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텀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9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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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지난 번에 요 네스뵈의 <리디머>를 읽으면서 남아 있는 해리 홀레 시리즈는 순서대로 읽어보겠다고 했잖아. 그래서 이번에 읽은 것이 <팬텀>이란다. <팬텀>은 해리 홀레 시리즈의 아홉 번째 이야기란다. 해리 홀리 시리즈 중에서 가장 성공했다고 하는 <스노우 맨>. 아빠도 이 책부터 읽었단다. 그 책을 읽고 두 번째로 <레오파드>를 읽었는데, <레오파드>가 해리 홀레 시리즈의 여덟 번째 이야기란다. 이번에 읽은 <팬텀> <레오파드>의 뒷이야기라고 보면 된단다. 그렇다고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은 아니니 사실 순서를 두고 읽을 필요는 없단다.

아빠가 <레오파드>을 읽은 것을 확인해 보니 2014년이더구나. 어느덧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는구나. 당연히 줄거리가 생각날 리 없지, 잔인한 내용들이 있었다는 것만 어설프게 기억나는구나. 그 때 읽고 써둔 독서편지를 찾아 읽어보았단다. , 그런 내용이었구나. 해리 홀레가 사건을 마무리고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두고 홀로 홍콩으로 떠나면서 끝이 났구나. , 그럼 이번에 읽은 <팬텀>은 또 어떤 잔인한 이야기가 나올지, 덜 잔인하게 이야기가 전개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책을 폈단다.


1.

<레오파드>의 마지막 부분에서 홀로 홍콩으로 떠났던 해리 홀레가 3년만에 오슬로로 돌아오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한단다. 그가 다시 돌아온 온 이유는 이랬어. 해리가 평생을 거쳐 가장 사랑한 여자가 라켈이라는 사람이었고, 그 라켈의 어린 아들이었던 올레그와도 무척 친했었어. 어린 올레그는 해리에게 아빠라고 부를 정도로 친하게 지냈단다. 그런 올레그가 어느덧 18살이 되었는데, 살인 혐의로 감옥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오슬로로 돌아온 거야. 해리가 워낙 과묵하고 말이 없어서 어찌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해리가 생각하길 올레그는 그럴 아이가 아니고, 다른 진실이 숨겨져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거야. 피해자는 19살의 구스토 한센이라는 아이로 올레그의 친구이자 마약 운반책을 맡고 있던 사람이야.

해리는 옛 동료인 과학수사관 베아텐 뢴을 찾아가 사건 경위를 들었어. 범행 현장에 올레그가 있었고, 올레그의 손에 화약 잔여물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정황상 올레그가 범인으로 현장에서 체포된 것이라고 했어. 다만, 권총이 사라진 상태라고 했어. 해리 홀레는 라켈을 만났어. 라켈은 변호사였는데, 아들 사건을 위해 또 다른 변호사 한스 크리스티안과 함께 준비하고 있었어. 3년 만에 반가운 재회였지만, 그럴 여유가 없었어.

….

올레그가 어쩌다 마약밀매를 하는 구스토와 친구가 되었을까. 어렸을 때부터 친구인 구스토가 나중에 마약 운반책이 되었다고 하는 게 낫겠구나. 구스토는 어렸을 때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았고, 입양을 하게 되었어. 양부모님이 그렇게 못해준 것도 아닌데 구스토는 커가면서 자꾸 삐뚤어져 갔단다. 마약상 안드레이를 알게 되어 마약 운반책을 하게 되었고, 친구인 올레그와 구스토의 이복동생 이레네도 그 일을 도와주게 되었어. 올레그는 사실 이레네에 마음을 두고 있었단다.

구스토가 몸 담고 있던 마약 밀거래 조직은 두바이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는 이가 보스이고, 그 아래 안드레이가 중간 보스 정도 되고, 안드레이의 조카 세르게이가 행동 대장 정도 되었단다. 구스토는 거의 말단이었지. 원래는 이 조직이 다른 마약밀거래단과 비슷했는데, 입센이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는 작자가 마약을 직접 개발해서 이들에게 유통을 맡겼는데, 이것이 대박이 났단다. 입센이 새로 개발한 마약을 그들은 바이올린이라고 불렀어. 두바이는 정치력도 뛰어났단다. 떠오르고 있는 유력 여성 정치인 이사벨레 스퀘옌의 약점을 잡고 다른 마약밀거래단을 소탕하도록 압력을 넣었단다. 약점을 잡았다고는 하지만 보상도 해주고 그랬어. 그런데 그 약점이라는 것이 뭐였냐면, 이사벨레가 쿠스토와 잠자리를 같이 했는데, 그걸 두바이가 성매매로 매도했지. 어쩌면 이것도 다 두바이의 계획이었을 수도

두바이의 조직을 제외하고 나머지 마약 조직은 사라지게 되자 두바이의 조직은 독점을 하게 되고 돈을 끌어 모았단다. 그들 조직에는 마약 운반책으로 비행기 조종사 토르 슐츠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 사람이 실수로 공항에서 마약탐지견에 걸리고 말았어. 결국 경찰서에 체포되었지만, 경찰서에도 두바이의 사람이 있었단다. 그가 힘을 써서 풀려났어. 하지만 그는 당분간 국내선만 운전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마약 운반을 못하게 되고, 그래서 수입이 줄어들고돈이 궁했던 그에게는 막심한 손해였어. 결국 조직을 배신하고 경찰서를 찾아서 마약 조직에서 대한 정보를 주었는데, 아하, 운도 지지리 없지, 그가 만난 미카엘 벨만이라는 경찰도 두바이의 함께 마약 밀거래를 하던 사람이었어. 결국 비행기 조종사 토르 슐츠는 살해당하고 만단다.


2.

해리는 올레그를 면회 갔어. 면회를 마치고 오던 해리는 싸해지는 기분이 들어 다시 감옥으로 돌아갔고 올레그를 살해하려고 했던 괴한으로부터 간신히 올레그를 살려낼 수 있었단다. 올레그가 중상을 입긴 했지만,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어. 도대체 누구 짓일까? 그런데 올레그를 공격했던 괴한은 살해된 채 발견되었단다. 도대체 누구 짓일까? 올레그가 중상을 입어서 방분간 다른 곳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는데 이것은 한스 크리스티안의 도움으로 은신처를 구할 수 있었단다.

그런데 어느날 진범이 자수했다면서 올레그가 풀려났다고 했어. 이렇게 쉽게 진범이 나타났다고? 이것은 올레그를 죽이기 위한 함정이라고 생각했어. 다행히 해리가 먼저 올레그를 만날 수 있었단다. 그리고 올레그는 그 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어. 구스토는 가면을 쓴 사람이 죽였고, 올레그에게는 협박만 하고 살려주었다고 했어. 가면을 쓰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해리 홀레는 범인은 안면식이 있는 범인이라고 생각했어. 목소리는 아는 측근이라서 말도 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했어. 올레그에게 두바이의 집에 가보았냐고 물어보았는데, 가보긴 했지만 눈가리개를 하고 갔고 지하실에서만 있어서 두바이의 집이 어디인지 몰랐어. 하지만, 해리는 올레그의 시각을 제외한 나머지 감각을 이용하여 대충 집의 위치를 추리하게 된단다. 올레그에게 그 동안의 이야기를 들은 해리는 올레그를 한스 크리스티안에게 신변 인도를 했어. 당분간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겨 달라고 말이야.

….

해리 홀레는 구스토와 올레그의 주변을 조사했단다. 해리 홀레가 이 사건을 수사하게 되자 마약 조직에 있던 안드레이는 세르게이를 시켜서 해리 홀레를 죽이려고 했어. 해리 홀레가 술 먹고 사고를 치고 그래서 그렇지, 엘리트 형사잖니. 세르게이가 어설프게 공격했다가 도리어 반격을 당해 세르게이가 죽고 말았단다.

