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로봇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옥수 옮김 / 우리교육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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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이작 아시모프란 사람은 엄청 유명한 SF 작가란다. <2001스페이스 오딧세이>로 유명한 아서 클라크, <스타십 트루퍼스>로 유명한 로버트 하인라인과 함께 SF 3대 거장에 손꼽는다고 하더구나. 얼마 전에 읽은 키두니스트 님의 <고전 리뷰툰 2>에서 아이작 아시모프의 <아이, 로봇> <파운데이션>을 소개해 주었어. <파운데이션> 시리즈는 그 전부터 읽어보겠다고 1권을 사두었는데, 키두니스트 님의 책을 읽고 이 시리즈를 올해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마음 먹었단다. 그런데 <파운데이션>을 읽기 전에 먼저 <아이, 로봇>을 읽어야 한다는 키두니스트 님의 조언에 따라 <아이, 로봇>을 이번에 먼저 읽게 되었단다.

<아니, 로봇>은 로봇에 관한 단편들을 엮은 것이지만, 각 작품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중복되어 나오고 한 로봇 회사에서 만든 로봇들에 관한 이야기이므로, 연작 소설이라도 해도 괜찮을 것 같구나. 이 소설은 시작하기 전에 로봇의 3원칙에 관한 내용이 나온단다.

1원칙.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 그리고 위험에 처한 인간을 모른 척해서도 안 된다.

2원칙.

1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3원칙.

1원칙과 제2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로봇 자신을 지켜야 한다.

이 세가지 원칙은 로봇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원칙으로 이번에 읽은 <아이, 로봇>에 나오는 모든 로봇들은 이 세가지 원칙을 준수하여 만들어졌단다. 그런데 이 세가지 원칙이 서로 충돌하여 생기는 에피소드도 있고, 이를 다르게 해석하기도 하는 에피소드도 있단다. 이 책을 읽는 동안은 로봇의 3원칙을 염두에 두고 읽으면 더 재미있을 것 같구나. SF이긴 하지만 고전의 반열에 들어서서 읽기 고루하고 재미없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모든 작품들이 읽기 쉬우면서도 재미있더구나. 아빠가 먼저 읽고 나서 너희들에게 추천해 주었지만, 너희들은 숙제가 많구나.ㅠㅠ


1.

이 작품은 1950년에 출간한 책이란다. SF 소설이니만큼 1950년 기준으로 미래를 그린 소설이야. 때는 2057. 75세인 수잔 캘빈이라는 로봇 심리학 박사는 인터뷰를 하였고, 자신이 50여 년간 몸 담았던 US 로보틱스 회사에서 겪었던 로봇들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는 형식으로 책은 구성되어 있단다.

첫 번째 작품 <소녀를 사랑한 로봇>에 등장하는 로비라는 로봇은 초창기 모델로 음성 지원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로봇이란다. 로비는 유모 역할을 대신하는 로봇인데, 어린 글로리아는 로비를 무척 따르고 좋아하는데, 엄마인 웨스턴 부인은 한낱 기계인 로비에 너무 의존하고 좋아하는 딸이 걱정되어 로비를 떼어놓으려는 이야기란다. 로비를 강제로 떼어놓으니, 글로리아는 우울증 증세를 보이고 웨스턴 부부는 이를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단다.

두 번째 작품 <술래잡기 로봇>에서는 수성으로 셀레늄이라는 광물을 채취하러 로봇과 함께 떠난 로봇기술자 파웰과 도노반의 이야기란다. 함께 떠난 로봇은 로봇 3원칙에 따라 만들었는데, 이 로봇이 로봇 3원칙을 모두 지키려다 보니 제대로 동작하지 않고 엉뚱하게 동작하게 되어 파웰과 도노반은 위기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란다.

이후 작품들에서도 파웰도 도노반은 자주 등장한단다. 그리고 기술이 점점 발전하면서 로봇들도 점점 진화를 하게 된단다. 생각하는 로봇이 등장하거나, 다른 부하들을 거느린 로봇도 등장하고, 마음을 읽는 로봇도 등장한다. 심지어 자존심이라는 개념까지 학습하게 된 로봇은 자존심이 상해서 사라지기도 했어.

로봇 기술이 발전하면서 나중에는 사람인지 로봇인지 구분하지 못할 정도의 로봇까지 나와서 <바이어리_대도시 시장이 된 로봇>에서는 로봇이 시장까지 되었단다. 하지만 다들 바이어리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그가 잠도 거의 자지 않고 일하자, 반대 진영에서는 그가 로봇이라고 이야기했고, 로봇이 시장이 될 수 없다면서 선거전에서 이를 이용했지만, 결국은 로봇이라는 것을 밝히지 못하고, 바이어리는 시장이 되었고, 그는 가장 훌륭한 시장 중에 한 명이 되었단다. 미래에는 시장 역할을 잘 만들어진 AI 로봇이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정치인들이야 늘 자신의 이익을 생각하다 보니 보여주기식 정책이 많으니 말이야. 지금도 알게 모르게 세금 낭비가 얼마나 심하니… AI로 대체되어야 할 가장 시급한 직업은 바로 정치인.

이 소설에서 나오는 로봇들 모두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었단다. 그로 인해 모든 작품들이 재미있었고 말이야. 그래서 각 작품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도 있는데, 그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너희들도 본, 윌 스미스 주연의 <아이, 로봇>이 있단다. 제목에서 보듯이 이 책을 영화로 만들었다고 볼 수 있지만, 로봇의 3원칙이라는 설정은 가져왔지만 소설의 줄거리랑은 관련이 없는 영화였지. 그래도 재미는 있었잖니.

이제 <아이, 로봇>을 읽었으니 <파운데이션> 시리즈도 도전해봐야겠구나. 모두 7권인데 천천히 읽어봐야겠구나. 검색하다 보니 <파운데이션>이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특정 OTT에서 서비스하고 있어서 볼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기회 되면 보는 것으로 하고

오늘 독서 편지는 이상 간단히 마칠게.


PS,

책의 첫 문장: 공책에 적힌 내용을 살펴보았다.

책의 끝 문장: 지난달에 여든 두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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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 외딴 성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서혜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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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요즘 책을 고를 때 순전히 아빠가 읽을라고 하는 책도 있지만, 너희들과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책도 고른단다. 우연히 책소개를 읽고 나서 너희들과 함께 읽으면 좋겠다고 작년인가 주문한 책이 있는데 <거울 속 외딴 성>이라는 책이란다. 그리고 두어 달 전에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가 개봉한다는 소식도 들었단다. 아빠가 애니메이션을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 소설이 애니메이션으로 개봉을 한다고 하니, 재미가 있으니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을 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읽어보고 싶더구나. 그리고 재미있으면 너희들에게 추천해주어야겠다고 생각했어.

얼마 전에 월악산 자락으로 캠핑 갔을 때 이 책을 읽으려고 가지고 갔으나, 책은 많이 못 읽었구나. 그래도 아침에 살살 부는 바람에 파란 하늘 아래서 잠깐 읽었는데 그 행위 자체가 힐링이 되더구나.

