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록강은 흐른다 ㅣ 범우 사르비아 총서 301
이미륵 지음, 전혜린 옮김 / 범우사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예전에 독립운동에 관한 책을 읽다가 이미륵이라는 분에 대한 짧은 내용을 읽었단다. 이미륵이라고 하면 <압록강은 흐른다>라는 소설의 지은이로만 알고 있어서 소설가인줄만 알았어. 그런데 그 분은 경성의학전문학교에 다니다가 3.1운동에 참가했다가 수배 명단에 오르게 되고 고향으로 도망갔다가 독일로 유학을 가셨고 결국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독일에서 삶을 마감하셨다는 이야기의 주인공이었어. 짧은 이야기인데 너무 가슴 아프더구나. 이미륵이라는 분에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 책을 살펴보았는데 오래 전에 출간된 <이미륵 평전>이 한 권 있었단다. 책이 오래되어 고민하고 있었는데 작년에 <이미륵 평전> 개정판이 나왔단다. 그래서 얼마 전에 그 책을 샀단다.

<이미륵 평전>을 읽으려고 펼쳤다가 그에 앞서 먼저 이미륵 님의 대표작 <압록강은 흐른다>를 읽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어. 아빠가 분명 몇 년 전에 <압록강은 흐른다>라는 책을 사둔 기억이 있는데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더구나. 책더미를 한참 뒤지고 나서야 겨우 찾아내어 읽었단다. 범우사에서 출간한 책인데, 아빠가 살 때는 몰랐지만, 지은이 이미륵 뿐만 아니라 옮긴이도 유명하신 분이구나. 전혜린. 전혜린 님은 1950년대 서울대 법대 재학 중 독일로 유학을 가서 뮌헨대학교에서 독문과를 전공했다는구나. 그 때 이미륵 님의 <압록강은 흐른다>라는 책을 번역하여 1959년 여원사라는 출판사에서 초판이 나왔다고 하는구나. 전혜린은 독일에서 유학하면서 이미륵과 친분이 두터웠던 분들을 알게 되었고, <압록강은 흐른다>를 모르는 한국 사람들이 많아서 번역을 하셨다고 하더구나. 독일 유학을 마치고 국내에 돌아와 여러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시고 여러 독일 문학작품을 번역하고, 자신의 작품도 쓰시는 등 활발한 활동을 했지만 31살 어린 나이에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세상을 등졌다고 하는구나. 안타깝구나. 지은이 이미륵 님에 대해서는 아빠가 조만간에 <이미륵 평전> 독서 편지에서 자세히 이야기하도록 할게.

 

1.

이미륵 님의 <압록강은 흐른다>는 독일 망명 시절 독일어로 쓴 작품으로 우리나라를 독일 사람들에게 알려준 책으로 독일에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은 작품이라고 하는구나. <압록강은 흐른다>는 지은이 이미륵 님의 자전적 소설이란다. 오랜 시절부터 독일에 정착하기까지의 긴 여정이 따뜻한 동화 같은 문체로 이야기를 해준단다. 그래서 이 책은 어른뿐만 아니라 어린이들도 읽을 수 있는 책이란다.

….

어린 시절 주인공 나(미륵)은 사촌이자 친구인 수암과 줄곧 함께 했단다. 수암은 숙부의 아들이었으나 숙부가 일찍 돌아가셔서 미륵의 집에서 함께 지냈어. 미륵과 수암은 함께 아버지에게 글을 배웠어. 미륵은 누이만 셋이고, 수암은 누이만 둘이어서 미륵과 수암은 더 친해질 수 있었단다. 미륵과 수암은 장난꾸러기여서 아버지가 숨겨 놓은 약을 몰래 먹었는데 알고 보니 독약이어서 수암이 거의 죽다 살아난 적도 있었어. 그리고 글씨 공부에 쓰는 종이로 연을 만들다가 걸려 회초리를 맞은 적도 있어. 그렇게 미륵과 수암은 어린 시절 공부도 열심히 했지만 개구쟁이 짓도 하면서 추억을 쌓아갔단다. 어느날 고모부가 돌아가시고 고모와 고종사촌 칠성이가 미륵의 집에 들어와 살게 되었어. 그 때부터는 미륵, 수암, 칠성이 함께 놀았지만, 고모와 칠성은 얼마 안 있다가 이사를 가셨단다.

