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
임현정 지음 / 페이스메이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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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어느날 우연히 유튜브 영상을 통해서 알게 된 피아니스트 임현정 님. 아빠가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음악에 관심이 있거든. 음악에 관련된 책들도 가끔 보고, 음악에 관련된 콘텐츠도 가끔 보고 듣고, 물론 음악 자체도 즐겨 듣고하기야 음악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있으려나.

그런데 아빠는 애석하게도 음악을 평가하는 귀는 가지고 있지 못했어. 피아니스트들이 치는 음악을 들어봐도 정확히 차이점을 잘 모르겠어. 그런데 임현정 님이 치는 피아노 연주는 한번만 봐도 한번만 들어도 차이가 확 나더구나. 힘이 느껴지고, 속도감이 느껴졌어. 그리고 음악에 취해서 연주하는 모습 또한 좋았단다. 정말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구나, 이런 생각을 했단다. 처음 우연히 보고 난 다음 임현정 님의 연주 모습을 여럿 찾아보았단다. 여성 피아니스트라고 하면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연주하는 경우도 많은데, 임현정 님은 대부분 블랙의 편안해 보이는 의상을 입으셨는데 긴 검은 머리와 잘 어울리시는 것 같았어.

혹시나 하고 인터넷 서점에서 임현정 님을 검색해 보았더니 책도 내셨구나. 그 중에 최근에 출간된 <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라는 책을 읽었단다. 지은이도 이야기한 것처럼 베토벤에 대한 책들은 너무 많아서, 누군가는 또 베토벤이냐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임현정 님은 자칭 베토벤 스토커라고 할 정도로 베토벤에 푹 빠져 사시는 임현정 님께서 음악가에 대한 책을 쓴다면 가장 먼저가 베토벤인 것은 당연했을 거야. 특히 임현정 님은 24살 때 유명 음악사의 제안을 받고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다 외워서 녹음을 했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그 앨범으로 우리나라 최초로 빌보드 클래식 종합 차트 1위를 했다고 했어. 이 내용을 보니 어렴풋이 기억나는구나. 우리나라 사람 중에 빌보드 차트 1위를 했던 클래식 연주자가 있다는 소식. 그 분이 임현정 님이었구나.

이 책을 읽다 보니, 처음 프랑스로 유학을 간 지 20년 정도 되었다고 했어. 스무 살에 갔다고 해도 그럼 벌써 마흔이 넘었나? 아빠가 본 영상에서는 꽤 젊어 보였는데이래서 알아보니 프랑스 유학을 열네 살에 갔다고 하는구나. 그것도 혼자서중학교 1학년 때될 사람들은 떡잎부터 다르다더니이 책을 읽고 나서 임현정 님이 쓰신 책을 한 권 더 샀어. 그 책은 유럽에서 임현정 님께서 프랑스어로 출간한 책을 다른 번역가가 우리말로 옮긴 <침묵의 소리>라는 책이란다. 그 책에서는 임현정 님 자신에 관한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온다고 하는데, 임현정 님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그 책을 읽고 다시 이야기하는 것으로 하자꾸나. 그 책도 기대되는구나.

1.

임현정 님께서 베토벤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베토벤 음악을 좀 더 잘 파악하기 위해서 베토벤의 삶에 대해서 알게 되었는데, 그러나 베토벤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고 하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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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베토벤의 곡을 연주하는 일은 단지 음악 작품을 연주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이라는 존재를 다방면으로 이해하려는 시도이자, 우리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려는 시도다. 베토벤의 삶을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는 인생을 조명하는 것이 음악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고, 그 과정에서 많은 감화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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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임현정 님이 연주하는 베토벤의 곡이 너무 빠르다는 평을 받는다고 하더구나. 하지만 임현정 님은 베토벤의 악보대로 연주한다고 하셨어. 너희들은 피아노를 칠 줄 아니 메트로놈도 아빠보다 더 잘 알잖아. 임현정 님께서 이야기하기를, 베토벤의 악보에 적혀 있는 메트로놈의 속도에 맞춰 연주를 한 것뿐이라고 하더구나. 최근에 많은 연주자들의 베토벤 연주는 원래 메트로놈의 속도보다 느리게 연주한다고 하셨어. 심지어 어떤 음악가는 베토벤 악보에 적혀 있는 메트로놈의 숫자가 실수로 잘못 적힌 것이라는 하는 이도 있다고 했어. 아빠는 임현정 님이 빠른 속도로 연주하는 베토벤의 음악이 더 듣기 좋았단다. 힘이 있고, 속도감이 있고, 마치 락을 듣는 기분이었어.

음악가는 어떤 연주를 해야 할까? 남들이 듣기 좋아하는 음악을 해야 할까? 자신만의 스타일을 연주해야 할까? 연주자마다 추구하는 것이 다르겠지만, 임연정 님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한다고 생각하는 연주자였어. 고전음악가들도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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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억제하고 나보다 남의 시선을 우선시하면서 연주하는 연주자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마음을 바꾸면 좋겠다. 고전 음악가라고 불리는 그들이 오늘날까지 우리와 함께 살아 숨 쉬는 이유는 틀을 벗어난 혁신적인 정신을 음악에 녹여냈기 때문이다. 그들의 작품이 세월을 관통해 우리에게까지 감동을 줄 수 있는 이유는 단 한 치의 위선 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표현하는 위험을 감수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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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에 관해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지는 않구나. 임현정 님께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미 베토벤에 관한 좋은 평전들이 많이 있으니까 말이야. 이 책은 피아니스트 임현정 님께서 베토벤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고, 음악을 사랑하는 임현정 님이 조곤조곤 들려주는 음악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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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음악이야말로 표현이 자유로운 언어다. 사회가 문학을 검열하고 억압했을 때 마지막까지 자유롭게 메시지를 던질 수 있었던 도구는 바로 음악이었다. 위대한 음악가들의 연주는 굳이 눈으로 보지 않아도 누가 연주하는지 대번에 알아들을 수 있다. 그들은 기계처럼 악보대로 연주하는 수준을 벗어나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 곡을 재창조한다. 이그나츠 프리드만이 연주하기 시작하면 즉시 그임을 알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는 나의 전폭적인 찬탄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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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서 화제가 되었던 임현정 님의 베토벤 소나타 연주 전집을 검색해 보았더니 절판되었더구나. 안타깝네.

PS:

책의 첫 문장: 처음 베토벤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풀어보겠다고 결심했을 때, 이미 베토벤에 관한 훌륭한 평전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책의 끝 문장: 그는 앞으로도 영원히 내 인생의 롤모델이자 큰 영감으로 남을 것이다.


베토벤 역시 자아가 강한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의 음악이 찰나의 순간 듣고 끝나는 무언가가 아닌, 영원히 신화처럼 남을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기 작품에 일일이 작품 번호를 매기고 엄격하게 관리했다. 작품 번호를 붙이지 않은 곡도 있지만 심혈을 기울여 애착이 가는 작품에는 꼭 작품 번호를 붙여 정식으로 출판했다. - P62

침묵은 자신의 마음이다. 그 마음 안에 불필요한 생각과 감정이 가득 차 있다면 이어질 음악이 온전하게 느껴질 리 없다. 그래서 침묵의 순간에는 고요함과 평온함을 유지해야 하며, 그 깊은 안정감에서부터 에너지를 일으켜야만 모든 격한 감정들을 요동치게 만들 수 있다. - P64

누구나 남들은 모르는 자신만의 약점이나 트라우마가 한두 가지쯤은 있을 것이다. 그것을 강점으로 승화하는 것은 온전히 자신의 태도에 달려 있다. 현재 자신의 사정이 너무 불리하다고 해서 미래의 가능성마저 닫아버려서는 안 된다. 과거는 이미 끝났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러므로 자신이 지금 당장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 곰곰이 따져보아야 한다. 현재보다 더 중요한 시간은 없다. 과거의 시간에 매몰되어 절망에 사로잡히기보다는 미래를 바꿀 현재의 선택이 더 중요하다. - P88

젊음이 가지는 눈부신 활력과 무모함은 그 고유의 아름다움이 있다. 그리고 장년의 지혜와 깊이 있는 열정은 장년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다. 간혹 젊은 음악가들이 왜 벌써부터 하얀 머리가 난 철학가처럼 심오한 분위기를 풍기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지나간 젊음은 다시 오지 않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베토벤이 20대 때 작곡했던 초기 피아노 소나타의 열정과 활기를 그대로 표현해낸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슈나벨이 진심으로 존경스럽다. - P109

음악에서 말하는 템포는 속도가 아닌 ‘시간’을 뜻한다. 이탈리아어로 시간은 템포(tempo), 영어로는 타임(time), 프랑스어로는 떵(temps)인데, 굳이 여러 나라 언어를 언급하는 이유는 이 모든 단어들이 라틴어 ‘템푸스(tempus)’에서 유래된 것임을 상기시키기 위해서다. 여기서 ‘템(tem)’은 무언가를 자른다는 뜻으로, 즉 템푸스는 ‘시간을 자른다.’ ‘시간을 나눈다.’라는 뜻이라고 보면 되겠다. 절을 영어로 ‘템플(temple)’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자른다는 뜻의 ‘템’에서 유래되었다. 속세에서 떨어져 있다는 뜻에서 템플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다.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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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2022-01-07 09: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임현정님이 유튜브 채널에서 이 책을 함께 읽으며 독자들과 대화하기도 하세요. 자유롭게 대화하면서 즉흥적으로 관련 곡을 연주해주기도 하시고요 ㅎㅎ

bookholic 2022-01-07 18:38   좋아요 1 | URL
저도 그 영상을 찾아서 보도로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유니와책친구들 2022-01-07 09: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아빠에게 이런 편지를 받는 자녀분들운 넘 행복할 것 같아요!