지은이는 츠지무라 미즈키라는 작가인데 아빠는 처음 보는 작가로구나. 일본에 책 관련 상들이 꽤 많은 것 같구나. 일본 작가의 책들을 보면 무슨무슨 상을 받았다는 책들이 많은 것 같았어. 이 책은 2018년 서점대상을 받은 책이라고 하는데, 수상에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고 했단다. 괜한 선입견만 생기니까 말이야.


1.

중학교에 처음 들어간 고코로는 집단 괴롭힘을 당하게 되었단다. 집단 괴롭힘이라는 것이 특별한 이유가 없어. 그런데 그 집단 괴롭힘을 주도했던 것이 선생님들한테는 모범생으로 알려진 학급회장 미오리라는 아이였어. 결국 고코로는 학교에 가지 않게 되었어. 고코로의 부모님은 고코로의 의견을 존중하여 이유도 묻지 않고 당분간 학교에 보내지 않았어. 그 시간이 길어져서 고코로와 같은 아이들의 적응을 도와주는 스쿨이라는 곳에 가기로 했는데, 고코로는 그곳에 가는 것도 쉽지 않았어.

스쿨에 가기로 한 첫날 갑자기 배가 아파서 집에서 쉬기로 했단다. 첫날 그렇게 틀어지자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가지 않았어. 고코로의 부모님은 그런 고코로를 기다렸지만, 간혹 인내를 참지 못하고 고코로에게 잔소리를 하기도 했단다. 부모님은 모두 일을 하시기 때문에 출근을 하시고 나면 집에는 고코로 혼자 있게 된단다. 어느날 혼자 방에 있는데 고코로의 방 안에 있는 전신 거울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고 그 거울에 손을 댔더니 쭉 하고 빨려 들어갔단다.

고코로가 꿈을 꾸고 있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꿈이 아니었단다. 그 거울 속에서 늑대의 탈을 쓴 소녀를 만났어. 늑대의 탈을 썼다고 하니 늑대의 탈을 쓴 인간이라는 말이 생각나서 나쁜 이미지로 생각될 수 있으나, 그런 이미지를 가진 사람은 아니란다. 책의 앞 표지에 보면 늑대의 탈을 쓴 소녀가 빨간 드레스를 입은 그림이 있는데, 딱 그 이미지란다. 늑대 탈도 착해 보여. 그 소녀는 자신을 늑대님이라고 부르라고 했어.

고코로가 빨려 들어간 거울 속은 성 같이 생겼어. 이해 가지? 소설 제목이 거울 속 외딴 성이잖아. 늑대님이 말하길, 그곳에서는 게임이 진행된다고 했어. 고코로를 포함하여 7명의 아이들이 그 게임에 참석하는데 다음해 3 30일까지 소원 열쇠를 찾는 게임이라고 했어. 그 소원 열쇠를 찾아 소원방에 가면 딱 한가지 소원을 들어준다고 했지. 소원 열쇠는 딱 한 개. 그러니까 일곱 명 중에 한 명만 그 소원을 빌 수 있는 거지. 그런데 지금은 5월인데 내년 3월까지 시간을 준다고? 3월말이 일본에서는 한 학년이 끝나는 시점이란다. 4월에 학년이 시작하고 말이야. 그러니까 다음 학년이 올라가기 전까지 게임은 계속 되는 거야.

그 거울 속 성에는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머무를 수 있다고 했어. 5시가 되어도 안 돌아간다면 늑대에게 잡혀 먹힌다고 했단다. 그 말이 하나도 믿어지지 않지만, 고코로는 진지하게 들었단다.  그렇게 거울 속 외딴성에 모인 아이들 일곱 명은 고코로, 마사무네, 스바루, 아키, 후카, 오레시노, 리온 이렇게 일곱 명이었단다. 다들 중학생이고, 학년도 골고루 있었단다. 아키, 후카, 고코로 이렇게 세 명은 여학생이고 나머지는 남학생들이었단다. 그들은 이곳에 처음 알게 된 사이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모두 고코로처럼 학교에 가지 않는다고 했어. 이유는 솔직히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말이야. 그래서 그들은 아침 9시 이후에 언제든지 그 성으로 올 수 있었단다.

….

마사무네와 스바루는 남학생들답게 전자 게임기와 집에서 안 쓰는 TV 브라운관을 들고 와서 게임기를 설치해서 게임을 했단다. 고코로도 게임을 좋아해서 함께 게임을 하면서 친해졌단다. 고코로는 게임으로 남학생들과 친해지고, 아키, 후카 등 여학생들만의 연대감을 느끼면서 친해졌단다. 그곳에서 자신의 내면의 이야기를 하기도 했어. 다른 곳에서 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거울 속 세상에서는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 거지. 어차피 거울 밖에 나가면 그들을 만나지 않을 테니 말이야. 예전에 PC 통신이 처음 생겼을 때 유행했던 채팅과 비슷하구나. 서로 모르는 익명의 사람들이 채팅방에 모여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거야. 그곳에 있는 이들이 간혹 오프라인에서 만나기도 하지만 대부분 그 채팅방에서 이야기하고 끝이거든. 그러다 보니 닉네임 뒤에 본모습을 숨기고 자신의 비밀을 더 쉽게 털어놓기도 했단다..

이 소설의 거울 속 세상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한 것 같아. 그리고 책을 읽다 보니,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예상도 되더구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들이 모여서 자기들만의 세상에서 서로 대화도 나누고 협력도 하고 게임도 하면서 성장해간다는 스토리그래서 일년이 지나면 비록 열쇠는 못 찾아도 내면으로 부쩍 성장해서 학교에 다시 갈 수 있게 된다는 그런 스토리가 예상되더구나. 그런 예상을 하면서 페이지를 넘겨 갔단다.


2.

아빠의 예상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들은 자주 만남을 가지면서, 거울 밖 세상을 이야기하기도 했어. 밖에서는 괴롭힘도 당하고 친구들과 제대로 사귀지도 못했지만 이곳에서는 서로 잘 어울렸단다. 그리고 우연히 한 아이의 학교 이름이 나왔는데, 리온을 제외하고 다들 놀랬어. 왜냐하면 자신이 다니는 유시키나 5중학교였거든. 그런데 밖에서는 다들 모르고 있었다니. 그만큼 여기 모인 친구들은 교우관계가 넓지 않았던 거야.

리온은 제외라고 했잖아, 리온은 하와이에 살고 있다고 했어. 거울을 통해서 그들과 함께 있는 거고. 그런데 리온도 일본에 있었다면 유시키나 5중학교에 다닐 예정이었다는 거야. 그 이야기는 모두 같은 지역에 있는 아이들이었던 거야. 그들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떤 장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서로 알기도 하고, 같이 알고 있는 선생님들도 있었어.

그들은 그곳에서 서로 지내면서 내적 성장을 했단다. 고코로는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이젠 자신이 학교에 다니지 않은 이유도 엄마에게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단다. 엄마는 자신에게 이야기해준 고코로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더욱 고코로의 편이 되어 주었단다. 고코로를 비롯한 거울 속 친구들은 하와이에 있는 리온을 제외하고 다같이 용기를 내어 학교에 가자고 했어. 오랜만에 가는 학교이니까 교실에 갈 용기가 없으면 양호실로 모이자고 했단다. 그 아이들에게 학교에 간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했단다.