….


3.

구스토가 죽기 전 손톱으로 범인을 긁었다고 해서 해리는 구스토의 묘지를 다시 파서 손톱을 가지고 오려고 했어. 하지만 누군가 추격을 했고 총격까지 가했어. 간신히 도망쳤단다. 손톱과 함께해리 홀레를 쫓는 괴한들은 더 늘어나서 그가 묵고 있는 호텔까지 쫓아와서 한바탕 총 싸움도 했어. 그렇게 어렵게 가지고 온 구스토의 손톱은 과학수사관 베아테 뢴에게 전달하였고, 얼마 후 수사 결과가 나왔는데 손톱에 남은 피의 주인은 경찰인 미카엘 벨만이라고 했어.

해리 홀레도 알고 있는 사람이었어. 해리가 하나하나 마약 조직의 조직원들을 하나씩 밝혀냈단다. 바이올린을 개발한 입센의 정체는 병원에서 일하는 약사였고, 미카엘 벨만 뿐만 아니라 앞서 이야기했던 정치인 이사벨레가 연르된 것도 알아냈단다. 그리고 의문의 사나이 두바이가 호텔에 처음 묵을 때부터 알고 지낸 카토라는 사람인 것도 알게 되었어. 너무 우연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카토는 일부러 해리 홀레에게 접근한 것이라고 했어. 자신은 말기 암에 걸려 있는데, 재미있는 승부를 해보고 싶었다나.

카토, 본명은 루돌프 아사예프였고 러시아 사람이었어. 카토는 올레그를 죽이려고 했던 것은 자신이 맞지만 구스토를 죽이지 않았다고 했어. 사실은 구스토가 자신의 아들이었다고…. , 이건 또 무슨 시추에이션…..  카토가 이야기하는 것이 거짓말 같지는 않았어. 그렇다면 범인은 누구? 해리 홀레는 다시 처음부터 사건을 정리했고,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냈어. 사실이 아니길 바라는 사람하지만 범행에 사용했던 권총도 찾아냈단다. 그래 맞아, 올레그가 범인이었어. 범행 동기도 확실했어. 구스토는 올레그가 사랑하는 이레네를 입센에게 넘기고 바이올린을 받으려고 했거든.

해리는 올레그에게 자수할 기회를 주었어. 계속 설득도 했단다. 하지만 해리가 올레그를 잘못 알고 있었나 보다. 올레그는 해리를 총으로 쏘고 도망을 갔단다. 그렇게 해리는 눈을 감게 되는데정말 죽었을까? <팬텀> 이후로도 해리 홀레 시리즈는 더 있는데, 설마 죽지 않았겠지. 약간 황당한 결말에 다소 당황했지만 아빠에게는 해리 홀레 시리즈 10 <폴리스>가 있단다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어. 요 네스뵈가 <팬텀>을 쓰고 있을 즈음에 혹시 <왕좌의 게임 시즌 1>을 보고 있었나? 마지막에 주인공이 죽어버리는 보기 드문 전개를 하시다니…. 아무튼, <팬텀>은 이렇게 약간은 찜찜하게 끝이 나고 말았단다. 아니면 이런 것이 북유럽식 스타일인가?

오늘은 그럼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찍찍거리며 부르는 소리가 한밤중 오슬로 도심의 온갖 소음을 뚫고 귀에 꽂혔다.

책의 끝 문장: 곧 알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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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형사들 - 사라진 기와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정명섭 지음 / 몽실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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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번에 읽은 책은 정명섭 님의 <조선의 형사들>이라는 책이란다. 이 책도 너희들과 함께 읽으려고 산 책인데, 너희들은 바빠서 못 읽고, 아빠가 먼저 읽어보았단다. 정명섭 님의 책은 예전에 <유품정리사>라는 책을 한 권 읽었는데, 그 책의 시대적 배경이 조선시대 정조 때였는데, 이번에 읽은 <조선의 형사들>도 정조 때를 배경으로 하고 있더구나.

좌포도청 군관 이종원과 우포도청 군관 육중창이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란다. 원래 좌포도청과 우포도청은 영역이 달라서 함께 일하는 경우가 드문데, 이 소설에서는 두 군관이 함께 사건을 수사해 나간단다. 두 사나이의 브로맨스 이야기라고 할까. 그런데 두 사나이의 직급이 높지 않아서 간혹 직급이 깡패라는 것을 실감하는 경우도 있었단다. 그 때마다 등장하여 그들을 도와주는 이가 있었으니 형조참의 정약용이란다. 아빠도 좋아하는 역사적 인물 정약용이 등장하여 반갑더구나.

그런데 이종원, 육중창 두 군관은 지은이가 만들어낸 허구 인물일 거라 생각했는데, 두 군관 모두 실존했던 인물들이라고 하는구나. 이 소설에서는 두 가지 사건을 다루고 있단다. 먼저 사도세자의 어머니인 영빈마마의 위패를 모신 의열궁의 기와가 사라지는 사건이 일어났단다. 사도세자의 어머니라면 정조의 할머니가 아니더냐. 좌우 포도청은 난리가 났어. 좌우 포도청은 힘을 합쳐 범인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능력 있는 군관을 한 명씩 발탁하여 수사하게 했단다. 그렇게 뽑힌 군관이 좌포도청의 이종원, 우포도청의 육중창이란다. 그런데 의열궁의 기와가 사라진 사건도 실제 있었던 사건이라구나. 그 사건을 해결했던 이들도 이종원과 육중창이고 말이야. 소설이 그냥 소설인줄 알았는데 실제 있었던 사건들을 소설로 각색한 것이로구나.


1.

소설 속에서는 이종원과 육중창이 기와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갈 즈음 모화관 앞에서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단다. 이십 대 여성의 시신으로 신분도 알 수 없는 시신이었어. 이종원과 육중창이 이 사건을 수사하다 보니 범인은 병조판서의 아들이 의심되었어. 하지만 병조판서의 집을 함부로 수사하기 어려웠어. 병조판서와 그의 아들은 수사에 대해 협조는 하지 않았고, 이 사건 수사에 혼란을 주기 위해서 또 다른 살인 사건을 사주하기도 했단다. 이 때 형조참의 정약용은 이종원과 육중창의 이야기를 듣고는 그들을 믿게 되었단다. 정약용이 도움을 주어 이종원과 육중창은 이 살인 사건을 해결하게 된단다. , 이 사건도 그럼 실제 있었던 사건일까? 이 사건은 정조는 아니고 성종 때 일어났던 비슷한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하는구나.

….

이 살인사건을 마무리하고 소설의 앞부분에 등장했던 기와 사건에 집중을 하게 된단다. 이 사건은 연루되었던 사람들이 죽거나 실종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이것은 단순 절도 사건이 아님을 알게 된단다. 이것은 정조 암살 미수 사건과 이어지게 되는데, 정조 암살 미수 사건은 역사적인 사실로, 많은 영화, 소설, 드라마에서 차용하는 소재 거리란다. 그래서 그런지 아빠에게는 약간 식상한 듯한 이야기였단다. 이 책은 너희들이 읽어보면 좋을 듯 싶더구나. 조선 시대 수사관들에 어떻게 활동했는지 알 수 있고, 일부 역사적인 사실도 알 수 있고, 책도 얇고 쉽게 쓰여서 읽는데도 어려움이 없을 듯 하구나. 너희들이 좋아하는 추리 소설인 점도 있고

오늘은 짧게 끝.


PS,

책의 첫 문장: 한밤중의 한양은 고요했다.