bookholic 2022-01-07 18:39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그런데 제가 몇몇분께는 말씀드렸는데, 아이들이 이 편지의 존재를 아직 모릅니다 ㅎㅎ
행복한 주말 되십시오~~^^

mini74 2022-02-10 17: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베토벤의 보은인가요 ㅎㅎ 이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bookholic 2022-02-12 05:04   좋아요 1 | URL
ㅎㅎ 고맙습니다.. 오늘은 베토벤의 고마움을 느끼며 베토벤의 음악을 들어봐야겠어요...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새파랑 2022-02-10 18: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이번달도 당선 축하드려요~!!

bookholic 2022-02-12 05:05   좋아요 2 | URL
네, 고맙습니다~~~
늘 변변치 않은 글에 ˝좋아요˝ 버튼 눌러주신 덕입니다 ㅎㅎ
즐거운 주말 되시고요~~ 이번주말도 책과 함께~~

이하라 2022-02-10 18: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축하드립니다^^

bookholic 2022-02-12 05:05   좋아요 1 | URL
늘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따뜻하고 행복한 주말 되십시오~~

서니데이 2022-02-10 22: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bookholic 2022-02-12 05:06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scott 2022-02-10 23: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북홀릭님에게 임현정님이 진짜로 선물을 주셨네요!
아들과 딸에게 비밀로 😊

bookholic 2022-02-12 05:09   좋아요 2 | URL
ㅎㅎ 그렇게 되었네요..
책 읽을 때 책 제목도 유심히 봐야겠어요~~
임현정 님 SNS에 가서 고맙다고 인사라도 해야겠어요...
행복한 주말 되십시오~~^^

러블리땡 2022-02-11 00: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려요 ~ 즐거운 주말 되세요 ^^

bookholic 2022-02-12 05:13   좋아요 1 | URL
러블리땡 님, 고맙습니다~~
좋은 책과 함께 즐거운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

thkang1001 2022-02-11 01: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bookholic 2022-02-12 05:14   좋아요 1 | URL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따뜻하고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강나루 2022-02-11 14: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 축하해요^^

bookholic 2022-02-12 05:16   좋아요 2 | URL
강나루 님, 늘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시고요~~

thkang1001 2022-02-12 06: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감사합니다! 행복한 주말과 휴일 보내세요!
 
나인 (양장) 소설Y
천선란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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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몇 달 전에 아주 재미있게 읽은 <천 개의 파랑>의 작가, 천선란 님의 새로운 소설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는 예약 판매까지 해서 구입했단다. <천 개의 파랑> SF지만 따듯한 휴머니즘이 담겨 있었는데 이번에 나온 <나인> SF지만 따뜻한 휴머니즘이 담겨 있었어. 아빠의 취향으로 봤을 때 <나인>이 더 좋았단다.

<나인>이라고 하면 오래 전에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 <나인>도 생각났단다. 주인공인이 아홉 번의 시간 여행을 하면서 겪는 에피소드로 구성된 드라마였는데, 아빠가 재미있게 봤거든. 물론 이번에 읽은 <나인>과 드라마 <나인>은 전혀 관련이 없어. 그 드라마보다 저 재미있었어. 언젠가는 이 소설도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져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웹툰으로 재탄생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최근 우리나라 드라마, 영화, 웹툰 등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우리나라 소설들도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구나. , 그럼 천선란 님의 <나인>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게. 아빠의 편지는 늘 그렇듯 스포일러를 가득 실려 있는데 이 소설은 더더욱 스포일러를 모르고 봐야 재미있을 것 같구나.


1.

주인공은 나인이라는 17살 고등학생이란다. 부모님은 없고, 이모와 함께 살고 있어. 이모의 이름이 유지라서 유지 이모라고 불렀고, 줄여서 지모라고 불렀단다. 지모는 브로멜리아드라는 화원을 하는데, 일반적인 화원이 아니고 희귀한 식물들을 주로 판매하는 화원이었어. 나인과 지모가 살고 있는 도시의 이름은 선연시라는 곳인데, 지은이가 만든 가상의 도시란다. 선연시 주변에는 선연산이라는 산이 있는데 이 또한 지은이가 만든 가상의 산. 나인의 절친 두 명이 있었는데, 한 명의 이름은 미래, 나머지 한 명의 이름은 현재였단다. 과거라는 친구는 없었어ㅎ 미래는 부모님이 이혼을 해서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데, 미래의 엄마는 경찰이었고, 애인이 요한이라고 하는 여자였단다. 자신이 성소수자인줄 모르고 살았다가 뒤늦게 진정한 사랑을 만난 케이스.

나인은 어렸을 때부터 태권도 도장에 다녔는데, 태권도도 수준급이었단다. 나인이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는 2 년 전에 실종한 박원우라는 선배가 있었단다. 사건은 단순 가출 사건으로 종결되었지만, 박원우의 아버지는 몇 년 째 계속 전단지를 나눠주고 붙이면서, 아들을 찾고 있었단다. 이런 배경으로 소설은 시작된단다.


2.

그런데 최근 나인은 자주 환청이 들이는 경험을 하게 된단다. 뜻 모를 말들이 계속 들려왔어. 어느날 해승택이라는 동갑내기 학생이 나타냈어. 그러면서 나인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너는 식물이야라고 이야기했단다. 그리고 최근에 들리는 환청은 환청이 아니라 식물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라고 했단다. 말 같지도 않아서 떠 넘겼다가 그 이야기를 지모에게 이야기를 했는데, 지모는 어렸을 때 사진을 보여 주면서 그 말이 맞다고 했어. 흙에서 태어나서 사진 속 흙이 묻은 어린 아기가 나인이라고 했어. 그리고 지모 자신도 식물이라고 했단다.

며칠 뒤 해승택이 다시 나타나 나인의 정체에 대해 설명해주었어. 나인은 누브족이라고는 외계인이라고 했어. 해승택 자신도 나인과 마찬가지로 누브족이라고 했단다. 누브족은 어느 나이가 되면 손끝에서 새싹이 돋아나는데 그것을 심으면 아기가 태어난다는 거야. 열을 심으면 보통 두셋은 자란다고 하는데나인과 해승택이 태어난 이후로는 지구상에서 더 이상 태어난 누브족이 없다고 했어. 지구 온난화로 인한 환경이 변해서 그렇게 되었다는 것 같아. 그래서 누브족들은 또 다시 그들이 살아가야 할 행성을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어. 나인은 지모의 손톱에서 자란 새싹에서 태어난 아이였어.

나인은 승택과 함께 선연산에 가서 나무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어. 그 중에 한 불쌍한 나무. 일제 시대 일본 경찰에 쫓겨 총맞고 선연산에서 죽었는데 나무가 되었다고 하는 금옥이라고 하는 나무야. 자신이 사람이었을 때의 이야기를 해주기도 하고, 2년 전에 나무가 되어 들은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그 내용은 충격적인 내용이었단다. 네 남학생들이 선연산에 왔다고 했어. 그 중 한 명은 박원우라는 학생이고, 또 한 명은 권도현이라는 학생이었어. 그리고 박원우가 지금 이 곳에 묻혀 있다고 했어. 그러니까 실종된 줄 알고 있던 박원우 선배는 사실 이곳에서 죽은 다음 묻혀 있는 것이야. 그 죽음에는 권도현이라는 선배와 연루가 되어 있고 말이야.

이런 진실을 알게 된 나인. 하지만 이 사실을 어떻게 알려야 할지 몰랐단다. 경찰에게 이걸 어떻게 설명을 할 수 있겠어. 그래서 무작정 경찰서에 갔다가 되돌아오기도 했단다. 나무가 그러더라고 할 수도 없고 말이야.

나인은 직접 권도현을 찾아갔어. 그리고 박원우 이야기를 꺼내자, 권도현은 당황하며 나인을 멱살을 잡고 때리려고 했어. 그때 현재가 와서 위기를 모면하게 했단다. 이로써 권도현이 범인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단다. 권도현 선배는 고3인데, 큰아버지가 학교의 이사장이고 아버지는 선연시 대형 교회의 목사이고, 어머니는 잘 나가는 종합학원 원장님이었단다. 그러니까 엄청 잘 사는 집의 둘째 아들이었던 거야. 그러나 박원우 사건이 있고 난 이후에는 최근에 심신이 많이 약해져서 헛것도 자주 보고, 코피도 자주 흘리고 그랬어. 뜻하지 않았지만, 사람을 죽였고 그것도 친했던 친구를 죽였고, 그 죄를 숨기며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들겠니. 박원우 사건은 권도현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알고 계신데 그 일을 숨기려고 공권력에 뇌물을 주는 등 별의 별일을 다 했단다. 그런데 그렇게 하는 이유는 아들의 죄를 숨기기 보다는 모두 자신들의 명예와 부가 무너질까 봐 그랬던 거야.

원래 권도현과 박원우는 태권도 도장을 함께 다니는 엄청 친한 친구였단다. 그러다가 도현이 태권도 도장을 그만 두고 학원에 다니면서 멀어졌고, 그리고 도현의 엄마가 가난한 원우와 만나지 못하게 했단다. 그리고 원우가 진지하게 외계인을 봤다는 이야기를 떠벌리고 다니면서, 친구들은 고등학생이나 되었으면서 외계인이야기나 하고 다닌다며 왕따를 시키기도 했어. 도현도 새로 사귄 나쁜 친구 송우준, 김민호와 어울리면서 원우를 멀리하게 되었어. 박원우가 죽은 날 함께 있었던 나머지 두 친구도 바로 송우준과 김민호였고, 그들의 입을 막기 위해서 권도현의 아버지는 엄청난 돈을 써야 했단다.


3.

나인과 승택은 금옥 나무를 찾아가서 어떻게 하면 도현이 저지른 범죄를 알릴 수 있을까? 자신들의 정체를 숨기면서 말이야. 나인이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되고, 그것도 미래와 현재가 아무리 친해도 말 할 수 없는 비밀이 생기고, 박원우 사건을 조사하다 보니 자연히 미래와 현재와도 사이가 멀어졌어. 미래와 현재도 무슨 일인지 최근에 사이가 안 좋아 보였어. 미래는 나인이 엄마가 일하는 경찰서에 찾아왔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인에게 화해를 하려고 갔다가 나인이 태권도 도장 선배인 석구에게 박원우에 대한 이야기하는 것을 듣게 되었어. 석구는 도현을 친동생처럼 아끼는 형이었는데, 도현의 이야기를 하니 참았던 울음보가 터졌단다. 석구의 이야기를 듣고 보면 도현과 원우가 엄청 친했기 때문에 도현이 원우를 죽였을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

나인은 산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승택과 함께 자주 선연산에 갔단다. 그러다가 다른 누브족이 갖지 않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돼. 나인은 산의 나무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정신을 집중하면, 나인의 에너지가 파란 빛의 에너지가 발산하여 식물들의 키가 순간적으로 자랐어. 갑작스러운 식물들의 성장을 캐시 위한 방송국 차들이 선연산으로 몰려 들기도 했단다.

