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7 문예춘추사 요시카와 에이지 삼국지 7
요시카와 에이지 지음, 강성욱 옮김, 나관중 원작 / 문예춘추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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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다시 요시카와 에이지의 삼국지로 돌아와서 7권을 이야기해줄게. 처음 읽을 때는 일주일에 한두 권씩 다른 책들이랑 번갈아 가면서 읽으려고 했는데, 역시 아빠는 여러 책을 같이 읽거나 번갈아 가며 읽기에는 기억력이 너무 안 좋구나. 그래서 앞으로 남은 삼국지 네 권은 연달아 다 읽어버렸단다. 때마침 코로나 백신 주사 맞고 집에서 골골거릴 때 시간이 좀 생겨서 쭉 달려 보았어. 부지런히 이야기해주어야겠구나. 일단 오늘은 7권 먼저 이야기를 해줄게.

6권의 마지막 부분에서 적벽대전의 설계를 잘 마친 제갈공명이 다시 돌아왔잖아. 적벽대전에서 조조가 지는 것은 명백하므로, 제갈공명은 미리 적벽대전에서 지고 난 다음의 조조의 행로와 행동을 예측하여 각 장수들에게 해야 할 일들을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었어. 관우에게만은 아무런 액션 아이템을 주지 않았단다. 그것은 관우가 조조로부터 목숨의 빚이 있기 때문이었어. 하지만 관우는 이미 다 청산하였다면서 자신에게도 임무를 달라고 했어. 그래서 조조가 도망가는 길목에 대기하고 있다가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단다.

제갈공명이 예상한대로 적벽대전에서 주유는 대승을 거두었단다. 이미 밑밥을 뿌려 놓아 황개의 반간계도 쉽게 성공하였고, 때마침 불어온 동남풍으로 화공 작전이 제대로 먹혔어. 배를 서로 묶은 조조의 연환계는 화공 작전에 대실패로 끝이 났단다. 조조는 간신히 도망을 갔어. 이끌고 갔던 백만 대군도 3분의 1로 줄어들어 버렸지. 그런데 조조가 도망가는 길도 쉽지 않았어. 예상 경로마다 유비군들이 매복하고 있었거든. 그리고 화용대라는 곳에서 조조는 관우를 맞닥뜨렸어. 조조는 옛 인연을 이야기하며 살려달라고 애원했어. 우리의 정에 약한 관우는 제갈공명 앞에서 한 맹세를 어기고 조조 군대를 모두 그냥 보냈단다. 사람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지, 누가 관우를 탓하리.. 공명이 관우에게 조조를 죽일 임무를 주었지만, 이미 그때 관우는 조조를 죽이지 않고 살려줄 것이라 예상을 했지. 아무튼, 조조는 간신히 허창으로 돌아왔단다. 한동안 조조는 허창에 머무르면서 패배한 군대를 재정비해야 했어.


1.

적벽대전에서 대승을 거둔 주유는 그 여세를 몰아 적지를 공격했어. 이릉성을 빼앗고 다시 남군성으로 향했는데 그곳에는 이미 관우가 차지하고 있었어. 그리고 형주성과 양양성도 이미 유비 진영이 차지하고 있었단다. 그곳은 모두 조조가 차지하고 있던 곳으로, 조조를 적벽대전에서 몰아낸 주유가 차지해야 할 곳인데, 유비 진영이 냉큼 차지했으니 주유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억울했을까. 이 모든 것이 공명의 지략에 의한 것이었단다. 전쟁 중에 독화살을 맞았다가 아물었던 상처가 이 열받음으로 인해 다시 터지고 말았단다.

조조 진영과 손권 진영은 적벽대전 후유증으로 재정비하면서 움츠리고 있는 사이 유비 진영은 이때다 싶어 주변 성들을 공격하면서 세력을 점점 키워나갔단다. 이제 조조, 손권, 유비는 점점 세력이 비슷해져 갔고, 섣불리 한쪽을 공격할 수 없었어. 한쪽을 공격하면 자신의 뒤가 약점이 되어 공격을 받을 수 있으니 말이야.

손권은 허창으로 가는 길의 요충지인 합비성을 공격했단다. 조조가 적벽대전의 대패 이후 힘을 많이 잃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합비성은 조조의 장수 장료가 방어하고 있었는데, 손권의 군대는 이곳에서 대패하고 말았단다. 태사자라고 하는 유능한 장수의 목숨도 잃었어. 조조 측도 썩어도 준치였던 거야.

형주성의 주인인 유기가 병으로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단다. 손권은 노숙을 보내서 유비에서 형주성을 달라고 했어. 예전에 그런 약속을 했었대. 유기가 죽고 나면 형주성은 손권에 주는 것으로하지만 제갈공명이 논리적으로 형주성의 주인은 유비가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노숙은 반박하지 못하고 돌아와야 했어. 주유는 이 소식에 열 받아서 유비를 초대해서 죽이자고 했어. 손권의 동생과 정략결혼을 하자고 하면 아마 올 거라면서 말이야. 유비의 아내인 감부인이 얼마 전에 죽었다는 소식이 있었으니 정략결혼을 제안하면 올 거라고 말이야. 유비는 그러겠다고 했고, 조운이 유비를 따라 나섰단다. 제갈공명은 유비를 초대한 의도를 꿰뚫어보고 있었고, 그를 대비하고 위해 조운에게 어려운 상황에 놓였을 때 열어보라면서 비단주머니 세 개를 주었어.  

