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균,쇠>‘2부 식량생산의 기원과 문명의 교차로‘를 요점 정리 해보자. 오랜만에 공부하는 기분으로 읽으니 너무 재밌다. 물론 달달 외워서 시험보라면 괴롭겠지만!
‘2부 식량 생산의 기원과 문명의 교차로‘에서는 인류가 식량 생산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인 기나긴 역사를 고찰한 기록이다. 야생 먹거리에서 작물화에 성공함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비옥한 초승달 지역(서남아시아)의 기후와 여러 이점들을 뉴기니와 아메리카 지역의 원주민과 비교 분석하였고, 가축화한 동물들이 서남 아시아 지역이 유독 많았던 여러 원인들도 흥미롭게 설명되어 있다.
식량 생산의 기원은 총기, 병원균, 쇠의 탄생에서 나타난 지리적 차이를 이해하는데 핵심요소가 되기 때문에 중요하다. 또한 식량 생산이 독립적으로 시작된 지역은 크게는 아홉 곳, 어쩌면 고작 다섯 곳 밖에 없었기 때문에 식량 생산의 전파 과정도 중요하다.
1. 서남아시아 지역이 식량 생산에서 앞서 나갈 수 있었던 원인이 여러가지가 있다. 우선 그 지역이 겨울은 온난 다습하며 여름은 길고 덥고 건조한 이른바 지중해성 기후대에 속하기 때문에 식물성 생장이 빠르고 다양한 풍토 식물을 시험해보면서 작물화하기 용이했다.
두번째는 작물의 야생 조상이 이미 풍부하고 생산성이 높았기 때문에 수렵생산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큰 군락을 이루어 생활할 수 있었다. 세번째 이점은 이 지역은 암수한그루형 제꽃가루받이 식물의 비율이 높아 작물화가 쉽게 이루어졌고 특히, 최초로 작물화가 이루어진 밀과 보리 종류는 타지역의 종보다 단백질함량이 높아 영양적으로도 훌륭했다는 것이다.
˝가축화된 포유류의 중요성은 대형 육서 초식동물의 종수가 놀라울 만큼 적다는 사실에서 비롯한다(오직 육서포유류만이 가축화되었다... 수서 포유류를 사육하거나 번식하기 어려웠다는 자명한 이유 때문이었다). ‘대형‘이라는 말을 ‘체중 45kg 이상‘이라고 정의한다면 20세기 이전 가축화가 된 대형종은 모두 14종에 불과하다.˝(232면)
2. 가축화된 포유류는 인간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 할 수 있는 것으로 음식(고기, 유제품 등)을 제공하고 비료, 육상 운송, 가죽, 근대의 공격용 탈 것, 쟁기를 끄는 힘, 털 그리고 노출된 적이 없는 민족들을 죽일 수 있는 병원균 등을 제공한 것이라 할 것이다. 가축화된 포유류의 대부분은 서남아시아를 비롯해서 유라시아산이었는데 이는 유라시아 사람들이 총기, 병원균, 쇠를 갖게 된 이유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가축화가 된 14종이 유라시아에 집중된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1)가장 중요하고 단순한 이유는 유라시아에는 가축화 되었든 아니든간에 육서 포유류의 종수가 가장 많았으므로 확률적으로도 가축화가 가장 많이 될 수 있었다. 다른 지역에서도 모든 야생 동물종은 한 번쯤 가축화가 될 가능성이 있었지만 여러 장애 요인들로 인해 그러지 못했고 영원히 야생종으로 남아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여기서 재미있는 ‘안나 카레리나의 법칙‘이 등장한다. 그 유명한 첫 문장!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이 문장에서 몇 마디만 바꾸면 ˝가축화할 수 있는 동물은 모두 엇비슷하고 가축화할 수 없는 동물은 가축화할 수 없는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230면)는 말로 대체하여 설명할 수 있다. ‘영원히 야생 상태로 남아 있을 운명‘이라고 한 조건에는 식성, 성장속도, 감금 상태에서 번식시키는 문제, 골치 아픈 성격, 겁 먹는 버릇, 각 동물의 사회적 구조 등에서 기인한다.
(2)오스트레일리아와 남북 아메리카에는 홍적세 말기에 닥친 엄청난 멸종의 파도 속에서 대부분 후보종을 잃고 말았다. 여기서도 서남아시아를 비롯한 유라시아의 동물종은 대부분 살아남았다.
(3)멸종 후 살아남은 종들 중에서 유라시아 대륙에 가축화에 적합한 후보종이 가장 많았다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이유가 될 것이다.
˝청함을 받은 자는 많되 택함을 입은 자는 적으니라.˝(마태복음 22장 1절) 라는 말씀으로 대변할 수 있을 것이다.
3. 식량생산의 전파 경로도 중요한데 유라시아는 횡(동서 방향)으로의 전파, 아프리카와 남북 아메리카는 종(남북 방향)으로의 전파를 보이고, 대륙마다 서로 전파시기나 속도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비옥한 초승달 지대의 작물화 과정에서는 하나의 종이 우세하고 변이 과정도 한번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단순한 변이 과정은 전파에도 유리해서 넓은 지역이었음에도 동서로의 전파가 빠르게 일어날수 있었다. 반면 아메리카 지역이나 아프리카에서는 하나의 종이 여러 번의 변이 과정을 거치고 따라서 전파에 있어서도 더딜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동서로의 전파가 그렇게 빠르게 일어날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1)유라시아의 동서축 : 같은 위도상에 동서로 늘어서 있는 지역들은 낮의 길이가 길고 같고, 계절의 변화도 똑같다. 그리고 질병, 기온과 강우량 추이, 생식지나 생물군계(한 지역의 동식물을 아우르는 생물 구조를 일컬으며 대개 그 지역에 특징적인 식물 형태를 가리킴) 등도 서로 비슷한 경향이 있는데 식물이 가지고 있는 유전적 프로그램이 비슷한 위도에서 잘 자랄수 밖에 없고 이는 동물들도 같은 위도와 관련된 기후 특성에서 더 잘 적응한다. 이것이 비옥한 초승달 지대의 가축과 작물이 서쪽과 동쪽으로 그렇게 빨리 전파된 한 가지 이유였다.
(2)역사의 수레바퀴는 각 대륙의 축을 중심으로 회전했다 : 같은 위도라고 해도 기후가 같지 않다. 또한 각 지역의 지형적.생태적 장애물도 확산을 방해한다. 각 지역에 끼어 있는 농업에 부적합한 사막, 열대성 기후, 비가 내리는 시기가 다른 점, 지극히 좁은 육지의 폭(파나마) 등은 위도 차에 못지않게 작물과 가축의 확산을 막는 요인이다.
각 대륙에 따라 달랐던 축의 방향은 식량생산 뿐 아니라 기타 기술, 발명품의 확산에도 영향을 미쳤다.(문자, 바퀴, 야금술 등)
2부의 고찰을 읽다보니 결론적으로 말해서 오늘 날, 누구(백인)는 그렇게 많은 화물을 가지고 있고, 누구(흑인)는 화물을 적게 가질 수 밖에 없었던 근본 원인이 각 지역 원주민의 탓이 아니라 지역의 생물상과 기후, 지형에 기인한 것이 거의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러도 지금 못가진 자(특히 흑인)는 영원히 가진 자가 될 수 없다는 것 아니겠는가! 최소한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엔 말이다.
이런 슬픈 사실이 있을 수 있나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