미래가 나인과 석구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엄마에게 박원우 사건에 대해 이야기했어. 미래의 엄마 경혜는 2년 전 박원우 사건 자료를 찾아보려고 했는데, 감쪽같이 다 사라진 거야. 담당 경찰한테 물어보니 팀장이 다 가져갔다는 거야. 권도현의 아버지의 돈줄이 여기까지 미쳐 있구나. 돈으로 다 막아 둔 것인데, 나인은 다시 곡괭이로 파헤치려고 하는 것이었어.

….

나인과 승택은 다시 선연산에 가서 이야기를 듣게 된단다. 이번에는 2년전에 있었던 상세한 모든 이야기를 듣게 돼. 권도현은 송우준, 김민호와 함께 술을 먹고 나서 원우를 불러 술값을 계산하라고 했어. 원우는 그 자리에 왔고, 그들은 함께 산에 갔어. 도현은 원우가 친구들에게 왕따 당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한편, 원우가 외계인이 있다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이제는 그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원우와 다시 친해지려고 했지만, 둘은 말다툼을 하게 되었고, 홧김에 원우를 밀쳤는데 그곳에 벼랑이 있어서 그만 원우가 떨어지고 말았단다. 겁에 질린 도현이 부모님께 연락을 하고, 부모님이 와서 원우를 땅 속에 매장한 것이란다. 그런데 나무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벼랑에 떨어지긴 했지만, 원우가 생존에 있다는 것이었어.

정신을 한데 모아 집중하며 듣던 나인은 자신도 모르게 다시 파란빛의 에너지를 발산하며 주변의 식물을 또 크게 만들었단다. 이때 미래와 현재가 나인을 찾기 위해 선연산으로 오는 도중에 선연산에서 순간적으로 파랗게 빛을 보았단다. 그리고 선연산에서 미래와 현재는 나인을 보았단다. 나인과 승택은 더 이상 정체를 숨기지 않고, 미래와 현재에게 자신의 정체를 이야기했단다.

이후 이야기는 나인, 미래, 현재, 승택이 잘 작전을 짜서, 권도현이 고백을 하도록 하고, 모든 진실들이 세상에 알려지고, 죄를 지은 자들은 벌을 받는 해피 엔딩으로 끝을 맺게 된단다.


4.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좋은 문구들이 많이 나온다는 점이란다. 지은이 천선란 님은 어떻게 그런 문장들을 만들어낼까? 아래 같은 글은 연륜이 묻어나는 글처럼 보이는데, 젊은 작가의 펜에서 나왔다는 것이 대단하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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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나이를 먹는다는 건 세상의 비밀을 한 꺼풀씩 벗겨 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벗겨 낸 세상의 비밀을 한 겹씩 먹으면, 어떤 비밀은 소화되고 흡수되어 양분이 되고, 어떤 비밀은 몸 구석구석에 염증을 만든다. 비밀의 한 꺼풀을 먹지 않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세상의 시스템은 그걸 먹어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설정되었다. 그러니 언젠가는 반드시 먹어야만 하는 것이다. 시기가 너무 이르면 소화하지 못해 탈이 나거나 목이 막혀 죽기도 하고, 너무 늦으면 비밀을 흡수하지 못하고 그대로 배출시켜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텅 빈 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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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 좋은 글들이 많이 실려 있단다. 아빠가 이 책을 읽고 나서, Jiny가 이 책을 읽어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책의 내용도 재미있고 말이야. 그래서 아빠가 줄거리를 대략적으로 이야기를 해주니, 먼저 읽어봐도 되냐고 물어보더구나. 그래, 한번 읽어보라고 했는데, 이 책에 푹 빠지셔서 이틀 만에 뚝딱 읽고 역대급으로 재미있다는 감상평을 하셨지. 그러면서 아빠가 읽은 책 중에 자신이 읽을 만한 책이 또 없냐고 물어봤지... 너희들보고 언제나 천천히 자라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쑥쑥 금방 자라니 이렇게 책을 함께 읽는 행복도 금방 찾아오기도 하는구나.

천선란 님의 작품은 아빠는 이번이 두 번째인데 예전에 출간한 다른 책들도 한번 찾아봐야겠구나. 그런데 진짜 지구인들 사이에서 지구인과 똑 같은 모습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외계인들이 있는 거 아냐?


PS:

책의 첫 문장: 그곳은 원래 죽은 땅이었다.

책의 끝 문장: 그곳은 원래 죽은 땅이었어요.


감정에 가라앉는 건 아무것도 바꿀 수가 없고, 무언가에 슬픔을 느꼈다면 그 슬픔을 다시 느끼지 않도록 원인을 분석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믿었다. 이를테면 현재가 울 때마다 미래는 현재를 울게 만든 원인을 찾아 없애는 식이었다. 놀리는 애가 있으면 찾아내 혼내거나 어른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며, 시험을 망쳤을 때는 울어 봤자 성적이 바뀌지 않으니 그 시간에 차라리 영어 단어나 외우고 수학 문제 하나라도 더 풀라고 말했다. 몇몇 친구는 그런 미래의 화법을 불쾌하게 여기거나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지만 나인과 현재는 그런 미래를 좋아했다. - P49

찰나의 표정이란 감정을 가장 진솔하게 비추는 호수의 수면 같은 것이다. 조그만 충격에도 금방 흩어지고 만다. 바람조차 불지 않는 한때, 잠시 생겼다 사라지는 마법 같은 것이다. 그러니 원망할 수가 없다. 미워할 수도 없고. 어쩌겠는가. 안쓰럽다는 걸, 불쌍하다는 걸, 가엾다는 걸, 애잔하다는 걸. 때때로 어떤 이들의 표정은 파도같이 잔잔하게 밀려오다 부서지고 흩어진다. - P112

살아간다는 건, 적응한다는 건, 익숙해진다는 건, 버텨야 한다는 건, 존속한다는 건, 그러니까 끈질기게 존재한다는 건, 세계라는 바다 위를 항해하는 배가 가라앉지 않도록 무게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지한다는 건 지킨다는 것이고 동시에 버린다는 것이다. 지켜야 하는 것은 존재하는 것이고, 버려야 하는 건 존재했던 모두다. - P189

그렇게 어떤 일은, 죽음은, 억울함은, 호소는 한없이 뒤로 밀리고 밀려 세상 밖으로 떨어지게 된다는 걸, 그렇게 사라지지도 분해되지도 해결되지도 않은 상태로 우주를 떠돌게 된다는 걸 미래는 아직 모른다. 영원히 몰랐으면 좋겠지만 조금씩 알게 되겠지. 그걸 알아가는 게 살아가는 것이고, 나이를 먹는 거겠지. 그렇다면 이것도 알게 됐으면 한다. 세상 밖으로 밀려나는 건 온몸으로 막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한 명이 막는 것보단 여러 명이 막는 게 더 좋다는 것, 무른 흙도 밀리고 밀리다 보면 어느 순간 아주 단단해진다는 것. - P376

이 꽃이 처음 싹을 틔웠을 때는 이 세상이 지구였는지도 몰랐을 거야.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채 일단 있는 힘껏 세상 밖으로 나와 봤겠지. 물을 머금지 못하는 흙과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시선과 앞으로 겪어야 할 많은 시련이 있다는 걸 알았더라면 다른 씨앗들처럼 일찍이 삶을 포기했을 텐데, 땅에 있을 때부터 나인은 앞으로 달려 나가는 것밖에 하지 못해 기어코 세상에 나왔다. 그렇지만 나인은 후회하지 않는다. 이 행성이 자신의 행성이 아니라는 걸 알아도 외롭지 않다. 후회한다고 해서 다시 땅속으로 기어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 - P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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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3 - 7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7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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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드디어 <마스터스 오브 로마> 마지막 권이구나. 지은이 콜린 매컬로는 6부에서 끝내기로 했는데, 팬들의 요청으로 7부까지 쓰게 되었다고 이야기했잖아. 7부를 읽고 났더니, 팬들이 잘 한 것 같구나. 왜냐하면, 옥타비아누스가 로마의 일인자가 되면서 끝나는 7부의 끝맺음이 <마스터스 오브 로마>의 알맞은 끝맺음인 듯했어. 6부에서 끝났다면 뭔가 아쉬움이 많이 남았을 텐데 말이야.

, 그럼 제 7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3권의 이야기를 해줄게.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3권은 기원전 32년부터 27년까지의 이야기란다.

이제 옥타비아누스와 안토니우스의 내전은 불가피해 보였어. 하지만, 옥타비아누스는 내전에 대한 부담감이 컸단다. 내전이 끝난 지 얼마 안 되어서 또 내전을 한다면 로마 시민들의 여론도 안 좋아질 거야. 그리고 여전히 안토니우스의 측근들이 로마 원로원에 다시 포진하고 있었어.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2권에서 안토니우스가 동방에서 저지른 잘못들에 대해서 공개되었음에도 말이야. 그들 중 일부는 로마를 떠나 안토니우스가 머물고 있는 동방으로 이사를 갔단다. 마치 예전의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와 비슷한 관계가 되어 갔어. 그 때도 카이사르 진영은 로마에 있었고, 폼페이우스와 원로원들은 동방에 머무르고 있었잖아.