손권을 만난 유비여러 차례 죽을 위기에 빠지고, 한때 손권이 주는 금은보화와 여자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때도 있었으나, 그때마다 조운은 제갈공명이 준 비단주머니를 열어서 해답을 찾았단다. 결국 유비는 형주성으로 안전하게 돌아온 것뿐만 아니라, 손권의 여동생을 아내로 맞이하여 함께 돌아왔단다. 주유와 손권의 부하들이 유비를 추격했지만, 이때도 제갈공명의 지략으로 주유는 헛수고만 하고 말았단다. 제갈공명에게 또 당한 주유는 또 아물어가던 상처가 터져 중상을 입게 되었단다. 열 받은 손권은 유비가 머물고 있는 형주성을 치려고 했지만, 강동의 빈 틈을 노리고 있는 조조 때문에 형주성을 치러 갈 수 없었단다. 결국 그렇게 눈물을 머금고 유비의 형주성을 쳐다볼 수 밖에 없었어.

….

손권과 달리 주유는 계속 형주성을 공격하려고 번번히 제갈공명의 지략에 막혀 실패하고 말았단다. 다시 제갈공명 때문에 화를 내다가 상처가 터진 주유. 이번에 세 번째 상처가 터진 것인데, 이번에는 그 후유증으로 결국 주유가 죽고 말았단다. 적벽대전의 승리를 이끌었던 주역 중에는 연환계를 생각해낸 방통이 있는데, 방통은 손권을 자신이 섬길 주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손권을 떠나 유비에게 왔단다. 그 옛날 사마휘가 이야기했던 와룡선생과 봉추선생이 모두 유비에게 온 것이로구나. 거기에 관우, 장비, 조운 등 당대 최고의 장수들도 유비가 거느리고 있고이런 어벤져스급을 데리고 있는데, 크게 힘쓰지 못한 유비의 리더십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싶더구나..


2.

중국 땅이 유비, 조조, 손권을 재편되었지만, 아직 후한의 황제 헌제는 조조의 땅에 살아 있단다. 이름뿐인 황제이지만 말이야. 마등 황규라는 사람이 있는데 이들은 한나라에 여전히 한나라에 충성했어. 그들은 조조를 역신으로 규정하고 그를 죽이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사전에 들통이 나서 오히려 죽고 말았단다. 죽은 마등의 아들 마초가 복수하겠다고 공격을 하였고, 조조 진영에서는 서황과 조흥이 맞섰으나, 조흥의 성급으로 지고 말았단다.

마초는 책사 한수의 도움으로 조조가 이끄는 대군과 싸우는데 전혀 밀리지 않고 조조를 거의 잡을 뻔한 상황도 있었어. 조조의 부하 중에 최고의 장수인 허저와 일대일에서도 밀리지 않자, 조조는 마초와 화친을 맺기로 했단다. 그렇게 화친을 맺기는 했지만, 뒤로는 은밀한 작전을 펼치고 있었어. 마초의 오른팔인 한수와 이간질 시켰는데 그것이 성공해서, 한수는 조조 진영에 투항을 했고, 마초는 패배하고 도망을 갔단다.

….

서촉이라는 땅의 주인은 유장이라고 하는 사람인데, 한중의 장로로부터 공격을 받게 되었어. 유장이라는 사람은 참 무능한 사람이었어. 그는 한중의 공격을 받자 이를 회피하기 위해 서촉을 조조에게 위임해서 보호받는 작전을 폈어. 장송이라는 신하가 이 뜻을 가지고 조조에게 갔는데, 조조는 그를 푸대접하여 몰아냈고, 장송은 서촉으로 돌아오는 길에 형주성에 유비를 만났고, 유비가 극진히 대해 주는 것에 대해 감명을 받았단다. 그래서 장송은 유비에게 서촉을 맡아달라고 했어. 형주성의 주인인 유장은 한실의 집안이라고 거절했단다. 역시 FM. 제갈공명과 방통도 유비를 설득했어. 유비가 서촉을 안 맡아도 어차피 다른 누군가에게 넘어간다고다른 누구보다는 같은 한실 사람이 맡는 게 낫지 않냐고그래서 유비는 일단 서촉으로 향했단다. 가서 상황을 좀 보기로 했지. 한편 유장의 측근들은 유비를 경계하라고 했어.. 얼마 안 있어 한중의 장로가 쳐들어왔고, 유장은 유비에게 도움을 청했고, 유비는 군대를 보내 장로의 군사와 맞서 싸웠단다.

….

유비가 서촉성에 정신을 두고 있을 때, 손권은 형주성을 공격하려고 했지만, 손권의 엄마인 오후가 강하게 반대를 했단다. 지금 유비의 아내 손부인은 자신의 딸이니, 유비를 공격하면 자신의 딸은 위험에 빠질 수 있으니 말이야. 그리고 오후는 장인은 유비를 엄청 마음에 들어 했거든그래서 손권은 오후가 위독하다는 거짓 편지를 손부인에게 보냈고, 손부인은 다시 강동으로 돌아왔단다. 손권은 손부인의 아들 아두도 데리고 오라고 시켰어. 인질로 이용하려고 말이야. 하지만 손권의 의도를 알아챈 유비 진영에서는 손부인만 보냈단다.

….

여기까지가 7권의 이야기란다. 아직 잔여 세력들이 있긴 하지만 유비, 조조, 손권의 비슷비슷한 세 개의 세력만 남아서 진정한 삼국의 눈치싸움이 시작된듯하다앞으로 남은 세 권의 이야기도 얼른얼른 해줄게.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절호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노숙의 간언에 주유도 분기했다.

책의 끝 문장: 그리고 공명은 사건의 전말을 상세히 적어 촉의 가맹관에 있는 유비에게 파발을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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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11-01 07: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에 너튜브에서 일본에서
만든 삼국지 애니메이션을 보았
는데, 기존의 연의와 달리 오나라
공주 여화와의 로맨스가 등장해
서 좀 놀랐네요.

아마 여기 손부인이 여화이지
않나 싶네요.

