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그렇다면 묻겠는데, 네가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이냐."
이번에는 이사오가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때까지 중위를계속 똑바로 쳐다보던 눈길이 그에게서 잠시 벗어나 비 얼룩이진 벽에서 꼭 닫힌 불투명유리 창 쪽으로 옮겨갔다. 시야는거기서 막히고, 비가 촘촘한 유리창살 너머에서 한없이 낮게깔렸음을 알 수 있다. 창문을 열어도 비가 끊기는 경계는 결코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이사오는 이곳에 없는, 훨씬 멀리있는 것을 말하려고 한다. - P160

"태양이・・・・・・ 동이 트는 낭떠러지 위에서, 떠오르는 해에 기도하고…………… 반짝이는 바다를 내려다보며, 고상한 소나무 나무 밑동에서.... 자결하는 것입니다." - P160

"하지만" 하고 이사오는 이즈쓰의 마음에 그 경신이 스며들 때까지 충분히 기다린 후 말했다. "폭탄은 일종의 비유야.
신풍련의 우에노 겐고가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소총 같은 거야. 결국에는 오직 검이야. 그걸 잊지 마. 육탄과 검뿐이라고."
-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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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말》 미시마 유키오
미시마 유키오의 우익활동과 할복은 어러모로 한국사람인 나에게 껄끄럽다.
‘풍요의 바다‘ 시리즈의 첫권이었던 《봄눈》에서는 아름다운 청년 기요아키를 비롯한 젊은이들의 사랑과 미문에 힘입어 거의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었다.

두번째권 《달리는 말》은 기요아키의 환생이라는
이사오를 지키고 싶어하는 혼다의 바람은 이뤄지기
싶지 않아 보인다.
순수를 맹목적으로 갈망하는 그 열정이 무모해 보이고 내가 그토록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할복이라는 자살이 등장하는 ‘신풍련사화‘라는 봉기가 작품 전체의 중요 소재로 작용한다.

˝태양이...... 동이 트는 낭떠러지 위에서, 떠오르는 해에 기도하고...... 반짝이는 바다를 내려다보며, 고상한 소나무 나무 밑동에서 ...... 자결하는 것입니다.˝ (160쪽)

불과 19살의 청년이 세상의 부정을 폭로하고 척결하고 싶어하는 열정은 아름답지만 그 끝이 어째서 할복자살이란 말인가!

순수란 꽃 같은 관념, 박하 맛이 강한 양치액 같은 관념, 자상한 어머니의 가슴에 매달리는 듯한 관념을 서슴없이 피의 관념, 부정을 베어 쓰러뜨리는 칼의 관념, 대각선으로 내리치는 동시에 튀어 오르는 피바람의 관념, 또는 할복의 관념으로 이어 주는 것이었다. ‘꽃처럼 지다‘라고 할 때, 피범벅이 된시체는 곧 향기로운 벚꽃으로 변한다. 
순수란 얼마든지 정반대의 관념으로 전환된다. 그러므로 순수는 시(詩)다. - P152

이사오에게 ‘순수하게 죽는다‘라는 건 오히려 쉽게 느껴졌는데, 순수를 관철하려 할 때 예를 들어 ‘순수하게 웃는다‘는어떤 것일지 고민스러웠다. 감정을 아무리 제어하려 해도 그는 가끔 시시한 광경에 웃음이 나왔다. 길가에서 강아지가 나막신을 가지고 놀고 있으면 또 모르겠는데, 이상할 만큼 큰 하이힐을 물고 와서 휘두르며 놀고 있는 걸 보았을 때도 웃어 버리고 말았다. 그는 그런 웃음은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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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민트》 백온유, 창비, 2022

간병에 대해 다시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


엄마는 고여 있는 것 같다가도 우리 삶으로 자꾸 흘러 넘친다. 우리는 이렇게 축축해지고 한번 젖으면 좀처럼 마르지 않는다. 우리는 햇볕과 바람을 제때
받지 못해서 냄새가 나고 곰팡이가 필 것이다. 우리는 썩을 것이다. 아빠가 썩든 내가 썩든 누구 한 명이 썩기 시작하면 금방 두 사람 다 썩을 것이다. 오염된 물질들은 멀쩡한 것들까지 금세
전염시키니까. - P122