옥타비아누스는 이번 전쟁을 내전이 아닌 국제전이라는 여론을 만들었단다. 그러니까 옥타비아누스 대 안토니우스가 아닌, 옥타비아누스 대 클레오파트라의 전쟁, 즉 로마와 이집트 간의 국제 전쟁 구도로 몰고 갔어. 이집트가 엄연한 로마의 땅들을 빼앗았으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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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오늘 아침 강조하고 싶은 점은, 저는 현상황이 마르쿠스 안토니우스 탓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책임은 클레오파트라에게 있습니다. 그 여자, 오로지 그 여자 탓입니다! 꾸준히 서쪽으로 진군한 사람은 클레오파트라지, 그 여자의 꼭두각시요 인형인 안토니우스가 아닙니다. 그가 추는 춤은 이집트의 춤입니다. 저나 로마나 무슨 짓을 했다고 육군과 해군의 위협을 받아야 합니까? 로마와 저는 우리의 의무를 다했을 뿐, 동방에 있는 안토니우스를 위협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런데 그가 왜 서방을 위협할까요? 정답은, 우리를 위협하는 사람은 그가 아니란 겁니다! 그가 아니라 클레오파트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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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와중에 옥타비아누스는 안토니우스가 로마를 배신했다는 증거가 그의 유언에 담겨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원래 다른 이의 유언을 보는 것은 불법이었어. 하지만, 안토니우스를 완벽한 적으로 만들기 위한 결정적 증거이기 때문에 무리를 해서라도 그 유언을 빼와야 했단다. 아내 드루실라의 도움으로 옥타비아누스는 안토니우스의 유언을 얻어낼 수 있었단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불법이긴 했지만 말이야.

안토니우스의 유언에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단다. 자신이 죽고 나면 자신이 관리하고 있던 로마의 영토와 권한은 모두 이집트 클레오파트라에게 넘긴다는 내용이었어. 이젠 이를 막기 위해서는 클레오파트라와 전쟁을 해야 했단다. 로마 시민들도 동의를 해줄 수 있는 명분이 생긴 거야.


1.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도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어. 안토니우스가 옛 모습을 되찾기만 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어. 안토니우스에게 전쟁 물자를 제공하기로 전쟁 준비에 돌입했어. 클레오파트라는 자신도 전쟁에 참여하고, 특히 작전 회의에 참가하겠다고 했는데, 안토니우스의 부하들이 외국 사람이고 더욱이 여자라는 이유로 강하게 반대했단다. 그나마 카니리우스란 사람만이 긍정적으로 생각했단다. 하지만 돈줄을 대고 있는 클레오파트라의 주장을 계속 무시할 수 없었어. 결국 클레오파트라는 전쟁에서 참여하게 되었어. 전쟁에 참여한 클레오파트라는 로마의 장수들과 계속된 의견 충돌을 보였단다.

옥타비아누스는 직접 군함을 이끌고 이집트로 행했어. 이번에는 아그리파가 총 지휘를 했어. 하늘도 옥타비아누스를 도왔는지, 파도와 바람이 그들에게 유리하게 치고 불었단다. 악티온이라는 곳에서 해상 전투. 아빠는 악티움 해전이라고 기억하는데, 이 책에서는 악티온이라고 하는구나. 외국어 표기이다 보니 다르게 쓰긴 했지만 같은 거란다.

이 해전에서 옥타비아누스 측은 대승을 거두게 된단다. 어쩌면 이미 전투의 승리를 결정되어 있을 수도 있어. 로마군은 옥타비아누스를 중심으로 똘똘 뭉쳤지만, 안토니우스 군은 내부 갈등을 보이고 있었으니 말이야. 전투에서 밀리게 되자,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는 몰래 몇몇 군단만 이끌고 이집트로 도망갔단다. 아직 전쟁이 한창인데 말이야. 악티온에서 전투는 옥타비아누스의 로마군의 대승이었단다.

이제 이집트로 진군을 해야 옳겠지만, 이탈리아에서 레피두스의 반란 소식이 전해졌단다. 2차 삼두연합의 한 사람이었던 레피두스가 반란을 일으켰는데, 이미 시칠리아에서도 한번 배신을 했던 기억이 있어 그리 놀랄 일은 아니구나. 아무튼 레피두스의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로마로 돌아온 옥타비아누스. 그런데 괜히 왔구나. 이미 마이케나스가 진압해 버렸어 ㅎㅎ. 옥타비아누스의 주변에는 믿음직스러운 능력자들이 있어서 그가 더욱 세력 확장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구나. 이제 다시 옥타비아누스는 마지막 퍼즐을 맞추기 위해 이집트로 진군하였단다.


2.

한편 이집트로 돌아온 안토니우스는 전쟁의 패배에 상실감이 컸어. 지은이는 안토니우스가 전쟁에서 패배한 것에 대해 두 가지 이유를 뽑았는데, 그 중에 하나는 리스크 관리를 하지 않고 너무 낙관적으로 대응했다는 점이고, 나머지 하나는 전쟁 준비보다 클레오파트라에 올인했다는 점이라고 하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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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한마디로 말해 안토니우스는 개별 전투를 지휘할 수 있는 있어도 전체 군사작전을 지휘하지는 못했다. 모든 게 잘되리라 여기는 그의 낙천적인 믿음은 끊임없이 등한시되는 병참과 보급품 문제에만 이르면 그를 저버렸다. 게다가 안토니우스는 클레오파트라를 만족시키는 데 골몰한 나머지 장비와 물자에 관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녀의 비위를 맞추느라 온 힘을 써버린 탓이었다. 그의 참모진에게는 이것이 약점 같아 보였지만, 안토니우스의 진짜 약점은 그가 클레오파트라를 죽이고 그녀의 군자금을 몰수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녀를 향한 애정과 그의 정정당당한 승부 정신이 그것을 불가능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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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우스는 이집트에 와서 작은 움막을 짓고 그곳에서 은둔 생활을 했어. 얼마 후 클레오파트라의 설득도 있고, 안토니우스도 마냥 은둔 생활만 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 옥타비아누스의 진군에 대비해야겠지. 보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이 전쟁의 패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생각했어.

카이사르와 클레오파트라의 아들 카이사리온은 어느덧 성인이 되었단다. 성인이 되니 카이사리온은 더욱 카이사르와 똑 닮았단다.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그에게는 위험이 되었어. 왜냐하면 그가 로마에 나타나면 로마 시민들은 카이사르가 환생했다면서 진정한 카이사르의 후계자가 나타났다면 그를 떠받들 것이고, 그러면 옥타비아누스가 위축이 될 것이니 말이야. 옥타비아누스가 그를 발견하면 바로 죽일 것이라고 생각한 클레오파트라는, 카이사리온은 인도로 보냈단다. 그런데 클레오파트라의 실수는 카이사리온에게 카리아시온의 외모가 카이사리온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게 한다고 이야기하지 않은 점이란다.

카이사리온은 자신이 충분히 옥타비아누스와 협상을 하면 전쟁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카이사리온은 인도로 가는 도중, 옥타비아누스가 머물고 있는 진지로 찾아갔단다. 옥타비아누스는 카이사리온을 보자마자 깜짝 놀랐어. 아버지 카이사르를 너무 닮아서 말이야. 그리고 그가 살아 있으면 자신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바로 깨달았어. 그렇다고 바로 죽인 것은 아니고, 카이사리온에게 카이사리온을 죽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단다. 그제서야 카이사리온은 자신의 외모가 얼마나 위험했던 것인지 깨달았어. 하지만 적지 깊숙이 들어와 있는 상태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없단다. 남자답게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 카이사리온은 자신의 엄마 클레오파트라의 목숨만은 살려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죽고 말았어.

안토니우스는 전쟁의 패배를 확신하고 자살을 했어. 하지만 칼을 심장에 제대로 꽂지 못하고 오랜 시간 고통 속에 죽음을 맞이했단다. 그로 인해 클레오파트라와 이별할 수 있는 시간은 있었지. 드디어 알렉산드리아를 점령한 옥타비아누스는 클레오파트라를 만났어. 잔인하게도 카이사리온의 죽음 소식을 알려주었지. 그리고 클레오파트라에 처분에 대해서 고민을 했단다. 클레오파트라를 죽이려고 했지만, 그렇게 되면 클레오파트라에 대한 동정심이 생기고 자신의 대한 평판이 안 좋아질 것 같았고, 자살을 강요하는 것도 여론은 좋지 않을 것 같았어.

모든 것을 포기한 클레오파트라는 자신이 알아서 하겠다고 했단다. 신하에게 무화과 과일 바구니 심부름을 시킨 클레오파트라. 그 안에는 코브라가 함께 배달되어 왔단다. 그리고 그 코브라가 자신을 물도록 했단다. 자살이긴 했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코브라에 물려 죽은 사고사처럼 보였던 것이지.

이렇게 이집트마저 평정한 옥타비아누스는 양아버지 카이사르도 못한 이집트까지의 점령이었어. 드디어 카이사르 사후 후계자로 임명된 옥타비아누스의 긴 여정이 끝이 났단다. 카이사르가 죽은 건 기원전 44년이었고, 옥타비아누스가 이집트까지 정리한 것은 기원전 30년이니까 약 14년간의 긴 여정이었던 것이지. 허약했던 십대 소년이 30대 젊은 위대한 로마의 일인자가 된 순간이었어. 로마로 입성한 옥타비아누스. 이젠 모든 것을 이룬 그는 집정관에서 물러나려고 했지만, 원로원들의 반대가 이뤄졌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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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옥타비아누스는 서른다섯 살로 일곱번째 집정관을 지내고 있던 1월의 열세번째 날 원로원을 소집했다. “이제 제 모든 권한을 내려놓을 때가 되었습니다. “ 그는 말했다. “위험은 지나갔습니다. 마르쿠스 안토니우스, 그 불쌍한 얼간이가 죽은 지도 2년 밤이 지났고 그를 추악하게 타락시켰던 짐승들의 여왕도 그와 함께 죽었습니다. 그 시기 이후의 소소한 공포와 일시적인 두려움도 모두 사그라졌으며, 그것은 로마의 힘과 영광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로마의 충실한 수호자였고 로마의 지칠 줄 모르는 투사였습니다. 그러므로 원로원 의원 여러분,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제 모든 속주를 포기하겠습니다. 곡물이 나는 섬들, 히스파니아, 갈리아, 마케도니아, 그리스, 아시아 속주, 아프리카, 키레나이카, 비티니아, 시리라 등입니다. 이 속주들을 로마 원로원과 인민의 손에 넘기겠습니다. 제가 유지하고 싶은 것은 저의 존엄, 그에 수반되는 전직 집정관이자 여러분의 원로원 최고참 의원으로서의 자격, 그리고 명예 호민관으로서의 개인적인 지위가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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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타비아누스가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에게는 집정관보다 더 높은 자리를 원했던 것이겠지. 원로원도 그 사실을 알고 그걸 막기 위해 집정관에 계속 머물러 달라고 했을 수도. 노련한 정치인들 같으니옥타비아누스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호칭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여러 가지를 생각했지만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어. 그런 중에 마이케나스가 의견을 하나 주었단다.