행복한 시간만 있을 줄 알았던 어린 시절,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가 중병에 걸리시고 말았어. 중병을 앓고 회복하신 아버지는 예전만큼의 기력이 없으셔서 서당을 그만 두셨단다. 문중회의를 했는데 수암은 계속 공부를 시켜야 한다고 해서 수암의 가족들은 서당이 있는 마을로 이사를 갔단다. 수암과 헤어져 혼자된 미륵은 아버지에게 간간이 한시와 역사 공부를 했단다. 나이가 좀 더 먹고 나서는 술 교육도 받았단다.

 

2.

미륵은 얼마 후 근처 신식 학교에 입학하여 공부하기 시작했어. 신식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기존에 아버지로부터 배운 것과는 많이 달랐어. 수학, 의술, 천문학 등 처음 접하는 학문들이 많았어. 그러다 보니 무척 어려워했단다. 집에 오면 학교에서 배운 것에 대해 아버지가 질문을 하셨어. 그렇게 질문하시면서 아버지도 새로운 학문을 공부하시는 것이었어. 특히 천문학에 관심이 많으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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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언제든 하늘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거든 조심스럽게 들어라. 그것은 아주 높은 학문이다.”

“제가 그걸 이해할 수 있을까요?”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의 영혼은 언제나 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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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식 학교에서 사귀기 된 친구로부터 <링컨>이라는 책을 빌려 읽었는데 이 책은 미륵보다 아버지가 더 열심히 읽으셨단다.

….

하지만 당시 우리나라의 상황은 좋지 않았어. 경술국치로 인해 조선이라는 나라는 일본에 합병되고 말았어. 그리고 아버지는 다시 병에 걸리시고 돌아가시고 말았단다. 그래도 미륵은 신식학교를 계속 다녔는데 내용이 점점 어려워졌어. 어머니한테 이런 고민을 이야기했더니 어머니는 그만 다니라고 해서 학업을 중단했단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부터는 아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결정하는데 도움을 주시곤 했단다. 학교를 그만 두고 4년 동안 송림 마을이라는 곳에서 지냈단다. 그런데 학교에서 배운 유럽에 대한 동경이 점점 커져갔고 어느 날은 자신의 꿈을 실천에 옮겼단다. 무작정 유럽에 가려고 나섰다가 역무원에게 유럽에 가려면 여권 등 서류도 필요하고 돈도 많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단다.

유럽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다시 공부하기로 했어. 의학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그러려면 가족과 헤어져 서울로 가야 했기 때문에 망설였는데 이번에도 어머니가 적극적으로 지지를 해주셨단다. 그래서 의학 전문 학교를 가기 위해 준비를 시작했단다. 미륵이 열심히 공부한 것도 있지만 신식 학교에서 알게 된 친구들이 책을 빌려주고 자신들이 공부한 내용을 알려주는 등 많은 도움을 주었단다. 그렇게 서울에 있는 의학전문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어.

그 학교에서 새로 사귀게 된 약원이라는 친구와 함께 공부했어. 세상은 미륵을 얌전히 공부하게만 두지 않았단다. 미륵이 의학전문학교 3학년이던 1919년 3월 1일 만세 운동이 일어났어. 약원과 함께 만세 운동에 참가했다가 도망자 신세가 되었단다. 고향에 가서 어머니를 만났는데 어머니는 미륵이 어렸을 때부터 동경하던 유럽으로 가라고 하셨어. 세월이 빨리 흐르니, 곧 만날 수 있을 거라면서 걱정하지 말고 떠나라고 하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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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11)

어머니는 오랫동안 잠자코 걷다가 말하였다.