고전의 새롭고 신박한 해석이
낯설면서도 흥미진진했습니다.

bookholic 2021-11-02 00:20   좋아요 0 | URL
한번 찾아봐야겠네요.
그런데 한글 자막이 있나요?^^
 















(40)

이런 동물에게 서열 경쟁에서 우위를 지키게 하는 특징은 두 가지입니다. 몸집과 송곳니입니다. 수컷에게는 이 두가지가 최대한 크고 강할수록 유리하겠죠. 유인원 가운데에서 이런 특성을 보이는 종이 있을까요? 바로 고릴라가 그렇습니다. 고릴라는 암수 사이에 몸집, 두개골, 송곳니 크기가 대단히 큰 차이를 보입니다. 암수 사이의 크기 차이는 수컷끼리의 경쟁을 알려 줍니다. 암컷에 비해 수컷의 몸집이 크면 클수록 수컷끼리의 경쟁이 매우 치열했음을 나타내지요. 실제로 고릴라는 짝짓기를 할 때는 수컷이 미리 힘 대결을 펼쳐 서열을 정해 두고, 가임기가 되면 높은 서열을 지난 수컷만 암컷에 접근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81)

노화 과정을 진화 생물학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다양한 학설 중에 다면 발현(pleiotropy, 多面發現) 가설이 있습니다. 다면 발현은 하나의 유전자가 여러 형질에 관여하는 현상입니다. 어떤 유전자가 아동기와 청년기에 유익한 기능을 담당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동시에 그 유전자가 아동기와 청년기에 유익한 기능을 담당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동시에 그 유전자는 노년기에는 해롭습니다. 그렇다면 해로움만 따져서 이 유전자가 사라져야 할까요? 다면 발현 가설에 따르면, 아동기와 청년기에 유익했던 유전자는 선택 우위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아포 지방 단백질 E 엡실론 4도 마찬가지입니다. 혈중 지방 단백질을 치우는 유익한 기능이 있기 때문에 노년의 치매나 뇌졸중과 관련이 있어도 계속 우리의 유전자 속에 남아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고기를 먹을 수 있는 능력은 공짜가 아니라 노년에 치러야 할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얻는 대단히 값비싼 적응 능력인 셈입니다.

한 가지 더, 그럼 만약 지금이라도 채식을 한다면 노년에 이런 병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정답은 아니다.’입니다. 이미 존재하는 유전자가 없어질 수는 없으므로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113-114)

후기 구석기 시대 이후 현대까지, 평균 수명과 노년층의 수는 계속 늘었습니다. 하지만 하나 변하지 않은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과거 평균 수명이 50세이던 시대에도 할머니, 할아버지는 손주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 살아 있었습니다. 3대가 함께 살았습니다. 그 이후 수명이 대폭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이 추세를 고려하면 평균 수명이 75세가 된 지금 증손주가 클 때까지 증조부모가 살아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4대가 공존해야 하죠.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어떤 사람들은 칠순이 되도록 증손주는커녕 손주를 보기도 힘듭니다. 예전에 비해 결혼과 출산 연령이 올라갔기 때문입니다.

(182)

두뇌가 커진 것도 역시 걷기 덕분입니다. 도구를 만들고 사용하려면 뛰어난 지능이 필요합니다. 언어를 사용할 만큼 복잡한 사회생활을 하려고 해도 지능이 필요하고, 이는 곧 큰 두뇌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두뇌는 그냥 커질 수 없습니다. 두뇌는 지방으로 이뤄진 기관입니다. 고지방, 고단백의 식생활이 필수입니다. 이런 식생활은 도구를 이용해 고기를 정기적으로 확보하고 섭취한 이후에야 가능했습니다. 모든 게 두 발로 걸은 이후에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이뤄진 일입니다.

(202)

직립 보행을 하게 된 인간은 그 손에 주먹도끼를 쥐어 봤자 광활한 아프리카의 초원에서는 가소롭기 짝이 없는 존재입니다. 가련한 인간의 혼자 힘으로는 짐승을 잡기에 역부족이었기 때문에 집단 수렵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집단 수렵 활동을 위해서는 탄탄한 사회 구조가 필요했습니다. 게다가 사계절마다 변하고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빙하기의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집단적인 정보 취합체가 절대적으로 필요했습니다. 인간에서 사회생활은 여가를 활용하기 위한 취미 생활이 아닌, 처절한 생존 전략이었습니다. 그리고 원활한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정보와 이해가 필수입니다. 그러한 정보를 수집, 교환하고 이해하기 위해서, 소통의 수단으로 언어가 발생하고 발달하였으며 그 주된 기능이 바로 수다인 셈입니다.

(262-263)

현생 인류가 한곳이 아니라 다양한 지역에서, 홀로 세계로 진출한 게 아니라 각 지역에서 존재하던 여러 인류와 만나 교류하면서 동시 다발적으로 진화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것이 오늘날 볼 수 있는 광범위한 지역적 다양성의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이 모두 현생 인류의 한 식구인 것은 물론이고요. 이런 생각은 현생 인류가 어느 한 시점에 홀로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게 아니라 여러 지점, 여러 시점에서 다발적으로 태어났다는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바로 아프리카 기원론의 맞수인 다지역 연계론(다지역 진화론)’입니다.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가 서로 교류하며 유전자 이동을 통해 계속 하나의 종으로 진화해 왔다는 다지역 진화론은 최근의 유전학 연구 결과와도 부합합니다.