아우구스투스. 높은 자들 중에 가장 높은 자, 영예로운 자들 중에 가장 영예로운 자, 위대한 자들 중에 가능 위대한 자. 그것이 아주 마음에 들었던 옥타비아누스는 이제 아우구스투스가 되었단다. 소설은 그렇게 대단원의 막을 내렸단다.

….

소설 밖의 이야기는 워낙 유명하지만 간단히 이야기하면 아우구스투스가 오랜 로마 공화정의 시대를 끝내고, 제정 시대를 열었다는 것이란다. 기원전 27년 그는 로마의 첫 번째 황제가 되어 그가 죽는 서기 14년까지 황제로 재임했단다. 그 이후 로마가 멸망할 때까지 로마는 제정을 유지했고 말이야.

...

이렇게 <마스터스 오브 로마>를 다 읽었구나. 아빠는 이제 <마스터스 오브 로마>를 완독한 사람이란다. ㅎㅎ 아빠가 이 책의 내용을 금방 까먹겠지만, 읽는 동안은 재미있게 잘 읽었단다. 고대 로마에 대한 책들은 너무나 많아서 읽을 거리도 많겠지만, 소설로 흥미롭게 잘 이야기해주는 것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다시 한번 지은이 콜린 매컬로님께 경의를 표하면서 오늘 편지를 마칠게.

언젠가는 너희들도 한번 로마의 재미에 빠져보기를


PS:

책의 첫 문장: “당신 법안은 여전히 비준을 받지 못했습니다.”

책의 끝 문장: 나는 아우구스투스다. 유일무이한 아우구스투스.





"로마인들이,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이 민족이 왜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신격화했는지 말해주겠소. 그건 정말이지 로마인답지 않은 행동이거든. 사람들은 그를 사랑했소! 휘하 병사들이 그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려 했다는 장군들은 많았지만, 로마와 이탈리아의 모든 사람들이 그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려 했던 이는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밖에 없소. 그분은 포룸 로마눔을 걸을 때, 로마나 다른 이탈리아의 도시의 뒷골목과 빈 민가를 걸을 때 마주치는 사람 모두를 동등하게 대했소. 그들과 농담을 주고받고 그들의 소소한 넋두리에 귀를 기울이고 도움을 주려 애썼소. 수부자 지구의 빈민가에서 태어나 자란 그는 최하층민 무리 속에 있을 때면 그들의 일원처럼 행동했소. 그들의 은어를 사용하고 그곳 여자들과 잠자리를 했으며 그들의 냄새나는 아기들에게 입맞추고 그들의 힘든 처지에 공감하여 울기도 다반사였소. - P197

그러다 저 교만하고 지독한 속물들과 돈밖에 모르는 자들이 그를 살해했으니, 로마와 이탈리아 인민들은 그를 잃는 걸 견딜 수 없었던 거요. 바로 그들이 그를 신으로 만들었소, 원로원이 아니라! 실상 원로원은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 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주도하에! – 어떻게든 카이사르 숭배를 진압하려 했지. 그래봤자 소용없었소. 그의 피호민이 군대였기에 나는 그분의 재산과 함께 군대도 상속받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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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29 00: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마스터스 오브 로마> 완독 ! 추카 합니다!!
이제 저 책 탑들 아들과 딸이 물려 받을 탑!
⸜( ◜࿁◝ )⸝︎︎‎

bookholic 2021-12-29 07:28   좋아요 3 | URL
고맙습니다~~
책 탑은 잘 물려주겠습니다~~^^

햇살과함께 2021-12-29 12: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 탑 멋집니다! 완독 축하드려요!!

bookholic 2021-12-30 01:12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책 탑은 언제나 진리죠~~~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2 - 7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7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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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2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이 책을 읽고 있는데 너희들이 무슨 책이냐고 물어봐서,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에 관한 이야기라고 하고, 자기 전에 아빠가 읽고 있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잖아. 다음날 회사에서 다녀오니, 너희들 책들 중에도 클레오파트라 책이 있다면서, 그 책을 읽었다면서 아빠한테 이야기 해 주었잖아이젠 너희들도 익숙해진 사람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에 관한 두 번째 이야기를 들려줄게.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2권에서는 기원전 39년부터 기원전 33년까지의 이야기가 펼쳐진단다.

안토니우스는 나이를 먹으면서 나이가 숫자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단다. 젊은 시절의 패기도 없고, 판단력도 흐려지고, 게을러지고그래도 그의 옛 명성을 찾아 그를 따르려는 좋은 인재들도 많았어. 그런 인재들만 잘 활용했어도 그의 앞길이 어떻게 바뀔지 몰랐을 텐데, 그는 자신의 부하들을 신뢰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그 인재들이 떠나버리고 했단다.

그 중에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안토니우스의 부사령관인 벤티디우스라는 사람이야. 벤티디우스는 이탈리아 출신으로 비주류였지만,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당시 로마와 이탈리아는 다른 지역이었어..  로마는 주류, 이탈리아는 비주류) 자수성가한 케이스였단다. 카이사르 아래에서 실력을 쌓고, 그가 죽은 다음 안토니우스를 따른 인물이야. 동방 공격에 있어서도 선봉에 나서 계속 승전보를 울렸단다. 납으로 된 투석환을 발명하는 등 치명적인 무기들도 직접 개발했어. 그런데 그를 시기하는 인물 델리우스가 안토니우스에게 거짓말을 했어. 벤티디우스가 배신하고 적에게 돈을 먹었다고 말이야.

그래서 안토니우스는 곧바로 벤티디우스가 싸우고 있는 전쟁터로 달려 왔단다. 하지만 오자마자 안토니우스는 바로 자신이 델리우스에게 속았다는 것을 알았어. 벤티디우스는 앞뒤 사정을 파악하고, 안토니우스가 자신을 믿지 않은 것에 대해 크게 실망하고, 군대를 떠나 고향으로 가 버렸단다. 이건 한 예이고 안토니우스가 사람 쓰는 일을 참 못했단다.

1.

로마와 이탈리아는 어땠는지 이야기해줄게. 로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아프리카에서 로마로 들어오는 곡물들과 기타 자원들을 중간의 시칠리아에서 섹스투스 폼페이우스가 가로채는 거야. 이게 얼마나 심각한 문제냐면, 이 일로 로마는 식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민심도 악화되었어. 하지만 함선이 부족해서 시칠리아를 공격할 수도 없었어. 시칠리아는 섬이니까 말이야. 갈리아에 나가 있던 옥타비아누스의 최측근 아그리파가 개선식도 포기하고 로마로 돌아왔단다.

그리고 옥타비아누스와 함께 방안을 의논했단다. 이 자리에 옥타비아누스의 아내 드루실라도 함께 했는데, 그만큼 드루실라는 적극적인 사람이었단다. 일단 부족한 돈을 부자들에게 빌리기로 했어. 그리고 안토니우스와 다시 손을 잡자고 했단다. 안토니우스는 많은 수의 함선을 가지고 있었거든. 마이케나스가 이를 타진해 보려고 안토니우스에게 갔단다. 마이케나스는 외교적인 능력이 뛰어나고 남도 잘 설득하는 그런 사람이었어. 마이케나스는 안토니우스를 만나 설득했단다. 그래서 옥타비아누스와 안토니우스는 이탈리아 타렌툼에서 회동을 가졌단다. 그런데 그 자리에 레피두스가 어떻게 알고 찾아왔단다. 알리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어쩌다 보니 2차 삼두연합의 주인공들이 다시 만났구나.

안토니우스는 무리한 것을 요구했어. 이익의 80%를 요구한 거야. 계속 밀고 당기기 끝에 레피두스가 옥타비아누스 편을 들면서, 옥타비아누스 50, 안토니우스 40, 레피두스 10 이렇게 하기로 했단다. 안토니우스는 함선을 빌려주고 다시 동방의 안티오케이아로 돌아갔단다.  