“너는 자주 낙심하기는 하였으나 그래도 충실히 너의 길을 걸어갔다. 나는 너를 무척 믿고 있단다. 용기를 내라! 너는 쉽사리 국경을 넘을 것이고, 또 결국에는 유럽에 갈 것이다. 이 에미 걱정은 말아라. 나는 네가 돌아오기를 조용히 기다리겠다. 세월은 그처럼 빨리 가니, 비록 우리가 다시 못 만나는 한이 있더라도 슬퍼 마라. 너는 나의 생활에 많고도 많은 기쁨을 가져다 주었다. 자! 내 아들아, 이젠 너 혼자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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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로 고향을 떠나 미륵은 압록강 강변까지 가서 사공들의 도움을 받아 몰래 압록강을 건너 중국에 도착하게 된단다. 그리고 심양과 베이징을 거쳐 상하이에 도착을 하고, 그곳에서 유럽에 유학 가려는 다른 학생들을 만나 준비했어. 그들 중에는 안중근의 사촌동생인 안봉근도 있었어. 안봉근은 이미 프랑스에 다녀왔는데 이번에 다시 간다고 했어. 안봉근은 미륵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단다. 유럽에 가는 유학생들은 상하이를 떠나 사이공, 싱가포르, 지부티에 들렀다가 홍해와 지중해를 거쳐 마르세유 항구에 도착을 했단다.

그곳에 도착한 후에 미륵은 안봉근의 도움으로 독일의 작은 도시에 있는 독일인의 집에 머물 수 있게 되었어. 독일에 도착해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나니 고향 생각이 많이 났어. 특히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지. 편지를 썼으나 회신은 없어서 답답했어. 그러다가 5개월 뒤 큰 누나로부터 편지가 왔는데 지난 가을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슬픈 소식도 담겨 있었단다.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세월이 빨리 흘러가니 곧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어머니의 말씀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구나. 그래서 더욱 안타까운 결말인 것 같구나. 말도 잘 통하지 않고 아는 이도 별로 없고 무엇보다 보고 싶은 가족들을 볼 수 없는 낯선 타지에서 삶.. 상상만 해도 무척 힘든 생활일 것 같구나.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압록강은 흐른다>의 뒷이야기인 2부도 있었는데 지은이 이미륵의 타계 후 그의 서재에는 몇 장 남아있지 않았다고 하더구나.

전혜린 님이 이 책을 옮기고 난 이후 이미륵 님의 글들이 더 발굴되었는지,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을 해보면 이미륵 님의 <그래도 압록강은 흐른다> 책이 있더구나. 지금은 품절이 되어 살 수가 없는데 중고책이라도 알아봐야겠구나.

….

아빠가 이 책에 대해 좀더 깊이 생각해 보고 이야기를 하면 좋겠는데, 독서편지는 늘 밀려 있고, 요즘에 바쁘다 보니 시간이 부족하구나. 지금도 잘 시간이 지나서 이 정도 마무리해야겠구나. 조만간에 <이미륵 평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압록강은 흐른다>에 대한 이야기를 할 기회가 또 있지 않을까 싶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수암-이것은 나와 함께 자라난 내 사촌 형의이름이다.

책의 끝 문장: 지난 가을에 어머님이 며칠 동안 앓으시다가 갑자기 별세하셨다는 사연이었다.

 


우리는 산신령과 죽어버린 동무에게 술 대신 한잔씩의 물을 바쳐 죽은 짐승의 넋이 편히 쉬기를 빌고, 해질 무렵에 시체를 묻었다. 호박 크기만한 무덤이 다 만들어졌을 때, 나는 무척 슬픔을 느꼈다. 거북은 오랜 생명을 가지며 수천 년이나 산다고 한다. 그러나 희귀한 동물이 우리 집에서 죽었을 때에는 아마 좋은 것을 뜻하지는 않으리라. - P66

"그렇지, 원님께서 몸소 나와서 그렇게 무기도 없이 적에게 대했더라면 그야 옳았을 것이야말고. 아마 다른 원님 같았더라면 그랬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 원님은 무척 겁쟁이였거든. 유감스럽게도 그건 원님이 아니라 그 손자였더란 말이야. 바로 김삿갓이란 거야. 그렇고말고. 너는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지? 그렇지만 참으로 원님의 손자였다는 거야. ‘적군을 물리치자!’고 그는 조부에게 요구했으나 조부는 들은 체도 않고 적군에게 항복해버렸지 그만...... 그러므로 적군은 계속해서 딴 고을을 무찔렀고 김삿갓은 임금에게 충성하였으므로 조부와 적대하여 도모하지 않고 그만 걸인과 방랑의 시인이 되어버렸지." - P82