그렇게 약속한 날, 큰 마음 먹고 학교에 갔으나, 고코로는 아무도 만나지 못했단다.

교실에 가는 것은 어려워서 양호실에 갔지만 고코로는 아무도 만날 수 없었단다. 그렇게 힘겨운 등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고코로. 거울 속에 들어가 보았어. 그런데 모두들 학교에 갔다고 했어. 그리고 모두들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고 했어. 이게 무슨 일? 아빠는 어느 정도 예상을 했었단다. 이미 거울 속 세상인데 그보다 더 놀랄 일이 일어나지 않을 법이 없겠니. 아이들은 모여서 이 현상에 대해서 분석했어. 어떤 친구가 이야기하기를 평행우주론을 이야기했단다. 이 세상에는 수 많은 우주가 있고, 각자 살고 있는 우주가 다르고 거울 속 세상은 각각의 우주를 연결해 주는 세상이라고 말이야.

그럴 듯한 생각이었으나, 그것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단다. 그럼 어떤 일이 일어난 걸까? 답은 쉽게 추측할 수 있을 거란다. 나중에 너희들도 이 책을 읽다 보면 그들이 왜 아무도 학교에서 만나지 못했을까? 에 대한 답을 추측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소설의 끝은 예상했듯 거울 밖 세상에 잘 적응하는 그런 아이들이 된단다. 해피 엔딩이지. 약간은 식상한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따뜻한 아이들의 이야기도 나쁘지 않았단다.

우리나라도 학교 직단괴롭힘 문제가 끊이지 않고 뉴스에 나오곤 한단다. 십대 아이들은 아직 뇌가 성숙하지 못해서 그런 나쁜 짓을 할 수도 있다고 이해하는 것으로 끝나면 안 된다고 생각해. 당하는 아이들은 그 상처가 정말 오래갈 수 있으니까 말이야. 엄격한 처벌 조항을 두어서라도 미인간적인 행동을 제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단다. 이 소설은 주인공들이 너희들과 비슷한 연령대라서 너희들도 읽어보면 공감을 갖지 않을까 싶구나.

오늘은 그럼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커튼을 친 창문 너머로 이동판매차의 선전방송이 들린다.

책의 끝 문장: 마주앉은 고코로와 아키를 그 빛이 조용히, 부드럽게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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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협하게 읽고 치열하게 쓴다 정희진의 글쓰기 3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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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정희진 님의 글쓰기 시리즈 3 <편협하게 읽고 치열하게 쓴다>를 읽었단다. 정희진 님의 이 시리즈는 책 제목을 참 잘 짓는 것 같구나. 1권은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 2권은 나를 알기 위해서 쓴다. 이번에 읽은 3권은 제목으로 봤을 때는 가장 좋았단다. 편협하게 읽고 치열하게 쓴다. ‘편협이라는 단어는 원래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뜻을 가진 좋지 않은 뜻으로 사용되는 말이란다. 그런데 책 제목에 의도적으로 썼다는 것은, 그만큼 지은이와 이 책의 정체성을 알 수 있다는 것이란다. 1, 2권을 읽은 이들이라면, 지은이가 읽은 편협한 장르는 여성학과 페미니즘이라 생각할 것이다.

지은이는 자신이 편협하게 읽는 책들은 자신을 소생시키는 책으로 마음의 평화를 깨고 스트레스와 자극을 준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자신을 변화시키는 그런 책들이라고 하는구나. 아빠의 책읽기와는 사뭇 다른 책읽기구나. 아빠는 재미있거나 뭔가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책을 주로 읽는데 말이야. 정희진 님이 읽으신 책들은 쫌 거리가 있는 책들인 것 같구나. 그래서인지 이번 3권에서 소개해준 책들 27권 중에 아빠가 읽은 것은 단 한 권도 없구나. 1, 2권에서는 그래도 두어 권씩 있었는데, 이번에 읽은 3권에서는 단 한 권도 없다니 아빠의 독서 범위가 얼마나 좁은지 다시 한번 확인하는 기회였단다. 읽은 것은 둘째 치고 책 제목을 들어본 것도 많지 않더구나. 아빠의 독서 범위를 좀더 넓혀봐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이 책에서 소개된 책들 중 몇 권을 리스트에 올려 놓았단다.

지은이 정희진 님은 편협하게 읽고 나서 치열하게 쓰신다고 했단다. 책을 읽고 나서 가볍게 책 리뷰를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또 다른 이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서평을 치열하게 쓰시는 것이지. 서평은 또 하나의 창작이라고 말씀하시면서 말이야. 그래서 정희진 님의 글은 서평이라고 하지만 책에 대한 소개보다 정희진 님의 생각을 읽는 느낌이었어. 그런데 정희진 님이 치열하게 쓰신 글들이 아빠에게는 읽기 쉽지 않은 글들이라서 천천히 정독하곤 했단다. 그래서 글 속에 숨어 있는 진정한 의미를 캐치하지 못한 경우도 많아. 아빠가 책 읽고 쓰는 것은 서평이라고 말할 수 없겠구나.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기억의 보조 수단으로 쓰다 보니 줄거리 요약이나 간추린 글정도로 해야 할 듯싶구나.


1.

정희진 님은 사회적 약자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신단다. 그 전에도 그렇게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서 글도 많이 쓰셨고 말이야. 사회적 약자를 약자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단다. 그래서 사회적 약자는 평생 자신을 사랑하는 문제와 투쟁한다고 하더구나. 사회 구성원들이 약자인 그들의 몸을 자꾸 보려고 하기 때문에다른 이들이 사회적 약자를 위해서 할 일은 무엇? 그들의 몸에 대해 적게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하는구나. 그들도 모두 우리와 같은 사회 구성원으로 생각하는 것, 그것이 중요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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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49)

사회적 약자는 평생을 자신을 사랑하는 문제와 투쟁해야 하는 이들이다. 성별, 인종, 계급, 나이는 인간의 본질이 아니라 사회적 해석이다. 성별, 인종, 계급, 나이는 인간의 본질이 아니라 사회적 해석이다. 몸의 영역에는 쉽거나 작은 실천이 없다.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자신을 알고 변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매일 밤 야식을 두고 사투한다. 타인의 시선을 상대하는 용기, 나이 듦을 인정하는 것, 아픈 상태도 인생의 소중한 부분이라는 인식, 남의 몸에 대해 되도록 적게 말하기부터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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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드라마 <모범 택시>를 봤단다. 제목은 모범 택시지만, 복수대행서비스라는 말이 붙어 있단다. 법이 제대로 처벌하지 않은 흉악범에 대해 대신 복수해 주는 그런 드라마로, 속이 시원해지는 그런 드라마란다. 우리 사회는 흉악하고 비인간적인 범죄를 저질러도 법은 자꾸만 관대해지는 것 같구나. 가끔 뉴스에서 흉악범의 판결 내용을 보면, 말을 잃을 정도로 가벼운 경우가 있어. 피해자들은 그들을 용서하지 않았는데, 법이 용서한 것 같은 기분.