(273)

마지막으로 인류 다양성의 숨 막히는 증가는 다시, 전에 없던 또 다른 형태의 다양성을 낳았습니다. 바로 지역성입니다. 최근 티베트 지역에 사는 사람에게서 고산 지역에 적응할 수 있는 유전자(EPASI) 돌연변이를 발견한 것이 그 예입니다. 이 돌연변이는 불과 1000년 전에 생긴 뒤 퍼져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화한 유전자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습니다. 이전에는 선택에 유리한 돌연변이가 나타나면 금세 인류 전체에 퍼졌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새로운 다양성과 지역적 환경이 어우러져 지역적인 특징으로 남게 됐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으로 문화와 문명이 생기면, 다시 그 대응으로 각기 크고 작은 다양한 환경이 생겨났습니다. 이런 다양한 환경에, 각각 인구 증가로 생겨난 다양한 특징의 인류가 적응하고 진화하면서, 인류의 형질은 한층 더 복잡하고 다채로워졌습니다.

(298-299)

우리가 원숭이에게서 진화했다면 지금도 끊임없이 인간으로 진화하고 있는 원숭이들이 있어야 되는데 없지 않느냐?”

이 세상 모든 생물체들이 인간이라는 최정상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진화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 질문입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얼마나 최정상의 자리에 가까운지를 척도로 고등 동물하등 동물을 일렬로 배치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하등 동물은 고등 동물이 되려 하고, 고등 동물 중에서도 최고인 인간이 되려고 합니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인간이 되고 있는 원숭이들이 어딘가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지요. 그러나 원숭이들 역시 독자적인 진화 역사를 거친 끝에 지금 이 자리에 이 모습으로 있는 것입니다. 그들이 뭐가 아쉬워서 계속 인간이 되려고 애를 쓰겠습니까? 그건 농담이고요. 이 세상 모든 생물체들을 일직선에 올려놓고 가장 끝, 가장 발달한 정점을 인간으로 놓은 다음, 나머지 생물체들을 인간과 얼마나 다르게 생겼는지를 바탕으로 순서대로 놓는 것은 현대 생물학에서 더 이상 인정하지 않는 생각입니다. ‘하등 동물인 기생충이라도 나름의 적응과 진화 역사를 거친 후 지금의 모습으로 당당하고도 치열하게 있습니다.

(299-300)

유인원과 원숭이를 볼 때 가장 눈에 띄고 분명한 차이는 꼬리의 유무입니다. 꼬리가 있으면 원숭이이고, 꼬리가 없으면 유인원입니다. 절대 혼동할 수 없는 차이입니다. 그런데 유인원 중 마지막으로 게놈이 밝혀진 기번(gibbon)의 한국어 명칭이 바로 긴팔원숭이입니다. 유인원의 이름이 긴팔원숭이인 이상, 혼돈스러운 명칭을 바로 잡는 일은 애무 어려울 것만 같습니다. 참으로 유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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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리커버)
심채경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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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가끔 과학 교양 서적을 읽곤 하잖아. 이번에도 그런 책 중에 괜찮다고 소문난 책 한 권을 읽었단다. 이번에는 과학 중에서도 천문학에 관련된 책이란다. 그런데 읽고 나서 느낀 점은, 과학 책이긴 한데 감성적이고 따뜻한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글들로 가득 차 있더구나. 따뜻한 과학 에세이. 지은이는 심채경이라는 분인데, 책은 처음 출간하신 것 같은데, 글을 참 따뜻하고 재미있게 잘 쓰시더구나. 천문학을 전공하셨다면 이과 출신일 텐데 말이야 ㅎ. 아빠가 이과 출신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고, 아빠를 비롯하여 아빠가 알고 지내는 이과 출신들 친구들과 비교해서 그렇다는 거지~ 이 책을 읽다 보면 지은이가 왜 글솜씨가 좋은 줄 알겠더구나. 그 이유는 어렸을 때부터 오랫동안 일기를 꾸준히 써왔다고 하는구나. 책도 많이 읽고 말이야.

그리고 심채경 님의 글쓰기의 특징 중 하나는 디테일에 강한 것 같더구나. 사소하게 지나칠 수 있는 일상에 의미를 부여해서 이야기해주는 것도 좋았어. 지은이 심채경님은 천문학자이고 행성과학자인데, 지은이 소개를 하는 부분에 유명한 과학학술지 <네이처>가 달 착륙 50주년을 맞아 달 과학을 이끌어갈 차세대 과학자로 지목했다는 내용이 있어. 지은이는 이것을 두고 추천을 받은 것이라며 겸손하게 말씀하셨지만, 천문학을 사랑하고 연구하시는 멋진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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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144)