책의 끝 문장: 그러자 다른 참석자들도 술잔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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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기묘한 양자 - 과학이 세상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가장 기묘한 6가지 이야기
존 그리빈 지음, 강형구 옮김 / 바다출판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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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얼마 전에 그렉 이건의 <쿼런틴>이라는 소설을 읽었잖아. 그 책을 읽긴 했는데, 이해 안가는 부분들이 있어 유튜브를 좀 찾아봤단다. 그 중에 한 북튜버가 <쿼런틴>을 설명해주면서 도움이 된다면서 책 한 권을 추천해 주었는데 그 책이 바로 아빠가 이번에 읽은 존 그리빈의 <이토록 기묘한 양자>라는 책이란다. 아빠가 양자역학에 대한 책들을 여럿 읽었는데, 이번에 읽은 <이토록 기묘한 양자>가 가장 얇은 책이 아닐까 싶구나. 그래서 그 동안 읽었던 양자역학을 다시 한번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려나, 하고 책을 펼쳤단다.

이 책은 양자역학의 여섯 가지 해석을 정리해 놓았단다. 아빠가 그 동안 읽은 양자역학의 책들은 주로 코펜하겐 해석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아. 그런데 양자역학의 해석이 여섯 가지나 된다고? 이 책을 읽어보니 코펜하겐 해석을 제외한 나머지 해석들도 어디선가 들어본 내용이었고, 그것을 주장한 사람들도 익숙했단다. 다만 이 책에서 짧게 정리한 내용을 읽고서는 이해하기가 정말 어려웠단다. 이 책을 소개해준 북튜브는 양자역학에 대해 잘 알고 계신 분인가보구나. 이렇게 짧게 정리한 내용은 다 이해를 한 것인가? , 아빠는 솔직히 쉽지 않았단다. 그 동안 양자역학 책들을 여럿 읽으면서 어느 정도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좌절을 맛보게 한 책이란다.


1.

여섯 가지 양자역학의 해석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간단히 설명해볼게.

해석1. 코펜하겐 해석. 가장 유명한 양자역학 해석으로 닐스 보어를 중심으로 코펜하겐 연구소에서 내 놓은 해석으로 전자 같은 아주 작은 물질들을 우리가 입자를 찾으려고 하면 입자처럼 행동하고, 우리가 파동을 찾으려고 하면 파동처럼 행동한다는 것으로 관찰하지 않으면 파동 상태로 있고 관찰한 후에야 비로소 입자로 존재한다는 해석이란다. 코펜하겐 해석은 다른 책들 이야기할 때 여러 번 해서 좀 익숙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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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그저 당신이 입자를 찾을 때 전자가 마치 입자인 것처럼 행동하고, 당신이 파동을 찾을 때 전자는 마치 파동인 것처럼 행동하기 때문에 전자가 입자 또는 파동이거나 입자이자 파동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당신은 그저 당신이 보는 것을 알 수 있을 뿐이고, 당신이 보는 것은 당신이 무엇을 볼지에 대해 내린 선택에 의존한다. 코펜하겐 해석에 따르면, 전자와 원자 같은 양자적 개체들이 무엇인지를 묻는 것은 의미가 없다. 또는 이 개체들이 그 누구도 이들을 측정하지 않을 때-혹은 누구도 이들을 바라보지 않을 때-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묻는 것은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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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파일럿 파동 해석. 프랑스의 대표적인 양자역학 물리학자인 루이 드 브로이가 제시한 해석으로 파동과 입자 모두 실재하고 입자는 보이지 않는 파동의 안내의 의해 움직인다고 한 해석이란다. 파동이 입자를 이동시킨다고 하였단다. , 파동의 속성은 측정할 수 없다고 했는데, 이것은 입자의 행동으로부터 파동의 존재를 추측할 수 있고, 입자는 관찰하기 전까지는 숨겨져 있다고 주장했단다. 이것을 숨은 변수 이론이라고 했단다. 코펜하겐 해석은 파동과 입자가 양립할 수 없는데, 파일럿 파동 해석에서는 파동과 입자가 양립할 수 있다는 것이 두 해석간의 차이라고 이해했는데, 아빠가 잘못 이해한 것일 수도 있단다. 나중에 시간 나면 쉽게 설명한 유튜브를 좀 찾아봐야겠구나.

세 번째, 다세계 해석. 이건 좀 익숙한 해석이란다. 휴 에버렛이라는 사람이 처음 제시했지만, 지은이 존 그리빈은 슈뢰딩거가 이 아이디어를 제시했다고 했어. 양자약학이란 것이 물질들이 파동에 의해 확률로 존재하고 있다가 관찰하는 순간 존재하게 된다고 했는데, 그 존재하는 순간 나머지 경우의 수는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해석이란다. 유명한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관찰하기 전, 살아 있을 확률 50%, 죽어 있을 확률 50%에서 관찰하게 되어 만약 고양이가 살아 있음을 확인하게 되는 순간 또 다른 세계의 나는 죽어 있는 고양이를 확인하게 된다는 것이란다. 다세계 해석이라고도 하고 평행우주라고도 하고 다중우주라고 하는데, 이 해석이 실재한다면 무수히 많은 너희들이 다른 우주에 존재하고 있을 거란다.

네 번째, 결어긋남 해석. 양자역학에서 결어긋남이라는 용어는 중요한 용어인데 아빠는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했단다. 앤서니 레깃이라는 사람이 주장했는데, 결어긋남을 알기 위해서는 결맞음을 알아야 한단다. 운동장에서 파도파기 응원을 할 때 모든 사람들이 팔을 올렸다 내렸다를 잘 맞추면 멋진 파도파기 응원이 되는데 이때를 결맞음이라고 할 수 있고, 그와 달리 제각각 팔을 올렸다 내렸다를 못 맞추면 어지러운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때를 결어긋남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란다. 전자 같은 작은 물질을 관찰하기 전에는 결맞음을 유지하여 파동 형태를 띠는데 관찰하게 되면 결어긋남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파동함수의 붕괴가 되고 입자가 된다는 것이 이 해석의 주된 내용으로 아빠는 이해했단다. 얼핏 보면 코펜하겐 해석과 비슷하지? 다른 이들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하는구나.

다섯 번째, 앙상블 해석. 소설 <쿼런틴>에서 나왔던 앙상블. 리 스몰린에 의해 정리된 이 앙상블 해석은 통계적으로 양자역학을 해석했다고 해서 통계적 해석이라고도 한대. 코펜하겐 해석을 그렇게 반대했던 아인슈타인은 이 앙상블 해석을 선호했다고 하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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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양상블 해석은 코펜하겐 해석에 대한 최초이자 가장 단순한 대안이며 아인슈타인이 선호했던 해석이다. 아인슈타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양자이론적인 기술을 개별적인 계들에 대한 완전한 기술로서 생각하고자 하는 시도는 부자연스러운 이론적 해석으로 귀결된다. 만약 우리가 양자이론적인 기술을 개별적인 계들이 아니라 계들의 앙상블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는 해석을 수용할 경우, 앞서 언급했던 해석은 곧장 불필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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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거래 해석. 리처드 파인만이 추론한 해석으로, 전자가 전기를 띤 다른 입자와 상호작용을 할 때 파동의 절반으로 미래로 이동하고, 나머지 절반은 과거로 이동한단다 내용이란다. 물질이 파동 형태를 띠고 있다 보니, 반사파가 발생할 수 있고, 그것이 과거로 이동한다는 생각독창적인 해석인 것 같구나. 그럼 과거로 이동한 파동은 과거를 변화시킬 수도 있는 것인가? 이 생각을 발전시키면 SF 소설도 하나 등장할 것 같지 않니? ㅎㅎ 그런데 이 거래 해석도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더구나.

오늘 독서 편지는 툭 하면 모르겠다고 해서 읽는 너희들도 답답해 할 수도 있겠구나. 그냥 저희가 그 책을 읽어볼게요. 이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을 듯 ㅎㅎ 앞서도 이 책이 너무 짧게 짧게 정리를 하다 보니 각 해석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었단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여섯 가지 해석을 짧게 정리한 부분이 있는데 그거라도 다시 한번 읽어보면서 오늘 편지는 마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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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1 우리가 보지 않는 이상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해석 2 입자들은 보이지 않는 파동의 안내를 받아 움직이지만, 입자들은 파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해석 3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은 평행한 실재들의 배열 속에서 실제로 일어난다.