안티오케이아에 돌아온 안토니우스는 동방의 세계를 재편했어. 자신의 측근들이나 친분이 있는 동방의 인사들을 왕에 세웠어. 나라와 국경도 자기 마음대로 했단다. 이건 카이사르와 전혀 다른 행보였단다. 그쪽 지역의 민심을 거스르는 행동이었어. 마치 알렉산드로스 대왕이라도 되는 양 말이야. 하지만 알렉산드로스 대왕도 자신이 태양이 하려고 하여, 그가 죽고 나서 곧바로 그의 나라는 몰락하고 말았지. 하지만 로마는 카이사르가 죽어도 건재하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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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마케도니아를 바라보는 관점은 카이사르가 로마를 바라본 관점과 달랐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자기 자신을 우선시했고, 강력한 국가를 만들기보다는 스스로가 신이 되기를 꿈꾸었다. 물론 그 때문에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제국은 그의 죽음과 함께 멸망했다. 반면에 로마라는 제국은 한 사람이 죽는다 해서, 아니 여러 사람이 죽는다 해도 결코 멸망하지 않는다. 로마인은 한시적으로 태양의 자리를 차지할지언정 결코 자기 자신을 태양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자기 자신을 태양으로 생각했다. 어쩌면 마르쿠스 안토니우스도 그런 것인지 몰랐다. 그랬다, 마르쿠스 안토니우스는 그만의 태양을 원했다. 그리고 그의 태양은 로마의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 그의 태양은 로마의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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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안티오케이아에 머무르고 있는 안토니우스는 또 클레오파트라를 초정했단다. 이제 안토니우스는 클레오파트라에게 푹 빠져 있는 것 같았어. 아참, 1권에서 클레오파트라가 안토니우스의 아기를 임신했다고 했잖아. 클레오파트라는 이란성 쌍둥이로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낳았단다. 안토니우스가 클레오파트라에게 푹 빠져 있는 것과 달리, 클레오파트라는 여전히 안토니우스는 수단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어. 안토니우스를 설득해서 돈을 주고 키프로스 섬을 비롯하여 로마의 땅들을 넘겨주기까지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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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이 모든 생각을 하는 와중에 클레오파트라의 마음속에 남자이자 애인으로서의 마르투스 안토니우스는 단 한 차례도 수면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자기가 원하는 게 뭔지, 그걸 어떻게 손에 넣을지 궁리하기에 바빴다. 안토니우스와 함께했던 시간은 마음 깊숙한 곳 어딘가 남은 희미한 기억 속에서 퍽 유쾌한 기분전환이긴 했지만, 최종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염증이었다. 클레오파트라는 단 한 번도 안토니우스에게 사랑 비슷한 감정을 느끼지 않았다. 그는 그녀에게 수단일 뿐이었다. 그녀는 그를 통해 잉태했고, 나일 강이 범람했으며, 카리사이온은 결혼할 누이와 그를 도울 남동생을 얻었다. 지금 단계에서 안토니우스가 클레오파트라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권력뿐이었다. 그러니 클레오파트라는 그가 가진 권력의 일부를 뜯어내야 했다. 어려운 주문이야, 클레오파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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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클레오파트라는 안토니우스에게 제안을 했어. 같이 손잡고 동방의 강력한 나라를 만들어내자. 로마에 대항할 수 있는 그런 나라를서방에는 로마가, 동방에는 이집트가대단한 야망을 가진 클레오파트라구나. 안티오케이아에 왔던 클레오파트라는 다시 임신을 해서 이집트로 돌아갔단다.

안토니오스는 아직 정복하지 못한 파르티아를 공격하기로 했단다. 이 파르티아를 정복하면 로마에서의 입지를 다시 세울 수 있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예전의 안토니우스가 아니고, 벤티디우스 같은 유능한 부하도 없었단다. 군수물자 수송대가 공격 당해서 병참 물자가 끊겼고, 파르티아 성곽은 생각보다 튼튼하여 쉽게 무너지지 않았어. 성 밖에서 오랫동안 포위전을 해야 했으나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군수 물품과 식량이 부족했고, 곧 겨울이 다가오고 있었단다. 결국 후퇴하기로 결정했는데, 이 결정도 늦어져서 오늘 길에 겨울의 강추위와도 싸워야 했어. 싸움은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굶주림과 추위와 싸워야 했고, 뒤쫓아오는 오는 파트티아 군의 공격도 받아야 했어. 결과는 대패. 데리고 갔던 군인의 약 3분의 1 5만명 가까이 죽고 말았단다. 결과가 이러자 반란이 일어날 거라는 소문도 돌고, 안토니우스는 자살할 생각까지 했단다. 그리고 실패에 좌절해 매일 술에 절어 살기도 했어.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버렸어.

….

이렇게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클레오파트라다 군수 물자와 식량을 들고 안티오케이아로 왔단다. 안토니우스의 군사들의 의식주를 해결해주었어. 안정을 되찾아가는 군대를 보면서 안토니우스도 알코올 중독에서 서서히 벗어나기 시작했어. 그리고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는 정식으로 결혼했단다. , 안토니우스는 아직 옥타비아누스의 누나 옥타비아와 결혼한 상태인데

3.

한편 로마의 옥타비아누스와 아그리파는 안토니우스에게 빌린 함선을 이용하여 시칠리아를 공격하여 섹스투스를 무찔렀단다. 그런데 뒤늦게 전투에 합류한 레피두스가 군단을 모두 꿀꺽하는 일이 벌어졌어. 그러면서 시칠리아를 자신이 혼자 독차지하겠다고 욕심을 부렸어. 이럴 마음이 있어서 그때 10%면 충분하다고 이야기했었나 보구나. 옥타비아누스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단다. 밤에 군단을 돌면서 수뇌부를 설득했어. 하룻밤만에 모든 군단이 옥타비아누스 편에 섰단다. 레피두스만 쫄딱 망한 것. 배반을 한 것이 죽을 죄를 지은 것이나, 옥타비아누스는 목숨은 살려두되 모든 혜택을 금지하고, 로마에도 못 들어오게 하는 벌을 주었단다. 레피두스도 상황 파악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었구나.

이제 시칠리아에서 벌어들인 이익의 60%는 옥타비아누스, 40%는 안토니누스의 몫이 되어 옥타비아누스는 안토니우스의 몫 40%를 딱 맞쳐 안토니우스에게 보냈단다. 그리고 자신에게 할당된 60%는 로마 국고로 보내기로 했어. 남들이 보고 이걸 어떻게 생각하겠니. 안토니우스는 자신이 착복하고 옥타비아누스는 모두 국고로 보냈으니 말이야. 그런데 군단의 부하들이 상여금을 더 달라고 반란을 일으킬 기미를 보였어. 옥타비아누스는 그들과 말로 맞장떠 기선을 제압했단다.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돈을 줘버리고 다시는 군인이 되지 못하게 했어.

한편, 옥타비아누스의 아내 리비아 드루실라의 전남편 티베리우스 네로가 죽고 말았어. 옥타비아누스는 네로가 키우던 아이들 티베리우스와 드루수스를 데리고 와서 키우기로 했어. 아이들 키우는 것을 엄청 좋아하는 옥바티아 누나한테 부탁을 했고, 옥바티아는 흔쾌히 맡기로 했단다.

로마가 이제는 식량도 정상적으로 공급되고, 재정적인 여유가 생기자 안정을 되찾아갔어. 하지만, 원로원에는 아직도 옥타비아누스에 불만을 가진 자들도 많고, 안토니우스의 측근들도 많았어. 그들은 동방에서 안토니우스가 대승을 거두었다면 그를 찬양했단다. 진실을 숨기고 거짓말을 한 거야.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안토니우스는 파트리아에 대패를 했잖아. 옥타비아누스는 정보원을 보니 안토니우스의 대패를 알게 되어 그 사실을 원로원 회의에서 샅샅이 이야기했어. 그 뿐만 아니라 시칠라아의 섹스투스를 처치하고 얻은 이익의 40%나 떼어갔다는 이야기를 했어. 자신은 모두 국고로 보냈는데 말이야. 그의 이런 발표는 많은 원로원들을 안토니우스에게서 돌아서게 만들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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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

저는 결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동방의 일을 말씀드려야만 합니다. 즉 임페라토르 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일입니다. 우선 로마는 필리피 전투 직후, 그러니까 약 6년 반 전에 그가 동방의 트리움비르 직을 얻은 후로 공세를 거의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로마, 이탈리아와 섬들의 트리움비르인 제가 방금 일부 세금을 감면할 수 있었던 것은 제 자신이 노력한 결과입니다. 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도움이나 기여는 전혀 없었습니다. 앞쪽과 중간 벤치의 어느 분이 벌떡 일어나서, 마르쿠스 안토니우스는 섹스투스 폼페이우스를 처단한 제 작전을 위해 배 120척을 기여했다고 말씀하시기 전에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는 그 배들을 빌미로 로마에 돈을 요구했습니다. , 정말로 로마에 돈을 요구했습니다! 얼마나 요구했냐고요? 4 4천 탈렌툼입니다. 의원 여러분! 섹스투스 폼페이우스의 보물창고 내용물의 40퍼센트에 달하는 액수죠! 나머지 6 6천 탈레툼은 제가 아니라 로마가 가져갔습니다. 다시 말씀드립니다. 저는 받은 것이 없습니다! 로마로 들어간 자금은 엄청난 공적 부채와 상환과 곡물 공급 관리에 쓰였습니다. 저는 로마의 종이며, 로마의 주인이 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제가 로마로부터 이익을 보는 경우는 그 이익이 유서 깊은 관습일 때뿐입니다. 안토니우스의 배 120척은 한 척당 360탈렌툼이 들었으며, 그가 빌려준 것이지 제공한 것이 아닙니다. 5단 노선 한 척의 값은 100탈렌툼이지만 우리는 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함대를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국고는 비어 있었고 섹스투스 폼페이우스를 처리하기 위한 우리의 작전을 일 년 더 미룰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로마의 이름으로 저는 그 착취에 동의했습니다. , 정말이지 착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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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전쟁이 끝나면 돌려보냈다고 약속한 군함과 군대도 모두 안토니우스에게 보냈단다. 옥타비아누스는 남편을 오랫동안 보지 못해 가슴앓이 하던 누나 옥타비아도 같이 보냈단다. 옥타비아를 호위해 주기 위해서 안토니우스의 부하였던 폰테이우스를 같이 보냈단다. 그들이 아네테에 도착했을 때 안토니우스는 그곳에 없었어. 그리고 얼마 뒤 안토니우스의 편지가 도착했는데, 옥타비아에게 화를 내면서 로마로 돌아가라고 했어. 결국 옥타비아는 다시 로마로 돌아왔단다.

카이사르와 클레오파트라의 아들 카리사리온은 어느덧 13살이 되었어. 커 가면서 아버지 카이사르를 꼭 닮았어. 그것이 얼마나 장점인지 그는 몰랐단다. 그가 로마에 간다면 카이사리온은 카이사르가 살아서 돌아왔다는 대접을 받게 될 거야. 안토니우스는 그걸 노리고 있었어. 카리사리온이 로마에 가면 옥타비아누스의 영향력은 급격히 줄어들 거라고 말이야. 카리사리온은 외모만 카이사르를 닮은 게 아니라, 머리도 명석했어. 그 나이에 오래 전에 카이사르가 이집트에 머물면서 나라를 다스리는 법에 대한 글을 적었는데, 그걸 카리사리온이 발견해서 읽고, 엄마에서 조언을 던지는 거야. 그런 국가 정책에 대해서는 엄마 클레오파트라와 충돌하기도 해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단다.

