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반양장)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Mr. Know 세계문학 20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품절


젖가슴은 삶은 계란의 껍질을 막 벗겨 낸 듯 탐스러웠다.-2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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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06-03-25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번 열린책들에서 나온 페어버백 책자가 너무 마음에 들어 Mr Know 세계문학 시리즈를 여러 권 사버렸다. 읽기로는 뉴욕3부작에 이어 두 번째이다. 정리가 안되 리뷰를 올리지 못하고 밑줄긋기로 대신한다.

미인의 신체발부에 대한 비유로 말하자면 입술은 앵도, 눈섭은 반달, 피부는 백옥, 머릿결은 삼단, 가슴은 복숭아(시인 이상화는 '마돈나! 수밀도의 네 가슴에 이슬이 맺도록 달려오느라'고 하지 않았던가)가 정석이라면 정석이었는데, 향수를 읽다가 위 구절에 이르러 본인은 깜짝 놀라 문득 무릎을 내리치고야 말았으니, 아이야...작가의 깊은 통찰력에 감탄과 존경의 념을 금할 길이 없었다. 일찍이 듣도 보도 못한 실로 놀라운 표현이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계란을 하나 삶아 껍질을 벗겨내고 고 말랑말랑한 속살(?)을 한 번 만져보고 싶은 생각도 든다. 히히히(이 무슨 경망스러운 웃음이란 말인가..쯔쯔)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 지음, 조석현 옮김 / 이마고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1.

영화 레인맨에서 더스틴 호프만은 자폐증 환자다. 역시 그렇지만 호프만의 열연은 빛났다. 영화는 아카데미 무슨무슨 상을 타기도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극중에서 호프만은 전화번호부 한권을 모두 외우는 놀라운 기억력을 보여준다. 룸서비스로 들어온 호텔 여종업원 명찰을 보고 전화번호를 알아낸다. 여종업원이 깜짝놀라 호들갑을 떨던 장면도 떠오른다. 식당에서 호프만은 바닥에 떨어진 한 무더기의 이수씨개 수를 단 몇초만에 정확하게 알아 맞춘다. (이 이야기는 본 책에도 거의 그대로 나온다. p368 탁자에 있던 성냥갑이 떨어지면서 그 안의 성냥이 쏟아졌을 때 쌍둥이 형제는 동시에 “111”이라고 외쳤다.)

호프만의 껄렁한 동생 탐크루즈는 백치천재인 형을 돈벌이에 이용한다. 호프만은 카지노의 트럼프카드 놀음에서 카드를 모두 읽어내어 천금을 얻기도 한다. 이런저런 우여곡절 파란이  굽이치는 여행길에서 껄렁한 양아치 동생은 자폐증 형에게 찐득한 형제애를 느끼게 된다는 뭐 그런 결론이다. 보나마나 결론은 항상 버킹검이겠지만 이 영화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었던 것 같다. 포스터만 봐도 호프만이 어딘가 약간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요즘 호프만은 무얼 하고 있나 그를 극장에서 본 지가 꽤 된 것 같다.  

 

2.

박경철의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을 보면 충격적인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시골마을에 치매 할매가 한 분 살고 있었다. 젊은 아들 부부가 할매를 모시고 살았는데 그들에게는 깐알라(갓 태어난 아기의 경상도 사투리다.)가 하나 있었다. 촌이라서 변변한 수용시설도 없고 물론 부부에게는 노인을 병원에 보낼 돈도 없다. 그럭저럭 같이 살아 가고 있었다. 그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말이다. 할매는 정신이 잠깐 잠깐 나갔다가 돌아오기도 했고, 늙은 몸은 잠깐잠깐 집을 나갔다가 잘 찾아 돌아오지 못하기도 했다. 멀쩡할 때도 많았다.


