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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유산
심윤경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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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예전에 심윤경 님의 <설이>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었어. 그래서 우연히 인터넷서점에 이번에 읽은 <영원한 유산>이라는 책이 눈에 띄었단다. 지은이가 심윤경 님이었거든. <설이>를 괜찮게 읽어서 한 번 읽어보기로 했단다.

이 소설을 읽기 시작할 때는 소설의 주 무대인 유엔 한국통일부흥위원회(UN Commission for the Unification and Rehabilitation of Korea)줄여서 언커크(UNCURK)란 조직이 지은이가 허구로 만들어낸 조직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존재했던 조직이라고 하더구나. 그리고 그 조직의 본부로 쓰인 곳이 실제로 친일파 윤덕영의 벽수산장이라는 적산가옥이었다고 해. 그러니까 실제 있었던 장소를 모티브로 삼은 소설이라고 하더구나.

어떻게 그런 소설을 만들 수 있었냐면, 지은이가 어렸을 할머니와 찍은 사진 한 장 뒤로 낯선 유럽식 뾰족탑이 있었다는 거야. 그 사진은 책 뒤편 작가의 말에 실려 있어서 볼 수 있단다. 사진으로 봐도 개인의 집이었다고 생각하기에는 엄청나게 큰 집처럼 보였단다. 낮은 집들 사이에 높고 뾰족한 건물이 이국적이었어. 지은이의 그 건축물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한 것이 바로 이 소설이란다. 그 언커크 본부를 둘러싼 지은이의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이야기를 간단히 줄여서 이야기를 해볼게.


1.

주인공은 윤원섭이라고 하는 여자란다. 벽수산장의 주인이었던 윤덕영의 막내딸이야.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윤덕영은 실존했던 인물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윤원섭은 가상의 인물이니, 참고하렴. 때는 1966년 사기죄로 서대문 형무소에 있던 윤원섭을 출소하게 된단다. 윤원섭은 감옥에 있으면서 유엔 한국통일부흥위원회, 줄여서 언커크의 대표에게 편지를 보냈어. 당시 대표는 호주 사람 데이비드 애커넌이라는 사람이야. 편지를 보낸 이유는 그 집, 그러니까 언커크의 본부 때문에 방문 좀 해보고 싶다고 했어.

그래서 애커넌은 원섭이 출소하는 날에 맞춰 언커크에서 통역으로 일하는 이해동과 윤덕영이 살 때 머슴으로 있다가 지금은 언커크에서 잡일을 하는 공팔묵을 서대문형무소에 보냈단다. 원섭은 키가 훤칠하고 신세대 감각을 자신 여자였단다. 나이는 40대 후반이었지만, 잘 꾸미면 그것보다 훨씬 어리게 보였단다. 원섭은 언커크 본부, 그러니까 자신의 옛집에 왔단다. 애커넌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원섭은 자신의 아버지는 친일파가 아니고 나라를 위해 애쓴 사람으로 설명했어. 집안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사람이었어. 하지만 진실은 골수 친일파였을 뿐.

그리고 아무도 모르고 있는 비밀통로와 비밀 공간인 다락방의 존재를 알려주었지. 그것을 무척 신기해하는 애커넌말도 잘 하고 외모도 뛰어난 원섭에게 애커넌이 관심을 갖게 되었단다. 더욱이 애커넌은 아내와 사별하고 혼자였거든. 애커넌은 원섭에게 당분간 언커크에서 같이 일을 하자고 했단다. 언커크에 대한 홍보동영상을 만들자는 제안을 했고, 원섭도 하겠다고 하면서 자신은 비밀공간이었던 다락방에서 일하겠다고 했단다.

통역사 해동이 보기에는 원섭을 못마땅하게 생각했어. 골수 친일파의 딸이었으니까 말이야. 그럼에도 잘못을 반성은 하지 않고, 자기의 아버지는 친일파는 아니고 나라를 애쓴 사람이라고 당당히 이야기하니 말이야. 그걸 언커크 사람들한테 통역해주어야 하는 이고 자신이니 더 기분이 나빴지. 해동의 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하다가 감옥에 투옥되고, 출소한 뒤 감옥에서 얻은 병으로 돌아가셨으니 더욱 원섭을 미워했어. 해동은 엄마도 일찍 돌아가셔서 고모가 보살펴 주다가 미국인 선교사에게 맡겨져 자랐어. 그래서 영어를 잘하게 되고 통역으로 일하게 된 것이고 말이야.


2.