한편 안토니우스는 점점 로마에서 멀어지고 이집트에 가까워지고 있었단다. 전쟁에서 얻은 전리품들도 모두 이집트에 기증을 했고,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개선식도 벌였어. 이런 안토니우스의 행태가 로마에 전해지자 옥바티아누스는 불쾌함을 느꼈고, 안토니우스를 지지하던 원로원들도 또다시 그에게서 등을 돌렸단다.

이 정도까지가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2권에 관한 이야기란다. , 이제 권수로도 한 권만 남았구나. 마스터스 오브 로마 대장정의 그 마지막 한 권의 이야기도, 아빠가 부지런을 떨어서 곧 이야기를 해볼게.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푸블리우스 벤티디우스는 피케눔 사람이었다.

책의 끝 문장: 폰테이수으, 내게 필요한 건 증거요, 증거!


카이사리온은 어머니의 한계도 잘 알고 있었다. 어머니가 왜 안토니우스한테서 로마인다움과 독립성, 판단력을 박탈하려 애쓰는지도 알았다. 세상을 지배하는 것만이 어머니를 만족시킬 터였고, 그런 그녀에게 로마는 적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로마 같은 명실상부한 패권 국가가 전쟁 없이 그녀에게 굴복할 가능성은 없으니까. 아, 그가 조금만 더 나이가 많았더라면! 그러면 진짜 대등한 자로서 클레오파트라와 대면하여 그녀가 그를 위해 원하는 것을 그는 원치 않는다고 대담하게 말할 수 있을 텐데. 지금까지 카리사리온은 어머니에게 자신의 감정을 말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어린애의 생각이라고 무시해버릴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어린애가 아니었다. 한 번도 진짜 어린애였던 적이 없었다! 아버지의 조숙한 지력을 닮았고 어릴 적부터 왕의 지위를 보유한 카리사리온은 피바다에 빠진 굶주린 개처럼 지식을 빨아들였다. - P357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라 배우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모든 사실을 받아들이고, 필요할 때 바로 기억해낼 수 있도록 저장하고, 한 주제에 관해 충분히 지식이 축적되면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권력에 현혹되지는 않았는데, 아버지도 그랬는지는 알 수 없었다. 가끔씩 카이사리온은 아버지도 그랬을 거라고 추측했다. 카이사르가 올림포스 산만큼 높이 솟은 이유는 그저 그러지 않으면 추방당하고 로마의 기록에서 모든 언급이 삭제될 처지였기 때문이라고. 그건 카이사르로서는 용인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살아남아려고 그렇게 애쓰진 않았다, 왠지 카이사리온은 그걸 알 수 있었다. 내 아버지, 내가 아장아장 걷던 아기였을 때 본 그의 얼굴을, 훤칠하고 강인한 그의 몸을 지금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다. 너무도 보고 싶은 나의 아버지. 안토니우스는 훌륭한 사람이지만 카이사르가 아니다. 지금 내게 조언을 해 줄 아빠가 필요하지만, 이뤄질 수 없는 바람이지. - P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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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27 12: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잠들기전에 클레오파트라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빠!
북홀릭님의 찐 사랑!아들과 따님 ^ㅅ^

bookholic 2021-12-28 07:16   좋아요 1 | URL
늘 그런 건 아니고요...^^
가뭄에 콩 나듯~~
따뜻한 하루 되세요~~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1 - 7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7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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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드디어 콜린 매컬로의 <마스터스 오브 로마> 마지막 7<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를 읽었단다. 올해 독서 목표 중에 하나가 <마스터스 오브 로마> 끝까지 읽기였는데 미션 하나 클리어했구나. , 그리 어려운 미션은 아니었지. 그저 앞장만 펴면 재미를 따라 읽어나면 되니까 말이야. 이제는 고인이 되셨지만, 지은이 콜린 매컬로 님께 이런 명작을 써 주신 것에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구나. 특히 7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는 계획에 없던 것인데, 독자들의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쓰신 것이라고 하는구나.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를 쓸 때 건강이 많이 악화되어 한쪽 눈의 시력도 잃으시고 그랬대. 남편의 도움으로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를 마칠 수 있었다고 하는구나.

, 그럼 오늘은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1권을 이야기해보자꾸나.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1권은 기원전 41년부터 기원전 39년까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단다.


1.

7부의 제목이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이니,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가 주인공인 걸 알 테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주인공은 옥타비아누스가 아닌가 싶구나. 카이사르 사후 마지막 공화정 시대의 진정한 주인공 옥타비아누스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지. 7부의 제목을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그리고 옥타비아누스이렇게 해도 좋았을 것 같구나. 제목이 엄청 길어지긴 하지만

6 <시월의 말>후반부에서는 카이사르가 그리 허망하게 죽고 나서, 후계자로 지목한 옥타비아누스의 활약이 돋보였잖니. 2차 삼두연합이라고 부르는 옥타비아누스, 안토니우스, 레피두스가 카이사르를 죽인 일파들을 모두 무찌르고 로마의 권력을 잡게 되었잖아. 하지만 누구나 그 삼두연합이 오래 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 삼두연합 주인공 자신들도 말이야. 각자의 이익들이 부합되어 일시적으로 함께한 것이니까 말이야.

로마가 어느 정도 안정이 된 후, 삼두연합은 넓은 로마 제국을 나누어 맡기로 했단다. 안토니우스의 주장이 가장 많이 받아들여졌어. 안토니우스는 돈을 많이 벌어들일 수 있는 동방을 선택해서 로마를 떠나 아테네로 향했단다. 로마와 이탈리아 본토는 옥타비아누스가 맡기로 하고, 레피두스는 아프리카를 맡기로 했단다. 안토니우스는 돈과 금을 얻기 위해 동방을 선택했지만, 이것은 안토니우스가 얼마나 판단력이 부족하고, 큰 사람이 될 수 없는 이유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로마의 일인자를 꿈꾸는 자라면, 지금 현재 어려움이 있다고 해도 당연히 로마를 맡아야지 말이지, 로마를 떠난다는 것이 말이 되냐고그것도 한낱 황금을 찾아서라니이것을 소설 속의 섹스투스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아빠가 생각하는 것과 같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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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섹스투스는 동방을 자기 몫으로 선택한 안토니우스의 근시안적 판단을 믿을 수 없었다. 지성이라는 게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동방이 함정이라는 것을, 끔찍한 낚싯바늘에 매달린 미끼용 황금이라는 것을 눈치챌 터였다. 이 세상의 지배권은 이탈리아와 서방을 다스리는 사람에게 넘어갈 터였고, 그 사람은 옥타비아누스였다. 물론 그것은 가장 힘든 일, 가장 인기 없는 일이었기에 레피두스는 루키우스 안토니우스의 6개 군단을 얻어 아프리카로 황급히 달아났다. 그곳에서 때를 기다리며 더 많은 병력을 모으기 위해서였다. 그 역시 멍청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렇다. 옥타비아누스는 망설임 없이 가장 힘든 임무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가장 무서운 상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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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에 도착한 안토니우스는 생각과 달리 동방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이전에 머무르던 카시우스가 다 쓸어가서 남아 있는 것이 거의 없었어. 안토니우스의 부하 중에 퀸투스 델리우스란 사람이 있었는데, 델리우스는 안토니우스에게 제안을 했어. 이집트에는 아직 돈이 될 만한 것이 많다고, 특히 금이 어마하게 많다고삼두연합과 카시우스 일당과 전쟁을 할 때 이집트가 카시우스를 도와주었다는 것을 이유를 대고 돈을 뜯어내자고 했어. 그것은 로마에 대한 반역행위이니 죗값을 받아야 한다고안토니우스는 그 의견에 동의를 해서  델리우스는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가서 클레오파트라를 접견했어.

클레오파트라는 델리우스를 따라서, 당시 안토니우스가 머물고 있는 타르소스로 갔단다. 안토니우스의 요구에 호락호락할 클레오파트라가 아니지괜히 오늘날까지 유명해진 사람이겠니. 안토니우스가 카시우스를 도왔다는 이유로 금을 요구하자, 클레오파트라는 바로 안토니우스의 의중을 파악했어. 돈을 구하러 동방에 왔다가 돈을 구하지 못하지 이집트에게서 돈을 뜯어내겠다는 마음. 단칼에 거절했단다. 당시 카시우스는 동방에 로마를 대표로 온 것이고, 카시우스를 돕는다는 것은 로마를 도운 것이었다고정 금을 갖고 있다면 이집트에 쳐들어와 빼앗아 가라고 했어. 하지만, 이집트에 와서 너희들이 승리해서 아마 금은 못 찾을 거라고 했어. 아무도 모르는 것에 숨겨 놓았는데, 그걸 알고 있는 이들도 적고, 그들은 입을 꽉 다물고 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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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당신이 미다스보다도 더 갈망하는 황금의 아주 작은 일부를 제공받는 대가로 말이죠. 이봐요, 안토니우스, 좀 솔직해져요! 날 이곳으로 부른 건 로마 내전 탓에 당신의 멋진 동방이 파산 지경에 이르렀고, 그 탓에 어느 순간 이집트가 거대한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보였기 때문이잖아요. 말은 똑바로 하세요!” 그녀는 톡 쏘듯이 말했다. “이집트의 황금은 이집트 소유예요. 이집트는 로마의 우호동맹국이고 로마와 협약을 위반한 적이 없어요. 이집트의 황금을 원한다면 당신은 군대를 이끌고 나타나 내게서 강제로 빼앗아야만 할 거예요. 그리하려고 해도 결국 실망하게 될 거고요. 델리우스가 알렉산드리아에서 작성했던 한심한 미술품 목록은 거대한 황금알 더미에 포함된 하나의 황금알일 뿐이에요. 그 황금알 더미는 꽁꽁 감춰져 있어서 당신은 절대 찾아낼 수 없을 거예요. 그것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나와 내 사제들뿐인데, 당신이 우리를 고문한다 해도 아무것도 알알아낼 수 없을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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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는 클레오파트라는 알렉산드리아로 돌아갔단다. 안토니우스는 작전을 바꾸고 클레오파트라에 친분을 쌓아 금을 얻으려고 했어. 그래서 알렉산드리아로 향했단다. 클레오파트라와 지내다 보니 그녀의 매력에 빠지게 된 안토니우스. 클레오파트라는 안토니우스를 만나는 이유는, 조국 이집트를 위해서였어. 먼저 자신의 아들 카리사리온의 아내 될 사람이 없었어. 이집트의 파라오는 근친간 결혼을 하고 있었는데, 카리사리온은 여동생이 없었거든. 클레오파트라는 카리사리온의 여동생을 낳아줄 사람으로 안토니우스가 적격이라고 했어. 가장 적격인 사람은 카이사리온의 아버지 카이사르였지만, 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니카이사르의 친척이니 피가 조금이라도 섞여있고 로마에서도 유명인사인 안토니우스도 충분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 거지. 그리고 몇 년째 나일강이 범람하지 않아 흉년이 드는 것은 파라오인 자신이 임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 그런 이유들로 안토니우스와 사랑을 나누게 된 클레오파트라. 결국 임신에 성공을 했어. 예전에 카리사리온을 임신을 했을 때 오랜 가뭄이 해소된 것처럼 이번에도 클레오파트라가 임신을 하자 나일강이 적당하게 범람하게 되어 오랜 가뭄과 흉년에서 벗어났단다.