젊은 부부가 깐알라를 놔두고 잠깐 밭에 일을 보러 나갔는데, 젊은 부부가 일을 마치고 돌아오자 할매가 반갑게 맞으며 하는 말이 '얘들아 내가 너희들 줄려고 삼계탕을 끓여 놓았다'는 것이다. 노릿한 냄새가 진동하는데 불길한 예감에 부엌에 들어가 솥뚜껑을 열어본 부부는 그야말로 기절초풍을 하고 말았다. 그들의 깐알라가 솥안에 들어 있었던 것이다. 부글부글 끓는 물에 뚱뚱불어서 말이다. 나중에 병원에서 커다랗게 부풀어 오른 깐알라의 사체를 앞에 둔 의사나 간호사나 모두 너무나도 비극적인 이 상황에 그야말로 망연자실했다고 책은 전하고 있다. 할매는 그 후 자살로 얼마남지 않은 생을 마감했다.

 

 

3.

치세의 능신이요 난세의 효웅(아니 간웅이라 했던가)이라는 조조는 젊은 시절 꽤나 한량 짓도 하고 돌아다녔던 것 같다. 조조도 한때는 근왕의 깃발아래 한 황실에 충성을 맹세하였고, 황건적의 난 때에는 다 자빠져가는 황실을 위해 의로운 병사를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야심가들은 틈을 놓치지 않는 법이고 역시 난세는 군웅들이 할거하기 마련이다. 조조가 위나라를 세우는 위업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반대자들이나 옛날 권력들은 조용히 사라져 줘야했으나 그들이 조용히 사라져줄리는 만고에 없을 것이었고 따라서 억울한 죽음이 없을 수 없었을 것이다.  

 

정사 삼국지가 아닌 삼국지 '연의'에는 조조가 억울하게 죽은 원귀들에 시달리다 정신착란을 일으켜 결국 사망하신 걸로 나와 있다. 전쟁으로 날이 새고 지던 그 어느 시대에나 수만 혹은 수십만의 인명을 죽인 전쟁영웅들이 수다하고, 권력투쟁에서 옛 권력을 숙청한 혁명가나 성공한 모반자들이 또 무수하건데 유독 조조만이 죄책감에 시달려 발광을 했겠나 하는 이야기다. 원인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뇌신경 손상을 입은 것이다. 색스의 책을 보다가 문득 조조 생각도 났다.  




 

4.

뇌신경에 손상을 입어 기이한 행동을 보이는 임상사례 들을 모아놓은 본 책은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조금은 희극적이고 덜 심각한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어떤 이야기는 조금 따뜻한 느낌이고 어느 이야기는 그런대로 견딜만한 것이었다. 장애를 겪고 있는 환자의 귓가에 이제는 거의 잊어버린 어린시절의 노랫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오는 것이라든지. 신경매독의 재발로 80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활기찬 생활을 하게 된 어느 할머니의 이야기라든지, 손자를 씨암탉으로 착각한 우리나라 할머니에 비하자면,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얼마나 애교적이고, 또 그의 아내를 위해서도 얼마나 다행인가 말이다.


인간 뇌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서는 수많은 학자들이 오랜 세월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많은 부분이 신비에 쌓여있고 두꺼운 베일에 가려져 있는 것 같다. 과학이 뇌의 구조와 기능을 속속들이 밝혀내어 뇌손상으로 기이한 병에 걸려 고통받는 사람들과 그 가족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항상 그렇듯이 그 과학기술이 결국은 인간의 정체성과 존재 자체에 대하여 심각하고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생명공학의 발전에 대한 일부의 염려와 비슷한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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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필라바스투의 동문 (주1)

- 거기에서 당신이 얻은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제 옆에서 얻을 수는 없는 것이었나요? (주2)