평생 남을 상처를 받은 이들이 가해자를 쉽게 용서할 수 있을까. 아빠가 그런 일을 당해도 절대로 용서를 할 수 없을 것 같구나. 누군가는 용서를 해야 한다고 하고, 실제로 가해자를 용서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뉴스가 나오기도 한단다. 그런데 정말 용서를 할 수 있을까? 그런 피해자들을 곁에서 직접 많이 만나 보신 정희진 님은 용서는 할 수 없다고 했어. 단지 잊혀지는 것이지.. 하지만 평생을 가도 잊혀지지 않는 상처도 있단다. 그런 용서에 대한 솔직한 글이 좋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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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내게 용서는 저절로 잊히는 것이지, 용서를 위해 고민하거나 노력하는 것이 아니다. 내겐 용서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스트레스고 참을 수 없는 부정의다. 내가 생각하는 용서는 관련된 사건을 잊는 것이다. 사건을 무시한다.(ignore). 살기 위해 나 자신에게 몰두하고, 그 일을 잊는다. 물론 가해자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고 다시는 접촉하지 않는다. 나의 경우가 일반 법칙이 될 수는 없다. 나의 완벽주의 성향, 결벽증, 비사회성에 상응하는 능력은 없지만, 일중독과 자기 몰입 성향이 용서따위를 잊게 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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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정희진 님은 페미니즘에 대한 책들도 많이 읽으시고 글도 많이 쓰신단다. 이번 책에서도 페미니즘 관련된 책들을 많이 다루셨어. 지은이 정희진 님은 왜 페미니즘에 대해 읽고 쓰실까. 페미니즘이 지은이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준다고 설명하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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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152)

내가 생각하는 지식으로서 페미니즘의 가장 큰 매력은 나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준다는 점이지만, 페미니즘의 정수는 스스로 내파와 파생을 거듭하는 지식이라는 데 있다. 이 변화는 멈출 수가 없다. 왜냐하면 여성의 현실, 그리고 현실의 운동이 끊임없이 언어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마르크스주의를 비롯해 유행을 타는 공부가 아니다. ‘한물가거나’ ‘이제는 필요 없는페미니스트는 있을지 몰라도 페미니즘 자체가 그럴 일은 절대 없다. 이 과정이 진화다. 아직도 혁명과 개량, 진화와 일정을 이분법적으로 이해하는 이들이 있다면 어쩔 수 없다. 페미니즘은 불편함, 혁명, 폭동, 똑똑해서 미친 여자들의 병이 아니라 다른 모든 사상처럼 인류 문명의 수많은 소산 중 하나이며 진화, 즉 적응해야 하는 인간의 모습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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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도 페미니즘에 대한 책을 읽어보려고 하지만, 좁은 의미의 페미니즘에 대한 책들은 읽기 쉽지 않더구나. 넓은 의미의 페미니즘으로 재미있는 소설로 직간접적으로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그런 책들로 만족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곤 있단다.

...

이 책은 다시 생각해보니 책을 선정하여 그에 맞는 정희진 님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정희진 님의 생각들을 이야기해주기 위해서 그에 맞는 책을 고른 것은 생각이 들었단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아빠가 이 서평집을 읽으면서 어렵겠지만 관심이 간 두어 권을 리스트에 적어 두었으니, 언젠가 한번 읽어보려고 해. 그리고 그때 이 책그 책에 대한 부분만 다시 읽어보고 정희진 님의 생각을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구나. 정희진 님의 글쓰기 시리즈는 모두 5권이란다. 조만간에 4권을 읽어봐야겠구나. 4권의 책 제목은 <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로 되어 있구나. 이번에는 책이 아닌 영화 이야기인 것 같구나. 역시 책 제목은 또 환상이구나. 영화이야기이니 좀 읽기 편할 것을 기대해 보면서, 오늘 독서 편지는 이만 마칠게.


PS:

책의 첫 문장: 1656년 스피노자는 다음과 같은 파문 선고를 받았다.

책의 끝 문장: 다시 말해 이 책은 여성들데 대한이야기가 아니라 한국 사회 남성성에 대한 질문으로 보아야 한다.


문학과 지성? 말할 것도 없이 문학(writings)은 인간의 ‘최고의’ 지적 활동이다. 우리는 현실의 고통을 말할 수 없을 때 픽션의 힘을 빌리고자 한다. ("이건 소설로 써야 돼.", "제 이야기를 좀 소설로 써주세요.") 문학은 재현의 재현, 비유의 비유라는 점에서 언어를 생산하는 공장이자 끊임없는 사전(辭典) 활동이다. 문학은 현실에 대해 말하되, 현실을 다르게 보이게 만든다. 하나의 비유는 열 개의 해석을 낳는다. 비유를 통해 기존 개념은 이동하고 분화한다. 전이(轉移), 전의(轉意, 轉義)다. 은유(metaphor)는 meta(over) + phora(carrying)를 합친 단어로서 ‘뜻을 나른다’는 의미다. 시인과 소설가들은 오만할 자격이 있다. - P15

모든 글쓴이들도 나와 같다고 생각한다. 쉬운 글은 있을지 몰라도 쉽게 쓰인 글은 없다. 글쓰기는 체력, 재능, 돈, 정치, 좌절과의 싸움이다. 그래서 나는 모든 글을 존중하고, 책을 쓰고 만든 이들을 존경한다. (특히 내게 번역은 어려운 일이다. 번역은 우리말 능력을 시험하는 과정이다.) 비평이라는 이름으로 책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 타인의 글을 다루려면 자신의 윤리와 정치적 판단에 관한 여러 번의 점검이 필요하다. 이것이 여성학자 사라 러딕이 말한 "비판이 실천적인 개입"인 이유다. - P18

거듭 말하지만 "내 몸은 나의 것이다."가 아니라 "내 몸이 나다." 우리의 정신이 몸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몸이 바로 나다. 정신은 몸에 속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몸에 대한 생각은 곧 자아관이 된다. 문제는 이것이다. 지금 한국 사회는 자기 몸을 긍정하기 어려운 사회인데, 과학 기술의 발달로 자아만 팽창한다는 사실이다. 이 사실에는 모든 ‘비극’이 있으며, 동시에 이러한 책이 절실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 P47

미국 정신의학자 어빈 얄롬은 이렇게 위로한다(그가 실존주의자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모든 이들은 혼자 태어나서 혼자 죽는다. 그러나 배에 혼자 타고 있더라도 다른 배들의 불빛을 가까이 할 수 있다면 한결 안심이 된다." 조금 다르게 쓰면 삶의 유일한 위안은 우리 모두 비록 깜깜하고 추운 밤바다를 혼자 표류하고 있지만, 반짝이는 등대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나마 소통하고 있다는 데 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시대는 이 등대마저 ‘민영화’했고, 모든 불을 꺼버렸다. 인간은 철저히 각자(各自)가 되어 좌충우돌하기 시작했다(다른 말로 하면 "IT, 4차 혁명의 시대를 열렸다"). 혼자라는 상황은 갑을 관계로 이동했다. 혼자임의 조건이 몹시 악화된 것이다. - P86