원섭이 애커넌과 친해지면서 아니 애커넌을 조종을 해서 그런지, 원섭이 원하는 대로 언커크를 옛 벽수산장 시절의 모습으로 복원하는 사업을 하게 되었어.. 그것을 주도하는 것은 원섭이고, 애커넌은 이해동에게 그 일을 도와주라고 했어. 친일파의 집을 복원하는 일을 돕는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어. 결국 해동은 갈등을 하다가 이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었단다. 고모가 소개시켜준 손진형이라는 아가씨와 결혼을 전제로 만나고 있었는데 말이야.

해동은 언커크를 그만두고 새로운 직장을 알아보던 와중에, 언커크 건물에 화재가 났다는 뉴스를 듣게 되었어. 해동은 자신도 모르고 언커크로 달려 갔단다. , 그 건물이 화재로 폐허가 되어 버렸어. 그곳에 원섭도 있었는데, 원섭은 여전히 당당했어. 그러면서 더 제대로 복원을 할 수 있겠다고 했어. 해동을 본 원섭에게 해동에게도 도와달라고 했지만, 해동은 거절하고 그 자리를 떠났단다.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어. ‘작가의 말에서 보니 실제로 언커크 본부는 1973년 화재로 불타고 철거되었다고 하더구나. 사진 속 뾰족 건물에서 시작한 소설이긴 한데, 좀더 박진감 넘치고 좀더 흥미진진한 이야깃살을 붙였으면 좋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게 아니면 원섭의 벽수산장에서 살던 옛이야기라든가, 애커넌의 이전 이야기라도 더 살을 붙였으면 좋았겠다 싶었어.

오늘은 짧게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1966년이 시작된 지 며칠 안 된 한겨울, 그들은 서대문형무소 앞에 서 있었다.

책의 끝 문장: 해동은 언커크 언덕을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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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09 16: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이달의 당선 추카 합니다

아들과 딸에겐 쉿! 👆 비밀로 ^0^

그레이스 2021-12-09 16:05   좋아요 4 | URL
축하드려요~

bookholic 2021-12-11 06:16   좋아요 3 | URL
고맙습니다~~^^
비밀이 달마다 쌓여갑니다~~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bookholic 2021-12-11 06:17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 님도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mini74 2021-12-09 16: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사진과 손가락이 빛난 리뷰 ㅎㅎㅎ 물론 글은 더 좋지만요 ~~축하드려요.

bookholic 2021-12-11 06:18   좋아요 2 | URL
ㅎㅎ 고맙습니다...
손가락 칭찬이 더 기분 좋네요~~^^
따뜻한 주말 되시고요~~

thkang1001 2021-12-09 16:1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이달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bookholic 2021-12-11 06:18   좋아요 2 | URL
고맙습니다...
thkang1001님,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새파랑 2021-12-09 17: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손가락이 아름다운 북홀릭님 축하드려요 ^^

bookholic 2021-12-11 06:19   좋아요 4 | URL
ㅎㅎ 이번에는 이달의 손가락으로 생각하겠습니다..^^
새파랑님도 책과 함께 즐거운 주말 되세요~~~

쎄인트saint 2021-12-09 17: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리뷰 선정 축하드립니다~!!

이하라 2021-12-09 18: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

bookholic 2021-12-11 06:20   좋아요 2 | URL
늘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행복하고 따뜻한 주말 되세용~~^^

서니데이 2021-12-09 21: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bookholic 2021-12-11 06:21   좋아요 3 | URL
서니데이님, 정말 고맙습니다...
늘 좋은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시고요~~^^

강나루 2021-12-10 06: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bookholic 2021-12-11 06:25   좋아요 3 | URL
강나루님, 축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한 달 남든 2021년 즐거운 마무리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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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베토벤의 곡을 연주하는 일은 단지 음악 작품을 연주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이라는 존재를 다방면으로 이해하려는 시도이자, 우리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려는 시도다. 베토벤의 삶을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는 인생을 조명하는 것이 음악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고, 그 과정에서 많은 감화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62)

베토벤 역시 자아가 강한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의 음악이 찰나의 순간 듣고 끝나는 무언가가 아닌, 영원히 신화처럼 남을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기 작품에 일일이 작품 번호를 매기고 엄격하게 관리했다. 작품 번호를 붙이지 않은 곡도 있지만 심혈을 기울여 애착이 가는 작품에는 꼭 작품 번호를 붙여 정식으로 출판했다.