"과거를 너무 생각지 마라."
끝으로 어머니는 말하였다.
"네가 자주 말한 것처럼 시대가 변하였다. 과거는 새 문화에 앞서 갔다. 새 문화는 자주 분수를 모른다. 그러나 네가 그것에서 무엇을 배우려고 하든지 그것이 생소하리라는 것을 미리 알아야 하며, 또 언제나 온화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 P178

그런 고귀한 한방 의원은 병자의 신체를 거의 만지지조차 않았다. 그들은 등을 두드리지도 않았고, 내부 기관을 청진하지도 않았다. 다만 병자의 얼굴을 보았고 병자가 이야기하는 것을 조심스레 듣고는 맥을 짚었다. 그러고는 처방을 썼고 처방에 따라 조수가 약을 곧 준비하였다. 조제실에는 모든 필요한 약초며 뿌리며 구근이 보관되어 있었고, 거기에서 환약이며 고약이며 즙을 의원의 감시 아래 만들 수 있게 해 두었다. 병자에게는 그 외 아무 일도 없었다. X-레이는 물론, 수술, 주사도 한방 의원은 몰랐다. 다만 특정한 병에만 여러 곳에 침을 놓았다. 이런 곳은 생명선 위에 있어야 했고 그 방해가 병이 된다고 했다. - P195

"너는 너무 말이 없고 너무 많이 생각한다."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침묵은 오래된 동방에서는 아직도 미덕으로 인정되나, 서방에서는 그렇지가 않아. 여기선 그게 비사교성의 표시로, 심지어는 거만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언제나 이야기하는 데에 섞여 같이 대화를 나누어라. 무엇에 관한 이야기든 간에. 날씨나 기후나 또는 음식이나 옷에 이르기까지. 다른 사람과 사교하는 동안에는, 땅에서 살고 있는 이상엔 언제나 철학적인 일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수는 없단다. 유럽 사람도 땅위에서 살고 있으며 즐겨 세상 이야기를 한다."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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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226)

훗날, 동이는 우물가에서 들었던 울음소리가 실은 귀신의 소리가 아니라 아코디언이 자신에게 들려주는 소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아코디언이 전해주는 소리에 늘 슬픔과 분노만 담겨있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거기엔 수많은 사연과 감정이 뒤엉키고 산 자와 죽은 자의 이야기가 뒤섞여 있었다. 그리고 동이는 연주를 통해 그 이야기를 다시 세상에 풀어놓았다. 아코디언을 치는 동안, 슬픔과 고통은 깊은 깨달음으로 정화되고 안개처럼 뿌옇게 가려졌던 진실은 거울처럼 선명해졌다. 그렇게 동이는 글자가 아닌 소리를 통해 벽 너머의 세상으로 통하는 길을 더듬더듬 찾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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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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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얼마 전에 김애란 님의 <안녕이라 말했어>라는 책을 이야기 해주었잖니. 그 책을 읽고 김애란 님에 대한 관심이 급상승했잖아. 그래서 김애란 님의 또 다른 대표작 중에 하나 <이중 하나는 거짓말>이란 책을 읽었단다. 이 책은 2년 전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님 때문에 유명해지기도 한 책이란다. 한강 님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고 인터뷰를 할 때 읽고 있는 책이라면서 <이중 하나는 거짓말>이라는 책을 이야기했었거든. 그리고 이 책은 2024년 동료 소설가들이 뽑은 올해의 책이기도 하단다.