이러한 과정, 다시 말해 감정의 기계화와 매개화 과정을 거쳐 저자는 감정이 전통적인 의미에서 몸의 생각이라기보다는 재현(emotions –as- representations, 옮긴이의 용어로는 ‘표상’)이라고 본다. 문화 산업은 석화(石化)된 방식으로 추상화된 감정을 사용한다. 추상적 대표적인 예는 연대가 아니라 연민, 동정(pity)이다. 동정하지만 공감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탈감정사회는 대립 없는 사회다. 현대의 문제는 문화적 빈곤이 아니라 감정적 빈곤인데, 문화는 넘치고 대가로 감정은 느끼는 것이 아니라 재현된 상품이 된다.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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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숲 Untold Originals (언톨드 오리지널스)
천선란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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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천선란 님의 신간이 나오면 문자가 온단다. 이번에 읽은 <이끼숲>이라는 책은 그렇게 알게 되어 읽은 책이란다. 아빠가 좋아하는 SF 소설은 사람 냄새 나는 따뜻한 SF 소설인데, 천선란 님의 소설들이 그런 아빠의 취향에 딱 맞는 것 같단다. 그리고 Jiny도 천선란 님의 책을 읽곤 하니까 같이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출간 문자를 보자마자 구매했단다.

이번 책은 <바다눈>, <우주늪>, <이끼숲> 이렇게 3편이 실려 있는데, 독립적인 소설이 아니라 서로 연결이 되어 있는 연작소설이란다. 아빠는 이런 소설 구성을 좋아한단다. A라는 작품에서는 까메오나 단역으로 나왔던 인물이 B라는 작품에서는 주인공으로 나오는 구성 말이야. , 그럼 이야기를 해볼게.


1.

먼저 <바다눈>이라는 작품을 이야기 볼게. 먼저 이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는 세상을 이야기해주어야겠구나.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지하 세계를 구축해서 살고 있단다. 왜 지하 세계에서만 살고 있는지는 소설의 뒷부분에 나오니 그때 자세히 이야기해주겠지만, 대략 왜 그런지는 추측해 볼 수 있겠구나. 대기는 점점 오염되고 이상기후로 인해 지구의 온도는 점점 올라가서, 지상에서는 살 수 있게 되어서 지하에 살고 있을 것 같구나.

<바다눈>의 주인공 마르코는 15살로 제작실 경비를 서고 있단다. 마르코의 친구들로는 소마, 유오, 톨가, 의주 등이 있단다. 경비를 서던 마르코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감미로운 목소리에 끌려 갔는데, 그곳에는 은희라는 동갑내기 경비원이 있었어. 그 이후 마르코와 은희는 친하게 되었단다. 마르코는 은희에게 목소리를 듣고 싶다고 했더니 은희는 마르코를 지하 깊이 위치하고 있는 재즈바에 데리고 가서 그곳에서 노래를 불러 주었단다. 은희는 그곳에서 이미 유명했었어.

마르코가 따르는 선배 커커스가 있는데, 커커스를 비롯하여 많은 동료들이 임금인상을 위한 파업을 했어. 마르코는 입사한 지 얼마 안되어 동참하지 않았고, 파업한 이들을 대신하여 대리 근무를 하게 되었단다. 은희는 집안일로 결근을 하였고, 마르코는 은희의 집을 찾아갔단다. 은희는 외진 곳에서 좋지 않은 집안 환경이었고,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보살피고 있었어. , 가슴 아픔 이야기인데, 치매에 걸린 어머니는 지은이의 경험에서 소재를 따 온 것 같구나. 지은이 천선란 님의 어머니는 많지 않은 나이에 치매에 걸려서 고생하시고 계시거든. 치매라는 것이 완치는 없다고 하는데, 부디 진행이 아주 천천히 되길

금방 끝날 것은 파업은 길어지면서 4개월간 이어졌고, 커커스는 마르코에 동참해줄 것을 부탁해서, 마르크도 고민 끝에 서명을 했단다. 하지만 그들의 파업은 실패를 했어. 그래도 회사가 내년에는 임금을 인상해준다고 약속을 했으니, 절반의 성공이라고 해도 되려나. 긴 파업 투쟁 동안 커커스는 그만 건강을 잃고 말았고 어디론가 사라졌어.

그 해 마지막 날, 회사의 부도 소식이 전해졌어. 그리고 다른 회사가 인수를 한다고 했단다. 그러면서 약속했던 내년도 임금 인상은 사라졌지. 새로 인수한 회사는 그런 약속을 지킬 의무가 없다면서, 이런 개 뼈다귀 같은 소리가 있니. 부도가 난 것도 거짓일 수 있어. 임금 인상을 해주기 싫어서 회사 명의만 지인이나 친척에 넘길 것일 수도어느 곳에나 직원들을 하나의 부속품처럼 보는 회사의 본능은 똑같구나.

그 해 마지막 날 마르코는 다시 은희의 집을 찾았단다. 하지만 은희는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

계속 찾아갔지만 나타나지 않았단다. 마르코와 은희가 애틋한 정을 쌓아가던 소설의 초반부를 제외하고는 우울하고 암울함으로 가득 찬 이야기였단다. 어쩌면 우리가 맞닥뜨릴 미래의 모습이 아닌가 싶구나.


2.

두 번째 소설은 <우주늪>이라는 소설이란다. 의주와 의조는 쌍둥이란다. 의주는 앞선 소설 <바다눈>에서도 마르코의 친구로 잠시 등장했단다. <우주늪>의 주인공은 의주의 쌍둥이 동생 의조였단다. 미래에서는 계획에 없는 사람들은 사회 생활이 허락되지 않는 세상이었단다. 지하 세계에서 살아가도 보니 사람수에도 제한을 두고, 신고 받은 사람만이 칩을 받고 머리에 그 칩을 심어야 했단다. 그 칩이 없는 사람은 제거당할 수도 있었어. 의주와 의조를 임신했을 때 쌍둥이였던 것을 몰랐던 부모님은 한 명만 신고를 했고, 칩도 하나만 받게 되었단다. 나중에 쌍둥이인 것을 알게 되고 칩을 하나 더 받으면 좋았겠지만, 그곳 세계에서는 그런 것이 용납되지 않는 콱 막힌 사회였던 것 같았어.

부모님은 결국 부모님들의 가위바위보를 해서 칩을 넣을 아이를 결정했고, 그렇게 의주의 머릿속에 칩을 넣었단다. 이 세상을 살아가지 못할 의조를 부모님은 죽여야 했지만, 자기 자식을 죽일 수 있는 강심장을 가진 이가 얼마나 되겠니. 부모님은 의조를 집안에서만 키우기로 했단다. 집에서만 지내는 어린 시절 의조는 어느날 집 밖으로 나갔다가 이를 알게 된 아버지가 혼비백산이 되어 의조를 데리고 온 적이 있었단다. 다행히 칩 센서가 설치된 곳까지 안 갔고, 의조를 알아챈 사람들도 없었어. 그 이후 의조는 계속 방안에서는 지냈고, 의조는 자기 대신 선택되어 바깥 생활을 하는 의주를 미워하기도 했단다.

