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운 배 - 제21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개정판
이혁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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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랜만에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을 읽었단다. 최근 수상작은 아니고, 21회 수상작이니까, 몇 년은 지난 것 같구나. 제목은 <누운 배>. 아빠는 이 책을 몇 년 전에 인터넷 서점에서 알게 되었단다. 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세월호 사건과 관련된 소설인가 싶었단다. 그런데 그건 아니더구나. 어떤 상징적인 의미로 쓰인 말도 아니고, 실제로 배가 누운 것을 소재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아빠가 조선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지만, 너무 실감나게 잘 풀어나갔단다.

조선업을 하는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인데, 어떤 장면은 아빠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그런 내용들이었단다. 배를 설계하고 만들고 판매하고그러다가 크고 작은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게 되고그럼 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사람들이 움직이는 이런 장면들은 여느 회사에서도 볼 수 있는 장면인 것 같구나. 소설 속 대화를 읽다 보면 회의실에 직접 앉아 있는 기분이 들기도 했고, 회사 경영진들의 답답한 결정을 보면 기시감을 느끼면서도 찐 고구마를 잔뜩 먹은 기분도 들고 그랬단다.

많은 사람들이 몸 담고 있는 회사라는 세계. 우리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다고 하지만, 회사라는 세계도 민주주의 세계일까? 예전에도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여러 번 있는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단다. <누운 배>라는 소설을 읽다 보면 지은이가 조선소에서 일하지 않고는 쓰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조선업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단다. 작가의 말을 보니 지은이 이혁진 님은 실제로 조선소에서 근무했었다고 하는구나. 아빠가 좋아하는 작가 리스트에 또 한 명 추가를 해야겠구나. 이 책을 덮고 이혁진 님의 책을 두어 권 주문했단다.


1.

중국에 진출한 한국의 신설 조선업 회사. 거대한 배를 처음으로 두 척이나 수주를 받고 만들게 되었단다. 진척율 80% 정도를 보이던 어느 날 두 척 중에 한 척이 기울어지고 있었단다. 전직원 비상 소집으로 소설인 시작되었단다. 주인공 문 기사도 마찬가지로 팀장의 전화를 받고 회사로 복귀했단다. 하지만 경영기획팀 소속인 문 기사는 특별히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단다. 그리고 결국 배는 완전히 옆으로 누워버렸단다.

주인공은 문 기사. 이름이 기사는 아니고 직급이 기사였단다. 이 회사의 직급을 잠깐 소개하자면, 회사에 입사를 하면 먼저 기사라는 직급을 갖게 된단다. 그래서 지은도 성을 함께 붙여 문기사로 불렸다. 소설 속에서 이름이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계속 문기사로만 불려서 아빠도 그냥 문기사라고 부를게. 그 위의 직급은 다른 회사들과 비슷하게 대리, 과장, 부장으로 이어진단다.

문기사는 전직기자 출신으로 이 조선소에서는 경영기획팀에 소속되어 회사 홍보를 비롯하여 여러 잡일을 하고 있었단다. 배가 기울어진 이후에는 보험 업무를 하게 되었단다. 거대한 배가 쓰러진 것은 단순히 생각만 해도 엄청난 손해가 날 것 같구나. 손해를 최소한으로 하기 위해서는 보험회사에서 많은 돈을 뜯어내야 하기 때문에 보험 업무는 무척 중요했단다. 회사는 이번 사고가 천재지변에 의한 것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단다.

이런 일에 전문가인 홍소장이라는 사람도 긴급 섭외했단다. 보험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문서와 증빙 서류가 엄청 필요했단다. 하지만 이 회사는 신설 회사이고 해서 제대로 된 문서가 별로 없었단다. 프로세스를 미준수한 것도 여럿 있었어. 보험회사도 돈을 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만만치 않았어. 손해사정사로 미스터 캉이라고 부르는 중국인을 데리고 왔는데, 홍사장과 마스터 캉의 기싸움이 엄청 났단다. 주인공 문 기사도 보험 회사에 제출할 문서와 증빙자료를 조작하는 등 회사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 나갔다. 결국은 이곳도 인맥의 싸움인가? 홍사장과 조선소 회장의 뒷배로 보험 처리가 원하는 대로 될 것 같았단다. 회사 창단 이래 첫 번째 큰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단다.


2.

그런데 다음 해 신년 인사에서 회장은 뜬금없이 누워 있는 배를 세우겠다고 발표를 했단다. 이미 보험회사에서 어느 정도 손해 배상을 받았는데 왜 배를 세워? 배를 세우는 일은 그 일이 가능하다고 해도 세우는 배용과 수리하는 비용, 그리고 인건비 등을 다 더하면 배 값보다 크다는 것이 실무자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단다. 하지만 신년회에 참석한 경영진은 누구도 반대 의사를 보이지 않았단다. 이 회사는 회장의 권력이 막강한 그런 회사였던 거야. 독재라고 볼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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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아무리 그렇더라도 귀가 있고 생각이 있으면 임원들의 횡설수설을 모를 리 없지 않은가? 상관없었다. 회장은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틀릴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것이 회장의 힘이고 지위고 회장을 둘러싼 찬란한 광배였다. 회장은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강력하게 군림했다. 임원들이 가짜를 말해도 회장이 진짜라면 진짜가 되고 진짜를 말해도 회장이 가짜라면 가짜였다. 사고 원인을 결정한 사람도 회장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당연했다. 그런 것이었다. 그렇게 돌아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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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회사 방침에 불만 있는 이들은 하나둘 퇴사를 하게 되고, 회장이 영입한 임원들은 무능력한 자들이고 아래 실무자들만 달달 볶는 스타일이었단다. 외부 영입 임원들 포함 임원들 수는 늘어나는데 사정이 어렵다면서 직원들 연봉은 협상 없이 지난해와 동결 결정되었단다. 그야말로 독재가 따로 없구나. 문 기사의 직속상사 팀장도 무능한 임원과 갈등으로 퇴사를 하였단다. 그러면서 팀이 해체되어 문 기사는 생산기획팀으로 옮겼어.

전 세계적으로 금융환란이 일어났단다. 조선업계도 위기가 불어 닥쳤어. 환율이 올라서 중국 내에서 생활하는 것도 어려워지기 시작했어. 가뜩이나 월급도 동결되었는데 말이야. 불만이 가득한 채권단은 사장을 자르고 새로운 사장을 선임했단다. 조선업에서 잔뼈가 굵은 황철주라는 사장이란다. 이전 사장은 회장의 바지 사장이라고 하면 이번 사장은 야심을 넘어 야욕이 넘치는 사람이었단다. 새로운 사장이 오면 보통 허니문 기간이 있는데, 황사장은 처음부터 사람들을 속된 말로 조졌단다. 특히 임원들을 더욱 강하게 몰아 부쳤어. 무능한 임원들 밑에서 일하는 실무자들은 속이 시원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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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황 사장이 입을 열었다. “오늘 회의를 기준으로 삼기 바랍니다. 이전에도, 또 다른 회사에서도 똑같이 해왔다는 말 같잖은 소리는 집어치우십시오. 모른다, 확인하겠다, 말만 하지 말고 미리 준비해서 들어들 오세요. 이 회의는 주간 공정 회의입니다. 회의 이름에 걸맞게 지난주 생산 실적을 확인, 정리하고 다가올 한 주의 생산을 제고할 방안을 미리 세운다는 관점에서 준비들 해오세요. 이 회의에 참석한 여러분은 모두 관리자고 책임잡니다. 1 1초가 귀한 사람들입니다. 설명 같은 변명, 변명 같은 핑계, 핑계 같은 거짓말, 불순하고 무책임한 잡설로 자신의 시간을 허비하고 남의 시간을 뺏는 일이 없도록 하기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황 사장은 수첩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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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다 보면 회사 내 조직 간 상충되는 일이 있단다. 그렇다 보면 다른 조직 핑계되면서 일정이 밀릴 수 밖에 없다고 이야기를 하지. 이전 사장 같았으면 그럼 조정된 일정으로 다시 계획을 수립했지만, 황사장 앞에서는 그것이 안되었단다. 책임과 고통을 분담해서 일정을 맞춰야 한다.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 필요한 것을 찾아서,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임원의 역할이다. 이런 식으로 임원을 다그쳤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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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167)

황 사장은 자신의 책상 양옆으로 앉아 있는 임원들을 봤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회사의 모든 사람이 그 고통을 나눠 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고통을 나누는 게 책임을 나눠 진다는 건 아닙니다. 회사가 어려워진다면 잘못은 내게 있고 또 각자 가지 분야에서 최고참이자 전문가인 임원들, 우리 경영진에 잘못이 있습니다. 책임 역시 내 책임이고 우리 경영진의 책임입니다. 수십 년 일해온 우리가 각자 자신이 맡은 일조차 장담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뒤집어 말해 돌발 상황과 변수를 통제하지 못하고 다른 부서가 일하는 것에 자기 일을 맞춰나가겠다고 하는 이 상황이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내 일의 주도권을 남에게, 외부 요인에 내줬다는 게 명백한데도 그걸 되찾을 거라고, 되찾아야 한다고 어떻게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까? 어떻게 실패와 지연에 적응하고 익숙해질 수 있습니까?” 회의실 안은 적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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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의 전반적인 부조리도 바꾸려고 했단다. 임원 전용 식당을 폐쇄하고, 사장 스스로 중국인 지원 식당에서 밥을 먹고 개선점이 있으면 바로 고쳤어.


