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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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렵게 읽을 책을 선택하고 나서 그 책을 구입을 할 것인지 구입을 한다면 신간을 할 것인지 중고로 들일 것인지, 아님 도서관에서 빌려 읽을 것인지를 최종 선택을 하고 이러한 어려운 여러 단계의 과정을 거쳐 엄선한 책이 나에게로 왔을 때!

  책이 술술 너무 잘 읽히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하면, "아, 이거 너무 아까운데..."  시간이 아깝거나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들게 된다.

  최은영 작가의 <밝은 밤>은 일단 읽어보기로 마음을 정하고 무심코 도서 반납하러 갔다 검색해보고 마침 도서관에 있어서 살짝 놀란 마음으로 빌려 오게 되었는데 들고 와서도 한참을 묵혀 두었다 펼치게 되었다. 그런데 반납일의 압박감을 느낄 새도 없이 책이 너무 술술 읽혀서 놀라웠고 술술 읽히는데 읽어 보기로 마음을 정하기까지의 시간이 하나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재미가 있었고 책을 읽고 있는 그 시간이 너무 만족스러웠다. 햇살이 가열차게 비쳐 들어오는 썬룸에 앉아 그 뜨거움을 스카프로 가리면서도 자리를 뜨지 못하고 이야기에 빠져든 시간이었다.

사실 어제 하루만에 다 읽을 수도 있었는데 아쉬움이 크기도 했고, 아름다운 결말을 남겼다 하루 더 기쁨을 만끽하고 싶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에 눈이 떠져서 마지막 부분을 다시 휘리릭 읽으며 그 시간을 맘껏 즐겼다.

  

  1930 년대로부터 이어지는 여인 4대의 이야기가 우울하지만은 않고 결말이 희망적이어서 얼마나 기쁜지...

  작품은 주요 화자인 지연이 희령이라는  도시에 내려와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리어 자신의 상처와 대면해야 했다. 그래서 가끔은 지연이를 바라보는 일이 힘들기도 했다. 그런 지연이가 이 소설 속 어떤 인물보다도 내게 힘을 준 사람이라는 사실을 나는 잊지 않으려고 한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는데 지연이가 상처을 치유해가는 과정에서 우연히 조우하게 된 외할머니 영옥이 들려주는 여인 3대의 이야기들은 지연의 상처를 치유하는데 큰 힘을 발휘한다. 상처는 더 큰 상처를 통하여 치유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진리를 보여주는 시간들이었다. 

  

  백정의 딸로 태어난 삼천이(지연의 외증조모), 그리고 그런 그녀를 평생의 친구로 삼은 새비와 딸 희자,  삼천이의 딸인 영옥(지연의 외할머니)과 미선(지연의 엄마)으로 이어지는 여인들의 이야기는 가부장제로 대변되는 한국 사회에서 철저하게 고통 받는 약자였지만, 운명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들의 삶을 꾸려가고자 노력한다. 그런데 등장하는 남편, 아버지들은 하나 같이 그녀들에게 정상적인 가정을 제공해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인간 이하의 행동들을 보여줌으러써 분노를 유발케 한다. 가부장으로서의 권위와 권력만을 행사하면서 한시도 가족을 보호하지 못하고 딸 자식을 자식으로도 생각하지 않으며(삼천의 남편, 사실 남보다 못하다. 사고로 죽었을 때 정말 일말의 동정심도 느낄 수 없었다.), 북에 두고 온 아내와 자식이 있으면서도 속여서 결혼을 하고 그것이 탄로가 나도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으며 사과도 하지 않는 파렴치한 인간(영옥의 남편, 미선을 키우게 해준 것을 무슨 크나큰 시혜를 베푼줄 안다. 천벌 안받나???), 바람을 피우고 가정을 등한시 하면서도 바람을 피운 원인을 아내의 탓으로 돌려버리는 부도덕한 남편(지연의 남편, 제일 한심한 인간. 배울만큼 배운 놈이니까...)들을 보면서 -아. 그러고 보니 미선의 남편도 참 할 말이 많긴 하다. 미선이 1박 2일 이상의 여행을 한번도 못해봤다는... 그놈의 밥 때문에...암으로 입원해서도 지연이에게 아버지의 밥 걱정을 하게 만든! 그리고 퇴원해 왓는데도 혼자 식탁에서 저만 꾸역꾸역 밥 먹는 저 밖에 모르는 인간.그게 사람인가 싶다. - 우리가 과연 이런 아버지, 남편, 삼촌, 오빠... 같은 사람들에게서 희망을 말할 수 있을까 회의가 든다. 뭘 바랄 수가 있을까...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의 아버지와 엄마, 외할머니의 삶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도 생겼다. 최소한 우리 아버지는 밥 먹을 때 생선 가시를 다 발라서 식구들 먹게 해 주셨다. 항상!!! 결혼해서 혼자 맛있는 부분 발라 혼자 먹는 남편 모습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그렇다고 남편을 저런 나쁜 인간들과 같은 선상에 놓을 수는 없다. 세상 아빠들은 다 우리 아빠 같은 줄 알았었는데 그때 좀 실망 ㅠㅠ  아무튼 우리 3 남매에겐 더없이 좋은 분이셨는데 엄마에겐 또 다른 것이 문제이긴 하다. 각설하고 그 분들의 삶을 책에서와 같이 오래 들을 시간을 가지지 못한 것이 아쉽기도 했다. 세상에서 가장 사이 안좋은 사람이 엄마와 나인데 이런 말 하려니 좀 . . . . . .

  

  지연이가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상처를 회복해 가는 과정이 보기 좋았다. 마음이 놓이는 기분이랄까...

  결국 딸들은 엄마를 깊이 이해하게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로구나 생각을 하니 나도 언젠가는 엄마를 그저 아무런 이유없이 엄마를 엄마로 인정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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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3-01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하수님.별다섯의.감동이.전해집니다 읽고 나눌 이야기도 참 많은 소설이죠?^^완독 축하드려요.

은하수 2023-03-01 12:5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정말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았는데 저도 작가처럼 자르고 줄여 리뷰를 쓰느라 힘들었어요

얄라알라 2023-03-02 08: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설을 며칠 사이 다시 한 번 더 읽는 일은 드문데, 그 만큼 이 소설 좋았어요

은하수 2023-03-02 11:48   좋아요 0 | URL
맞아요
가끔 꺼내 먹고 싶은 이야기들이예요 여자들의 이야기라 더욱 좋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