아빠는 <안녕이라 말했어>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중 하나는 거짓말>이라는 소설도 재미있게 읽었단다. 제목을 잘 지으시는 것 같아. <이중 하나는 거짓말>이라는 제목은 소설 속에서 주인공들의 담임 선생님이 학기초에 학생들에게 자기 소개를 시킬 때는 쓰는 방법이란다. 자신에 대해 다섯 가지를 이야기하라고 하면서 그 중에 하나는 거짓말을 하라고 하고 그걸 나머지 학생들이 맞춰보게 하는 거야. 이렇게 게임 식으로 자기 소개를 하면 다들 더 집중하게 되고 서로를 더 알게 될 것 같구나. 참 좋은 방법인 것 같아. 이 소설을 읽은 현직에 계신 선생님들은 현장에서 써먹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1.

이 소설의 주인공은 안지우, 김소리, 오채운이라고 하는 세 명의 고등학생이란다. Jiny도 고등학생이니 이 소설에 더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구나.

안지우. 지우는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인데 아버지는 오래 전에 소식이 끊기고, 엄마와 단 둘이 살았는데 몇 년 전부터는 엄마의 애인인 선호 아저씨와도 함께 살았어. 그러다가 엄마가 뇌암에 걸리셔서 투병 중이었어. 그런데 친구들과 놀러 가셨다가 실족사로 그만 돌아가시고 말았단다. 실족사이긴 하지만 자살인 것 같기도 했단다. 그 이후로는 엄마의 애인인 선호 아저씨와 함께 지냈단다. 학교에서는 늘 투명인간처럼 지내 제대로 된 친구도 하나 없었어. 방학이 되고 나서 지우는 편지 한 장 남겨두고 돈 벌러 집을 떠났어. 숙식을 제공하는 노가다 현장에서 일하기로 했어.

그런데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하나 있었지. 자신이 키우고 있던 레드아이 아머드 스킨크라는 종의 도마뱀이야. 그 도마뱀의 이름은 용식이었어. 지우는 중학교 때부터 인터넷에서 용식이의 성장 일기를 ‘용식 일기’라는 만화를 그려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었어. 그래서 지우는 그림 그리는데 소질도 있었고, 레드아이 아머드 스킨크에 대한 독특한 소재 때문에 지우의 이 블로그는 방문객이 많았단다. 최근에는 <내가 본 것>이라는 만화 시리지를 그려서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2회까지 올렸단다. 반응도 괜찮았단다. 그런데 노가다를 시작하면서 업로드를 거의 하지 못하게 되었어. 레드아이 아머드 스킨크라는 것을 아빠는 처음 들어봐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음… 징그러우면서도 귀엽게 생겼더구나. 아빠한테 길러보라고 하면 거절하겠지만 말이랴^^ 지우가 집을 떠나 일을 하러 가면서 용식이를 누구한테 맡길까 고민하다가 엄마의 장례식장에 유일하게 찾아온 같은 반 친구 김소리한테 부탁해 보기로 했어.

….

김소리. 지우와 같은 반 여학생으로 역시 고등학교 2학년이란다. 암에 걸린 엄마가 있었어. 엄마는 살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열심히 항암치료를 받으셨는데 2년 전 항암 치료를 받으러 가는 길에 그만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말았단다. 그래서 소리는 아버지와 단 둘이 지냈단다. 소리는 미대를 준비하고 있었어. 그런데 소리는 중학교 때부터 자신이 이상한 능력이 있음을 알게 되었어. 자신이 손으로 만진 대상이 흐릿하게 보이는 경우가 있었어. 그런 대상은 얼마 후 죽게 되는 거야. 동물인 경우도 있었고, 사람인 경우도 있는데 세 번이나 그런 경험을 하고 나서는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매일 아침 일어나면 엄마의 손을 만져서 확인해보았단다. 엄마는 흐릿하게 보인 적이 없었는데 돌아가시고 말았단다. 그래서 더 충격이 컸었어.

어느 날 지우가 방안 동안 자신의 레드아이 아머드 스킨크를 보살펴 달라는 부탁을 받았어. 소리는 알겠다면서 용식을 보살펴주기 시작했단다. 또 어느 날 학교운동장에서 길 잃은 개 한 마리를 만났어. 아무 생각 없이 앞발을 만졌는데 그 개가 흐릿하게 보여서 깜짝 놀랐단다. 건강해 보이는 개였고 흐릿하게 보이는 경험을 너무나 오랜만에 해서 놀랬던 거야. 개의 목줄에 주인의 전화번호가 적혀 있어서 전화를 했어. 주인이 학교운동장에 왔는데 알고 보니 같은 반 오채운이였어. 소리는 채운에게 그 개와 즐거운 시간을 많이 가져주라는 이야기를 하고 헤어졌단다.