해석 4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은 실제로 이미 일어났고 우리는 오직 그 일부만 알아차린다.

해석 5 모든 것은 마치 공간이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다른 모든 것들에 순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해석 6 미래는 과거에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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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양자물리학은 이상하다.

책의 끝 문장: 그 누구도 어떻게 세계가 그렇게 돌아갈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양자역학의 방정식들을 이용해서 원자가 공간에 전자를 방출하는 실험(이는 실제 실험으로 베타 붕괴라고 불린다)를 기술할 수 있다. 이상적인 실험에서 전자는 명확한 스핀을 갖는다. 스핀은 위 방향이거나 아래 방향이다. 그러나 스핀의 값이 무엇이 될지 사전에 말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각각의 확률의 50 대 50이다. 만약 당신이 실험을 1000번 하거나 동시에 원자 1000개로 실험할 경우, 당신은 전자 500개(여기서 몇 개를 더하거나 뺀 값일 수 있다)의 스핀이 위 방향이고 나머지 전자 500개의 스핀이 아래 방향임을 발견할 것이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전자 하나를 골라 스핀을 측정한다면, 당신은 전자를 들여다보기 전까지 그 전자의 스핀이 무엇인지 말할 수 없다. - P36

반쪽 상자는 당신의 실험실에 그대로 두고, 나머지 반쪽 상자는 화성으로 가는 로켓에 실어 보내자. 보어에 따르면 전자가 연구실에 있는 상자나 화성에 있는 상자에서 발견될 확률은 50 대 50이다. 이제 당신의 실험실에서 상자를 열어보자. 당신은 전자를 발견하고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둘 중 어떤 경우에도 파동함수는 붕괴한다. 만약 열어본 상자에 전자가 없다면 전자는 화성에 있다. 이는 전자가 이 반쪽 상자 또는 저 반쪽 상자에 ‘항상 있었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코펜하겐 해석은 실험실에서 상자 안의 내용물을 검토하는 경우에만 파동함수의 붕괴가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EPR ‘역설’과 슈뢰딩거의 유명한 죽어 있으면서 살아 있는 고양이에 관한 퍼즐의 근저에 있는 핵심 개념이다. - P62

각각의 스위치는 비트(bit)로 알려져 있고, 비트가 많을수록 컴퓨터는 더 강력해진다. 8개 비트는 1바이트가 되고, 오늘날 컴퓨터 메모리는 수십억 개의 바이트 즉 기가바이트(GB)를 통해 측정된다. 우리가 이진법을 다루고 있으므로 엄격하게 말하면 1기가바이트는 2^30바이트이지만, 대개 그대로 받아들이다. 그러나 양자컴퓨터 속에 있는 각각의 스위치는 중첩된 상태들로 있을 수 있는 개체다. 대개 이들은 원자들이지만 당신은 이들이 스핀 값을 위 방향 또는 아래 방향으로 가질 수 있는 전자들이라 생각할 수 있다. 차이는 바로 중첩 상태로서 전자들의 스핀은 위 방향이자 동시에 아래 방향이라는 것, 즉 0이고 1이라는 것이다. 각각의 스위치는 큐비트(qubit)라고 불린다.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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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들 오늘의 젊은 작가 32
이혁진 지음 / 민음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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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얼마 전에 소설 <누운 배>를 재미있게 읽고 나서, 그 소설을 쓴 이혁진 님의 다른 책들을 찾아 보았단다. 그렇게 알게 된 책이 이번에 읽은 <관리자들>이라는 책이란다. 지난 번에 읽은 <누운 배>라는 책은 조선업 회사의 리얼한 현장감이 돋보이는 책이었다면, 이번 <관리자들>이라는 책은 토목건설의 공사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했단다. 그리고 그곳에서 드러나는 인간들의 욕심과 야욕도 볼 수 있고, 반대로 따뜻한 인간애도 볼 수 있었단다. 그리고 현실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낮을 것 같은 시원한 복수극도 볼 수 있었단다. 그리 길지 않은 소설이지만, 전해주려는 주제가 뚜렷하고 짜임새도 좋은 소설이라서 재미있게 읽었단다.

소설가 이혁진 님의 소설은 이번에 두 번째였는데 두 권 모두 좋았단다. 그의 또 다른 소설을 찾아보게 만들었고, 그의 신간을 기다리게 되었구나. , 그럼 소설의 줄거리는 간단히 이야기해줄게.


1.

주인공은 굴착기 기사를 직업으로 하는 서현경이라는 사람이란다. 현경이라고 하면 보통 여자 이름이라서, 여자 이름을 가진 남자라고 생각했어. 굴착기 기사라고 하니 당연히 남자라고 생각하는 아빠의 못된 선입견. 읽다 보니 여자 굴착기 기사더구나. 현경은 도로 건설을 하는 현장에서 일하고 있었어. 현장에서 일하는 인부들을 위한 숙소는 근처에 있는 모텔을 통째로 빌렸어.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남자들이었어. 경력도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이쪽 일과 맞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어. 그 중에 선길이라는 사람이 있었단다. 선길은 7살이 된 어린 아들이 있는데, 그 어린 아들이 뇌종양으로 두 번이나 수술을 받았고, 세 번째 수술을 준비 중이라고 했어. 아들의 병 때문에 병원을 자주 가야 했고, 그러다 보니 직장을 제대로 갖지 못했어. 원래 하던 일은 회계 업무였는데, 아들의 병 때문에 그 전에 다니던 회사도 그만 두어야 했어. 돈을 벌어야겠으니 이런 막노동 현장까지 오게 된 것이지. 이곳에 와서도 막일에 적응을 잘 하지 못했어. 적성에 안 맞는 것보다 여전히 아들 때문에 자주 자리를 비워야 했기 때문이었어.

...

현장 근로자들이 이용하는 곳을 함바식당이라고 하는데, 이 소설 속 근로자들도 함바식당을 이용해. 그런데 그 함바식당 근처에 멧돼지가 나타난다는 소문이 있었어. 어느날 식자재를 보관하는 비닐하우스가 다 찢어지고 그랬거든... 나중에 알려졌지만 현장소장의 짓이긴 했지만, 처음에는 다들 멧돼지의 소행이라고 했어. 그래서 멧돼지를 감시하자고 했어. 그것도 밤에... 그런데 그 일을 선길에게 시키려고 했어. 그가 현장 업무에 잘 적응하지 못하니까 멧돼지라도 지키라는 것이었어. 옆에서 보고 있던 현경은 부당하다고 생각하여 관리자 중에 직급이 낮아 현장 노동자들을 직접 만나고 있는 한대리에게 이야기했어. 굴착기로 비닐하우스 주변을 깊게 파서 해자처럼 만들면 멧돼지가 접근하지 못할 거라고..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선길은 야밤에 혼자 숲 속에서 보초를 서기 시작했어.

산 속에서 오는 온갖 짐승의 소리도 무서울 텐데, 한 겨울에 난방도 안 되는 사무실에게 근무를 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야. 원래는 밤에 멧돼지를 감시하면서 전에 했던 회계사 공부를 다시 하려고 했지만, 그럴 환경이 아니었어. 고통과 추위와 두려움과 싸우다 보니 몸은 점점 초췌해졌어. 현경과 동료인 목 씨는 왠지 모를 미안함을 느꼈단다. 그들만 그렇지, 다른 인부들은 자신의 일이 아니니 나 몰라라 했단다.