의조는 어느날 도시의 환풍구를 위한 배관 통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배관통로를 통해 도시 곳곳을 다니게 되었단다. 주로 의주가 다니는 곳을 돌아다녔어. 가끔 창살 밖 세상을 쳐다보기도 했는데, 그때 창살 밖 어떤 사람과 눈이 마주치기도 했어. 나중에 둘은 대화도 나누었는데, 그 사람의 이름은 치유키로 의주의 친구 중에 한 명이었어. 치유키는 의조를 알게 된 사실은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어. 둘은 호감을 갖게 되었지만, 등록이 안된 의조와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지.

의조는 배관통로를 다니다가 벽에 이곳은 위험하니 가지 말 것이라는 내용의 낙서를 했어. 이건 자신을 위한 낙서였단다. 그런데 어느날 그 낙서에 답변이 달려 있는 것을 보았단다. 그러니까 배관통로를 은밀히 다니는 존재가 의조 혼자만은 아니라는 것이지. 의조에게는 꿈이 있단다. 치유키가 알려준 폭탄이 가득 들어 있는 방을 찾는 거야. 그리고 그 폭탄을 이용해서 이 도시를 날려버리는 것…. 의조는 그 꿈을 위해 오늘도 배관통로를 산책하고 있단다. 의조 같은 삶이라면 삶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까. 자신을 그렇게 만든 그 세상을 없애고 싶어하는 마음 충분히 이해가 가는구나.


3.

세 번째 마지막 이야기는 책의 제목이기도 한 <이끼숲>이란다. 마르코의 친구 소마는 통신국에서 일하는데 며칠 째 회사에 안 오고 있었어. 소마가 그렇게 집에만 있는 이유가 있었어. 얼마 전에 친구 유오가 죽었기 때문인데, 유오가 죽은 것이 자신 때문이라는 죄책감 때문이었어. 유오가 하는 일은 건축 관련 일인데, 그 일이 좀 위험한 일이었단다. 유오처럼 위험한 일을 하는 경우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클론을 만들어 놓는단다. 그 클론이라는 중상을 입을 경우를 대비한 것인데, 이번처럼 죽었을 경우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단다. 유오처럼 클론의 주인이 죽은 경우는 더 이상 클론이 필요가 없어지게 되어 클론을 폐기하게 되는데, 유오의 클론도 폐기하기로 결정되었고, 그 소식을 마르코가 소마에게 전해주러 왔단다.

마르코는 소마에게 유오의 클론을 막아야 하지 않냐고 이야기를 했고, 소마도 그 생각에 동의했단다. 유오가 죽기 전 꿈이 있었는데, 마르코와 소마는 유오의 꿈을 유오의 클론으로 이루어 주자고 했어. 유오의 꿈은 지상 세계에 있는 숲에 가는 것이었단다. 유오의 클론이 비록 유오의 기억까지 갖고 있지는 않지만 말이야. 마르코와 소마의 친구들인 의주, 톨가, 치유키 등도 그들을 도왔단다.

<이끼숲>에 왜 그들이 지하 세계에서 생활하게 되었는지 이야기가 나온단다. 지구온난화와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한 정책으로 광합성을 잘하게 하려고 오래된 나무를 뽑고 그 자리를 어린 나무로 심는 정책이 있었어.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정책이었던 것 같은데 이건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진행되고 있는 정책이란다. 소설에서는 그렇게 심은 어린 나무들에 전염병이 생겼고, 전염병의 속도가 빠르다 보니 오히려 산불로 전염병의 경로를 차단하자고 했는데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악영향만 주어 산불과 나무의 전염병으로 황폐화되었고, 더 이상 지상 생활을 할 수 없게 되어 지하 세계를 건설하고 그곳에서 생활했던 것이란다.

이 지하 세계의 꼭대기는 숲으로 이루어진 돔이 있다는 소문이 있는데 실제로 그곳까지 가 본 사람은 드물었단다. 소마와 마르코의 친구들과 함께 유오의 클론을 빼왔고 소마가 유오의 클론을 업고 돔까지 도착했단다. 돔에는 지하세계의 통치자가 있었는데 소마를 보고도 놀라지 않았어. 그 통치자는 마치 소마가 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어. 돔에는 소문과 달리 숲이 없었고, 말라 비틀어진 나무들만 있었단다. 그곳도 이미 죽음만 가득한 공간이었단다. 통치자는 소마가 돔 밖에 나간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그걸 막지 않겠다고 했어. 그 또한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보였단다. 소마는 유오의 클론을 업고 돔 밖으로 나갔어.

거대한 녹색 벽이 보였단다. 소마는 무작정 그 벽을 향해 갔단다. 벽 근처에 가니 그 벽의 정체가 드러났단다. 거대한 숲의 시작이었어. 그곳까지 유오의 클론을 업고 온 소마는 지쳤고 자기도 모르게 잠이 들었단다. 잠에서 깬 소마, 그곳에서는 깨어난 유오의 클론이 있었어. 그런데 그 클론이 유오의 기억마저 갖고 있었단다. 그렇게 유오의 꿈은 완성되었단다.

올 여름은 엘리뇨 때문에 경함하지 못한 엄청난 장마를 겪고 있단다. 그와 함께 무더위도 함께 찾아왔는데, 장마가 끝나면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겠지. 그 뿐만 아니라 얼마전에 지구의 평균 기온을 연일 경신하고 있어. 기후 위기는 이제 미래가 아니고 현실이란다. 이 위기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지구는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 될 거야. 어쩌면 이 소설처럼 지하 세계를 건설해야 할 수도 있어. 그런 지하 세계에서라도 생활할 수 있으면 다행일 수도이런 비극적인 미래를 막기 위해서 모든 인류들이 노력을 해야겠지만, 이미 편안함에 익숙한 사람들이 할 수 있을는지

정말 걱정이구나.


PS:

책의 첫 문장: 노래가 들려온 건 제작실 서문 쪽에 있는 반 층짜리 계단 아래였다.

책의 끝 문장: 절대로.