3.

문 기사는 우연히 황사장의 신문 인터뷰를 도와주는 일을 하게 되었어. 문 기사가 전직 기자 출신이라서 일을 맡게 되었지. 사장님을 독대하고 사장의 비전을 들었는데, 독불장군 같기는 하지만 황사장의 혁신은 명확하고 시원했단다. 이 인터뷰 내용을 문 기사가 정리해서 보여드렸더니 황사장은 문 기사의 글 솜씨에 마음에 들어 했어. 그래서 문 기사에게 새로운 일을 맡겼단다. 임원 회의에 참석해서 회의 내용을 정리해서 담당자에게 전달하고 진행 사항을 체크하는 일이야.

그리고 황사장은 혁신팀을 만들어 활동도 했어. 연말이 되기 전에 생산력을 2.5배까지 늘리는 것이 주 목표인데, 이게 말이 쉽지, 이를 위해서는 또 누군가는 뺑이쳐야했단다. 임원들과 팀원들 중심으로 황사장에 대한 불만이 쌓여갔어. 특히 회장 라인의 임원들과 갈등이 심했는데, 어느 날은 대놓고 대판 말싸움이긴 하지만 대판 싸우기도 했단다.  이렇다 보니 사장도 자신의 몸도 사리게 되는 정치적 결정을 하는 경우도 있어. 그 중에 하나가 누운 배를 다시 세워 수리하는 일이었단다. 황사장이 오면서 다른 배들을 건조하고 제작하느라 뒷전에 밀렸던 회장님의 무모한 야심이었는데, 그 이야기가 다시 돌았고, 황사장도 거절하지 못하고 배를 세우기로 했단다. 예상했던 것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어. 우여곡절 끝에 몇 달 몇 일을 밤색 작업 끝에 2년간 바닷속에 잠겨 있던 배의 반대편이 드러났단다. 예상보다 손상은 엄청났단다. 바다에 잠겼던 부분은 거의 녹아 내린 수준이었고, 그냥 봐도 재건조는 불가능한 수준이었어.

….

이 누운 배를 세우는데 많은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서 그런지, 새로 만들고 있던 배에서 또 사고가 났단다. 진수를 진행하고 있던 배 한 척이 배로 떠밀려갔고 그 충격으로 배 뒷쪽이 가라앉았어. 다급히 수습하여 피해를 최소화했지만, 최소화한 피해도 이미 막심한 피해였단다. 이 일을 책임지고 황사장이 사퇴를 했단다. 사장이 영입했던 사람들도 줄줄이 사퇴를 했단다. 갑자기 사장이 공석이 되고, 이 공석으로 노리려는 임원들이 몇몇 있었단다. 이런 회사의 미래를 불을 보듯 뻔한 것 같았단다. 자꾸 쓰러지는 배들이 이 회사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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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

분명한 것은 일을 일로 하지 않는 회사는, 야합과 담합으로, 협잡과 인습으로, 사람에게 일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일에 사람을 끼워 맞춰가며 시키는 회사는 몰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것이 이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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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문 기사, 아니 이제는 진급한 문 대리도 회사를 그만 두었단다. 그리고 자신이 오래 전 하고 싶었던 글쓰기를 다시 하기로 마음 먹으면서 이 소설은 끝이 났단다.

….

이 소설에는 아빠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도 여기저기 실려 있었단다. 아빠가 책을 읽으면 인상적인 부분을 발췌하는데, 이 책에는 발췌한 부분이 꽤 많았단다. 예전에 아빠가 월급이라는 것이 아빠의 시간을 팔아서 받은 돈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이 책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있더구나. 월급을 받으면서 젊음을 잃는다고그러고 보니 아빠도 20년 월급을 받고 나니 어느덧 아무도 모르게 젊음이 사라져 버린 것 같구나. 괜히 서글퍼지는구나. 오늘은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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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

월급이란 젊음을 동대문 시장의 포목처럼 끊어다 팔아 얻는 것이다. 월급을 받을수록 나는 젊음을 잃는다. 늙어간다. 가능성과 원기를 잃는 것이다. 존재가 가난해진다. 젊음이 인생의 금화라던 황 사장의 말 역시 수사가 아니다. 이대로 10, 20년 또 어느 회사에서 삶을 보내든 그 회사가 모두 이렇다면 내 인생의 금화는 결국 몇 푼 월급으로, 지폐로 바뀌어 녹아버릴 테고 나는 그저 노인이 돼 있을 터였다. 그다음은 끔찍하다. 명예퇴직, 권고퇴직, 그런 말 아닌 말로 수십 년 회사 일에만 길들고 늙은 사람인 채 양계장에서 풀어준 노계처럼 세상에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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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배가 쓰러지니 어서 회사로 들어오라는 팀장의 전화를 받았다.

책의 끝 문장: 아직 아무것도 쓰이지 않은 백지 같았다.


입회해 회의실 안쪽 가장 큰 책상 뒤에 앉았다. 임원들이 차례로 일어나 발표를 시작했다. 무엇을 어떻게 혁신하겠다는 것인지 내용은 하나도 없었고 핵심 관리 지표라는 것도 모두 타 회사 자료에서 베꼈는지 회사 실정과 전혀 동떨어져 있었다. 중언부언에 말끝마다 혁신, 혁신, 혁신 모두 그뿐이었다. 말밖에 안 되는 말이 중력 없이 떠돌았고 드러낸 것보다 감춘 것이 더 많은 실적 수치들은 속이 텅 빈 전망을 쌓아 올렸다. 하지만 회장은 아무 불만도, 이의도 제기하지 않았다. 질문조차 하지 않았다. 수량 넉넉한 호수처럼 관대하게 웃었고, 횡설수설하는 임원들을 지켜보며 이따금 알아듣겠다는 듯 고래를 끄덕였다. 회의는 원만히 이어졌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 P74

문서라는 것은 얼마나 우스운 것인가? 문서란 엉성하고 허술한 현실에서 부스스 떨어져 내린 각질에 불과했다. 하지만 누가 문서를 우습게 보는가? 아무도 없다. 모든 사람이 문서를 자기 머리 위에 올려놓는다.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이 현실을, 회사를, 정부나 국가를, 종교를 자기 머리 위에 올려놓는다. 누운 배 한 척이 그렇게 됐듯 사실이라는 것은, 참이나 거짓이라는 것은 힘으로 흔들 수 있었다. 세상은 성기고 흐릿한 실체였다. 그것을 움켜쥔 힘만이 억세고 선명했다. 힘은 우스운 것이 아니었다. 아마리 우스운 것도 우습지 않게 만드는 것이 힘이었다. - P99

성질 괄괄하고, 억센 부산 사투리를 쓰고, 돌려 말해야 할 것 같으면 차라리 입을 다물고, 현장 안 나간 지 보름이 지나도록 턱 끈 자국이 지워지지 않을 만큼 밖으로 쏘다니며 일하던 남자에게 있는 것은 결국 정이었다. 그 남자가 회사를 그만둔다는 것은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수많은 사건 사고를 겪고 당하면서 그것을 이해하려고 애쓰거나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덮어둔 채 버티고 견딜 수 있게 해주던 그 정이, 정나미가 떨어졌다는 뜻이었다. - P116

결국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과거입니다. 이미 일어나고 지나간 것을 어떻게 바꾸는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할 테지만 나는 다르게 봅니다. 과거야말로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겁니다. 링 위에서 똑바로 못 했다면 이유가 뭐겠습니까? 링에 오르기 전까지, 링 밑에서 똑바로 안 했기 때문입니다. 현재를 견디고 헤쳐나가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과거, 되레 우리 발목을 잡고 억압하는 과거, 인습, 껍데기뿐인 규정과 규제, 타성, 그런 것들이야말로 바꿀 수 있고 바꿔야 하는 겁니다. 우리가 현재를 돌파하는 데 도움 주는 것들, 전통, 통찰, 지혜라고 부르는 것, 아니 더 쉽게 말해서 지금도 쓸모 있는 것,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것, 많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옳고 올바르다고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것만 과거에 남겨둬야 합니다. - P177

그게 말입니까? 잘못은 한 사람이 저지르고 수습은 왜 열 사람이 나눠 합니까? 임원이라서요? 생각들 똑바로 하세요! 임원이기 때문에 한 사람도 수습할 일 없게 일해야 하는 겁니다! 당신들이 똑바로 안 하면 당신들 밑에 있는 수십 명이 바로 당신 하나 때문에 개고생, 헛고생을 해야 한단 말입니다! 이사 행세, 상무 행세, 뭐든 다 아는 척 거들먹거리면서 대접이나 받고 특권이나 누리라고 회사가 그 많은 연봉을 당신들에게 지급한다고 생각합니까? 당신들부터 똑바로 하세요! - P241

나는 계속 일했다. 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었고 산정으로 밀어 올리면 굴러떨어지고 다시 밀어 올리면 다시 굴러떨어지는, 아무 희망도 보람도 주지 않는 시시포스의 바위처럼 매일 굴러떨어졌다. 젊은 카뮈는 매일 굴러떨어지는 바위의 부조리와 그것을 각성하면서도 그치지 않는 투쟁에 관해 썼다. 투쟁을 통해 부조리를 비웃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유일한 미덕이고 행복이라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그 바위는 결국 모든 것을 깔아뭉갠다. 신이 아닌, 노쇠할 수밖에 없는 인간은 결국 바위를 이기지 못한다. 어리석음도, 각성도, 비웃음도, 경멸도, 희망도, 젊음도 굴러떨어지는 바위의 요란한 소리에 묻힌다. 쾅쾅쾅! 늙은 인간을 깔아뭉갠 바위만이 저 끝, 힘이 다해 더 굴러갈 수 없는 곳에 멈춘다. 모든 것이 침묵한다. - P302

분명한 것은 일을 일로 하지 않는 회사는, 야합과 담합으로, 협잡과 인습으로, 사람에게 일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일에 사람을 끼워 맞춰가며 시키는 회사는 몰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것이 이치였다. - P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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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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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오랜만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읽었단다. 독서 기록을 찾아보니 2016년에 읽은 것이 마지막이구나. , 그렇게나 오래 되었나? 얼마 안 지났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세월이 빨리도 흘러가는구나. 둘째가라면 서러운 다작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7년 가까이 읽지 않았으니,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작품을 썼을까 싶구나.