현경은 현장소장을 직접 찾아가서 선길에게 멧돼지 감시일을 그만하게 해 달라고 건의했지만,  거절 당했단다. 한 달 넘게 오지도 않는 멧돼지 감시를 한 선길은 거의 폐인이 되었어. 그 중에 아들의 세 번째 뇌종양 수술 때문에 잠시 자리를 비우게 되었단다. 현경은 다시 한번 굴착기로 해자를 만들자는 제안을 현장소장을 찾아가서 이야기했어. 현장소장도 돈 드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그 제안에 오케이를 했단다. 생각보다 쉬운 작업은 아니었지만 현경은 굴착지로 비닐하우스 주변을 다 파내었단다. 이제 선길이 돌아와도 멧돼지 감시를 안해도 될 것 같았어.

.....

어느날 깐깐하기로 소문난 소장이 돼지 두 마리를 잡아와서 회식 자리를 마련해주었어. 인부들은 다들 즐겁게 참여했지만, 목 씨는 이 일이 의심스러워 조사를 해보니, 인근 지역에 돼지열병 때문에 살처분된 돼지를 두 마리 싸게 사가지고 큰 덕 쓰는 것처럼 회식 자리를 만든 거였어. 목 씨는 이를 현경에게 미리 이야기하고 먹지 말라고 했단다.


2.

선길에 예상날짜보다 늦게 돌아왔단다. 선길은 얼굴이 밝았어. 아들의 수술이 잘 끝났다고 했어. 그리고 선길은 개 두 마리를 데리고 왔단다. 그 개들로 하여금 멧돼지를 감시하게 하려고 말이야. 현경이 해자를 만들어 놓은 것을 몰랐던 것이지.

...

선길은 이제 다시 현장에 투입했어. 이제 아들 일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자, 선길은 일을 제대로 배우기로 마음 먹었단다. 그렇게 마음을 먹었더니 선길은 업무 능력은 금방 쭉 올라갔단다. 회계사 경험이 있다 보니 현장에서 수치 계산하는 것도 금방 하고, 다른 일들도 똑 부러지게 해서 다른 인부들에게 인정을 받았어. 선길이 있는 조는 실적도 좋아서 십장들은 선길과 함께 일하려고도 했어.

현장소장은 다른 업체의 일까지 가지고 왔단다. 그 다른 업체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해서 짤렸다고 했거든. 현장소장은 일을 할 때 불도저 같은 스타일이었어. 일정 단축을 위해서 현장 인력들을 쥐어짰어. 일정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작업절차도 무시하고 흙막이 같은 안전장치도 미설치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어. 겨울철에 눈이 오면 공치니까 눈이 오지 않는다면 주말에도 일을 하라고 했고, 눈이 오면 쉬라고 했어. 하지만 그해 겨울은 춥기만 하고 눈은 오지 않았어. 쉬지도 못하면서 일하게 되자 인부들은 하나둘 공사현장에서 몰래 술자리를 벌이기도 했어. 목 씨, 선길, 현경은 술자리에 참여하지 않았고, 한대리는 모른 척 했단다.

....

이렇게 엉망이 된 현장에서 안전사고가 안 난다면 천운이겠지만, 결국 안전사고가 터졌단다. 그것도 착하고 성실하고 불쌍한 선길이 그만 안전 사고로 현장에서 즉사하고 말았어. 안전장치만 제대로 설치했어도 죽을 사고는 아니었으니 이것은 명백한 인재였단다. 이 일의 충격으로 현경도 며칠 동안 일을 나가지 못했어.

....

며칠 뒤 현경은 선길의 유품을 챙기러 모텔에 온 선길의 아내를 만났어. 선길의 아내가 이야기하기를, 선길이 술 먹고 작업장 분위기를 흐트러뜨리고, 다른 이들에게 술도 권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자신이 반장이 된다고 떠들고 다녔다는 거야. 그러다가 술 취한 상태에서 안전사고를 당했다니... 그래도 현장소장이 적지 않은 보상금을 주었다고 했어.

현경은 분노가 치솟았어. 이것은 소장의 각본이었던 거야. 그런 잔머리를 세계최고니까.... 현경은 선길의 아내에게 그 이야기를 듣고 현장에 있던 굴착기의 블랙박스의 메모리 카드를 가지러 갔어. 그런데 이미 그 메모리 카드는 사라지고 없었단다. 이미 소장의 측근들이 처리를 한 것 같았어. 하지만 그들이 모르고 있던 것이 있었지. 액션캠으로도 녹화를 하고 있었는데, 굴착기 운전석 바닥에 떨어진 액션캠은 가져가지 못했단다.

현경이 그 액션캠을 확인해 보니... 거기에는 모든 것이 다 담겨 있었어. 소장이 일을 조작하는 것까지 말이야. 이것을 선길의 아내에 주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했단다. 왜냐하면 그렇게 되면 길고 긴, 힘든 재판을 해야 하니까 말이야. 돈도 많이 들어갈 테고 말이야. 하지만 진실을 그렇게 묻어 둘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편지와 메모리 카드를 선길의 아내에게 보냈단다.

....


3.

사고 발생 후 현장 인부들의 쳐진 분위기를 바꿔보기 위해 현장소장은 또 회식을 한다고 했어. 이번에도 돼지 두 마리.. 이번 역시 그 돼지열병에 살처분된 돼지들... 그리고 거기에 추가된 것이 개고기..... 선길이 데리고 왔던 개를 잡은 거야.. 두 마리 중에 한 마리를 도망가고 한 마리를 잡았다고 했어. 그 개들을 보살피고 정을 주었던 한대리는 울면서 현경에게 전화를 했어. 현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어. 죽은 동료의 개를 잡아 먹는 인간들.... 현경은 굴착기를 가지고 가서 인부들이 먹고 마시고 떠들고 있는 함바식당을 부셔버렸단다.

대경실색을 한 사람들은 도망가기 정신 없고.... 그 곳에 목 씨가 나타나 너희들이 먹은 돼지 고기는 돼지열병으로 살처분한 돼지라고 일갈했어. 당황한 현장소장에게 현경은 굴착기로 묵은 짬통을 들어 부어주었단다. 그리고 나서 굴착기를 몰고 그곳을 떠났단다.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마지막 장면은 영화 <불도저를 타는 소녀>의 마지막 장면을 연상케 했단다. 중장비를 몰고 가셔 건물을 통째로 부셔버리는 복수 씬.

우리 사회는 여전히 약자가 제대로 대우 받지 못하는 사회란다. 법이라는 것도 약자와 강자에게 공평한지 모르겠고 말이야. 온갖 불법을 저지르면서 법을 피해가는 관리자들도 많고... 책임지려고 관리자들은 적고... 그렇다 보니 말도 안 되는 사건사고들이 많이 발생하고 말이야. 소설 속 일들이 실재에서도 일어나고 있어서 더욱 답답함을 느끼는구나.

...

이 책에는 아빠가 이야기한 내용 이외에 좋은 글들도 많이 담겨 있단다. 그런 내용을 찾으면서 읽어봐도 좋을 것 같구나. , 그럼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현경의 굴착기가 어둑한 현장 식당 옆에 멈춰 섰다.

책의 끝 문장: 얇은 보드라운 살갗이 따스했다.