촌극은 그렇게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몇 주 뒤 인터뷰가 실린 호가 출판되자 국내 여러 언론과 매체에서 연락을 해왔다. 내가 <네이처>가 선정한 젊은 달 과학자 다섯 명에 들었다나. 그렇게 해석할 수 있다니 흥미로웠다. <네이처>에서 무슨 엄청난 심사나 평가를 거친 것도 아니고 그저 기자가 여기저기 묻고 물어 몇몇 나라의 연구자들과 인터뷰를 했을 뿐인데, 그리고 기사를 읽어보았다면 엄청난 실력자를 골라내려는 목적의 인터뷰가 아니라는 것을 알 텐데, 대단한 침소봉대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하필이면 당시 나는 대학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일하고 있었다. 이 직급의 이름 풀이를 해보자면 호봉이 높은 박사후연구원이요, 연차나 경험은 조금 더 많지만 비정규 계약직 연구전담 인력이기는 매한가지라는 뜻인데 그걸 언론에서 약칭해 교수로 부르자 갑자기 설국열차의 꼬리 칸에서 앞칸으로 옮겨 탄 효과가 났다. 어이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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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에는 지은이가 학창 시절 천문학을 전공하게 되고, 박사까지 되는 과정도 이야기해주고 있어. 학부생때부터 행성실이라고 하는 대학원 연구실에 들락거리면서 대학원 선배님들과 같이 공부했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은 토성의 위성 중에 하나인 타이탄에 대한 연구를 했대. 그런데 본인 스스로도 타이탄 전문가라고 하더구나. 하지만 천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대부분 그런 전문 분야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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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상당한 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보낸 후, 국내에서 유일무이한 타이탄 전공자가 되어 대학원을 졸업했다. 물론 모든 박사는 유일무이한 존재다. 남의 연구를 그대로 따라 하는 사람에게 주는 학위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내가 유일무이하다고 감시 말할 수 있는 이유는 한국에서는 타이탄에 관심을, 학위논문 주제로 삼을 만큼의 관심을 갖는 자가 나 이후로는 아직까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내 연구가 그렇게 지루해 보였나. 하하, 난 괜찮으니 혹시 지금 안쓰럽다는 표정을 하고 있다면 거두길 바란다. 국내 천문학계는 대단히 좁은데, 천문학의 범위는 천문학적으로 넓어서 관심을 줄 대상이 너무 많다. 그리고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는 것은 외롭지만 아주 흥미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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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엄마의 역할, 아내의 역할도 함께 해야 하는 여성 과학자로 겪는 여러 어려움도 이야기도 해주셨고, 최근 대학 사회의 문제점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이야기했단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가는 곳, 스펙 쌓기 바쁜 곳아빠 때도 대학이 당시 문제점을 안고 있었지만 그때와는 다른 문제점이 있는 것 같구나. 아빠 주변에 대학을 다니고 있는 이들이 없어서, 아빠는 잘 모르겠지만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지은이가 잘 알 수 있지 않을까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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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학생들은 대학에 학문을 배우러 오지 않는다. 초등학교 다음 중학교 다음 고등학교에 간 것과 같이 고등학교를 마쳤으니 대학에 진학할 뿐이다. 차이가 있다면 과거의 학비보다 열 배는 비싼 등록금이요, 모두가 입어야 하는 교복 대신 모두가 가져야 하는 스펙을 등에 업어야 하는 것이다. 그들의 젊음은 싸구려 술과 술값보다 비싼 커피와 크고 작은 성추행과 미필자조차 향유하는 선배들의 군대식 갑질, 전공과목 들을 시간을 뺏는 교양 강의와 대학생다운 교양을 쌓을 틈을 주지 않는 전공 강의, 토익 시험과 한국사 시험과 각종 컴퓨터 자격증과 크고 작은 기업의 공모전과 인턴 경력에 소모된다. 과제로 수많은 보고서를 작성하지만 제대로 된 글쓰기를 연습할 기회는 별로 없다. 대신 비문으로 A4 용지 다섯 장을 채워내는 끈기, 남의 것을 베끼되 표절 여부를 자동으로 검사하는 프로그램에 걸리지 않게 몇몇 표현을 바꿔치기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그 비용과 시간과 어처구니없는 문화와 그 젊음은 대체 무엇을 위한 제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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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을 전공하신 분답게 천문학에 관련된 이야기, 천문학자들이 어떤 생활을 하는지에 관한 이야기 등도 해주었어. 요즘에는 직접 망원경으로 직접 밤하늘을 관측하는 것보다 장비가 좋은 외국에 있는 망원경으로 촬영한 것을 받아서 본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책 제목을 그렇게 정하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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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요즘은 우주탐사선 자료를 쓰고, 직접 관측하더라도 CCTV를 보며 원격으로 망원경에 명령을 보내기 때문에 그렇게 온몸으로 관측하는 일이 드물다. 심지어 망원경을 미국에 설치해놓았더니 시차 덕을 본다. 대낮에 내 연구실에 앉아 미국의 밤에 뜬 달을 관측하니까 밤을 지새울 필요도 없다. 그래도 하늘이 유난히 맑은 날이면, 노을도 차분히 지고 공기가 신선한 날이면 나는 관측하기 딱 좋은 날이네하고 중얼거린다. 그러고는 관측자의 일과를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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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명왕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마칠게.. 아빠가 학교 다닐 때 태양 주변을 돌고 있는 행성을 수금지화목토천해명으로 외웠어. 너희들은 어떻게 배울지 궁금하구나. 여전히 행성의 앞자리 말을 떼어내어 외우려나. 그런데 명왕성이 이제는 행성 지위를 잃어버렸으니, “수금지화목토천해이렇게 여운을 남긴 채 끝내면서 외우려나? 어디서 그런 결정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굳이 명왕성을 행성 지위를 박탈할 이유가 있었는지 모르겠구나. 감성 없는, 원리 원칙만 내세우는 냉정한 과학자들이 주장했겠지? 명왕성이 행성이던 시절에 학교를 다녔던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여전히 막내 꼬마 행성으로 남아 있지 않을까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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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245)

뉴호라이즌스의 책임연구자 앨런 스턴 박사는 요즘도 명왕성을 행성이라 칭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우리가 명왕성을 행성이라 부르든 왜소행성이라 부르든 134340이라 부르든, 사회에서 의도적으로 따돌림받고 소외당하며 존재 자체를 위협받는 자의 심정을 명왕성에 이입시켜려 하든 말든 명왕성은 상관하지 않는다. 그 멀고 어둡고 추운 곳에서, 하트 무늬처럼 보여 지구인에게만큼은 특별한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거대한 얼음평원 스푸트니크를 소중히 품은 채 태양으로 연결된 보이지 않는 중력의 끈을 잡고 있을 뿐이다. 그 곁에 오랫동안 지켜온 위성 카론은 명왕성의 위성으로 보기에는 너무 덩치가 커서 위성이 아니라 명왕성과 이중행성계를 이루고 있다고 보기도 한다. 그러나 카론 역시 자신을 무엇이라 부르든 개의치 않는다. 명왕성, 그리고 자신보다 더 작은 여러 위성 친구들과 서로 중력을 주고받으며 아주 오랫동안 멈추지 않을 자신들만의 왈츠를 추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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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오랜 친구 중에 화가가 된 이가 있다.