아빠가 이번에 읽은 책은 작년에 출간된 <희망의 끈>이라는 책이란다. 희망을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하곤 하는데, 그런 말이 이 책의 내용과 연관이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책을 펼쳤단다. 오랜만에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어디 가지는 않았구나. 여전히 책장 잘 넘어가고, 잘 짜여진 구조물처럼 촘촘한 이야기가 펼쳐지는구나.


1.

프롤로그는 안타깝고 무서운 이야기로 시작한단다. 유키노부와 레이코 부부의 어린 아이들이 처음으로 둘만 외할머니네 집에 갔단다. 대견하게 둘은 아무런 문제없이 외할머니 집에 갔단다. 그런데 그 지역에서 대지진이 발생했고, 그만 어린 남매는 그만 목숨을 잃고 말았단다. 유키노부와 레이코 부부는 크게 좌절하여 삶이 무너지는 듯했어. 그리고 그들은 삶의 희망을 다시 찾아보고자 아이를 갖기로 했어. 이젠 나이가 많았던 레이코는 임신이 쉽지 않았고, 병원에서 어렵게 체외수정을 통해 힘들게 임신에 성공을 했단다.

….

야요이 찻집을 운용하는 찻집 주인 하나즈카 야요이가 살해된 채 발견되었단다. 사라진 물건은 없어 보였어. 담당 형사인 마쓰미야는 수사를 시작하기 시작했어. 야요이는 50대 중반의 여자로 이혼을 해서 혼자 지내고 있고, 자녀들은 없었어. 마쓰미야는 사촌이자 상사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하는데, 그 상사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 형사 시리즈>의 주인공 가가 교이치로였단다. 그럼 이것도 가가 형사 시리즈인가 싶긴 하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은 마쓰미야로 볼 수 있단다. 가가 형사가 조연이나 특별출연으로 출현했다고 해야 할까.

이 소설은 야요이 사건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마쓰미야의 숨겨진 가정사에 대한 이야기도 있단다. 어느날 아야코라는 사람한테 연락이 왔단다. 모르는 사람인데 아야코는 마쓰미야의 어머니를 알고 있는 것 같았어. 그래서 어머니한테 전화해서 물어보니, 아야코에게 연락하지 말라고 했단다. 어머니도 뭔가 아는데 말씀을 안 해주시는 것 같았어. 아야코가 마쓰미야에게 연락한 이유는 아버지의 유언장 때문이었단다. 작은 숙박 시설을 의미하는 료칸의 주인 요시하라 아야코. 호스피스 병동에 계신 아버지는 말기암이었단다. 그런데 아버지의 유언장에는 낯선 이름 마쓰미야 유헤이란 이름이 있었어. 그래서 연락을 하게 되었던 것이란다. 대충 이러면 숨겨둔 아들일 확률이 높은데, 그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단다. 변호사를 통해 마쓰미야가 아버지의 사생아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 아야코와 마쓰미야는 만났고, 아버지의 유언장에 대해 이야기를 했어.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으로 알았던 마쓰미야는 갑자기 나타난 아버지의 존재에 조금 당황을 했고,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보겠다고 했어.


2.

그건 그거고 마쓰미야는 야요이 살인사건에 대해 열심히 수사를 했단다. 죽은 야요이는 평판이 좋은 착한 사람이었단다. 야요이가 죽기 전에 만난 사람들을 중심으로 탐문 수사를 했단다. 피트니스 강사, 피부관리사, 전남편 등 주변 사람들을 만났지만 특이한 점이 없었어. 전남편을 오랜만에 만난 것이 특이한 점이지만, 그들은 아이를 갖지 못해서 합의해서 헤어진 것이라서 안부를 전하기도 했었나 봐. 이번에는 오랜만에 만나기는 했지만전남편은 알리바이가 확실했단다.

한 가지 또 특이한 점은 평생 관심 없던 피트니스 클럽과 피부관리를 한 달 전에 등록했다는 점. , 사랑을 시작하셨나? 그 다음 탐문 수사는 단골 손님들이었어. 단골 손님 중에 프롤로그에서 남매를 잃었던 부부 중에 남편 유키노부가 있었단다. 그렇게 연결이 되는구나.

프롤로그 때와는 시간이 꽤 흘러서 유키노부는 예순두 살이었고, 그때 어렵게 낳은 아이는 어느덧 14살이 되었어. 이름은 모나였단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아내 레이코는 2년 전에 백혈병으로 죽고 말았단다. 유키노부는 딸 모나와 단 둘이 지냈단다. 하지만 둘 사이는 그리 좋지 않았어. 유키노부와 레이코 부부는 모나가 태어났을 때부터 잘 보살피려고 했단다. 사고로 남매를 잃었기 때문에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조심을 하는 건 좋았는데, 너무 도가 지나쳤단다. 뿐만 아니라 모나 앞에서 계속 죽은 남매 이야기를 했는데, 그건 모나에게 숨겼어야 했다고 생각한단다. 어렸을 때는 모르겠지만, 사춘기 소녀에게 죽은 오빠 언니의 이야기는 오히려 부모와 관계를 좋지 않게 만들었을 거야. 역시 모나와 아버지 유키노부 사이는 좋지 않았단다. 집에서도 거의 이야기하지 않았어.

그런 유키노부가 야오이 찻집에 자주 들렀던 것이란다. 그럼 야요이가 사랑에 빠진 이가 유키노부인가? 하지만 유키노부 역시 알리바이도 있고 특이한 점도 없었어. 사랑하는 사이 같지도 않았어. 유키노부와 인터뷰를 해보니 야요이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던 것은 맞지만, 야요이가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고 했어.

….

한편 마쓰미야의 상사이자 사촌형인 가가는 야요이의 전남편 와타누키과 동거인 다유코를 인터뷰했단다. 와타누키는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다유코와 함께 살고 있었단다. 그런데 뜻밖에도 다유코는 가가와 이야기하다가 자신이 죽었다고 범행 사실을 이야기했단다. 아니, ? 질투심 때문에? 와타누키가 전부인 야요이를 만나고 와서 행동이 이상해진 것을 눈치채고, 무슨 일인가 야요이를 만나러 갔다가 우발적으로 야요이를 죽이게 되었고, 지금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었단다.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3.

가가가 다유코를 인터뷰하는 동안 마쓰미야는 유키노부 주변 인물들을 조사했는데, 당연히 그의 딸 모나를 조사했어. 모나를 만나 야요이의 사진을 보여주자, 얼굴을 아는 사람이라고 했어. 모나가 테니스부에 있는데, 연습하는 것을 자주 보러 온 사람이라고 했어. 왜 야요이는 모나의 학교에 찾아온 걸까. 마쓰미야는 야요이의 부모님 댁에도 찾아갔어. 그리고 그곳에서 야요이의 어린 시절 사진을 보게 되었는데, 깜짝 놀랐단다. 왜냐하면 야요이의 어린 시절 사진과 모나와 너무 똑 닮았기 때문이야. 뭐지? 머릿속에서 스치는 가설이 하나 지나갔어..

체외수정소설 속 주인공 마쓰미야도 마찬가지였을 거야. 자신의 추측이 맞는지 확인만 해보면 되겠지. 그리고 유키노부를 다시 만나서 자신의 추측을 이야기하자, 유키노부는 더 이상 이야기를 숨기지 않고 해주었단다. 유키노부와 레이코 부부가 불임치료를 받았던 병원은 애광병원이라는 곳이었는데, 모나를 임신했을 때 수정란이 바뀐 것 같다고 했어. 모든 것은 병원의 실수라고 했지. 그런데 안 바뀌었을 확률은 아주 조금은 있다고 했어. 그래서 유키노부와 레이코 부부는 그냥 아이를 낳기로 했단다. 그렇게 모나가 태어난 것이고, 모나는 자라면서 이상하게 엄마도 아빠 모두 닮지 않았단다. 하지만 친딸처럼 아니 친딸보다 더 소중하게 키웠단다.

