대리만족의 유쾌함을 선사하기도 한다.  그와 함께라면 망설이지거나 머뭇거리는 법 없이 세상을 향해 나를 활짝 열어 보이며 그 안으로 뛰어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라부가 가지고 있는 열린 마음, 유머, 장난끼, 호기심, 순수함, 동심, 아이다운 뻔뻔함, 심지어 요괴스러움이나 엽기적인 면 같은 것들까지도 그를 달의 중력으로 살게 한다.

세 번째 핵심파악 또는 정곡 찌르기. 이라부는 중심을 본다.  <3루수>에서 볼의 제어력을 잃어버린 야구선수 반도 신이치에게 ‘제구력’이란 게 무엇이냐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놓기도 하고, <여류작가>에서는 인기작가 호시야마에게는 “간판을 내리라”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고, <장인의 가발>에서 자신의 사회적 지위 때문에 본래의 쾌활한 성격을 잃어버린 의대 동기 친구 다쓰로에게 “성격이란 기득권이야.(p.151)“라거나   “인생, 길지 않다.  지금 당장 내뱉어야 할 걸 쏟아내지 못하면.” (p.177)이란 충고로 자기를 돌아볼 수 있게 한다.  아니, 말만 하는 게 아니다. <공중그네>에서 이라부는 그 육중한 몸으로 가꺼이 공중그네의 바를 잡고 포물선을 그린다.  자기의 온 몸을 던져 환자를 치료하고 환자의 생활 안으로 뛰어들어 환자와 섞인다. 환자는 그런 이라부를 보며 자기의 정신적 장애에 대해서 생각하고 고민하는 데서 머물지 않고 느끼고 깨닫는 경지로 올라서는 것이다.  느끼고 깨닫는다는 건 중심과 본질을 되찾게 해주는 것이다.  중요한 중심과 본질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사람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문제들은 너그럽고 여유있게 받아들일 수도 있게 된다.  중력은 그렇게 약해지고 가벼워지는 것이다.

이 책이 내가 읽은 오쿠타 히데오의 첫 번째 작품이었다. 너무 가볍다할 정도로 유쾌하게 웃으며 페이지를 빠르게 넘길 수 있는 책이었지만, 그것이 또 이 책만의 매력이란 생각이 든다.  인생의 무게에 대해, 삶의 고통에 대해 눅진눅진한 언어로 내 머리카락 한 올의 무게까지도 느낄 수 있을 만큼 세심하게 파고든 작품들이야 너무 많으니까. 

지금 읽고 있는 오쿠타 히데오의 <오!수다>라는 책에서 이런 말을 찾아냈다.
" ‘보람’이나 ‘자아 찾기’와 같은 것은 현대병의 일종이다.
언론이 ‘모든 사람이 주인공’이라고 달콤한 말을 속삭이기 시작한 순간부터 인간은 새로운 고통을 안게 되었다.
" (p.55)

모두가  주인공이 되려고 기를 쓰다 보니 경쟁도 심해지고 사는 모습도 각박하고 메말라 가는 건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내가 몸담고 있는 자리, 내가 안고 있는 문제들에서 벗어나 아웃사이더만의 자유롭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살아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것이 중력을 벗어난 클리나멘의 힘으로 변환될 수도 있는 것이고, 매끄러운 공간을 질주하는 노마드의 강인한 능력으로 우리를 이끌지도 모르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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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24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라부는 2권 읽고나니 맨처음의 재미가 퇴색되어버린 듯했어요. 그래도 참 신선했지요. 인간의 고민은 사실 그렇게 대단한게 못된다는 것을요. 전 가볍게 가볍게 살래요~

섬사이 2007-07-25 02:45   좋아요 0 | URL
아직 <면장선거>는 읽어보지 못했어요. 요즘 오쿠타 히데오의 새 책이 나온 것 같기도 한데, 읽어야겠다는 결심이 서지는 않네요. <공중그네>, 가벼운 듯 가볍지 않은 책이었어요. 하지만 저도 가볍게 살고 싶어요. 중력의 힘을 덜 받으면서. ^^

fallin 2007-07-25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력과 연결지으니 참 신선할 걸요^^ 마지막 "주인공"이야기는 좀 찔리네요ㅋㅋㅋ 저는 내가 주인공이다!생각하며 살자고 다짐하는데^^;근데 너무 나만 들여다보기 보다는 주위를 둘러보는 것도 필요하다 싶어요. 예전에 읽은 '무탄트메시지'라는 책이 생각나네요. 부족이야기인데 그곳엔 거울이 없다고..그래서 자신보단 상대의 맘을 더 바라볼 줄 안다고..뭐 그런 얘기였던 거 같아요..

섬사이 2007-07-26 22:01   좋아요 0 | URL
거울이 없다.. 특이하네요. 호기심이 동하지만, 꾹 참아야겠어요. 읽을 책들이 너무 밀려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