…

오채운. 채운은 전학생이었어.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는 축구를 했는데 작년에 다리를 다쳐서 축구를 그만 두게 되었어. 채운도 그리 평범한 가정은 아니었단다. 채운의 아버지는 가정폭력범이었어. 술만 취하면 칼을 휘두르고 엄마를 위협하곤 했어. 그날도 아버지는 칼을 휘둘렀고, 잘못하면 엄마가 다치겠다는 생각에 채운은 아버지를 말리면서 몸싸움이 있었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아버지가 칼에 찔려 있는 거야. 채운의 엄마는 채운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이것은 엄마가 한 짓이라고 이야기를 했어. 절대로 진실을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다짐을 시키고, 경찰에 신고를 했단다.

그렇게 엄마는 채운 대신 3년 6개월의 징역형을 받고 아버지는 의식 불명 상태로 요양원에 있었어. 그래서 채운은 반려견 뭉치와 함께 이모의 집에서 지내게 되었단다. 그런데 이모의 집안 사정도 그리 넉넉하지 않아서 눈치가 보였단다. 자신 뿐만 아니라 개까지 데리고 왔으니 말이야. 채운의 사촌 선이는 뭉치를 좋아했고, 자주 산책도 시켜주었어. 그런데 어느 날 선이가 뭉치를 잃어버렸어. 정신 없이 찾다가 뭉치를 데리고 있다는 사람의 전화를 받고 갔더니 그 사람은 다름 아닌 같은 반 친구 소리였단다. 그런데 소리가 울고 있었어. 채운은 소리에게 왜 우냐고 물어보니 보고 있는 만화 때문이라고 했단다. 사실은 뭉치의 발을 만졌다가 흐릿하게 보여서 울었던 것이거든. 채운은 그것도 모르고 소리의 말을 믿었단다.

어떤 만화를 보고 우나 궁금해서 소리가 보고 있는 만화를 얼핏 봤는데 <내가 본 것>이라는 만화였어. 채운은 나중에 집에 와서 <내가 본 것>을 검색해 봐서 확인해 보니 그 이야기가 마치 자신의 이야기인 것 같았어. 조금씩 각색은 되어 있지만 아버지가 칼에 찔린 그날 밤에 대한 이야기를 각색해서 만화로 그려져 있었어. 도대체 누가? 그날 경찰들이 와서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구경을 했는데 그 중에 한 사람이었을 거야. 좀 더 읽어보니 만화를 그린 아이는 채운이 예전에 식구들과 자주 가던 갈비집에 있는 아이이고, 그 아이는 자신의 반에 있는 안지우라는 것도 알게 되었어. 채운은 지우가 진실을 알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어.

…

 

2.

채운은 의식 불명인 아버지가 최근에 호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어. 오히려 아버지가 깨어날까 봐 걱정했단다. 그런데 얼마 후 뭉치가 교통사고로 죽고 말았어. 뭉치를 찾아주었던 날 소리가 했던 말이 갑자기 생각났어. 마치 뭉치가 죽을 것처럼 좋은 시간 많이 가져주라고 했던 말. 그때도 좀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뭉치가 죽고 나자. 소리가 했던 말이 더 이상하게 생각했던 거야. 채운은 소리를 찾아가 그날 왜 그런 말을 했냐고 물어보았어. 소리는 솔직하게 이야기했단다. 자신에게 이상한 능력이 있다고 말이야. 그러자 채운은 소리에게 자신의 아버지의 손을 잡아 달라고 부탁했어.