이 비밀은 유키노부와 레이코 부부만 알고 있었단다. 그런데 레이코가 2년 전 죽기 전에 모나의 친부모에게 알려주는 것이 낫겠다고 했어. 그래서 유키노부는 수소문 끝에 야요이 찻집까지 오게 된 것이란다. 야요이게 진실을 이야기해주었어. 야요이는 비교적 침착했단다. 그 이야기를 들은 야요이는 전남편 와타누키를 만나 이야기를 했단다. 그래서 최근에 오랜만에 전남편을 만난 거야. 야요이는 자신의 딸을 멀리서라도 보기 위해 모나가 다니고 있는 중학교에 자주 갔던 것이란다. 그리고 모나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피트니스 클럽도 다니고 피부관리도 받았던 거야.

그렇다면 왜 다유코는 야요이를 죽였을까. 다유코는 와타누키를 만나기 전에 어떤 유부남에게 배신을 당한 적이 있었어. 와타누키를 만나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와타누키가 전부인을 만나고 와서는 입양을 검색하는 등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였어. 그래서 자기를 버리고 전부인과 재결합을 하는 줄 알고 야요이를 찾아갔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오해를 해서 우발적으로 죽였다고 했어. 가가 형사와 인터뷰를 하면서 자신이 오해를 했다는 것을 알고 크게 후회를 하고 잘못을 뉘우치고 자백을 하게 되었다는 거야.

유키노부는 이제 이 사실을 모르고 있는 유일한 사람 모나에게도 이야기를 했단다. 모나는 크게 당황하지 않았고, 오히려 아버지와 화해를 하고 진짜 살가운 딸처럼 대했단다. 유키노부의 결정이 모나가 이 세상에 나오게 한 것이고 하고, 자신을 평생 보살펴 준 것을 이제서야 깨달은 것 아닌가 싶구나. 이렇게 진실은 밝혀지고 사건도 해결되고…. 그런데 굳이 야요이를 찾아가 진실을 이야기를 해야했을까. 야요이가 알게 되어서 좋을 것이 뭐가 있다고이야기를 위한 설정이겠지, 실제 그럴 사람은 없지 않을까 싶더구나.

….

그런데 마쓰미야와 아야코의 이야기도 있잖니. 그들이 남매인 거잖니. 그렇다면 마쓰미야의 어머니와 아카코의 아버지의 이야기가 있겠지. 그 사랑도 가슴 아픈 사랑이더구나. 그 이야기는 아빠가 졸려서 생략해야겠구나.

….

오랜만에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무서운 살인 사건을 다루긴 했지만, 그래도 사람 향기 나는 그런 소설이구나. 그런데 왜 소설 제목이 <희망의 끈>이었던 거지?


PS,

책의 첫 문장: 오우마가도키(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마귀를 만나는 시간이라는 뜻-옮긴이)라는 말이 있다.

책의 끝 문장: “긴 끈이 끊기지 않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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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 - 빈에서 만난 황금빛 키스의 화가 클래식 클라우드 3
전원경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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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가끔씩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를 읽곤 한단다. 이 시리즈는 최근에도 계속 신간이 나오고 있는데, 알아보니 100권까지 기획했다고 하는구나. 엄청난 프로젝트로구나. 책 가격이 좀 비싸긴 한데, 컬러 사진도 많이 담겨 있어 읽기 편하고 책 구성도 괜찮고, 그리 두껍지도 않고(^^) 해당 인물과 그의 작품을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좋더구나. 그래서 가끔씩 읽곤 한단다. 이번에 읽은 것은 클림트라는 작가란다. 지은이는 전원경이라는 분인데, 아빠는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분이란다.

...

클림트라고 하면 화가보다 더 유명한 <키스>라는 작품의 작가로만 알고 있단다. 역시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구나. <키스>라는 작품은 아빠가 알고 그림 중에 가장 화려한 그림인데 실제로 그림에 금박을 붙여 놓은 작품이란다. 너희들에게도 이야기했더니 <키스>라는 작품을 알고 있더구나. 이상한 포즈로 키스를 하고 있다고 덧붙이면서 말이야. 그러면 이 유명한 작품을 그린 클림트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으며, 이 그림은 어떻게 그리게 되었을까? 이 책을 읽고 나면 알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면서 책을 펼쳐 들었단다.


1.

클림트. 이 분에 대한 사전 지식은 하나도 없었단다. 구스타프 클림트. 오스트리아 빈 출생. 오스트리아 빈이라고 하면 음악의 도시 아닌가? 오스트리아 빈의 화가로는 클림트가 대표적이라고 하는구나. 화풍이 독특해서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에곤 실레라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 또한 오스트리아 빈 출신으로 클림트와 교류도 했다고 하는구나. 비행기를 타고 오스트리아 빈 공항에 내리면 공항 벽에 클림트의 그림들을 볼 수 있다고 하니 오스트리아 빈에서도 클림트를 그들의 대표 작가로 공식 인정하는가 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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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

예술의 도시 빈에는 여러 예술가들의 흔적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남아 있다. 도시 곳곳에는 베토벤과 모차르트, 요한 슈트라우스와 슈베르트의 동상이 우뚝 서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거장들 중에서도 클림트처럼 빈에 자신의 발자취를 확실하게 남긴 이는 없다. 클림트는 빈의 공기 속에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존재다. 빈 슈베하트 국제공항으로 입국하는 이들은 누구나 공항 벽에 펼쳐진 <키스>의 이미지를 만나게 된다. 실물보다 훨씬 더 큰 그 이미지들은 클림트의 도시 빈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이 오래된 황제의 도시는 이제 예술의 황제로 클림트를 떠받들고 있다. 제국의 광휘는 오래 전 사라졌으나, 클림트의 영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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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본격적으로 이야기해볼게. 클림트가 언제적 사람이냐면, 1862년에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나서 1918년 죽을 때까지 줄곧 빈에서 지냈다고 하는구나. 클림트가 살았던 시절의 오스트리아 빈은 전통을 중시하는 사회였다고 하는구나. 아빠가 좋아하는 작가 슈테반 츠바이크도 오스트리아가 전통을 중시하는 것을 빗대어 어제의 세계라고 불렀다고 하는구나. <어제의 세계>는 슈테반 츠바이크의 책제목인데 아빠도 지은이만 보고 사둔 책인데 오스트리아에 관한 책인가 보구나. 살짝 읽기 어렵겠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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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8)

오스트리아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말처럼 클림트가 살던 오스트리아 제국은 어제의 세계였다. 황제가 거주하던 도시, 19세기 말에 바로크 스타일의 궁전과 고딕 양식의 교회를 지었던 시대착오적인 도시가 클림트의 삶의 터전이었다. 그러나 그처럼 과거지향적인 분위기에서도 변화는 조금씩 일어나고 있었다. 19세기를 떠나 20세기로 전진하는 시간의 흐름은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세기가 바뀌는 와중에 클림트는 먼 과거와 먼 나라에서 찾아낸 영감을 통해 혁신적인 걸작들을 창조해냈다. 그 혁신 속에서 발견되는 무수한 모순과 불균형들은 천재이기 이전에 빈 사람이었던 클림트가 뛰어넘을 수 없는 한계였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클림트의 걸작들은 과거인 19세기도, 미래였던 20세기도 아닌 제3의 시간과 공간을 담고 있으며, 그 독특한 아름다움은 어느 누구와도 닮지 않은 개성으로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다. 클림트의 걸작들은 변화하는 시대와 복잡하고도 모순된 한 도시가 놀라운 천재성을 만나 이뤄낸 유니크한 혁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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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가 1912년부터 죽은 1918년까지 만년에 지내던 집이 있는데, 클림트 빌라라 부르는 그 집이 2000년에 복원되었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독특하게도 그 집 거실에 삼국지의 관운장 그림이 걸려 있다고 하는구나. 클림트가 말년에 일본 판화 등 동양 미술에 관심이 많았다고 하는구나.


2.

구스타프 클림트는 1862년에 보헤미안 이민자 집안에서 칠남매의 둘째이자 장남으로 태어났다고 하는구나. 딱 봐도 어린 시절은 가난할 것 같구나. 역시나 가난했대. 그래서 17살부터 돈을 벌기 시작했는데, 그림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고 동생인 에른스트, 친구인 프란츠 마치와 함께 예술가 컴퍼니라는 회사를 차리고 건축물 장식 그림을 그렸다고 하는구나. 운도 좀 따르고 실력이 소문나면서 그들은 점점 많은 그림과 중요 건물의 천정과 벽면 그림을 그리게 되었단다. 당시 빈에서도 유명한 부르크 극장의 천장화와 빈 미술사 박물관 벽면 그림도 그랬어. 그러면서 경제적으로 여유도 생겨서 그들은 아틀리에를 구해서 캔버스에 그리는 그림 작업도 했대.

행복도 잠시, 동생 에른스트가 갑작스런 심근경색으로 죽고 말았어. 그것도 아내 헬레나가 딸을 낳은 직후에 말이야. , 안타깝고 불쌍하구나. 동생 에른스트가 죽기 6개월 전에는 아버지가 56세 나이로 뇌출혈로 돌아가셨단다. 연이어 집에 안 좋은 일이 생긴 거야. 이런 경험 때문인지 클림트는 평생 가족을 보살피고 함께 했다고 하는구나.