책의 끝 문장: 이 한 권의 책에는 작은 구두점이지만, 어느 별 볼 일 없는 천문학자에게는 또하나의 우주가 시작되는 거대한 도약점이다.


76년마다 돌아오는 핼리혜성도 우리나라 사료에 기록이 많이 남아 있다. 989년 고려 성종 때의 기록을 시작으로, 조선시대 말인 1835년까지 매번 핼리혜성을 관측하고 기록했다. 아, 성실한 공무원들이요. 우리 세대도 선조들 못지않게 훌륭하다. 국사편찬위원회의 한국사 데이터베이스에는 <조선왕조실록>을 위시하여 수많은 사료가 인터넷으로 무상 제공되고 있다. 본래의 기록은 한자로 된 것이었지만 아주 많은 부분이 우리말로 번역되어 있다. 주제별로 열람할 수도 있고 검색도 할 수 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숙제로 내기 딱 좋다. - P50

학자들은 교류를 통해 지식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 자신을 기록을 발표한다. 지역적으로 가까운 사람들끼리만 학문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멀리 있는 학자들과도 교류하기 위해서 편지 형식을 취했던 것이 오늘날 논문의 전신이다. 논문에서는 과거 다른 사람이 발견하고 연구하고 논했던 내용을 정확히 밝히며 인용한다. 남의 업적을 내 것인 양하는 태도는 국가나 가족에 대한 긍지를 느낄 때나 쓰는 것이요, 남의 글 베끼기는 타자 연습할 때나 하는 일이다. - P59

부모 중 누군가가 본인의 일을 잠시 포기하면서까지 아이를 위해 달려가는 것은 양육자로서의 의무다. 아이가 아플 때 엄마가 일을 포기하고 달려가는 건 누군가는 가야 하는데 남편이 안 혹은 못 달려가기 때문이다. 현실이 그런 걸 누가 비난할 수 있겠나. 비난의 대상은 아픈 아이도, 달려가는 엄마도, 못 달려가는 아빠도 아니다. 갈 수 있으면서 안 달려가는 아빠가 있다면 그를 비난할 수 있을 뿐이고, 그런 경우엔 그게 아빠가 아니라 엄마라도 비난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남의 가정 일에 비난할 자격과 기회가 있다면 말이다. - P107

우주 탐사에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데, 당장 상업적으로 이윤을 남길 수 있는 아이템은 아니기 때문에 대기업이 돈을 대는 일은 드물다.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그러려면 정부에 우주 탐사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그것이 국가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비전을 제시해주는 자문단이 필요하다. 그 조언을 바탕으로 정책을 만드는 전문가, 이를 승인하는 최고결정권자와 국회, 그리고 그 실무를 담당하는 수많은 공무원이 현장을 방문하고, 공문서를 작성하고 낸 세금을 기꺼이 우주 탐사에 쓰도록 허락하고, 공감하고, 지지하고, 애정 어린 눈길로 지켜봐주는 국민이 필요하다. 당신이 꼭 필요하다. 천문학자가 아니라도 우주를 사랑할 수 있고, 우주탐사에 힘을 보낼 수 있다. 우주를 사랑하는 데는 수만 가지 방법이 있으니까.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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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사막은 스스로 분열하듯이 수많은 색들을 만들어 냈다. 사막에도 채도와 명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사막을 말할 때에 수만 가지 색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모래의 색에 따라 사막의 색도 달라지면서 이름이 달라졌다. 흰모래사막이 있는가 하면 붉은모래사막이 있었다. 같은 이름의 사막도 그 위에 구름이 얼마나 덮고 있느냐, 구름 위로 햇살이 내리쬐느냐 아니냐에 따라 색이 달라졌다.

 

(61)

재난 여행을 떠남으로써 사람들이 느끼는 반응은 크게 충격 à 동정과 연민 혹은 불편함 à 내 삶에 대한 감사 à 책임감과 교훈 혹은 이 상황에서도 나는 살아남았다는 우월감의 순으로 진행되었다. 어느 단계까지 마음이 움직이느냐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결국 이 모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재난에 대한 두려움과 동시에 나는 지금 살아 있다는 확신이었다. 그러니까 재난 가까이 갔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안전했다,는 이기적인 위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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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6 문예춘추사 요시카와 에이지 삼국지 6
요시카와 에이지 지음, 강성욱 옮김, 나관중 원작 / 문예춘추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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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요시카와 에이지의 삼국지 6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드디어 제갈공명이 초가 오두막집에서 나왔으니, 그의 활약상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게 되는 이야기가 그려진단다. 6권의 시작은 강동 지역 오나라부터 해보자꾸나. 손권을 중심으로 안정적으로 세력을 키워가고 있었어. 봉추 선생으로 알려진 방통, 감녕 등 인재들이 손권 아래 모여들었어. 손권은 아버지 손견의 원수인 황조를 공격했어. 황조는 유표의 장수로 강하 지역에 있었는데, 정보와 감녕 등의 수훈으로 황조를 죽였어.

한편 형주 땅의 주인 유표는 늙으면서 우유부단해져 갔어. 늙다 보니 후계자도 생각을 해야 하는데, 유표의 장남은 유기이고, 서자로 유종이 있었어. 그런데 문제는 유표의 현재 부인은 유종의 엄마인 채부인인 거지. 채부인은 자신의 아들을 후계자로 삼으려고 오빠인 채모와 함께 유기를 죽이려고 했어. 유기는 도망을 가서 유비에게 도움을 청했고, 제갈공명의 조언으로 강하 지역에 물러나서 관망하기로 했단다. 결국 형주의 유표가 노화로 죽었단다. 유표는 죽으면서 유언을 남겼는데, 유비에게 형주를 맡아달라고 했고, 유비가 맡지 않겠다고 하면, 장남 유기에게 넘기라고 했어. 하지만, 채부인과 채부인의 오빠 채모가 가짜 유서를 만들어서 14살인 유종이 형주를 물려받게 했단다.