"봐라, 너부터 당장 그러고 있잖냐. 책임은 지는 게 아니야. 지우는 거지. 세상에 책임질 수 있는 일은 없거든. 어디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멍청한 것들이나 어설프게 책임을 지네 마네, 그런 소릴 하는 거야. 그러면 너나 할 것 없이 다들 자기 짐까지 떠넘기고 책임지라고 대가리부터 치켜들기나 하거든. 텔레비전에서 정치인들이 하는 게 다 그거야. 책임을 지는 게 아니라 지우는 거, 자기 책임이라는 걸 아예 안 만드는 거. 걔들도 관리자거든. 뭘 좀 아는." - P46

역시나 관리자에게 필요한 것은 갈라 세우고 갈라 세우고 오로지 어떻게든 갈라 세우는 일이었다. 줄을 세우고 편을 갈라서 저희끼리 알아서 치고받도록. 그러느라 뭐가 중요하고 누가 이득을 보는지 생각도 못 하도록. 인간이란 고작 그런 것이다. 서로 믿지 못하고 지기 싫어한다. 그 속성마저 남들만 그렇고 자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간이란 그래서 싸우고, 그렇게 싸우기 때문에 싸울수록 더 편향되고 나약해질 수밖에 없다. 스스로 그 불신을 극복하지도, 서로 이기거나 져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깨닫지 못한 채 진흙탕 밑바닥까지 서로 끌고 들어가기만 한다. 그러다 결국 자신들을 끄집어 올려 줄 관리자를 찾게 되는 것이다. 싸움은 끝나야 하고 누군가는 개처럼 물불 못 가리게 된, 자신들이 아니라 저것들을 따로 가둬야 하니까. - P94

그것이 중요했다. 이거 먹고 제발 입 좀 다물어 달라는 식이면 나중에 더 내놓으랄 수도, 또 어느 순간 죄책감에 혼자 미쳐 날뛸 수도 있다. 하지만 믿음의 힘은 늘 위대하다. 자신이 착한 사람이라는 믿음은 모든 믿음 중에서 가장 위대하다. 세상에서 제일 참혹한 일을 벌였던 사람들이 가진 공통점이 바로 자신은 착하고 항상 착하다는 믿음이었다. 그 사람들은 양면을 칼로 총으로 베고 쏴 죽이면서도 생각했다. 해방시켜 주는 것이라고, 오로지 선행을 베푸는 것뿐이라고. 오, 세상에 정말!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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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사 산책 2권 - 개화기편, 개신교 입국에서 을미사변까지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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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강준만 님의 <한국 근대사 산책> 2권을 읽었단다. 2권의 부제는 <개신교 입국에서 을미사변까지>란다. 1권이 갑신정변이 일어난 1884년에 끝이 났고, 2권이 을미사변이 일어난 1895년에 끝이 나니 2권의 이야기는 약 11년간의 이야기를 해주겠구나.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역사적 사건에 육십갑자가 있는데, 갑으로 시작하면 OOO4년에 일어난 일이고, 을로 시작하면 OOO5년이라는 것, 기억해보자, 그럼 바로 이야기를 해보자.

..

1권의 마지막 이야기는 갑신정변이었잖아. 민영익이라는 사람이 있어. 원래 개화파로 미국까지 다녀왔던 그 사람, 기억나지? 그 사람이 귀국 후에 보수파가 되었고, 개화파에 밉보이게 되어 갑신정변 때 개화파들에 의해 칼까지 맞고 중상을 입었단다. 민영익을 치료한 사람은 의료선교사로 한국에 와있던 알렌이라는 사람이란다. 알렌의 치료로 민영익이 건강을 회복하게 되었고, 그 공으로 알렌은 1885 4월 광혜원이라는 근대식 병원을 최초로 개원하였단다. 광혜원은 나중에 제중원이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더 나중에는 세브란스 병원으로 이름을 바꾸었단다. 너희들도 알겠지만 세브란스 병원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단다.

갑신정변이 3일천하로 실패한 후 수구파는 개화파에 대한 보복을 했단다. 국내에 머무르고 있던 홍영식을 죽이고, 개화파가 운영했던 한성순보도 폐간시켰어. 외국으로 망명간 이들은 우리나라에 올 수가 없었지. 김옥균 같은 경우에는 계속 암살 시도가 있었고, 결국 1894년 그를 상하이로 유인하여 홍종우가 그를 암살하는데 성공했단다. 홍종우는 원래 개화파였는데 배신을 하고 김옥균을 죽인 것이란다. 아빠가 예전에 조재곤 님의 <그래서 나는 김옥균을 쏘았다>라는 책을 읽었는데 김옥균 죽음에 대해서는 그 책을 읽고 쓴 독서편지를 읽어보면 좀 도움이 될 수도 있겠구나. 그런데 먼 기억으로는 그 책이 썩 재미있지는 않았던 기억이구나. 김탁환 님의 소설 <리심>과 신경숙 님의 소설<리진>에도 홍종우와 김옥균의 이야기가 나왔던 기억이 있구나.

갑신정변 이후 조선과 일본 사이에 한성 조약을 맺었는데 일본이 입은 피해를 보상한다는 굴욕적인 조약이었단다. 알고 보면 일본이 개화파를 뒤에서 부추긴 것도 있는데 말이야. 또 청과 일본 사이에 텐진 조약을 맺었는데, 양군 모두 조선에서 철수하고 파병하게 되면 사전에 통보하자는 내용이란다. 전에는 청나라가 조선에 영향력이 컸는데 텐진 조약으로 인해 조선의 영향력에 있어 청나라와 일본이 동등한 조건이 된 거야. 그러니까 이 조약은 일본에 유리한 조약이 된 거지.

청나라는 상황 판단 능력이 떨어졌나? 이런 불리한 조약을 했을까. 갑신정변이 있었던 1884년에 있었던 일 한가지도 더 이야기하자면 그 해에 방곡령을 실시했단다. 당시 우리나라의 곡물이 무분별하게 일본으로 유출되고 있었는데 일부 지역의 곡물의 유출을 막는 제도였단다. 얼마나 큰 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르겠구나.


1.

해가 바뀌어 1885년이 되었단다. 1885년 언더우드를 비롯한 많은 개신교 선교사들이 입국을 했단다.  당시 천주교 신부들에 의한 선교가 많이 이루어졌는데, 개신교 선교들이 들어와서 비밀리에 선교를 했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천주교 측과 개신교 측간 갈등도 생겼대.

한편 1885 5월에는 영국이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거문도를 점령한 일이 일어났어. 당시 조선이 힘이 없다 보니 누군가 불법 점령을 한다고 해서 그들을 몰아낼 수 없으니 백성들만 고생을 하고 안타깝더구나. 더 답답한 것은 이런 사건을 정부에서는 전혀 모르고 있다는 사실. 조선 정부는 영국이 거문도를 점령한 지 한달 만에 청으로부터 알게 되었단다. 영국은 러시아가 이곳을 점령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무려 22개월간이나 거문도를 점령하였다가 철수했다고 한다. 이 지역이 해상 요충지로 만약 러시아가 거문도를 점령하게 되면 영국이 점령하고 있는 중국 남부 지역도 위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어. 영국에 거문도 사건에 청나라가 깊숙이 개입하여 영국을 도와주었는데, 이런 이유로 조선은 청에서부터 벗어나 러시아에 의존하려고 했단다. 청에 대한 배신감을 느꼈을 수도 있겠구나. 조선 주변의 있는 강대국들이 다 지들 이익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데 어디에 붇던 조선이 유리한 경우는 없을 것 같구나.

미국에서 공부하던 유길준은 갑신정변의 소식을 들었단다. 자신들과 친했던 사람들이 일으킨 갑신정변. 하지만 곧바로 귀국하지 않았어. 삼일천하로 끝났다는 소식도 들었겠지. 그는 갑신정변이 실패로 돌아가고 5개월이 지난 후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단다. 바로 오지 않고 6개월간 유럽, 이집트, 싱가폴, 홍콩, 일본을 거쳐 귀국했단다. , 코스가 얼마 전에 읽은 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일주>와 아주 흡사하구나. 그는 일본에서 김옥균을 만났고, 김옥균이 귀국을 만류했지만, 국내로 들어왔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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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김옥균은 유길준에게 귀국을 만류했지만 유길준은 다음과 같은 답으로 거절하고 12 2일 일본을 떠났다.