안토니우스는 아이를 낳는 것을 보지 못하고 아테네로 돌아가야 했단다. 문제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했거든아테네에는 안토니우스의 아내 풀비아가 와 있었어. 이전에도 이야기했지만 풀비아가 대외적으로 활동을 많이 했던 명문가의 돈 많은 여자였잖아. 그런 풀비아는 안토니우스가 원할 것이라 생각해서 사람들을 조종해서 이탈리아를 내전으로 빠뜨리고 아테네에 왔단다. 옥타비아누스를 어려움에 빠뜨리기 위해서 말이야. 하지만 안토니우스는 화를 잔뜩 내면서 풀비아에게 폭력을 휘둘렀어. 풀비아의 전 남편들은 주로 풀비아에게 주도권을 주던 이들이었는데, 안토니우스는 달랐던 것을 풀비아는 몰랐나 보구나. 안토니우스에게 버림을 받았다고 생각한 풀비아는 쓸쓸히 자결하고 말았단다.


2.

, 이제 로마와 이탈리아를 맡고 있던 옥타비아누스의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시월의 말> 이야기해주면서 했듯이 옥타비아누스에는 그를 도와주는 측근들이 있어. 아그리파, 마이케나스, 타우루스, 살비디에누스 등이 그들이었어. 옥타비아누스는 이들에게 적절한 임무를 주고, 자신은 로마 내에서 세력을 확장해 나갔단다. 아직 원로원에는 안토니우스의 세력들이 대다수였거든그런데 이중에 살비디에누스는 옥바티아누스를 돕는 것이 진심이 아니고,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어. 언제든 자신의 이익을 더 취할 수 있다면 배신할 수 있다고 생각했단다. 옥타비아누스가 로마의 일인자가 되리란 보장도 없고 말이야. 나중에 살비디에누스는 옥타비아누스를 배신하고, 안토니우스에게 달라 붙게 되는데, 안토니우스는 그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그 사실을 옥타비아누스에게 알려주었어. 결국 살비디에누스는 반역죄로 사형을 당하게 되었단다.

로마에는 골치거리가 하나 있었어. 폼페이우스의 아들 섹스투스 폼페이우스가 시칠리아를 점령하고 있었거든아직 섹스투스를 없애기에는 옥타비아누스는 역부족이었단다. 시칠리아까지 타고 갈 배도 없었거든... 섹스투스가 아프리카의 곡물을 중간에서 착복하면 로마는 어려움을 겪게 되기 때문에 섹스투스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섹스투스의 친척인 스크리보니아와 정략 결혼을 했단다. 옥타비아누스는 벌써 세 번째 결혼인데 모두 정략 결혼이었단다.

, 이제 풀비아가 벌여 놓은 내전을 처리해야 했어. 그러기 위해서는 다시 안토니우스와 손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어.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또 정략결혼. 옥타비아누스는 누나 옥바티아를 이용하려고 했어. 옥바티아의 남편은 얼마 전에 병으로 죽고 혼자였거든. 안토니우스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아내 풀비아가 자살하고 혼자였고옥타비아누스는 누나 옥타비아에게 넌지시 의견을 물어봤더니, 이미 오래 전부터 안토니우스를 짝사랑하고 있었더구나. 안토니우스도 옥타비아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어. 그래서 아주 쉽게 이 결혼을 성사되었단다. 안토니우스가 로마에 돌아오게 되었어. 풀비아가 조종한 사람들이 대부분 안토니우스 측근들이었는데, 안토니우스와 로마로 들어와 옥타비아누스와 손을 잡았으니 더 이상 전쟁의 명분이 없었지.


3.

다시 안정을 찾은 로마…. 옥타비아누스는 우연히 시장에서 첫눈에 반한 여자가 있었단다. 옥타비아누스는 그동안 한눈에 반하는 사랑 같은 것은 믿지 않았단다. 하지만 사랑은 아무도 모르게 훅 하고 찾아오기도 한단다. 옥타비아누스가 사랑에 빠졌단다. 하지만 그 여자는 유부녀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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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

그래, 신들을 도발하면 어찌되는지 잘 알겠지? 옥타비아누스는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자문했다. 나는 저급한 감상주의를 혐오해왔어. 큐피드의 화살에 맞아 여자에게 첫눈에 반했다고 주장하는 사내들을 나약한 인간으로 여겼지. 그런데 여기 내 가슴팍에 화살이 꽂혀 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여자를 헤아릴 수 없이 사랑하게 되었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어떻게 내가, 늘 이성적이고 초연하던 내가 지금까지 믿어온 모든 것과 상치되는 감정에 굴복한단 말인가? 그 여자는 어느 신이 내려보낸 환영이었어. 그랬어야만 해! 그렇기 않고서야 어떻게 내가! 나는 이성적이고 초연한 사람이라고! 그런 내가 어떻게, 어떻게 사랑이라는 감정의 파도에 이리도 휩쓸린단 말인가? , 그녀는 내 마음을 완전히 흔들어놓았어! 그녀의 괴로움을 내가 모두 짊어지고 싶었어. 그녀에게 키스를 퍼붓고 싶었어, 여생을 그녀와 함께하고 싶었어! 리비아 드루실라. 저 가식적인 속물 티베리우스 클라우디우스 네로의 아내. 저 쓰레기통 분가에서 나온 또다른 클라우디우스 집안 남자. 클라우디우스 가문에서도 풀케르 분가는 기이하고 독자적이며 비정통적인 집정관과 감찰관 들을 배출한 반면에 네로 분가 출신들은 그저 하등 볼품없는 인간이었다. 네로도 그랬다. 오만하며 고집 세고 시시한 인간. 카이사르 옥타비아누스가 간청한다고 자기 아내와 이혼해줄 인간이 결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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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타비아누스는 드루실라와 결혼하지 못하면 죽을 것 같았어. 그러기 위해서 먼저 자신이 이혼했단다. 섹스투스와 관계 유지를 하기 위한 정략결혼이었는데, 이혼을 하게 되면 섹스투스가 골치 아픈 존재로 바뀌겠는데? 그렇다고 운명의 사랑을 놓칠 수 없는 법그리고 드루실라의 남편 티베리우스 네로를 찾아가 담판을 지었어. 당신 아내와 이혼을 해라.. 그럼 돈을 두둑하게 줄 것이다.. 이혼 사유도 잘 만들어주었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네로는 그렇겠다고 했단다. 그렇게 해서 옥타비아누스는 한눈에 사랑에 빠진 드루실라와 결혼했단다. 드루실라도 옥타비아누스를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졌기 때문에 이 결혼에 대만족이었단다.

….

여기까지가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1권의 이야기란다.

옥타비아누스. 안토니우스. 클레오파트라. 이 세 사람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2권에서 더 이야기를 해줄게.

오늘은 이만. 메리 크리스마스~~^^


PS:

책의 첫 문장: 퀸투스 델리우스는 호전적이거나 전장에서 전사처럼 싸우는 남자가 아니었다.

책의 끝 문장: 나는 당신과 함께하는 매일매일 당신을 더더욱 사랑하게 될 거예요.


하지만 옥타비아누스는 그런 유의 인간이 아니었다. 그에게는 불명예나 추방령보다 내전이 더 끔찍했다. 또한 그에게는 전쟁에서의 승리를 보장해주는 군사적 천재성도 없었다. 옥타비아누스의 방식은 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존엄을 서서히 갉아먹어, 그가 더는 위협요소가 아니게 될 정도로 그 존엄을 밑바닥까지 추락시키는 것이었다. 그때부터는 옥타비아누스의 별이 점점 하늘 높이 올라갈 터였고, 안토니우스가 아닌 옥타비아누스가 로마의 일인자가 될 터였다. 하루 아침에 가능한 일이 아니므로 오랜 세월이 걸릴 터였다. 하지만 옥타비아누스는 그 오랜 시간을 감내할 수 있었다. 그는 안토니우스보다 스물한 살 어렸다. 오, 수년 동안 이탈리아 사람들을 먹이고, 끊임없이 쏟아지는 퇴역병들에게 땅을 마련해주기 위해 고생할 일을 생각해보라! -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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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2-25 09: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크리스마스는 클레오파트라와 함께?! ㅎㅎ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

bookholic 2021-12-26 05:56   좋아요 1 | URL
ㅎㅎ mini74 님, 고맙습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내드라 답신이 늦었습니다^^
mini74 님도 즐겁게 보내셨죠?
한 주 남은 2021년... 따뜻하게 파이팅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