유비 진영에 새로 온 제갈공명. 제갈공명의 나이는 고작 이십 대 초반이었어. 유비가 제갈공명을 총애하면서 다른 장수들의 불만이 늘어났어. 관우와 조조도 불만이 많았어. 그런데 그런 불만은 오래 가지 않았단다. 제갈공명이 참여한 첫 번째 전투가 조조의 하후돈이 이끌고 온 10만 대군과의 싸움이었는데, 제갈공명의 치밀한 계획으로 대승을 거두었거든. 그 대승으로 장수들의 불만을 모두 사라졌단다.

이 패배에 대한 복수를 하려고 조조는 백만 대군을 직접 데리고 유비가 머물고 있는 신야성으로 왔단다. 제갈공명은 이번에도 신야성으로 조조 대군을 끌어들여 화공작전으로 대승을 거두었어. 신야성에서 패배한 조조는 형주성을 공격했어. 채모는 조조를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고 항복을 했단다. 하지만 인정머리 없는 조조는 채모와 유종을 죽여버렸단다. 쯧쯧채모의 가짜 유서로 형주의 성주가 되었던 유종은 삼촌 때문에 금방 삶을 마감하게 되었구나. 허수아비 성주였던 유종은 불쌍하구나.

유비는 화공 작전을 써서 대승을 거두긴 했지만 화공 작전이다 보니 성이 전부 불타 버렸어. 유비는 군인 뿐만 아니라 백성들까지 모두 데리고 강릉으로 이주를 했어. 백성들까지 모두 데리고 가다 보니 속도가 느렸어. 그리고 조조가 쫓아온다고 했어. 제갈공명은 관우에게는 강하 지역의 유기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보냈고, 본진은 조운과 장비가 조조군에 맞서 싸웠어. 이 와중에 유비의 감부인과 미부인 그리고 유비의 아들 아두를 잃어버리는 일이 있었는데, 조운이 그들을 찾아 구출했단다. 그런데 미부인은 부상을 입었어. 미부인은 자신이 도망가는데 방해가 될 거라 생각하고 조운이 손쓸 틈도 없이 우물에 빠져 자결했단다. 조운은 감부인과 아두만 데리고 유비에게 돌아왔단다. 조조의 공격을 유비 혼자로서는 막아낼 수 없어서, 제갈공명은 손권과 손을 잡아야 한다고 유비에게 조언을 했고, 손권을 설득하기 위해서 제갈공명은 직접 강동으로 가겠다고 했어.


1.

강동에 도착한 제갈공명은 강동의 손권의 신하들로부터 무례하고 조롱 섞인 듯한 질문들을 받았단다. 제갈공명은 그들의 질문에 대해 하나하나 답변을 했어. 우문현답들이었지. 그리고 손권과 만났어. 당시 손권에게는 고민이 하나 있었어. 얼마 전에 조조로부터 항복하라는 칙서를 받았어. 손권의 부하들도 그것에 대해서 둘로 나뉘었어. 조조를 이길 수 없기 때문에 항복을 해야 한다는 이들과 항복을 거부하고 전쟁을 해야 한다는 이들로제갈공명도 이런 상황을 알고 있어서, 손권에게 조조에게 항복하면 편히 살 수 있다면서 약간 건방지게 이야기를 했단다. 손권의 자존심을 일부러 건드렸던 거지.

손권은 어려운 결정을 할 때는 주유에게 물어보라고 하는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이 문제를 주유에게 물어보기로 했어. 이제 주유의 한 마디면 전쟁인지 항복인지 결정이 되는 것이었어. 그렇다 보니 손권의 부하들이 줄줄이 주유를 찾아왔어. 제갈공명은 손권의 책사 노숙과 함께 주유를 찾아갔어. 주유의 의견을 물어보니 주유는 항복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조조와 손권이 손을 잡으면 유비에게는 엄청난 불행이고, 제갈공명은 이를 막고 손권과 유비가 손을 잡게 만들어야 했잖아. 제갈공명은 조조가 지은 <동작대부>라는 시를 주유에게 알려주었어. 그 시는 조조가 강동이교를 사랑한다는 내용이었는데, 강동이교는 강동 지역의 두 명의 절세미인 대교와 소교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대교는 죽은 손책의 부인이었고, 소교는 바로 주유의 부인이었던 거야. 그러니까 조조가 주유의 부인을 사랑하고 있다는 거지이 사실을 제갈공명이 주유에게 알려주자 주유는 분노를 하면서 조조와 전쟁을 하겠다고 했어. 그러면서 제갈공명에게 도움을 청했고, 공명도 그러겠다고 했어. , 이제 제갈공명이 의도한 대로 판은 만들어졌구나.


2.

주유는 손권을 만나 조조와 전쟁하는 것이 옳다고 이야기를 했어. 그러면서 주유는 제갈공명의 영특함을 알아보고, 그가 나중에는 해가 될 것을 염려하여 노숙에게 죽이자고 했어. 노숙은 제갈공명의 형 제갈근이 오나라에 있으니, 제갈근을 이용하여 제갈공명을 자신의 진영으로 끌어들이자고 했어. 제갈근이 공명을 만나 설득해보려고 했지만, 오히려 제갈근이 공명에게 설득을 당하는 상황이었어.