형님께서 진심으로 걱정해주시는 생각은 정말로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나는 아무래도 귀국을 해야 하겠어요. 물론 들어가서 장차 어떤 일을 당할지 그건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건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그걸 생각하면 들어갈 수가 없겠지요. 또 나는 살기 위해서 형님들과 관련이 없다고 변명하러 들어가려는 것도 아닙니다. 변명이 될 일도 아니고 형님이나 나나 내일의 일을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나는 지금 형님의 처지와는 좀 달라요. 형님들은 어떻게 됐든 한번 일을 했지만 나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지요. 그런데 까닭 없이 일본에 앉아서 나라의 불행한 현실만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어쨌든 들어가서 한번 부닥쳐볼 작정입니다. 요행히 살아남아 발붙일 곳이 마련된다면 나는 국민을 계몽하는 일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이렇게 해서라도 내가 국내에 교두보를 마련하는 것이 장차 형님에게도 재기하시는 데 절대 필요한 발판이 되지 않겠습니다.”

====================

김옥균이 만류한 이유가 있었단다. 유길준은 귀국하자마자 갑신정변을 일으킨 개화파의 측근이라는 이유로 7년간 연금생활을 했다는구나. 7년 동안 그가 미국과 세계여행을 경험한 것을 적은, 그 유명한 <서유견문>과 조선의 중립화를 주장한 <중립론>을 썼다고 하는구나.

1885년에 전선을 설치를 하여 1888년에 전신을 개통했다고 하는구나. 갑신정변 이후 폐간된 <한성순보>이후 신문이 없었는데 1886 <한성주보>를 창간했다고 한다. ‘순보() 10일을 뜻하는 한자로 10일에 한번씩 신문을 냈는데 한성주보는 주마다 한번씩 신문을 냈단다. 그리고 한성주보는 한성순보와 달리 국한문 혼용체로 출간했다고 하는구나.

….

개화기의 두드러진 특징은 근대식 교육기관이 생기기 시작한 것인데, 1886년 최초의 근대식 공립교육기간인 육영공원이 헐버트라는 사람에 의해 개교했고, 이후 배재학당, 이화학당 등이 뒤를 이었단다. 이때 조선에 처음으로 전기도 생겨났대. 주미 한국공관 설립을 위해 박정양 등이 미국을 가기도 했다는구나. 일반 백성들이 살기 힘들 때 종교가 널리 퍼지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1880년대 후반도 그런 이유로 개신교가 널리 퍼졌대. 관리들의 부정부패는 더욱 심해지고, 일본의 경제 수탈도 더욱 심해지니 백성들의 삶은 점점 팍팍해지고 종교의 의지하려고 했던 거야.

조선이 청나라와 거리를 두려고 했지만 청나라는 계속 간섭하려고 했어. 위안스카이가 계속 내정 간섭을 하고 외교 간섭도 했단다. 청나라 상인들도 계속 들어와서 우리나라 상인들과 대립하기도 했어. 명동 근처에 차이나 타운이 생긴 것도 이 즈음이란다.


2.

1권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최제우가 1860년에 동학을 창시했다고 했잖아. 1880년대에는 2대 교주 최시형을 중심으로 퍼져 나가던 시기였단다. 최시형은 충청도 보은을 중심으로 활동을 했는데 이를 북접이라고 했고, 전라도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동학 세력을 남접이라고 했단다. 전봉준의 동학 운동은 아빠가 다른 책을 이야기하면서 두어 번 이야기한 적이 있으니 오늘은 짧게 이야기를 할게.

전라도 고부 군수 조병갑의 학정과 만행이 심해져서 그를 몰아내달라고 민원을 올렸지만, 조병갑은 재임명되었고 그러자 농민들은 전봉준을 중심으로 봉기를 했고, 조병갑은 도망을 갔단다. 이때가 1894년이었어. 조사관으로 이용태라는 사람이 왔는데, 조사는 하지 않고, 농민군 주도자를 잡아 족치고 폭력을 진압했어. 어쩔 수 없이 지도부는 고창으로 도망을 갔단다. 1894 4월 전봉준, 손화중, 김개남 등은 고창에서 동학농민군을 봉기해서 황토현 전투에서 대승을 하고 전주성을 점령했단다.

이에 당황한 고종은 큰 실수를 하게 된단다. 동학농민군을 진압하기 위해 외세 세력을 끌어들인 거야. 대화로 풀어보거나 그것도 안되면 우리 관군으로 진압을 했어야지. 농민군의 봉기가 무서워 외세를 끌이다니쯧쯧결국 청나라와 일본군이 동시에 국내 진입하여 동학농민군을 퇴거시켰단다. 조선 정부의 입장에서는 동학 농민군을 진압했으니 청나라와 일본에게 다시 군대를 철수하라고 이야기했겠지. 하지만 엉덩이 무거운 이들은 말을 안 듣고 계속 주둔하고 있었단다. 기회만 엿보던 이들인데, 다시 돌아가겠니?

힘없는 조선이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어. 그 와중에 조선정부는 청나라에 의지하려고 했어. 그러자 일본은 청나라에게 물러가라고 했고, 조선은 일본에게 물러가라고 했단다. 이에 일본군은 경복궁을 공격하여 한 달 가까이 점령하다가 철수하는 일도 있었어. 고종과 명성황후가 청나라 편을 들자, 일본군은 운현궁에 머무르고 있는 흥선대원군을 만났고, 대원군은 일본군의 술책에 넘어가 그들과 손을 잡게 된단다. 대원군은 일단 명성황후의 반대세력과 손을 잡으려는 거지. 그리고 일본군의 무력으로 민씨세력을 몰아내고 대원군이 다시 집권을 하게 되는데 그의 나이 74세였단다. 일본을 등에 업은 개화파에 의해 자리에서 물러났던 대원군이 일본을 등에 업고 다시 권력을 잡은 아이러니한 사건이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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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00)

참으로 묘한 일이었다. “10년 전 개화파의 갑신정변에 밀려났던 대원군이 조선 역사상 가장 급진적인 정치 개혁의 얼굴 마담이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1894 7 28(음력 6 26) 정오 74세의 노인인 대원군은 비상시국의 첫 번째 회의를 주재하면서 나는 완고한 사람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나를 완고의 장본인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나는 개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대원군은 이 회의에 군국기무처라는 이름을 부여하면서 개혁지지를 선언하고 김홍집을 영의정 겸 군국기무처 총재로 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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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얼마 못 가 대원군은 이내 일본과 대립하게 되었대. 청군과 동학군에 밀지를 보냈다는 설도 있다는 구나. 동학군의 2차 봉기는 이런 대원군의 밀지를 통해 일어났다는 설도 있대. 그리고 대원군은 다시 개화파를 제거하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실패했대. 계속된 청일 간의 갈등은 결국 전쟁까지 이어졌단다. 청일전쟁은 청나라와 일본이 겨룬 전쟁인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 전쟁을 벌였단다. 예상과 달리 전쟁은 일본의 일방적이 우세였고 평양 전투에서 일본이 대승을 거두면서 일본이 이겼어.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후 일본은 우리나라에 간섭이 심해졌단다. 청나라에 조공 중단할 것, 과거 시험 폐지할 것, 노비 제도 파타할 것, 조혼 금지, 과부재가 허용할 것, 일본의 제도와 화폐제를 도입하는 등 조선을 일본의 '보호국'으로 만들려고 했단다. 친일 세력인 김홍집, 어윤중, 유길준 등에 의해 위의 내용을 남은 갑오개혁을 하게 했단다. 대원군이 이에 반발하였고, 일본 공사로 와 있는 이노우에가 대원군에 압력을 행사하였어 그러자 대원군은 더 이상을 힘쓰지 못하고 대원군은 정계 은퇴를 하였단다. 이후 일본은 조선에서 각종 특권을 얻어냄으로써 조선에서 영향력을 높여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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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즈음 남쪽에서는 동학 농민군의 2차 봉기가 있었단다. 전봉준, 김개남의 부대에 김학진의 부대가 연합했어. 그들은 7일간의 우금치(오늘날 공주)에서 관군과 일본군에 맞서 싸웠으나, 무기의 현저한 차이로 인해 대패했단다. 동학 농민군 2만명 중에 500 여명만 살아남았다고 했어. 전봉준이 장소를 이동하면서 끝까지 항전했지만 부하인 김경천의 배신으로 생포되고 말았단다. 그렇게 동학농민운동은 실패도 끝나고 말았어... 이때부터 일본은 더 본격적으로 조선에 대한 침략의 발톱을 드러내고 다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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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