(64)

침묵은 자신의 마음이다. 그 마음 안에 불필요한 생각과 감정이 가득 차 있다면 이어질 음악이 온전하게 느껴질 리 없다. 그래서 침묵의 순간에는 고요함과 평온함을 유지해야 하며, 그 깊은 안정감에서부터 에너지를 일으켜야만 모든 격한 감정들을 요동치게 만들 수 있다.


(88)

누구나 남들은 모르는 자신만의 약점이나 트라우마가 한두 가지쯤은 있을 것이다. 그것을 강점으로 승화하는 것은 온전히 자신의 태도에 달려 있다. 현재 자신의 사정이 너무 불리하다고 해서 미래의 가능성마저 닫아버려서는 안 된다. 과거는 이미 끝났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러므로 자신이 지금 당장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 곰곰이 따져보아야 한다. 현재보다 더 중요한 시간은 없다. 과거의 시간에 매몰되어 절망에 사로잡히기보다는 미래를 바꿀 현재의 선택이 더 중요하다.


(101)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억제하고 나보다 남의 시선을 우선시하면서 연주하는 연주자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마음을 바꾸면 좋겠다. 고전 음악가라고 불리는 그들이 오늘날까지 우리와 함께 살아 숨 쉬는 이유는 틀을 벗어난 혁신적인 정신을 음악에 녹여냈기 때문이다. 그들의 작품이 세월을 관통해 우리에게까지 감동을 줄 수 있는 이유는 단 한 치의 위선 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표현하는 위험을 감수했기 때문이다.


(105)

시대를 앞서간 피아노 명인 호로비치 역시 비슷한 어록을 남겼다. 1986 1 23,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바우 콘서트 홀에서 한 기자가 호로비치에게 사람들이 마지막 낭만주의라 부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보다는 나를 나만의 고유한 개성을 가진 최후의 피아니스트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개인적이지, 표준화되지 않았습니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같지 않다는 말입니다. 나에게는 나만의 견해가 있는 반면, 오늘날의 피아니스트들은 비평가들의 의견에 자신을 맞추려고 하죠. 나의 예술적 유산은 19세기에서 전수받은 것입니다.”

같은 기자가 음반 산업이 요구하는 완벽함을 강조하자 호로비츠가 보인 반응은 다음과 같았다. “나는 나의 연주를 매끈하게 손질하지 않습니다. 그건 우리가 말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말을 더듬기도 하지 않습니까. 걸을 때는 넘어지기도 하죠. 한마디로 인간이라는 뜻입니다.”


(108)

음악이야말로 표현이 자유로운 언어다. 사회가 문학을 검열하고 억압했을 때 마지막까지 자유롭게 메시지를 던질 수 있었던 도구는 바로 음악이었다. 위대한 음악가들의 연주는 굳이 눈으로 보지 않아도 누가 연주하는지 대번에 알아들을 수 있다. 그들은 기계처럼 악보대로 연주하는 수준을 벗어나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 곡을 재창조한다. 이그나츠 프리드만이 연주하기 시작하면 즉시 그임을 알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는 나의 전폭적인 찬탄의 대상이다.


(109-110)

젊음이 가지는 눈부신 활력과 무모함은 그 고유의 아름다움이 있다. 그리고 장년의 지혜와 깊이 있는 열정은 장년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다. 간혹 젊은 음악가들이 왜 벌써부터 하얀 머리가 난 철학가처럼 심오한 분위기를 풍기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지나간 젊음은 다시 오지 않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베토벤이 20대 때 작곡했던 초기 피아노 소나타의 열정과 활기를 그대로 표현해낸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슈나벨이 진심으로 존경스럽다.


(140)

음악에서 말하는 템포는 속도가 아닌 시간을 뜻한다. 이탈리아어로 시간은 템포(tempo), 영어로는 타임(time), 프랑스어로는 떵(temps)인데, 굳이 여러 나라 언어를 언급하는 이유는 이 모든 단어들이 라틴어 템푸스(tempus)’에서 유래된 것임을 상기시키기 위해서다. 여기서 (tem)’은 무언가를 자른다는 뜻으로, 즉 템푸스는 시간을 자른다.’ ‘시간을 나눈다.’라는 뜻이라고 보면 되겠다. 절을 영어로 템플(temple)’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자른다는 뜻의 에서 유래되었다. 속세에서 떨어져 있다는 뜻에서 템플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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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1-22 0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평 마지막 권
감동의 쓰나미가 밀려 옵니다 ^^

bookholic 2021-11-22 19:39   좋아요 1 | URL
마지막 권 기대됩니다..^^
쫌 바삐지만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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