클림트가 평생 결혼도 하지 않았지만, 거의 결혼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여자친구 에밀리 플로게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동생의 아내인 헬레나의 언니로 처음 알게 되었다는구나. 그렇다고 클림트가 일편단심 순정파는 아니었다고 해. 여러 여자들과 염문을 뿌리고 다녔고, 사생아가 열네 명이나 되었다고 하는구나. 에른스트가 죽고 나서 친구였던 프란츠 마치와도 의견차이가 생겨서 예술가 컴퍼니는 해체되었다고 하는구나.

예술가 컴퍼니 활동을 할 때 클림트는 사진보다 다 사실적인 그림을 그렸단다. 책에도 그런 작품들을 소개해 주었는데, 정말 사실적으로 그렸더구나. 그런데 예술가 컴퍼니를 해체하고 나서 클림트는 전통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술을 시도했고, 그와 뜻을 같이 사람들과 함께 빈 분리파를 결성했다고 하는구나. (1897 5) 이때부터 파격적인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대.

이 시절에 빈 대학의 천장화를 그리기로 되어 있었는데, 그의 바뀐 화풍으로 그리려고 했대. 여신의 누드 등이 포함된 스케치 초안을 빈 대학 측에 보여주었대. 빈 대학에서는 당연히 논란이 되었지. 결국 빈 대학은 클림트와 계약을 철회하기로 했단다. 바뀐 클림트의 화풍은 평론가들에게도 비판의 대상이었단다. 그런 비판에 신경 쓸 클림트가 아니었단다. 아마 평론가들의 입맛에 맞는 그림을 그렸다면 클림트가 오늘날 그렇게 유명해지지 못했을 거야.

클림트가 기존 전통을 깨는 것은 사실 스타일을 바꾼 것은 아니고, 잠재되었던 것을 겉으로 표출한 것이라고 하더구나. 클림트가 좋아했던 음악가는 음악의 혁명가 같은 베토벤이라고 하고 베토벤을 위한 <베토벤 프리즈>란 작품을 그리기도 했단다. 그런데 미술을 이해하는 세포가 턱없이 부족한 아빠로서는 그 그림이 도대체 왜 <베토벤 프리즈>라는 제목을 갖게 되었는지 모르겠더구나. 그런데 그 그림이 클림트 그림에 있어 중요한 이유는 금을 사용하는 소위 황금시대를 열었다는 점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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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126)

금세공업자의 아들인 클림트는 금을 얇게 펴서 바르는 중세의 기법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나 대중은 금을 칠한 벽화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흥분했다. <베토벤 프리즈>가 큰 화제를 모은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었다. 클림트의 동료들은 이 새로운, 동시에 지극히 고답적인 재료의 등장에 관심을 기울였다. 금의 사용은 예술가를 마치 신처럼 보이게 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내심 클림트가 바라던 바였다. 클림트의 황금시대가 이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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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앞서 이야기했듯이 클림트는 평생을 오스트리아 빈에서 지냈는데, 몇 번 여행을 갔었는데 그 중에 이탈리아 라벤나 지역을 다녀온 것이 그의 그림 양식에 영향을 주었다고 하는구나. 라벤나 지역에 성당이 많았고, 성당에 모자이크 양식으로 그림이 그려졌는데 그것에 영향을 받았대. 라벤나 여행을 가기 전 작품인 <소냐 닙스의 초상>과 라벤나 여행을 다녀온 후 작품인 <프리차 리들러 부인의 초상>을 보면 그의 변한 화풍을 여실히 알 수 있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키스>라는 작품을 완성하게 된단다. 당시 평론가들은 이 작품에 대한 해석이 다양했다고 하는데, 오늘날은 그 그림에 흉을 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구나. 이 그림은 현재 벨베데레 미술관에 있다고 하는데, 검은 벽에 <키스> 한 점만 딱 걸려 있다고 하는구나. 지은이 전원경 님께서 <키스>에 대한 평가를 한 글이 있는데 감정이 메마른 아빠가 읽어봐도 그림에 대해 잘 설명해 주신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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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

벨베데레 미술관의 <키스>가 전시된 방으로 들어서면 검은 벽에 <키스> 한 점만이 걸려 있고 그 앞으로는 관람객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몰려 있다. 독일어, 영어, 중국어, 한국어 등 각 나라 가이드들의 열띤 해설이 한꺼번에 들려온다. 그러나 그 모든 소음과 소란은 이 그림 앞에서 일순간에 정지한다. 남자가 여자의 몸을 안고 볼에 막 입을 맞추려고 하는 순간이다. 하나가 된 두 사람의 주위로 온통 황금빛 비가 내리고 있다. 이것은 곧 소멸하기 전의 우주, 마지막으로 빛나는 불꽃의 광휘와도 같다. 극도로 관능적인 순간이지만 결코 천박하거나 노골적이지 않다. 직사각형 문양의 가운을 입은 남자는 황금빛 구름을 몰고 천상에서 지상으로 막 내려온 듯하고 꽃무늬 옷을 입은 여자는 지상에서 막 피어난 것처럼 보인다. 여자의 발목에는 황금빛 넝쿨이 감겨 있다. 눈을 감고 있는 여자의 얼굴에서는 어떠한 감정도 드러나지 않지만, 남녀가 서로를 갈구하는 감정은 너무도 강렬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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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키스>는 화가로서 클림트의 인생이 함축된 작품이기도 하다. 남녀의 뒤로 펼쳐진 어두운 배경이 된 암흑은 그의 여름 휴가지인 아터 호수의 고요히 일렁이는 물결과 엇비슷하고, 기하학적인 황금빛 무늬는 라벤나에서 본 비잔티움 모자이크, 그리고 아버지의 금세공 작업을 연상시킨다. 결국 한 인간으로서, 그리고 화가로서 클림트의 인생은 <키스> 한 점에서 모두 표현된 셈이다. 가득한 사람들, 그리고 갖가지 언어로 들리는 해설에도 불구하고 전시실은 고요했다. <키스>는 모든 것을 압도하는 거대한 침묵과도 같았다.

====================

….

클림트의 그림 중에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이란 그림이 있단다. 이 그림은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남편인 블로흐-바우어 남작이 의뢰하였단다. 그림 속 모델은 당연히 아델레 블로흐-바우어 부인이겠지. 부인이 죽으면서 이 그림을 오스트리아 정부에 기증하라고 유언을 남겼대. 그런데 그 와중에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서 이 그림을 나치가 가져갔다가 전쟁이 끝난 후 남편 블로흐-바우어가 가지고 있다가 블로흐-바우어가 죽으면서 그림을 조카에게 주었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그 조카가 미국에 망명을 해서 그 그림은 미국에 있다고 하는구나. 나중에 오스트리아 정부는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유언에 따라 그림을 오스트리아 정부에 넘겨야 한다고 소송을 했지만, 져서 그 그림은 여전히 미국 뉴욕의 한 갤러리에 있다고 하는구나. 재미있는 에피소드이구나. 그림의 주인은 모델인가? 의뢰한 사람인가?


4.

클림트는 잘 안 알려졌지만 풍경화도 많이 그렸다고 하는구나. 아터 호수에 많이 갔는데, 그곳을 그린 풍경화가 많대. 아터 호수를 갈 때 가장 많이 동행한 이는 앞서 이야기했던 클림트의 평생 연인 에밀리. 에밀리도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고 커리어 우면으로 당시 빈에서 꽤나 유명한 사람이었다고 하는구나. 에밀리는 클림트가 여성 편력이 있는 것을 알고 있었대. 당시 빈에서는 배우자가 바람 피는 것에 대해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에밀리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는 것 같아. 평생 연인이고 클림트가 열네 명이나 되는 사생아가 있지만 둘 사이에는 아이가 없었다고 하는구나.

클림트는 아버지가 뇌출혈로 돌아가시고, 동생 에른스트가 어린 나이에 심근경색으로 죽은 것을 보고 평생 건강에 신경 쓰면서 살았다고 하는구나. 운동도 규칙적으로 했대.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나이와 같은 나이인 56세에 아버지와 똑 같은 뇌출혈로 죽고 말았다고 하는구나. 무서운 유전자의 힘이로구나. 그의 임종을 가족들과 에밀리가 지켜준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앞에서 이야기했던 에곤 실레도 클림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달려왔다가 하는구나. 그래서 클림트의 죽은 모습을 그리기도 했대.

아빠가 이야기를 쭉 생각나는 대로 해서 한가지 빼먹은 게 있구나. 클림트가 빈 분리파를 조직했다고 했잖아. 빈 분리파가 해체되고 나서 빈 공방을 조직했는데, 다시 인테리어 작업을 하면서 작품을 남기기도 했다는구나.

이상으로 클림트에 대한 이야기를 했단다. 유튜브나 블로그를 통해서도 클림트의 이야기를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천천히 책장을 넘기면서 클림트를 알게 되는 것도 나쁘지 않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어떤 화가에 대한 책을 쓰고 싶으세요?”