김용옥은 우금치에서 동학농민군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은 뒤부터 조선은 사실상 일본의 식민지 상태에 들어갔으며 이때부터 일본제국주의는 조선을 집어먹기 시작했다우금치 전투 이후 일본의 조선 침탈은 가속됐고 일본은 식민통치 기간에 좌우 이념 대결, 6.25 동란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에 모든 죄악을 다 뿌려놓은 것입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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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공사 이노우에의 권력도 점점 강해지면서, 친일 세력인 박영효와 서광범을 복권시켰단다. 이들은 갑신정변 이후 조선정부로부터 쫓기던 사람들이었잖니... 잘 살아 버티다 보니 또 전세역전되는구나. 박영효가 내무대신, 서광범이 법무대신이 되었단다. 명성황후도 일본의 힘에 눌려 박영효와 전략적 화해를 했대. 일본을 등에 업고 내무대신이 된 박영효는 뜻밖에도 반일노선을 걸었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1895년에는 갑오개혁의 연장선에 있는 홍범14조를 제정하여 개혁을 추진하기도 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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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일전쟁 이후 청나라와 일본을 시모노세키 조약을 맺었는데, 이 조약에 조선의 독립을 보장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내용과 청나라의 랴오둥 반도를 일본이 차지한다는 내용이 있었단다. 일본의 랴오둥 반도 점령은 서양 열강에 충격을 주었고, 이내 러시아, 프랑스, 독일이 이 일에 간섭하게 되었고, 일본은 어쩔 수 없이 랴우둥 반도를 다시 청나라에 반환했단다. 하지만 조선에서 일본의 간섭은 더욱 심해졌어. 조선은 김홍집을 중심으로 친일 내각이 세워졌고 친러 인사는 모두 물러나게 되었대. 그리고 미우라 고로 일본 공사를 중심으로 일본에 척을 두고 있던 명성황후마저 시해하는 끔찍한 만행을 저질렀단다. 이것이 을미사변이라는 사건이란다. 조선은 왜 미리 준비하지 못했을까. 안타깝구나.


3.

여기까지가 2권의 이야기란다. 이 책을 통해서 당시 조선의 일반 백성들의 모습들도 엿볼 수 있었는데,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전해주고 마치련다. 조선시대에 1616년에 담배가 들어왔는데 그 담배가 들어선 이후 조선은 애연가의 나라, 골초의 나라가 되었다고 하는구나. 그 골초는 개화기까지 이어졌고, 개화기 때 외국에서 온 사람들이 보고 기록에 남길 정도로 골초였다고 하는구나. 그렇게 담배를 피면서 건강해 보인다는 말이 재미있기도 하구나. 그래도 최근에는 흡연율이 많이 떨어져서 다행이구나. 어디 가서 골초국가로 불리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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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개화기에 조선을 방문한 서양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조선인들의 지극한 담배 사랑에 놀라곤 했다. 독일인 애쏜 써드는 1902년에 발표한 글에서 대한제국의 남자들이 얼마나 골초인가 하면 그들이 50여 년 일생 동안 피우는 담배연기만으로도 우리나라 베를린의 국립보건소 인원 전체를 그 자리에서 쓰러져서 죽게 할 만하다. 그런데도 조선 남자들은 모두가 괄괄하고 건강하게만 보인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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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1884 12 4일 일어난 갑신정변 시 수구파의 실력자인 민영익은 칼을 맞아 얼굴과 목 그리고 등에 치명적 상처를 입고 생명이 위독한 상태였다.

책의 끝 문장: 조선 스스로 그런 도임의 주체가 될 수 있게끔 조금만 더 일찍 눈을 뜨고 실천에 옮겼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갖게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조선을 세계에 알리는 데에 있어서 사진은 결코 우호적이거나 중립적이지 않았다. 카메라는 자주 폭력적이었다. 사진에 대한 민중의 저항에 그런 폭력성에 대한 자각이 작용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늘 피사체가 되어야만 하는 처지에선 사진을 결코 좋게 볼 수 없었으리라. 조선의 운명도 그와 같지 않았을까? - P15

사실 조선의 기독교야말로 전형적인 ‘역사적 상황의 산물’이었다. 물론 기독교가 조선인들에게 ‘출애굽기’만 가르친 건 아니었다. 1900년대 후반 일제의 압박이 강해지면서 정반대되는 메시지를 전파하기도 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서양을 대변하는 것으로 여겨진 기독교는 일부 조선 민중에게 하나의 대안 모델이었던 동시에 내외로 착취당하는 현실에 대한 보호막이나 방파제이기도 했다는 점이다. 보호받을 길 없는 ‘민족공동체’에서 보호와 위로가 주어지는 ‘교회공동체’로 발길을 돌렸다고나 할까? - P108

김옥균에 대한 평가는 양극을 치달린다. 개화파와 척사파의 견해가 다른 건 물론 개화파 내부의 견해도 다르다. 정변 동지 서재필은 김옥균을 "시대의 추이를 통찰하고 조선을 힘 있는 근대 국가로 만들기를 절실히 바란" 위인으로 평가했지만 정변에 불참한 윤치호는 "위로 나랏일을 실패하게 하고 아래로 민심을 흔들리게 한 경망스런" 인물로 폄하했다. - P146

민비 시해의 음모 단계에서부터 가담한 조선인이 한 명 있었는데 그는 훈련대 제2대대장으로 있던 우범선(1857~1903)이었다. 훈련대는 그해 4월 친일정권에 의해 창설되었는데 우범선은 민씨 정권의 훈련대 해산계획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주한일본공사 미우라 고로에게 포섭된 우범선이 이 사건에서 맡은 임무는 훈련대 병력동원과 민비의 시신 ‘처리’였다. 폭도들에 의해 시해된 후 불태워진 민비 시신의 타고 남은 재는 궁궐 내 우물에 버려졌고 유해 일부는 우범선의 지시로 휘하의 윤석우가 증거인멸을 위해 땅에 묻어버렸다. - P296

"쿵, 무거운 곡괭이가 검은 흑벽을 크게 찍어내자 돌연 반짝반짝 노랗게 빛나는 것이 보였다. ‘노 터치! 노 터치!" 즉각 미국인 채굴 감독의 고함이 광구 속을 쩡쩡 울렸다. 조선인 광부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또 금맥이 나왔구나. 땅속에서 금맥이 드러날 때마다 미국인들이 지르는 소리는 똑같았다. 노 터치(No touch, 손대지 마라)! 혹여 금을 훔칠까봐 소리치는 것인데 조선인 광부들의 귀에는 ‘노다지’로 들렸다. 그들은 ‘노다지’는 ‘금’을 가리키는 양인들 말이라고 믿었고 그래서 자신들도 금맥을 발견하면 즉각 소리쳐서 금이 나왔음을 알렸다. "노다지! 노다지!" 평안북도 운산 금광의 조선인 광부들에게 황금은 곧 노 터치였다. ‘노다지’라는 단어는 처음에는 ‘광물이 쏟아져나오는 광맥이 발견되었다’는 뜻의 광산 용어로 쓰이다 이내 ‘큰 횡재’를 뜻하는 말로 조선인의 일상생활 속에 들어갔고 이제 10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어엿이 한국어사전에도 올랐다." - P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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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란공 2023-09-01 06: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한말 한반도의 안타까운 정황을 정성껏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책 담아갑니다!

bookholic 2023-09-05 23:49   좋아요 1 | URL
네, 저도 읽을수록 답답함과 안타깝더라구요...
그런데 최근 뉴스를 보면 그 당시 친일파가 떠올라 또 한번 열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