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끝의 버섯》 애나 로웬하웁트 칭
2부에서는 오리건주의 숲에서 일하는 송이버섯 채집인과 일본에서 그 버섯을 먹는 사람을 연결하는 공급사슬을 살펴보고 있다. 그 과정에는 우리가 공장 노동을 통해 알고 있는 자본주의가 거의 없다. 그러나 이 공급사슬은 오늘날의 자본주의에서 중요한 대목을 보여주는데, 그것은 노동이나 원료를 합리화하지 않고도 ‘부의 축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뒤이어 이러한 공급과 축적의 사슬에서 작가가 설명하는 용어들이 좀 아리송하면서 어렵단 생각이 들었고 난 그 과정에서 '착취'와 '축적'이라는 용어가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원재료의 채취와 노동자들을 생각하면 그것을 설명하는 용어인 ‘번역‘, ‘패치‘ 같은 단어가 오히려 본질을 흐리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러면서도 그 용어들이 한번에 딱 와 닿지가 않았는데 어느 순간 ‘아!‘ 하면서 이해가 되었다.
이 작가의 글은 한번에 바로 와 닿지 않는 생소한 용어들이 많은데 다시 돌아와 반복해 읽으니 확실히 읽는 재미가 있다.

‘구제‘: 한마디로 말해서 자본주의적 농장에서 부를 모으기 위해 생태적 과정을 통해 형성된 살아있는 존재를 끌어들이는 것을 말한다. 그 생태적 과정이라는 것이 단순한 원료일수도 있고 자본가가 인간의 목적을 위해 생태를 개조하거나 목적에 맞게 착취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아무튼 이 ‘구제‘는 자본주의적 통제를 받지 않고 생산된 가치를 써먹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자본주의가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존재했던 석유와 석탄 등이나, ‘노동‘의 전제 조건인 인간 생명은 생산할 수 없다.

‘구제축적‘은 선두 기업이 상품생산 조건을 통제하지 않고 자본을 축적하는 과정이다.
글로벌 공급사슬을 통해 이루어지는 구제축적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이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조지프 콘래드의 《어둠의 심연》과 허먼 멜빌의《모비딕》에도 서술되어 있다. 그리고 현대적 구제축적의 사례도 들어주었는데 바로 미국 소매업계의 거인 ‘월마트‘이다. 아무튼 이 두 작품을 예로 들어 설명하다니 ... 이해가 단번에 되었다.
역시 ‘착취‘와 ‘축적‘이라는 용어가 떠오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공급사슬 번역의 좀 더 밝은 면을 보고자 한다면, 19세기 미국 북부 출신의 투자자가 고래기름을 입수하는 이야기를 다룬 허먼 멜빌Herman Melville의 소설을 생각해볼 수 있다. 『모비 딕 Moby-Dicky은 공장 규율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산산조각 낼 만한 소란스러운 국제 포경선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나 정작 그들이 세계곳곳에서 고래를 잡아 얻은 기름은 미국에 기반을 둔 자본주의 공급사슬에 유입된다.  - P122

이상하게도 피쿼드호에 탑승한 모든 작살잡이는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태평양군도 출신으로, 미국 문화에 동화되지 않은 토착민들이다. 미국의 산업 규율에 따른 훈련이라곤 조금도 받지 않은 사람들의 전문 기술이 없으면, 그 배는 단 한 마리의 고래도 잡을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의 작업으로 얻은 생산물은 종국에는 자본주의적 가치 형태로 번역되어야 한다. 그 배는 자본주의적으로 조달된 자금이 있었기 때문에 항해할수 있다. 토착 지식이 자본주의적 수익으로 전환되는 것이 바로 구제 축적이다. 고래의 생명이 투자로 전환되는 것 역시 마찬가지로 구제 축적이다. - P122

여러분이 구제 축적은 옛일이라고 결론짓기 전에 현대의 사례 한 가지를 이야기하겠다. 재고품 관리 기술의 발전으로 오늘날의 글로벌 공급사슬은 활기를 띠게 되었다. 선두 기업들은 재고품을 관리하게 되면서 자본주의와 그 밖의 것을 포함하는 모든 종류의 경제 제도에서 자신들이 판매하는 상품을 생산할 자원과 노동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소매업계의 거인으로 알려진 월마트는 이러한 혁신을 자리 잡게 한 기업 중 하나다. 월마트는 컴퓨터가 상품을 재고품으로 목록화해 인식하게 하는, 검고 흰 막대기들이 나열된 범용상품코드Universal Product Codes, UPCs‘ 를 필수화하는 데 앞장섰다. 재고품 식별이 쉽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월마트가 상품이 생산되는 노동 및 환경 조건을 무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절도와 폭력을 포함하는 주변자본주의적 방법이 그 생산 과정의 일부분일 수 있다. - P123

나는 우디 거스리woody Guthrie의 노래에 고개를 끄덕여 동의하면서, 범용상품코드가 인쇄된 꼬리표 양면의 차이와 생산과 회계 간의 차이를 연결시켜 생각해본다. 이 꼬리표의 한쪽 면에는 검고 흰 막대기들이 인쇄되어 있어 상품을 상세하게 추적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그 반대쪽 면에는 아무것도 없다. - P123

아무 것도 없는 면은 월마트가 상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조금도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징표다. 왜냐하면 가치는 회계를 통해서 번역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월마트는 공급자들에게 계속해서 상품을 더 싸게 생산하도록 강요했고, 그렇게 함으로써 야만적인 노동 착취와 환경 파괴를 장려하는 것으로 유명해졌다.
야만savage과 구제 salvage는 종종 쌍둥이와 같다. 구제는 폭력과 오염을 이윤으로 번역한다.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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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11-10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하수 님 정리 정말 잘 해주시네요! 같은 책을 읽었던 사람으로서 도움이 되는 글입니다!!

은하수 2024-11-10 21:26   좋아요 0 | URL
정리욕구가 마구 솟게 만들어요~~~
한번 읽으면 이해가 안돼서 반복해서 읽게되니 좋고 이렇게 정리하고 싶어지니 더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