책의 끝 문장: 제국의 광휘는 오래전 사라졌으나, 클림트의 영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자주 예술 작품을 통해 한 시대의 개성과 변화를 발견하게 된다. 클림트의 그림에서 받는 독특한 느낌과 기묘한 불균형은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빈의 모습 그 자체다. 19세기 말의 빈은 다가오는 다음 세기를 한사코 거부했다. 중세 시대 사람들이 그러했듯이 빈은 미래보다는 과거를 더욱 갈망한 도시였다. 클림트의 그림들은 빈의 시대착오적인 가치관을 고스란히 반영한 결과물이었다. - P14

클림트의 일생에서 가족의 그림자를 찾아내기란 어렵지 않다. 클림트는 놀라울 정도로 자신의 가족에서 집착했고 타계하는 순간까지 가족과 함께 살았다. 클림트에게 필생의 연인이었던 에밀리 플뢰게를 만나게 된 것도 그가 늘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가족에 대한 집착이 시작된 것은 1892년이었다. 그해 아버지 에른스트가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했다. 그로부터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서 동생이자 동료, 예술적 동지이기도 했던 에른스트가 심근경색으로 급사하고 말았다. 당시 클림트의 나이는 서른, 에른스트의 나이는 스물여덟에 불과했다. 연이은 비극이 클림트 일가를 덮친 셈이다. - P66

오랜 세월 빈은 모든 역사적 발전에서 동떨어진 장소였다. 그것은 다분히 빈 사람들이 스스로 선택한 결과이기도 했다. 19세기 말, 바다 건너 뉴욕에서 22층짜리 고층빌딩이 지어지고 같은 유럽 대륙 내의 파리에서도 철골 구조로만 이뤄진 높이 304미터의 에펠탑이 세워지며 ‘현재’의 도래를 알리고 있을 때, 빈 사람들은 오히려 바로크풍의 웅장한 박물관과 르네상스 스타일의 기둥으로 장식된 부르크 극장을 세웠다. 그리고 그처럼 과거에 영원히 머물고 있는 자신들을 자랑스러워했다. 오스트리아 예술가 조합은 심지어 ‘자국 예술에 해악을 끼친다’는 이유로 해외 작가들의 오스트리아 전시를 금지했을 정도다. - P75

금세공업자의 아들인 클림트는 금을 얇게 펴서 바르는 중세의 기법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나 대중은 ‘금을 칠한 벽화’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흥분했다. <베토벤 프리즈>가 큰 화제를 모은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었다. 클림트의 동료들은 이 새로운, 동시에 지극히 고답적인 재료의 등장에 관심을 기울였다. 금의 사용은 예술가를 마치 신처럼 보이게 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내심 클림트가 바라던 바였다. 클림트의 ‘황금시대’가 이렇게 시작되었다. - P124

클림트는 생전에 이미 유명한 화가였으나 작품에 대해서는 늘 평가가 교차했다. 보수적인 빈의 분위기 속에서 클림트의 관능적이고 파격적인 그림은 많은 비판과 논란을 불러왔다. 1908년 오스트리아 정부가 <키스>를 구입하면서 위상은 더욱 높아졌지만 대중의 사랑을 받는 예술가는 아니었다. 더욱이 사망 이후 오스트리아 제국이 해체되고 빈 역시 쇠락하면서 클림트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잊혔던 클림트의 작품이 재조명을 받게 된 것은 사후 약 50년이 지난 198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다. 클림트를 비롯해 이곤 실레, 오스카 코코슈가의 작품에 대한 관심이 다시 일어나면서 새로운 평가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클림트는 순식간에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화가가 되었다. - P281

실레는 열입곱 살이던 1907년 클림트를 처음 만났다. 당시 실레는 빈 미술학교 학생이었고 클림트는 이미 빈 분리파와 빈 공방을 통해 오스트리아 전체에 이름이 알려진 화가였다. 그러나 실레의 드로잉을 본 클림트는 이 소년의 넘치는 재능에 압도되고 말았다. "제가 재능이 있다고 보시나요?"라는 실레의 물음에 클림트가 "재능이 많아, 너무 많아"라고 대답했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그리고 클림트는 덧붙였다. "나도 자네처럼 사람의 얼굴을 그릴 수 있었으면 좋겠네." 실레가 클림트에게 자신의 드로잉과 클림트의 드로잉을 바꾸자고 제안했을 때 클림트는 이렇게 답했다. "왜 자네 걸 내 것과 바꾸려고 하지? 자네 그림이 훨씬 더 나은데 말이야." 이 대답의 의미를 실레는 곧 깨닫게 된다.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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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소녀들의 숲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미디어창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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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작년 연말에 광고를 통해서 캐나다 교포 출신 허주은 님이 쓴 <사라진 소녀들의 숲>이라는 책을 알게 되었단다. 요즘 다른 나라에 사는 우리나라 교포들이 우리나라를 소재를 영어로 쓴 책이 번역 출간되는 경우가 늘어난 것 같더구나. 그런 흐름에 또 하나의 책이 나왔나 보다 했단다. 그런데 얼마 전에 엄마가 너희들이 보면 좋을 것 같다면서 이 책을 추천하더구나. 어디선가 추천 글을 봤는데 재미있을 것 같다면서 말이야. 그래서 아빠가 주문을 했어.

책이 생각보다 많이 두껍더구나. 너희들은 숙제하느라 바뻐서 그런지 책이 한동안 그대로 있길래 아빠가 먼저 펼쳐 보았단다. “미국도서관협회 선정 최고의 소설를 비롯하여 많은 홍보 문구가 있어서 기대를 하고 책을 펼쳤단다. 너무 기대를 한 것이 잘못일까. 책을 넘기면서 실망감이 점점 쌓여갔고, 그래도 결말은 봐야지 하면서 책장을 넘겼는데, 앞서 이야기했듯이 책이 두꺼워서 끝까지 가는데 시간이 좀 걸리더구나.

이 소설은 공녀(貢女)라는 실제로 우리나라에 실제 있었던 아픈 역사를 소재로 삼았단다. 공녀란 강대국이 약소국을 침략해서 간섭을 할 때, 강대국의 요구 또는 협박에 의해 약소숙의 미혼 여성을 보내는 것이란다. 우리나라에서는 원나라가 고려를 침략했을 때, 고려의 여자들을 원나라에 공녀로 많이 보낸 역사가 있단다. 슬픈 역사의 한 페이지란다. 그런데 이 소설의 배경은 조선시대 초기란다. 조선시대면 중국땅에는 명나라인데, 이때도 공녀를 보냈었나? 그래서 검색을 해보니 명나라 초기에도 원나라만큼 아니지만 공녀를 요구해서 보낸 경우가 있다고 하더구나. 아무튼 시대적 배경은 조선 초기인 1426년이란다.


1.

때는 1426. 주인공 민환이. 성이 이고 이름이 환이란다. 그런데 소설 속에서 이름을 부를 때 환이라고 이름만 부르는 것이 아니고 대화체 속에도 민환이이렇게 다 쓰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렇다 보니 번역이 부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아빠는 앞으로 환이라고 할게. 환이는 남장을 하고 홀로 제주도로 향하는 배에 몸을 실었단다. 일 년 전 종사관이었던 아버지가 제주도에 가셨다가 소식이 끊겼기 때문에 아버지를 찾으러 가는 길이란다.

아버지가 제주도에 가신 이유는 사라진 13명의 소녀들을 조사하기 위해서였어. 그 사건을 조사하던 중에 실종되신 거라서 그 사건과 아버지의 실종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단다. 환이는 원래 제주도에서 태어났고, 5년 전에 아버지가 진급을 하시면서 제주도를 떠났단다. 환이에게는 동생 매월이가 있었는데, 매월이가 신병(神病)이 들어, 그러니까 신내림을 받아서, 5년 전 환이와 식구들이 제주도를 떠날 때 매월이는 제주도에 있는 노경심방이라는 무당에게 맡겼단다.

환이가 이번에 제주도에 가면 매월이를 5년만에 만나는 것이었단다. 환이가 제주도에 도착해서 먼저 매월이를 찾아갔단다. 매월이와 환이는 어렸을 때부터 그리 친하게 지내지 않아서 5년만에 만나도 매월이가 그리 반가워하지도 않았단다. 사실 매월은 어린 자신을 혼자 두고 간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컸단다. 덩달아 언니한테도 서운함이 있었겠지. 어머니라도 계셨으면 말렸을 텐데,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안 계셨지. 아버지가 잘못했네. 진급을 포기했어야지. 어린 딸을 홀로 남겨두다니

아무튼 환이는 13명의 사라진 소녀들의 대한 수사를 시작했단다. 그런데 13번째 소녀였던 현옥이라는 소녀의 시신이 한라산 자락에서 발견되었단다. 환이는 그곳을 시작으로 사건 조사를 시작했단다. 그 사건을 조사하다 보면 아버지의 행적을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거야. 매월도 환이를 환대하진 않았지만, 환이를 도와주었단다. 시신 발견 장소에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데, 그 중에 유선비라는 사람이 환이의 조사를 도와주었어.

환이는 시신으로 발견된 현옥의 언니인 고이슬을 만났어. 고이슬은 일 년 전에 환이의 아버지를 만난 적이 있다고 했단다. 드디어, 아니 벌써 실마리가 잡히는 건가. 하지만 조사도 쉽지 않았어. 하얀 가면을 쓴 이가 환이를 공격했고, 이를 매월이가 나타나 도와주어 간신히 도망치기도 했단다. 아버지를 찾다가 환이도 덩달아 죽을 것 같구나. 조선 시대 낯선 장소에서 아무런 직책도 없는 여자 혼자 사건을 조사하고 아버지를 찾아 나선다는 것이 너무 이질감이 느껴지더구나. 남자 형제가 없다면 일가 친척에게 도움을 청해도 도와줄 남자 친척이 있었을 것 같은데양반집 규수인 것 같은데, 든든한 하인들이라도 동행하면 좋았을 것을그 밖에 여러 가지 소설의 설정이 너무 이질감이 들더구나. 조선시대 맞나, 싶더구나.