"너 그 사람의 목소리에 흠뻑 빠졌구나! 그 목소리를 사랑하는 거야. 상대방이 가진 만 가지의 특징 중에서 단 하나의 특징이 마음에 쏙 들어오면, 사랑이 시작되는 거 같아. 나는 그 형이 문장 끝에 마침표를 잘 찍는 게 그렇게 좋았어. 다른 사람들은 그 말투가 딱딱해서 정이 안 간다고 하던데, 나는 자기 생각이 확고한 사람 같아서 좋았거든." - P40

"인간 복제는 인간의 한계 같아. 그 한 사람을 온전히 살릴 수 있다면 아무도 인간 복제 따위는 하지 않으려 할걸. 인간은 영생에 실패했고, 뇌 정복에 실패했어. 전부 다 실패했어. 고작 똑 같은 인간 만들고 땅이나 파고 있다니. 최악의 진화 아니니? 이런 세상인 줄 알았으면 태어나지 않았을 건데. 너는?" - P69

어떤 것도 안 됐을 거야. 지상이 황무지라고 하더라도 어쩌다 남은 들꽃 한 송이에 그 애는 모든 가진 듯 행복해했겠지. 세계를 지배한 절망보다 나약하게 핀 희망을 사랑했을 테니까. 귀를 쫑긋쫑긋 움직이면서. - P156

이끼가 처음 등장하고 그로부터 일억 년 후, 관다발식물이 등장해 지표면세 붙어 퍼지는 이끼와 다르게 하늘로 솟아오르며 광합성을 시작했다. 고생대 데본기에 들어선 뒤에야 흩어져 있던 식물들이 군집을 이룬 숲이 등장했다. 고생대 초창기에는 커다란 고사리류가 이끼와 함께 지구를 뒤덮었다가, 고사리류는 버티지 못하고 멸종한다. 그리고 그 자리를 침엽수 수목들이 대신하고 꽃은 더 나중에야 등장한다. 식물의 생태는 침묵 속에서 그 어떤 생태보다 소란스럽게 격변했다. 인간이 발견하지 못한 숱한 개체가 근본 없이 생겨나는 동안 이끼는 가장 낮은 곳에, 다른 식물이 자랄 수 없는 축축한 틈 곳곳에 머물고 있다. 멸종되지 않고. - P163

바위틈에도 살고, 보도블록 사이에도 살고 멸망한 도시에서도 살 수 있으면 좋잖아. 고귀한 필요 없이, 특별하고 우아할 필요 없이 겨우 제 몸만한 영역만을 쓰면서 지상 어디에서든 살기만 했으면 좋겠어. 햇빛을 많이 보기 위해 그림자를 만들지 않고, 물을 마시지 못해 메마를 일도 없게. 그렇게 가만 하늘을 바라보고 사는 거야. 시시하겠지만 조금 시시해도 괜찮지 않을까?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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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평론 2023년 여름호 - 통권 182호
녹색평론 편집부 지음 / 녹색평론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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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기다리고 기다리고 녹색평론 182호가 돌아왔단다. 2021 11, 창간 30주년과 함께 1년간 쉰다고 했었어. 2022 30년만에 대한민국은 녹색평론이 없는 1년을 보냈고, 많은 것이 바뀌었단다. 기후 위기는 더욱 강력해지고, 코로나는 만성이 되어 규제를 완화되고, 무엇보다 정권이 바뀌어버렸단다. 녹색평론의 쓴소리가 필요한 시기에 녹색평론이 잠시 없었어. 아빠는 올해 1월이 되자마자 녹색평론 182호를 검색해 보았단다. 쉬기로 했던 1년이 지났으니까.... 그런데 소식이 없더구나. 가끔씩 생각날 때마다 검색을 해보았지만 여전히 소식 없던 녹색평론. 초여름 더위가 아빠를 짜증내기 시작할 즈음 나타났단다.

새롭게 계간지로 돌아왔어. 계간지로 바뀌어서 앞으로는 적게 만나게 되겠지만 반갑더구나. 녹색평론이 없던 1년 동안 녹색평론이 추구했던 철학은 더 후퇴한 사회가 되었으니, 얼마나 또 할 말이 많을까. 반가워서 바로 주문을 해서 읽었어. 예전 그대로 우리 주변의 숨겨져 있던 불편한 진실들을 많이 이야기해주었단다. 불편한 진실이 불편한 것으로 끝나지 않고, 두려운 미래를 예견하고 있어서 걱정도 같이 쌓였단다.

앞으로는 쉬는 기간 없이 우리 사회와 생태계를 위해서 좋은 가이드를 해주길 바란다. 녹색평론이 읽기 어려운 글들도 있지만, 아빠도 그들의 노력에 동참한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읽어보련다. 그러면 이번 호에서 이야기해 준 것에 대해 몇몇을 소개해 줄게.

1.

아빠가 얼마 전에 읽었던 <6℃의 멸종>이라는 책에서도 나왔던 지구를 지키기 위한 마지노선 1.5℃에 대한 이야기를 이번 녹색평론에서도 했단다. 아무래도 지구에 놓인 위기 중에서 가장 심각하고 급한 것이 기후 위기이다 보니, 그 주제를 먼저 다룬 것 같구나. 지구 구성원 모두 다 함께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하지만, 전쟁이나 경제성장 등 역행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란다. 우리나라 정부의 환경정책도 환경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환경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만 일삼고 있다고 하는구나. 환경부에서 하는 일이 환경을 살리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규제를 완화해주는 일만 하고 있대. 설악산 케이블카도 문제없다고 도장 찍은 준 것이 환경부라고 하니, 정말 속이 부글부글 끓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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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9)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환경성, 경제성 등 모든 면에서 낙제점으로 이미 지난 정부 때 불허했음에도 막가파식 억지 논리를 받아들여 환경부는 손바닥 뒤집듯 환경영향평가를 협의해주었다. 한국환경연구원, 국립공원공단, 국립생태원, 국립환경과학원, 국립기상과학원 등 5개 전문기관이 부정적인 검토의견을 냈지만 대통령의 공약사항은 무조건 통과다. 해당 지역은 국립공원의 자연보전지구, 백두대간 보호지역 중 핵심구역,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보호지역 카테고리II(보전 중심 관리),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등 국내외 법제도로 겹겹이 보호되고 있는 곳이다. 이제 우리 국토 중 관광용 케이블카가 놓이지 못할 곳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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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정책도 문제란다. 국제 협약에 의해 아니 그것이 아니더라도 인류가 살 수 있는 지구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탄소중립은 빨리 실천해야 한단다. 2030년까지 우리나라의 탄소 배출량은 5억톤이 넘게 남았는데, 현정부는 자신의 임기까지 25%만 줄인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단다. 임기가 끝나면 2030년까지는 3년 남았는데, 그때 나머지 70%를 줄여야 하는데, 다음 정부한테 책임을 떠넘기면서 죽어봐라, 하는 것이 아니면 무엇이겠니.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환경부가 환경을 파괴하는 정부가 25% 약속은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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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우리가 2050년 탄소중립을 하려면 2021 6 8000t이 넘는 총배출량을 2050년에는 8000t(시나리오 A) 수준으로 줄이고, 8000t을 흡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2030년까지는 총배출량 5 1200t으로 줄여야 한다. 앞으로 7년여 동안 1 6800t을 줄이는데, 그다음 20년은 4 3200t을 줄여야 하니 감축부담을 뒤로 미룬 것이다. 이번에 정부가 수립한 계획의 가장 큰 특징도 2030년 감축목표량을 윤석열 정부 임기 이후로 떠넘겼다는 것이다. 현 정부 임기 동안 2030년까지의 총감축량 25%를 줄이고, 다음 정부는 3년 만에 75%를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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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번 호에서 많은 이야기를 다룬 것은 전쟁에 관한 이야기란다. 아무래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때문이겠지. 러시아의 명분 없는 전쟁 때문에 양국의 많은 군인들과 국민들이 죽은 것이 가장 비극적인 일이긴 하겠지만, 지구의 입장에서 봐도 심각한 문제를 계속 일으키고 있단다. 그리고 두 나라 간의 휴전이나 정전에 대한 전제 조건이 까다로워서 당장 전쟁이 끝날 것 같지도 않아서 더욱 심각하단다. 아빠는 잘 몰랐는데, 전쟁이라는 것이 엄청난 탄소를 배출한다고 하는구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이 일어난 후 첫 7개월 동안 배출한 온실가스는 네덜란드가 배출한 양과 같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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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 환경부 등이 전쟁 9개월쯤 군사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계하여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전쟁 7개월 동안 배출된 온실가스는 약 1tCO2eq에 달하고, 이는 네덜란드와 같은 국가가 같은 기간 동안 배출한 온실가스량과 유사한 수준이다. 그러나 전쟁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전투는 우크라이나에서 재생에너지 단지가 밀집한 지역 위에서 벌어지고, 기후위기 대응 프로그램이 운영되던 시설 인근을 배경으로 하기도 한다. 전쟁은 어떤 경제활동보다도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또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한 국가와 시민들의 노력, 성과를 파괴한다는 점에서 기후위기에 악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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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전쟁은 생태적 비용이 엄청 들어가기 때문에 이 전쟁뿐만 아니라 그 어떤 전쟁도 일어나서는 안 된단다. 생명의 희생뿐만 아니라 지구 기후 위기를 가속화시키기 때문이야.

