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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집중력 - 집중력 위기의 시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
요한 하리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4월
평점 :
책의 제목이 왜 '도둑맞은'인지 다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그 말이 충분히 이해는 가지만 작가가 말하는 요소들을 솔직히 나에게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어긋나 있는 부분들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흔히 말하는 방해 요소들인 SNS와 빅테크 기업들의 앱들, 그리고 우울감과 정신의 혼란을 야기하는 각종 약물들로부터도 어느 정도는 떨어져 있는 나이대이기도 하고, 나 스스로도 그러한 요소들로부터 자유로워지려 노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서이다. 각종 SNS와 흔한 이메일도 거의 열어 보질 않고 동영상 시청도 OTT 드라마, 예능 시청도 즐기지 않는 편이다. 리모콘 붙들고 안 놓는 남편 때문에 티비 시청도 싫어한다. 그렇다고 남들하는 그 모든 것들을 안하는 건 아니고... 주로 모바일을 이용하는데 유튜브 영상 보기 정도랄까... 요즘은 숏폼도 자주 보긴한다.그리고 알라딘 서재와 북플은 하루 종일 들락날락한다. 이게 문제라면 문제일 수 있는데... 이것도 못하면 정말 생존에 심각한 위협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야말로 요즘의 나의 생활이란 것이 너무도 단순하다면 단순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조심스럽게 말하는 것은....
남편과 아들 출근하고 나면 아침 7시 30분 무렵부터 두 남자가 퇴근해오는 6시 30분 정도의 시간까지 거의 혼자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주민자치센터에서 하는 수영 강습 가는 화, 목만 빼고 보통 11시간에서 12시간 정도의 시간이 나에게 통으로 주어진다. 나는 이 시간을 정말 마음껏 즐기려고 노력하는데 코로나 사태가 한창이던 2021년 말, 아파트 생활의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지금 이 집(용인 외곽의 주택)으로 이사를 온 후 책 읽는 시간을 대폭 늘릴 수 있게 되었다. 어쩌다 친구를 만나러 나가긴 하지만 그건 정말 한 달에 한 두번이고, 이것도 잦으면 귀찮아서 패스해버린다. 그러니 온전히 책을 읽는데 쓸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요즘 같은 겨울엔 특히 더 그렇다. 운전은 하지만 차는 거의 매일 집 주차장에 서 있고 운전하는 것도 싫고 장 보러 가는 것도 진짜 진짜 싫어한다. 추울 땐 더 싫어... 그런데 또 음식하는 건 좋아하고 좀 하는 편..ㅎㅎ 자화자찬이지만 아유 이 정돈 해도 되지 뭐... 싫어하는 게 왜 이리 많냐 싶은데... 어쩔 수 없다는...시간이 너무 아깝단 생각이 들고 이런 것들이 다 내가 좋아하는 책 읽기를 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많이 읽진 못해도 책은 고조 붙들고만 있어도 좋은 거 아니겠습니꽈!