 빛나는 신들은 신을 명상한다 메마른 강이 흐르

그늘의 그물을 쓰고 사내는 대답하지 못했다

무수한 벽돌들이 밤바다의 성좌처럼 흩어져 있다

(저렇게 무거운 세계가 이토록 가뿐하게 떠 있을 수

있다니) 벽돌 속으로 엉킨 실타래처럼 갈래지어져

있는 소로, 모든 것을 버려본 적이 있는 정처 없는 자

의 운명은 그렇게 상처입은 끝없는 길들을, 오래도록

노래하며 가야 한다 비밀한 길들은 발자국을 간직하지

않는다 내의 발바닥에도 몇 천분의 일 지도 같은

미세한 길들이 사방으로 팔방으로 나 있었다 필시,

객사의 운명이려니 - 신성한 강도 얼른 몸을 바꿔 타락

을 드러내보이고 저 강변의 보리수는 서서 죽었다 이제

나의 집은 여기이다

   (내가 버린 것들이 이렇게 무성하구나)

   다시 태어난다면 숲을 이루는 저 바람으로 태어나

리라 나 저 바람처럼 몸이 없는 마음으로만 떠돌다가

나, 또 몸의 울음으로 잉잉 전신주도 울리고, 다시는

저 너머를 꿈꾸지 않으리 (네가 나를 견디었구나) 온

몸에 향기로운 기름을 바르고 아름다운 음악과 산해

진미를 맛보며 마약과 섹스로 아아, 이 즐거운 생을

노래한다 폐허, 폐허, 썩은 연못과 잡풀에 가려진 길

들 : 당신이 없는 밤

   무너진 길들과 서로 다른 은하들이 충돌하여 우주

의 먼지 속으로 사라지는, 뜨거운 별들이 서서히 식고

나는 불의 온도 속에서 밖을 보았다 (어머니 또 혼자

계신다) 몸에 따르는 자 양세를 얻으리라 흰 베옷을

입은 사내가 저 메마른 강을 건너는 마음의 무늬들,

무늬들

  내 정든 육신

-----------------------------------------

주1 : 부다의 탄생지인 룸비니 근처 석가족의 성. 부다는 그 모든 권세와 아름다운 부인을 버리고 오직 자기 가슴속의 욕망만을 간직한 채 이 카필라바스투의 동쪽 문으로 출가한다. 성은 피폐하고 한 인간의 욕망은 유구하다.

주2 : 이윽고 깨달음을 얻은 부다가 카필라 성에 다시 돌아왔을 때 그의 부인 아유다라가 부다에게 던진 질문. 경전은 아무 대답이 없는 부다의 모습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질문은 내 옆에서의 깨달음, 출세간보다는 세속에서의 깨달음을 일깨우고 있다. 아마도 부다는 이 질문을 통하고서야 비로소 완전한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었을 터

문학과지성 시인선 208  함성호 시집 <聖 타즈마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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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목재회사에서 벌목공 채용공고를 냈다. 한 남자 스미스씨가 이력서를 제출했고 합격했다. 근무조건은 작업량에 따라 연봉을 달리 한다는 것이다. 스미스씨는 열심히 일했다. 쉬는 시간도 줄이고 도시락도 싸가지고 다니면서 열심히 일했다. 또 다른 한 남자 프랭크가 있었다. 스미스가 보기에 프랭크는 일하는 간간이 앉아서 휘파람도 불며 쉬곤 했다. 점심시간에는 일렁일렁 식당으로 가서 느긋하게 밥먹고 일도 가끔은 설렁설렁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작업량은 프랭크가 훨씬 많았다.

프랭크는 쉬는 틈틈이 도끼날을 면도날 같이 갈았다는 것이다. 스미스도 그날 이후로 도끼날을 갈았다. 물론 작업량이 더 늘었다. 그러던 어느날 관리사무소에서 스미스를 호출했다. 사무소에서 스미스는 해고통지서를 받았다. 스미스는 강력하게 항의했다. 열심히 일했는데 왜 해고냐고? 도대체 이유가 무엇이냐고?  관리사무소 소장이 창문을 열었다. 창밖을 보니 중장비와 전기톱소리가 요란했다. 중장비와 전기톱이 벌목장을 지배하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으니, 이제 도끼의 시대는 갔다는 것이다.