….

녹색평론이 잠시 쉬기로 했던 2021 11월은 코로나가 여전히 극성을 부리고 있던 시기였고 거의 모든 규제가 없어진 지금도 여전히 코로나 환자가 간간히 발생하고 있단다. 이제 코로나는 토착화되었다고 볼 수 있단다. 하지만 안심을 놓기에는 이르단다. 앞으로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우리가 모르고 있던 바이러스의 출현은 더 잦아질 것이고, 그것들은 더 빨리 전 세계로 퍼질 것이라고 예상들하고 있단다. 이번 호에서 코로나에 대한 리뷰를 두 개 꼭지 들어 이야기해주고 있단다.

….

그 밖에 녹색평론에서 꾸준히 다루고 있던 농업과 농촌 살리기에 대한 주제도 이번 호에서 다루었고, 마지막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서평들로 마무리를 했단다. 이번에 다섯 권의 책을 소개해주었는데 아빠는 <해월 최시형 평전>이라는 책과 <노동자 없는 노동>이라는 책을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읽어보려고 리스트에 올려 두었단다. 이렇게 해서 녹색평론 182호에 대한 이야기를 간단히 해보았단다.

이 책의 뒷부분에 보면 각 지역별 독자모임에 대한 실려있단다. 우리 동네 근처에도 모임 소식이 있더구나. 아빠가 녹색평론을 십 년 넘게 읽었지만, 그런 모임에 나가보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는데, 오랜만에 재개한 녹색평론을 읽다 보니 녹색평론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해보고 녹색평론에서 추구하는 것을 어떻게 하면 실천할 수 있는지 서로 이야기해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단다. 그런데 아빠가 이런 생각만 하고, 실천까지 옮기는 데는 또 오랜 시간이 걸릴 거야..^^ 그리고 굳이 그 모임까지 안 나가고 우리 식구들이 모여서 서로 이야기해 봐도 좋을 것 같구나. 너희들도 학교에서 탄소중립이라든가, 기후위기 같은 것을 공부하는 것 같으니 말이야. ,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 그리고 녹색평론을 많은 사람들이 읽어서 다시는 녹색평론이 휴간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너무 늦은 것을 아닐까?

책의 끝 문장: 과연 이번에는 다를 것인가-이것은 한가한 관전자의 물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이 걸린 절체절명의 화두다.


전쟁이라는 비상상황 앞에서 기후대응은 언제까지나 뒷전으로 미루어도 좋은 것일까. 현재 기후과학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일은 온난화로 인해서 영구동토층과 심해에 묻혀 있는 메탄이 대기 중으로 풀려나서 지구온난화가 손쓸 수 없이 가속화하는 것이다. 이 위험을 전 세계 440여 기 원전에서 멜트다운이 일어나는 일에 비견하는 전문가도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이미 십수 년 전부터 지구온난화의 결과로 많은 지역, 특히 남반구에서 전쟁의 참화와 하등 다를 것 없는 재난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이렇게 인류, 특히 북반구 선진국 주민들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무기를 들지 않고도 일상적으로 전쟁에 가담해왔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약탈적 관계 한가운데에 기후변화와 군국주의가 맞물린 위기가 놓여 있는 것이다. - P3

환경정책은 실종되고 오로지 산업정책만 난무한 이번 정부의 폭주는 고작 1년 만에 국토 곳곳을 난도질하며 짓밟고 있다. 기후위기 극복이라는 지구적 합의에도 빠른 걸음으로 역행하는 정부다. ‘대한민국 1호 세일즈맨’을 자처하는 대통령은 환경부에서 산업부처가 되라면서 대한민국의 환경과 우리의 미래를 시나브로 팔아먹고 있다. 다만 무엇을 대가로 받는지는 모르겠다. 여하간 환경부가 아주 기본적인 존재의무도 저버리고 반(反)환경 정권에 충실히 복무하고 있는 몇 가지 사례들을 나열해보겠다. - P25

한번 훼손되고 오염된 땅을 농지로 복원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농지에 불법폐기물 투기하는 일도 종종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것도 빨리 해결이 돼야 합니다. 그래서 서둘러 계획을 세워야 된다고 하는 거예요. 지목이 농지인 것 외에도 간수할 방법도 찾아야 됩니다. 학교에서 농사를 가르치고, 지역사회마다 텃밭을 마련해서 사람들이 농사지을 수 있도록 하고, 아직 남아있는 농지를 최대한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됩니다. - P158

지금 우리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최대 규모의 죽음을 목격하고 있다. 지구 위에서의 삶(生) 자체의 종언에 맞닥뜨리고 있다. 생물종, 바다, 숲, 호수, 강이 퇴락하고 있다는 기사가 하루도 빠짐없이 나온다. 그리고 이 모든 현상이 지구의 생물지구화학 체계들을 교란하고 있다. 우리는 마비가 된 것 같다. 아니면 매혹되어 있는 것일까. 지금 인류는 더할 나위 없는 규모로 죽음을 유발하면서, 동시에 죽음을 있는 힘껏 거부하고 있다. 어차피 맞게 될 죽음을 이토록 애써 부정하거나, 언젠가 닥칠 죽음을 예고할 뿐인 얼굴의 주름 같은 것을 물리치기 위해서 이토록 돈을 퍼붓는 문화는 없다. 기술에 의해서 우리의 두려움은 더욱 확대되었고, 죽음과 대면하는 일은 역사의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일이 되었다. -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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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란공 2023-07-12 2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기사 보고 녹색평론 소식을 알게되었습니다.
https://v.daum.net/v/20230612170600905

고등학교 때 영어 선생님 한 분이 녹색평론 기사 한 꼭지를 읽어주셨던 기억이 나네요.

bookholic 2023-07-12 21:02   좋아요 1 | URL
고등학교 때 영어 선생님이 참 멋지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