암것도 안하고 책만 붙들고 있고 싶기도 하지만 그럴 순 없고. 그럼 책 읽기도 지루해질걸? 집중력 저하의 요인이 되겠다^^
아무튼 나의 소일거리라는 것에 대해 말해보자면... 아파트 밀집 지역도 아니고 도시 외곽의 도농 복합 동네라 시장과 마트를 가려면 거리가 멀어졌으니 싫어도 운전은 꼭 필요하고 도서관을 가려고 해도 걸어서 가는 것은 불가능하고, 특히 동네 작은 도서관은 내가 원하는 도서가 거의 없어서 시내의 큰 중앙도서관까지 차로 이동을 해야한다. 마트보다 도서관을 더 자주 이용하고 있는 것도 같은데 그도 그럴 것이 아들과 나의 도서관 회원증을 동시에 이용을 하다보니 예약도서, 반납도서, 상호대차, 거기다 바로 대출까지 ... 1주일 중에 중앙도서관 갔다 동네 도서관 갔다 바로대출 서점 갔다 하느라 바쁜데, 운전은 싫지만 이 시간이 내가 코에 바람 넣는 시간이라 난 또 이 시간을 즐긴다. 원하는 책을 받아올 땐 더 기분이 설레고...^^ 그리고 대충 놀면서 대충 읽어도 한 달 열 권 이상 책을 읽을 수 있다. 그러니 집중력을 "도둑맞은" 적 없다고 말하고 싶은 거다. 난 도둑 거부한다~~~ 라라라~~~
따라서 내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서비스는 도서관 앱과 알라딘 앱, 쿠팡 앱이고, 가끔 유튜브, 하루 중 몇 번은 카톡 확인, 전화는 거의 안받는 편(무음모드라서). 책을 읽으면서 지루할 땐 동영상 시청도 하고 책 검색도 하고 장을 보기도 하지만 아무리 좋아도 하루 종일 책을 읽을 수는 없지 않나..ㅎㅎ 그럴 때 쿠팡으로 쇼핑도 하고 미리미리 먹을 걸 구매하기도 한다.(참고로 여기 이사 와서 모든 프레시한 장보기 쓱, 컬리, 쿠팡 등등, 뿐만 아니라 새벽배송, 당일배송도 안된다.진짜 대/개실망함). 알라딘 가서 책도 검색하고 일부는 사기도 하고 다시 중고로 팔기도 하고 그러는 편인데 이 정도면 생활이 머리에 그려질 듯 단순하구나 하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생각을 해보자. 나는 대체 언제 집중력을 "도둑맞는" 것일까? 나의 집중력을 "빼앗아" 가는 도둑은 무엇일까? 코로나 시국에서 잠시 1 년 동안 공부를 하긴 했었다. 그 동안엔 책도 끊었었다. 지금은 집중력을 요하는 일을 안 벌인 상태라서... 테크 기업들이 나의 즐거움을 위해 봉사하지만 나의 집중력을 "도둑맞은"이라고 할 정도까진 아닌 거 같다. 책을 읽다가 아님 집안일을 하거나 아들 방 들어갔다 쓰레기장으로 변한 방을 보고 열 받아서 문을 쾅 닫아버리고 돌아 나와 잠시, 그것도 아니면 마당에서 잡초를 뽑거나 텃밭 채소들에 낀 벌레를 잡다가 지쳐서 잠시 내 스스로, 지극히 자발적으로 보긴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거 같고...
하, 이걸 내 입으로 말하려니... 알고 있지만 별로 말하고 싶지가 않다. 내 나이쯤 되면 가장 큰 도적이 무엇인지 자연스레 알게 될테니까... 그렇다면 난 이 책을 왜 읽은 걸까... 따지고 보면 나와 하등 관련없는 말들일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굳이굳이 왜 끝까지 읽은 걸까.
"도둑맞은"과 "집중력"이라는 제목으로 유추할 수 있듯이 우리의 집중력을 앗아가는 각종 SNS와 수많은 앱들이, 그리고 빅테크 기업들의 무한 푸시와 무한 스크롤, 그리고 끊임없이 제공되는 알고리즘의 연속이라는 지옥에 빠져 허우적대는 우리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는가. 그동안 말로만 들어왓던 테크 기업들의 상업적 술수에 놀아나 빼앗긴 우리의 집중력 상실은 우리 개인의 잘못이라기보다 그들 기업들의 무책임하고 비도덕적인 운영 방침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를 추적하고 조종하는 테크 기업들 - 집중력 파괴는 그들의 사업 모델이다"라는 6장의 제목은 우리의 산만함을 조장하고 집중력을 훔침으로써 성장하는 기업들의 생리를 보여주었다. 특히, 집단의 집중력이 이들의 비도덕적인 상업모델로 인하여 파괴되었을 때 어떤 식으로 위험한 폭력의 양상을 띨 수 있는지를 보여준 7장 "산만함에 불을 지피다 - 집중하지 못하는 사회는 어떻게 위험에 빠졌나"를 읽었을 때 문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할 수 있었다. 이용자들의 비난을 무마하기 위하여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미미하고 간단한 프로그래밍으로도 윤리적이면서 비파괴적, 비폭력적 기술을 접목할 수 있음에도 그들은 그러한 접근법을 싫어한다. 이용자들은 그저 그들의 돈벌이를 위하여 상업적으로 이용당하는 수단일 뿐이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성장 모델을 제시하고 그들의 성장에 우리는 무한 스크롤, 무한 알고리즘의 덫에서 나오지 말아야 하고 나오지 못하게 막는 그들의 프로그램에 따라 숨가쁘게 빠른 속도로 달려야만 하는 것이다. 성장과 속도... 오로지 이것만 중요한 가치가 된 것이다.