"그래도 누군가 내 곁에 있어 줄 거라고 믿을 거야. 나같은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 나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 그리고 보람도 느껴. 처음에 내가 간병을 맡았을때, 넌 너희 엄마에게서 눈을 못 떼고 있었지. 누가 엄마를 바꿔치기라도 할까 봐 그랬니? 식사 때가 되어도 가지 않아서 언제 밥을 먹었냐고 물어보니 너는 아무 말도 못 했어. 그제야 네가 하루 종일 쫄쫄 굶은 걸 알았지. 내가 못미더워서 그런가 보다 했어. 그래서 더 마음을 다해 간병했어. 처음엔 편의점에서 삼각 김밥 같은 거나
사서 병실에 쪼그려 앉아 먹더니, 나중에는 식당에 내려가서 밥을 먹기도 하고, 잠시 자리를 비우기도 하는 걸 보고 난 뿌듯했어." - P193

"그러셨어요? 불안증이 심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아빠와 나는 엄마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한눈을 판건 아니지만 엄마의 의식이 멀어지는 순간에 우리가 자리를 비웠다는 죄책감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알아. 어쨌든 네가 나에게 엄마를 완전히 맡기고 하루에 단 몇 시간이라도 네 시간을 보내는 게 좋았어. 학교 가는 너를 보면 기뻤어." - P194

차는 어느새 식어 있었다. 나는 말로 하기 힘든 묘한 기분을 느끼며 최선희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나도 모르는 새 나의 슬픔을 최선희 선생님과 나누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덕분에 나는 아주 조금 가벼워졌는지도.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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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이상 멸종 위기에처하는 것만이 환경 보존에서 주목받는 요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 생태학자들은 동물을 적절한 수준으로 번성시키는 것이 생태계 작동에 필수적임을 애써 강조한다. 때때로 특정한 종이 상당히 많은 개체 수를 유지하는 것이 생태계 내에 영양소를 적절히 순환시키는 데 필수적이다-오로지 그 단일 종만 따로 분리해 설정하는 ‘취약‘의 수준보다 훨씬 많은 수준이다.  - P141

개체 수가 많아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거대 고래가 대기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지켜본 연구자들이 2015년 파리 기후 변화 협약의 목표 중에 고래 보존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이다; 고래의 숫자는 중요하다. 멸종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 아니라 기후 변화를 개선해 준다는 점에서 그런 것이다.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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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경에 있어서는 일본이 가장 문제적이구나.
올 봄에도 포경을 위한 대형 선박 진수식을 했다는 기사를 봤는데.. ㅉㅉ

1977년에 시민 단체의 압력으로 호주는 고래잡이를 멈췄다. 호주는 영어권 국가 중에서 상업적 포경을 지속한 마지막 국가였지만, 또한 공식적 반포경 논리를 미래의 재사냥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고래가
‘특별하며‘ ‘지능이 있는‘ 존재라는 생각에 기초하도록 바꾼 첫 번째국가이기도 하다.  - P123

1980년에 제정한 호주 고래 보호 법안은 전 세계에서 국내법으로 고래를 다룬 최초의 사례가 되었다. 연이어 1985년까지 3년의 유예 기간을 두고서 지구 전역에서 상업적 포경을 금지하는 조치가 1982년에 의결되었다. 
그러나 시행 보류를 신청했던 아이슬란드는 오늘날까지도 포경을 계속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더 심한 경우인데 의결의 순간까지도 반대를 했다는 이유로 자신들이 이 조치의구속을 받지 않는다고 여긴다. 러시아도 반대 대열에 섰으나 포경은 중단했다. - P123

일본의 경우 법안의 과학 연구 예외 조항을 이용해 규모는 줄였지만 포경을 계속하다가 2019년이 되자 국제 포경 위원회를 탈퇴하고는 노골적으로 동물성 단백질 공급을 위한 포경을 개시했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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