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매일 사용하는 단어가 품은 수천 년 이야기
점심을 먹고 수영 같이 다니는 친구와 동넷길을 걸었다. 난 몰랐는데 우리 동네에도 걸을 수 있는 산책로와 자전거도로가 이천까지 연결이 되어 있다는게 아닌가. 난 작년까지도 기숙학원이 있는 큰 도로까지만 갔다 집으로 돌아오곤 했는데 내가 수영다니느라 걷기를 쉬고 있는 동안 끊어져 있던 산책로를 깨끗하고 안전하게 정비를 했다는 것이다. 그럼 가만 있을 수 없지! 그러잖아도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아 몸이 근질근질 좀 나가서 걷고 싶었는데 잘 됐다 싶어 중간에서 만나 한참 걸어갔다가 이천과 용인 경계도로에서 다시 돌아왔다. 집까지 다시 오니 1만 5천보나 걸었더라는~~~
오랜만에 많이 걸었더니 다리가 무겁다 ...
좀 일찍 자려고 양치질 하며 이 책을 펼쳤는데
이 무슨 우연의 일치란 말이냐...
엊그제의 상추때도 삼겹살데이에 상추쌈 맛있게 먹고 ‘상추‘에 대한 글을 읽었는데 오늘은 양치질이란 단어의 유래에 대해 설명하는 글이지 뭔가~~~!

양치질이란 단어가 간직한 중국, 인도, 우리나라 수천 년 이야기
우리가 매일 쓰는 단어와 말 속에는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문화와 풍습과 삶의 방식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무심코 사용하는 단어가 어디에서 유래되어 왜 이렇게 쓰이고 있는지를 알고 나면 주변 풍경이 달리 보이고 사람사는 세상이 새롭게 느껴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됩니다. 당연하다 생각하던 것들을 다시금 들여다보고 탐구하며 몰랐던 세계를 알게 되지요. 매일매일 사용하면서도 정작 그 유래를 모르는 단어는 아주 많습니다. 그 가운데는 양치질이 있습니다. 양치질이라는 단어의 유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도에서 시작해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로 이어지는 문화의 전파와 그 이면에 남아 있는 문화사적 이해가 필요합니다. - P75
사람들이 지금처럼 칫솔을 사용하게 된 지는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치약도 마찬가지고요. 그전에는 입에 소금을 넣고 손가락으로 이를 문지르는 방식으로 이를 닦았습니다. 칫솔질은 칫솔을 사용하여 이를 닦는 행위를 말하고, 양치질은 칫솔이 없이도 이를 닦고 물로 입안을 가시는 행위 전반을 두고 말하지요. 저는 양치를 설명할 때 이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시작하고는 합니다. "양치는 한자어일까요? 순수 우리말일까요?"
이 질문에 대부분 사람들은 한자라고 대답합니다. 한자 중에 치아를 뜻하는 이치(齒)자를 떠올리기 때문이지요. ‘수양하다, 봉양하다‘를 뜻할 때 쓰이는 한자 기를 양(養)자에 이치(齒)자를 쓰면 치아를잘 닦는다는 뜻과도 딱 맞아떨어지고요. - P76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국어사전을 보면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양치: 이를 닦고 물로 입 안을 가심. 한자를 빌려 ‘養齒‘로 적기도 한다.
일반적인 한자어라면 양치(養齒)라고 제시하고 뜻풀이를 하면 되는데 양치라고만 제시하여 고유어인 듯이 처리되어 있고 "한자를 빌려 ‘養齒‘로 적기도 한다"라고 설명을 달아놓았습니다. 이것은 양치의 어원에 다소 복잡한 문제가 있음을 암시합니다.
양지질은 어쩌다 양치질이 되었을까?
양치라는 말은 양지(楊)라는 말이 변한 것입니다. 양지는 버드나무양(楊)과 가지 지(枝)로 쓰여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버드나무가지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양치질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요? 다시 사전에서양지를 찾아보겠습니다.
양지(楊枝): 나무로 만든 이쑤시개, 불교도들에게 냇버들가지로 이를깨끗이 하게 한 데서 유래한다. - P77
양지는 단순히 버드나무 가지가 아니라 ‘버드나무 가지로 만든, 이 닦는 데 쓰이는 도구‘를 뜻하는 말이었습니다. 이러한 풍습은 불교문화로부터 유래한 것이지요. 사전에서는 냇버들 가지라고 했는데, 사실 인도에서는 양치를 할 때 버드나무나 냇버들이 아닌 님나무(nimtree)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 P78
더구나 님나무 가지를 사용해 이를 쑤시는 것이 아니라 작은 나무 가지를 씹는 것이라고 하네요. 핀란드 사람들이 자일리톨 성분이있는 자작나무를 사용하여 양치를 하듯이 인도 사람들은 님나무를사용했습니다. 인도의 이러한 문화가 불교를 통해서 중국을 거쳐 한반도까지 전파된 것입니다. 그런데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나무가 없는 까닭에 쉽게 구할 수 없었으므로, 같은효과를 낼 수 있는 식물로 대체하다 보니 버드나무를 이용하였지요. 즉, 음식물 찌꺼기를 제거하기 위해 버드나무 가지를 이용하였는데 그 도구를 재료의 명칭인 양지라고 부르게 되었고 그 도구를 사용하는 행위를 양지질이라고 했던 것입니다. 그러다 양지질이라는말이 이를 닦거나 헹구는 행위 전반을 지칭하는 말로 바뀌었고, 시간이 더 많이 지남에 따라 사람들이 양지나 양지질이라는 말이 기원적으로 버드나무 가지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게 되었지요. - P78
우리나라는 한자 문화권이었으므로, 한자어 가운데 ‘이‘를 뜻하는 이치(齒)라는 한자가 있으니 세월이 흘러 양지라는 단어가 사람들 사이에 쓰이면서 ‘지‘와 ‘치‘를 혼동하여 쓰게 되었고, 양지나 양지질이 양치 내지 양치질이라는 말로 바뀌게 됩니다. 단어는 사람들의 삶 속에서 사용됩니다.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단어의 기원이 흐릿해지고 익숙한 문화의 영향을 받아 단어도 자연스럽게 변화합니다. 이는 수백, 수천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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