가장 놀라운 부분은 집중력 저하 어린이들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기술했을 때이다. 어린이의 삶의 요소를 파악하지 않고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만으로 ADHD 진단을 내리고 어른들에게도 치명적일 수 있는 약물을 처방하고 남용하는 사례들을 보면 정말 말로 하기 힘든 역겨움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어린이들에게 절대적으로 자유롭게 놀 시간을 허락해야 한다고 역설하는 작가의 생각에 나도 백 펴센트 동의한다.
그래서 작가가 하고 싶은 최종적인 결론은 뭐란 말인가. 집중력, 몰입, 뇌에게 휴식을 주고 딴생각하게 내벼려 두기.. 다 중요한데 지금 우리에게 집중력이 긴급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이게 궁금한 것이지 암.... 이게 궁금해서 내가 책을 끝까지 붙잡고 있었던 것이다. 단순히 집중력 저하가 걱정할 만한 수준이고 우리의 집중력을 빼앗아 가는 빅테크 기업들의 현실을 보여주기 위해서 집중력을 논한 것은 아닐테니까 말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집중력 반란이 필요한 특히 큰 이유가 하나 있다. 매우 엄연한 이유다. 인류에게 바로 지금만큼 집중력(우리 인간종의 초능력)이 필요한 때는 없었다. 현재 우리가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431) 라고 말하면서 "집중력 위기에서 가장 염려되는 점이 지구 온난화에 대처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음... 그래요. 잔뜩 기대하고 읽었는데 사실 조금 허탈한 결론이기도 해서 잠시 실망스런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 이유를 설명하는데 우리의 상황도 결코 낙관적이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특히 우리 정부는 기후 위기 문제에 대해서 굉장히 미온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가 더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작가가 이 책을 집필한 3년이란 기간은 코로나 팬데믹과 맞물려 있으며, "산불의 해"였다고 한다. "시드니와 상파울루, 샌프란시스코 등의 지역에서 대규모 산불이 발생하였고, 내가 기억하기로 2023년 봄과 여름 사이에 캐나다에서도 어마어마한 면적의 산불이 발생하였는데 이는 가뭄과 폭염으로 인한 기후 위기에서 오는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이러한 위기에서 각 개인이 각자의 의지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해야하기도 하지만 보다 더 거대한 경고 시스템(과학자들이 하는 이야기에 주의를 기울이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우리 사회의 능력)이 작동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기후위기는 해결 가능하다. 우리는 빠른 속도로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깨끗한 녹색 에너지원으로 사회에 동력을 공급해야 한다. 그러나 그러려면 집중할 수 있어야 하고, 분별력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3분마다 작업을 전환하고 알고리즘이 불어넣은 분노 때문에 늘 서로에게 고함을 치는 정신없는 인구 집단은 이 해결책을 실행할 수 없다. 우리는 우리의 집중력 위기를 해결할 때에만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 (433쪽)
우리 인류가 집중력을 발휘해야 할 문제가 비단 기후위기 뿐이겠는가만은... 무엇을 해결하려 하건 집중력이 발휘되어야 하는 것은 맞다. 대체 어떤 해법을 제시해줄 것인지 궁금해서 끝까지 읽었고, 중간에 약간 지루하긴 했지만 재미가 없었던 건 아닌데 내가 기대한 대답은 아니어서 맞는 답인거 같은데 실망하기도 했다는 뭐 그런 리뷰가 되어버렷다. 집중력을 다시 찾아올 수 있는 해법은 조금 부족한 듯 느껴지는데 작가라고 해서 답이 여기 있소 하고 우리에게 딱 쥐어줄 수 있을까. 이건 작가 자신도 누구나 수긍할 만한 답을 내어놓지는 못한다고 인정한 부분이니까 내가 이렇게 느끼는 것도 이상한 게 아니라는 말이 하고 싶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