조조는 항복을 거절한 손권을 치기 위해 강동으로 향했어. 그런데 강동 지역을 가려면 강과 호수를 건너가야 하는데, 조조군은 예로부터 수전이 약했어. 채모와 장윤이 나섰지만, 파양호에서 오군에게 패배하고 말았단다. 정면승부는 어렵다고 생각하고 주유를 회유하기로 했어. 주유의 지인 장간이 그 임무를 띠고 주유를 찾아왔는데, 주유는 이걸 역이용했어. 장간이 주유가 쓴 가짜 문서가 진짜인 줄 알고 가지고 조조에게 보냈어. 그 문서에는 조조의 장수 채모와 장윤이 오나라의 편이라는 내용이었어. 조조는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화가 나서 채모와 장윤을 곧바로 죽이고 말았단다. 성급한 조조의 성격을 잘 이용한 주유의 작전이 성공했구나. 조조는 자신이 실수했음을 뒤늦게 알게 되었어.

주유는 전쟁을 준비하면서도 제갈공명을 죽어야 한다는 생각을 계속 가지고 있었어. 무서울 정도로 똑똑하니 말이야. 주유는 제갈공명에게 어려운 군령을 하나 내렸어. 10일 안에 화살을 10만개 만들어오라는 군령이었어. 군령이라는 것은 지키지 못하면 죽어도 할 말이 없는 것이었거든그런데 제갈공명은 3일 만에 만들겠다고 했어. 바로 그 유명한 허수아비 작전안개 낀 밤에 배에 허수아비들을 잔뜩 싣고 조조 진영으로 가서 공격하는 척하고, 조조 진영에서는 깜짝 놀라서 화살 공격을 하고, 엄청난 양의 화살을 얻어서 돌아오는 바로 그 작전그렇게 제갈공명은 3일만에 화살 10만개를 만들어왔단다.

조조는 다시 한번 작전을 펼쳤어. 이번에는 자신이 실수로 죽인 채모의 조카 채화와 채중을 이용하는 것이었어. 그들을 주유에게 보내어 가짜 투항을 하게 하는 것이었어. 이유는 확실했지. 자신들의 삼촌 채모를 조조가 죽였으니 말이야. 하지만 주유는 이 작전도 눈치를 챘어. 이번에도 그들을 받아주는 척 하면서 그들에게 거짓 정보를 흘리면서 역으로 이용했어. 그들이 보는 앞에서, 주유는 황개에게 곤장 100대를 때렸고, 황개는 이것이 억울해서 조조에게 항복하게 하는 작전이었지.. 고육지계(苦肉之計)로도 유명한 작전이야. 황개는 자신의 항복 의사를 편지를 써서 조조에게 보냈어. 조조도 처음에는 믿지 않았어. 하지만 그 현장을 목격한 채화와 채중도 그 일에 대해 조조에게 편지를 썼어. 그래서 조조는 황개의 항복 편지를 믿게 되었단다.

아까 주유를 회유하러 왔던 장간이라는 사람 있었잖아. 주유는 이 장간을 다시 한번 이용했어. 장간은 오나라의 감옥에 갇혀 있었지만, 일부러 놓아주었어. 장간은 본인 스스로 탈출했다고 생각했지. 그는 조조에게 가는 길에 방통을 만났는데, 방통은 조조의 약점인 수전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배를 밧줄로 엮어 싸우는 연환계를 알려주었어. 그러면 배 위에서 싸우는 것이지만, 마치 땅 위에서 싸우는 것과 똑같을 것이라면서 말이야. 장간으로부터 연환계를 들은 조조는 좋은 방법이라면서, 그 작전을 쓰기로 했어. 몇몇 부하들이 연환계를 쓰면 화공에 약하다고 의견을 냈지만, 당시 계절은 겨울로 북동풍이 심하게 불어 화공을 쓰면 오히려 오나라가 불을 뒤집어 쓰게 된다고 했어. 연환계를 밑밥을 깐 주유도 그게 걱정이었어. 조조가 연환계를 쓴 것까지는 작전대로 되었지만, 바람의 방향이 바뀌어 동풍이 불까? 하는 걱정을 하고 있었지.

이때 제갈공명은 3일 안에 동풍을 불게 하겠다고 했어. 그러면서 제사단을 쌓고 제사를 지냈어. 제갈공명이 무슨 신기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니었어. 그는 통계를 알았던 거야. 겨울이지만 늘 북동풍이 부는 것이 아니라 아주 가끔 동풍이나 동남풍이 불 때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거야. 그리고 제갈공명이 이야기한 3일의 마지막 날, 진짜로 동풍이 불었어. 주유도 깜짝 놀랐지. 그러면서 제갈공명이 똑똑한 것뿐만 아니라 자연 현상까지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건가? 이러면서 말이야. 제갈공명은 그저 통계를 알고 있었던 것인데 말이야. 그래서 더 이상 제갈공명을 살려두어선 안되겠다고 생각하고 다시 그를 죽이려고 사람을 보냈으나, 그런 일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제갈공명은 이미 강동을 떠나 배를 타고 유비가 머물고 있는 강릉 지역으로 떠났단다.

….

여기까지가 6권의 이야기야. 제갈공명이 손권에게 가서 조조와 싸움을 걸게 하고 손권 진영에 이런저런 조언과 작전을 알려준 이 장면이 바로 그 유명한 적벽대전의 일부란다. 그야말로 제갈공명이 적벽대전을 잘 설계한 것이지. 이제 제갈공명이 설계한 대로 구현만 되는 것이야. 그건 7권에서 이어지겠구나. 그 결과는 보지 않아도 뻔한 것이겠지만 말이야.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10년을 이야기해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하룻밤 사이에 백년지기가 되는 사람들도 있는 법이다.

책의 끝 문장: 주유도 조조와의 결전을 위해 즉시 준비를 서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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