소리는 채운이 자신의 아버지가 돌아가실까 봐 걱정이 되어 물어본 것이라고 생각했어. 소리는 채운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하고, 함께 채운의 아버지가 계신 요양원에 갔어. 소리는 채운의 아버지의 손을 잡아 보고 곧 회복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단다. 그런데 그 말이 채운이 듣기 좋으라고 한 따뜻한 거짓말인 것 같았단다. 채운은 사실은 반대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했을 텐데… 얼마 후 오채운의 아버지는 돌아가셨단다.

…

소리도 뜻밖에 사고를 맞이했단다. 보살피던 지우의 도마뱀 용식이가 죽고 만 거야. 레드아이 아머드 스킨크라는 종이 원래 관리하기 힘든 동물이긴 했지만 지우가 이야기한 대로 잘 보살피고 있었기 때문에 용식의 뜻밖의 죽음은 소리에게도 충격이었단다. 그리고 지우에게 어떻게 연락을 해야 할 지 몰랐어. 고민하다가 지우에게 연락해서 솔직하게 이야기했단다. 지우는 그 소식을 듣자마자 소리에게 급하게 돌아오려고 빨간 신호등인데 길을 건너려다가 지우를 피한 오토바이가 넘어졌어. 오토바이 주인과 시비가 붙은 지우는 파출소까지 갔다가 보호자에게 연락하라는 경찰에 말에 지우는 선호아저씨에게 연락을 했어. 그래서 파출소에 선호아저씨가 오시고 나서야 지우는 훈방 조치되었어.

선호아저씨의 화물차를 타고 집에 오면서 자신과 엄마 사이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었단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지우와 선호 아저씨는 사랑하는 여자를 잃은 공통점이 있었던 거야. 그리고 그 아픔을 서로 감싸줄 수 있는 사이이기도 하고… 그 파출소 일로 둘은 좀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고 아픔으로 감싸주고 좀더 의지할 수 있는 관계로 발전하지 않았을까 싶구나. 그리고 지우는 소리와 채운에게서도 연락을 받았는데, 그건 최근에 업로드한 <내가 본 것>를 보고 연락한 것일 거야. 그 마지막 회를 보고 채운은 위로를 받았기 때문인 것 같았어.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지금까지 지우와 소리와 채운은 자신의 아픔을 혼자 이겨내려고 했다면 이제부터는 서로 아픔을 위로해주는 진정한 친구가 되지 않았을까 싶구나. 희망을 이야기하면서 소설을 맺어져서 좋았단다.

….

누구나 말하지 못할 상처들이 있을 것이야. 그 상처에 마음 아파하지만 남에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혼자 극복하려고 노력하곤 하지. 누군가 그 아픔을 알지만 아는 척하지 않으면서 에둘러 공감해주고 위로를 해준다면 그 상처는 많이 아물 것 같구나. 뒤늦게 김애란 님의 소설들을 알게 된 아빠는 김애란 님의 다른 소설들을 찾아 나서야겠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지우는 K시 한 파출소의 의자에 보호자를 기다렸다.

책의 끝 문장: 평소에 연필을 쥐는 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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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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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252)

뭐야, 대체 왜 아무도,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야? 왜 다들 나를 피하는 거야? 혹시 얼른 불이 들어오기만 바라고 있는 거야? 당신이 서 있는 곳에 불이 켜지는 순간 내가 사라지는 존재라고 생각해서? 웃기지 마, 난 사라지지 않아. 나는 인간이야. 불이 켜진다고 해서 한 인간이 어떻게 그렇게 간단히 사라질 수 있겠어? 당신은, 당신은 불이 켜지면 사라지는 존재인가? 어? 그런 허깨비야? 나도 아니야. 나는 사라지지도, 어디로 가지도 않아. 길을 알아낼 때까지 영원히 이곳에 있어야 해. 그러니 제발 좀 말해 줘. 우리, 이렇게 가까이 있잖아. 내 침이 당신 코에 튈 정도로 가까이 있잖아. 내 침이 당신 코에 튈 정도로 가까이 있잖아. 여기가 어디야, 응? 나는 어디로 가고 있었지? 이제 어디로 가야 하지? 도대체 왜 난 혼자만 이렇게 절규하는 거야? 당신들의 지금 그 눈빛은 대체 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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