2.

환이는 조사를 하면서 의심 가는 사람들이 생겼단다. 제주도로 유배를 온 죄인 백씨. 매월을 보살펴 주고 있던 무당 노경심방. 13명의 소녀들이 사라진 마을의 촌장인 문촌장. 제주의 권력을 휘어잡고 있는 제주 홍목사 등등. 환이는 가장 먼저 죄인 백씨를 범인으로 의심하는데, 한번 의심하면 모든 정황이 그가 범인인 것처럼 생각하게 되는 초보 탐정의 실수를 한단다. 설마 읽는 이로 하여금 그를 범인이라고 생각하라고 쓴 건 아니겠지.

다음으로 노경심방을 범인으로 의심할 때도 진심으로 다해 의심하더구나. 환이와 매월은 이 일을 함께 하면서 어떻게 될 것 같니? 사이가 점점 더 멀어질까? 아니면 좋아질까? 뻔하겠지? 그리고 그들은 결국 한라산의 어떤 동굴에서 아버지의 시신을 발견하게 되고, 그 동굴 속에서 소녀들을 찾게 된단다. 그리고 그 일을 벌인 범인들도 찾게 되는데, 개연성도 그렇고 우연성은 지나치게 많고 그렇구나. 지명과 이름과 시대만 우리나를 배경으로 했지,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많아서 앞서 이야기한 이질감이 끝까지 이어졌단다.

이 책을 적극 추천했던 엄마에게 미안하지만, 참 별로였단다. 엄마도 읽어보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책이 아무리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너희들이 읽기에는 시간 낭비가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단다. 그래서 줄거리도 대충 이야기하고 오늘은 이만 하련다.


PS,

책의 첫 문장: 장장 스무 해 동안 범죄 사건을 수사하며 내가 해결하지 못한 사건은 없었다.

책의 끝 문장: “집으로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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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경고 : 6도의 멸종 - 기후변화의 종료, 기후붕괴의 시작, 2022 우수환경도서
마크 라이너스 지음, 김아림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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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번에 읽은 책은 그 어떤 공포 소설보다 무서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란다. 아는 게 병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렇다고 모른 척 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도 아니고, 알아서 병이 되지만, 알아서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기후 위기에 관한 책이 바로 이번에 읽은 무서운 책이란다. 제목은 <최종 경고:6 도의 멸종>. 이 책은 얼마 전에 읽은 타일러 라쉬의 <두 번째 지구는 없다>에서 소개해 준 책이란다. 예전에도 이 책을 주워들어 알고 있던 책이었는데, <두 번째 지구는 없다>라는 책을 읽고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읽었단다.

이 책은 지은이 마크 라이너스가 2007년에 <6도의 멸종>이라는 제목으로 낸 책인데, 그 이후 10 여 년 지나는 동안 이 책에서 예상한 것보다 지구온난화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대부분의 내용을 다시 써서 새로 출간했다고 하는구나. 초판을 썼을 때 수십 년 뒤에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던 일들이 불과 10여 년 만에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야. 아빠도 이미 기후변화를 몸소 느끼고 있단다. 아빠가 어린 시절의 겨울과 지금의 겨울은 천지차이이고, 폭우와 태풍의 강도가 어린 시절보다 심해졌고, 툭 하면 가뭄 소식이 들려오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최고온도 신기록을 세우고 있구나. 올여름도 무더위와 폭우가 번갈아오고 있잖니.

산업화 기준으로 1℃ 정도 높아졌다고 하는데, 1℃면 큰 숫자가 아니라고 생각이 드는데, 실감 온도는 더 높아진 것 같구나. 기후 위기가 이제는 현실이 된 마당에 적응하면서 살아야겠구나 생각했단다. 좀 더위지면 더워진 대로 살아야겠다 생각했단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란다. 2℃만 올라가도 그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생물체들이 있어 멸종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생태계 파괴가 급속도로 이루어진다는 거야. 그리고 지구 온난화로 인해 북극이나 남극의 얼음이 녹고, 시베리아의 동토들이 녹게 되면 태양열을 반사해내던 얼음이 없어지고 태양을 더 많이 흡수하게 되는 양의 되먹임으로 지구의 온도는 더 빨리 올라가게 된단다. 그야말로 지구 생명체의 멸종 위기는 코앞에 닥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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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

북극 만년설의 손실은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은 결과다. 사실상 북극해 전체를 가로질러 얼음이 사라진 해역이 펼쳐지면서, 여름철 동안 태양으로부터 엄청난 양의 열이 흡수된다. (얼음 없는 탁 트인 바닷물은 해빙의 6배에 달하는 태양열을 흡수한다.) 그러면 이 태양 에너지가 겨우내 온기와 습기의 형태로 방출되어 중위도와 고위도를 가로지르는 폭풍의 경로를 변형시키고, 고기압과 저기압의 중심에 변화를 가져오며, 제트기류를 다른 곳으로 쫓아내기도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흰색의 눈과 얼음이 사라지면서 알베도의 변화가 생겨 결과적으로 지구 전체의 에너지 균형을 바꾼다는 점이다. 반사량이 높은 극지방 얼음에 의해 우주로 반사되는 태양광이 적어지기 때문에, 더 많은 태양열이 어두운 육지와 해양에 흡수되고 지구 시스템 안에서 다시 순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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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은 산업화 이후 1℃에서 6℃까지 1℃씩 지구의 평균 온도가 높아질 때 지구에서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단다. 산업화 이후 1.5℃로 마지노선이라고들 이야기하고 있단다. 1.5℃까지만 버텨주면 어느 정도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들 했어. 이미 그 세상을 살고 있고, 얼마 안 있으며 2℃ 상승한 세상에서 살 지도 몰라. 1.5℃나 2℃나 큰 차이가 있냐고 하지만, 2℃ 상승한 세상은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지구상의 생물체들이 살아가기 힘든 생태계로 변하게 돼. 북극해에 얼음이 없는 풍경을 목격하고, 남극도 얼음은 아직 남아 있겠지만, 녹는 속도가 빨라지고 이로 인해 해수면은 급격히 올라가서 7900만명의 홍수 이재민이 생기게 된대. 1.5℃이하로 막게 된다면 홍수 이재민이 1000만명 정도라고 하니 그 차이가 엄청 크구나.

온도가 올라가면서 모기에 의한 뎅기열도 더 늘어가게 될 것이라고 하는구나. 온도가 올라가면서 일부 곡식들은 적응을 하지 못하게 된대. 물론 온도가 올라가면서 일부 농산물의 생산량이 늘어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식량은 줄어들게 된다고 해. 그래서 2℃ 오르면 약 50만명이 영양실조로 사망할 것으로 예상된대. 그런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하는구나. 아이러니하게도 아프리카 사람들은 기구온난화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은 사람들인데 말이야. 북반구 부유한 나라에서 내뿜는 탄소 배출량에 비해 아프리카에서는 탄소 배출량이 극히 적거든. 이 부당함을 어디에 호소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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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기후변화를 가장 적게 일으킨 사람이 그 부작용을 가장 많이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부당함 가운데 하나다. 그리고 이런 부당함을 가장 제대로 겪는 지역은 아마 아프리카일 것이다.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에서, 1인당 탄소 배출량은 보통 부유한 선진국의 10분의 1수준이다.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의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0.8톤으로, 미국의 16, 호주의 15, EU 6톤에 비하면 훨씬 적다. 하지만 아프리카인들은 지구온난화에 거의 기여하지 않았는데도 지구온난화의 부작용과 영향을 피해갈 수 없다. 사실 지구상 가장 격렬한 기후변화의 현장 가운데 일부가 아프리카 대륙에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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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평균 기온3℃가 상승하게 되면, 인류가 생겨난 이후 가장 온도가 높은 시대가 될 것이라고 하는구나. 지구 평균 기온이 3℃가 올라가면 해수면은 2~4미터가 올라가 이를 막기 위해서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게 되고, 극심한 폭염이 2년에 1번씩은 찾아오게 되고, 주요작물들이 사라지면서 대기근이 찾아올 것이라고 하는구나. 3℃ 온도 상승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데, 그 피해는 더 이상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없는 환경이 되는 것 같구나. 이로 인해 대규모 문명 붕괴가 일어나고 수많은 난민들이 발생할 것 같이라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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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

내가 보기에 전 세계적인 식량 부족은 기온이 3℃ 상승한 세계에서 대규모 문명 붕괴를 일으킬 가장 유력한 요인이다. 급성장하는 전 세계 인구가 식량 공급의 실패와 지역 분쟁, 그에 따른 실패한 국가라는 동시다발적인 붕괴에 직면하면서 수백만 명이 기아와 내전에서 도망치려 할 것이다. 이들은 가뭄과 폭염의 직접적인 영향에 의해 고향에서 밀려 나온 사람들과 합류할 테고, 이런 흐름은 비슷한 여러 나라의 전반적인 거주 적합성을 위협한다. 그에 따른 난민 발생은 시리아 내전 당시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는 결과를 낳았다. 안전과 피난처를 찾는 수백만 명의 난민들은 목적지였던 유럽 국가들에서 반이민 정서를 촉발시켰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규모로 추악한 극우 정치가 부활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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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3℃만 올라가도 더 이상 인간다운 삶은 어려운데, 4℃부터는 어떻겠니이젠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의 멸종을 지켜볼 수밖에 없겠구나. 이미 진행되고 있는 여섯 번째 대멸종의 속도가 빨라지겠구나. 4℃ 온도가 상승하면 히말라야 산맥에서 얼음을 볼 수 없게 되고, 시베리아 등에 있는 영구 동토층도 다 녹아서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데 이것들이 모두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이 되는 기체들이어서 지구온난화는 더욱 심해진단다.