본 책 서두에 등장하는 우화다.  변화하고 혁신하지 않으면 스미스꼴이 되기 싶다. 변화와 혁신은 오늘날 직장인들의 호구지책 견지를 위한 최대의 화두로 떠올랐다. 무슨 땡중의 득도 성불을 위한 면벽수도 공안이라도 된 듯한 느낌이다. 나무아미타불 염불마냥 누구나 변화와 혁신을 웅얼웅얼 중얼중얼 거리고 있다. 문제는 변화와 혁신만 하면 뭐든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변화와 혁신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모두가 절박하게 곧 죽을 듯이 말하고 있다.


혁(革)도 가죽을 뜻하는 한자고 피(皮)도 가죽을 뜻하는 한자다. 그런데 피신(皮新)이라 하지 않고 혁신(革新)이라고 한다. 얼굴의 껍질은 피부라 하고 허리띠는 혁대라고 한다. 피는 천연 그대로의 피부를 말하고 혁은 그 피부를 홀랑 벗겨내어 가공한 것이란다. 혁신에는 생피부를 생짜로 벗겨내는 아픔이 따른다는 말이다. 어느 은행장인가 했다는 그 유명한 솔개 이야기와 같은 맥락이다. 솔개는 40년쯤을 살면 수명이 다되는데 스스로 깃털을 다 뽑아 날려버리고 부리와 발톱을 바위에 쪼고 갈아 뽑아버리면 새 부리와 새 발톱과 새 깃털이 돋아 난단다. 그러면 30년을 더 살수 있다고 한다. 혁신을 해야 살아 남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무위도식하며 천년만년을 산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질(質)의 문제가 남는다. 그러나 양이 쌓이면 질도 자연 높아질 것이다.  


상투를 붙잡고 차라리 내 머리를 치라며 울부짖던 사람은 그 시대에는 의인이었지만 이 시대에서는 둘도 없는 바보다. 변화와 혁신이 이 시대에는 대세지만 다음 시대에서는 헛된 짓거리가 될지도 모른다. 물론 우리는 이 시대를 살고 있다. 방관자가 되거나 변화에 거역하라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바보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변화와 혁신이 호구지책에는 필수겠지만 우리가 결국 마지막에 의지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 것들이다. 낡고 익숙하고 먼지 묻은 것들 말이다.


선지자의 말씀을 담은 오래된 경전이 전하는 바에 의하면,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사람이 해 아래서 하는 모든 수고가 자기에게 무엇이 유익한고. 한 세대는 가고 한 세대는 오되 땅은 영원히 있도다. 해는 떳다가 지며 그 떳던 곳으로 빨리 돌아가고, 바람은 남으로 불다가 북으로 돌이키며 이리 돌며 저리 돌아 그 불던 곳으로 돌아가고,모든 강물은 다 바다로 흐르되 바다를 채우지 못하며 어느 곳으로 흐르든지 그리로 연하여 흐르느니라.


추신 : 김찬배 소장님을 가까이서 보니 조금 호리호리한 몸매에 키는 중키 정도고 머리가 약간 벗겨져있다. 강의를 엄청나게 다닌다고 한다. 집이 가난하였고 중학교 졸업후 인문계 간다고 하자 아버지가 일언지하에 안된다고 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담배라도 피우며 하룻밤 정도는 고민하다가 집안형편상 대학에 보낼 수 없으니 어렵겠다고 말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바램을 아직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학업이 늦었고 당연히 잡다한 여러 경력을 쌓았다. 우리 공장 강의를 위해 새벽6시에 KTX타고 내려오는 오면서 공병호의 <부자의 생각 빈자의 생각>을 사서 읽었다고 한다. 부지런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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