중위도 지역의 폭염은 일년에 80~120일 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구나. 그리고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많아지면서, 바다가 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바다는 빠른 속도로 산성이 될 것이라고 하는구나. 그렇게 되면 바다의 생명체들이 죽여서 죽음의 바다가 될 것이라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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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

지표수는 탄소가 풍부한 대기에서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바다를 산성화할 것이다. 남극해는 이번 세기가 끝날 때까지 면적의 90퍼센트가 탄산칼슘으로 불포화될 텐데, 이것은 해양 먹이사슬의 근간이 되는 여러 식물성 플랑크톤을 포함한 껍데기를 만드는 유기체들이 살아남기에는 바다가 너무 산성화된다는 의미다. 해양의 산성화는 산호가 고개를 내미는 곳마다 그 구조물을 녹여 버리고 기존의 오래된 산호초를 지속적으로 해칠 것이다. 또 탄소가 풍부해진 바다에서 유독성 조류가 증식해 연안 대륙붕의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어류를 죽이고 독성 있는 해조류를 발생시킬 것이다. 그리고 바다는 깊은 곳에 탄소를 격리하는 능력을 잃게 된다. 바다 표면을 점령하는 탐욕스러운 해조류들이 탄소가 바닷물 속으로 가라앉기 전에 그것을 재활용하기 때문이다. 이번 세기말까지 10년마다 20억 톤의 탄소를 대기 중에 추가로 옮겨놓을 이 과정은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또 다른 간과된 양의 되먹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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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가 상승하면 해수면 온도는 37℃인 곳도 발생하면서 해양생물들은 거의 멸종하게 된다고 하는구나. 그뿐만 아니라 지상의 생태계도 거의 다 멸종하게 된단다. 인간이 살 수 있는 곳도 10분의 1 정도뿐이라고 하는구나.

6℃가 상승하면 지구 어디에서도 얼음을 볼 수 없고, 북극과 남극에도 나무들이 자라게 될 거야.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화재들이 끊이지 않아서 곳곳에서 불길에 휩싸이게 된 것이라고 하는구나. 지구의 대기 온도가 높아서 비가 오더라도 땅까지 떨어지기 전에 증발될 것이라고 하는구나. 그 어떤 디스토피아 영화보다 더 무서운 세상이 되는 것이란다. 6℃ 상승은 어떻게 생각하면 얼마 안 되는 것 같은데, 지구 생명체를 황폐화할 수 있는 그런 온도구나. 그런데 인간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구나.

정말 지구 상의 대부분의 생명체가 사라지고 나면 어떻게 될까. 영화나 소설에서처럼 몇몇 살아남은 인류는 후손을 이어갈 수 있을까. 지구는 자정능력을 발휘하여 다시 생명체들이 살 수 있는 땅으로 만들 수 있을까. 이 무서운 미래 예측를 현실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 살고 있는 인류가 잘 해야 하는데몇몇 사람들이 노력하는 것이 아니고, 지구 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동참을 해야 하는 일이라 싶지 않을 것 같구나.

얼마 전에 Jiny도 학교 숙제로 탄소중립을 위해서 실천해야 할 일들을 조사한 것 같은데, 많은 사람들이 답은 알고 있지만, 늘 실천이 어려운 것 같구나. 기후 위기는 이제 미래가 아니고 현실이니 물이 끓는지도 모르는 채 죽는 개구리처럼 어리석으면 안 되겠구나. 탄소 줄이는데 아빠도 너희들도 함께 동참하자꾸나.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이 책을 쓰기 시작했을 무렵, 나는 우리가 기후변화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책의 끝 문장: 필요하다면, 나는 이 열기가 멈추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보일 때까지 끝없는 결단과 무한정한 애정으로 몇 년, 몇 십 년을 계속 싸울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겨우 2000년 동안이 아니냐고 반문할 것이다. 더 오래전에는 어땠을까? 한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73가지의 데이터 출처에서 자료를 종합한 결과 지금으로부터 1만 년 전에서 5000년 전 사이의 초기 홀로세(Holocene)에는 산업화 이전 시기에 비해 겨우 0.5℃ 남짓 따뜻했을 뿐이었다. 2015년 이후로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 넘게 높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늘날의 지구는 1만 8000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끝난 이후 어느 시점보다도 따뜻하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이 타당하다. 실제로 역사상 오늘날의 변칙적인 고온 현상을 비슷하게 보였던 시기를 찾으려면, 마지막 빙하기에서 더 내려가 과학자들이 에미안 간빙기라고 부르는 11만 6000년 전에서 12만 9000년 전 사이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 P32

2019년 역시 획기적인 해였다. 그린란드 전역의 기온이 예년 7월 말의 평균에 비해 12℃나 치솟았고, 2019년 7월 30일에서 31일 사이에는 빙상 꼭대기에서 다시 한 번 얼음이 녹았다. 고도가 가장 높은 점에서 이 시기의 기온은 2012년에 세워진 이전 기록을 넘어섰고, 이후 이틀에 걸쳐 영상을 유지했다. 이런 급속한 변화에 대응해, 일부 과학자는 21세기에 해수면이 예전의 예측보다 더 상승할 것으로 조정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 P39

산불은 전 세계 곳곳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파괴력도 더 커지는 것처럼 보인다. 2017년에는 칠레, 지중해 지역, 러시아, 미국, 캐나다에서 광범위하고 심각한 산불이 목격되었다. 과학자들은 전 세계적으로 산불이 발생하는 기간이 지난 15년 동안 거의 5분의 1 길어졌고, 지구 전체적으로 식물로 뒤덮인 면적의 절반에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캘리포니아주 파라다이스의 주민들이 불행히도 2018년의 재난을 통해 발견했듯이, 산불은 전례 없는 강력하고 치명적인 속도로 번질 수 있다. 이 산불은 어느 순간 초마다 축구장 하나를 덮칠 정도로 번졌다. - P79

연구자들은 북반구의 도시들이 평균적으로 남쪽으로 1000킬로미터 떨어진 더 따뜻한 지역의 현재 기후와 비슷해지면서 "모든 도시가 아열대 기후로 이동하는 경향이 생긴다"라고 지적했다. 연평균 약 20킬로미터의 ‘기후 속도’로 이동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여러분이 북반구 중위도의 어딘가에 거주하고 있다면 1년에 20킬로미터, 즉 하루에 약 54미터, 또는 시간당 2.25미터의 속도로 남쪽으로 이동하는 셈이다. 초속으로 환산하면 1초에 0.5밀리미터가 조금 넘으니 육안으로도 감지할 만한 이동 속도다. - P135

미래를 내다볼 때, 우리가 높은 배출량을 유지하는 경로를 따르다 보면 이번 세기말에 이산화탄소 농도는 1200ppm까지 상승한다. 오늘날 더 뜨거워진 태양과 함께, 이 층적운 효과는 메탄의 용해라든지 다른 되먹임과 더해져 지구를 문턱값 이상으로 밀어내 궁극적으로는 고삐 풀린 온실 상태로 몰아넣을 것이다. 그 위험성을 수량화하기는 무척 어렵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우리가 화석 연료를 계속 태운다면, 우리는 지금 어디에 놓여 있든 이 끔찍한 최후의 티핑포인트에 가까이 다가갈 것이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않겠다고 거부하다가는 인류라는 종뿐만 아니라 지구 전체를 위험에 빠뜨린다. 훌륭하게 아름답고, 다양한 생명을 양육하고 키워 냈던, 아마도 우주 역사상 유일한 행성인 지구를 말이다. - P375

이 모든 이야기가 버겁게 들린다면 한 가지를 기억하라. 아직은 전부 망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만약 당장 내일부터 전 지구적으로 탄소배출을 멈춘다면, 온난화는 1.5℃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약간의 추가 온난화와 빙하 융해가 이미 진행 중이어서 어쩔 수 없지만, 그렇게 비중이 크지는 않다. 탄소 관련 전 세계 온도 조절 장치는 여전히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다. 앞으로 건설될 공항 활주로, 불이 붙을 석탄 보일러, 시동이 걸릴 가솔린 엔진처럼 아직 완결되지 않은 선택지들이 우리의 미래가 얼마나 뜨거워지고 생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을지 결정하게 될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쓴 이유는 피할 수 없는 종말론에 대한 불길한 예언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직면한 선택지에 대해 설명하고 경고하기 위해서였다. 내가 이 책에서 제시한 증거를 인류의 미래를 바꾸기에는 ‘너무 늦었다’라고 선언해야 할 이유로 삼는 사람들이 있다면, 의도적으로 내 메시지를 잘못 해석하고 있는 셈이다. - P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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