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목재회사에서 벌목공 채용공고를 냈다. 한 남자 스미스씨가 이력서를 제출했고 합격했다. 근무조건은 작업량에 따라 연봉을 달리 한다는 것이다. 스미스씨는 열심히 일했다. 쉬는 시간도 줄이고 도시락도 싸가지고 다니면서 열심히 일했다. 또 다른 한 남자 프랭크가 있었다. 스미스가 보기에 프랭크는 일하는 간간이 앉아서 휘파람도 불며 쉬곤 했다. 점심시간에는 일렁일렁 식당으로 가서 느긋하게 밥먹고 일도 가끔은 설렁설렁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작업량은 프랭크가 훨씬 많았다.

프랭크는 쉬는 틈틈이 도끼날을 면도날 같이 갈았다는 것이다. 스미스도 그날 이후로 도끼날을 갈았다. 물론 작업량이 더 늘었다. 그러던 어느날 관리사무소에서 스미스를 호출했다. 사무소에서 스미스는 해고통지서를 받았다. 스미스는 강력하게 항의했다. 열심히 일했는데 왜 해고냐고? 도대체 이유가 무엇이냐고?  관리사무소 소장이 창문을 열었다. 창밖을 보니 중장비와 전기톱소리가 요란했다. 중장비와 전기톱이 벌목장을 지배하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으니, 이제 도끼의 시대는 갔다는 것이다.


본 책 서두에 등장하는 우화다.  변화하고 혁신하지 않으면 스미스꼴이 되기 싶다. 변화와 혁신은 오늘날 직장인들의 호구지책 견지를 위한 최대의 화두로 떠올랐다. 무슨 땡중의 득도 성불을 위한 면벽수도 공안이라도 된 듯한 느낌이다. 나무아미타불 염불마냥 누구나 변화와 혁신을 웅얼웅얼 중얼중얼 거리고 있다. 문제는 변화와 혁신만 하면 뭐든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변화와 혁신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모두가 절박하게 곧 죽을 듯이 말하고 있다.


혁(革)도 가죽을 뜻하는 한자고 피(皮)도 가죽을 뜻하는 한자다. 그런데 피신(皮新)이라 하지 않고 혁신(革新)이라고 한다. 얼굴의 껍질은 피부라 하고 허리띠는 혁대라고 한다. 피는 천연 그대로의 피부를 말하고 혁은 그 피부를 홀랑 벗겨내어 가공한 것이란다. 혁신에는 생피부를 생짜로 벗겨내는 아픔이 따른다는 말이다. 어느 은행장인가 했다는 그 유명한 솔개 이야기와 같은 맥락이다. 솔개는 40년쯤을 살면 수명이 다되는데 스스로 깃털을 다 뽑아 날려버리고 부리와 발톱을 바위에 쪼고 갈아 뽑아버리면 새 부리와 새 발톱과 새 깃털이 돋아 난단다. 그러면 30년을 더 살수 있다고 한다. 혁신을 해야 살아 남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무위도식하며 천년만년을 산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질(質)의 문제가 남는다. 그러나 양이 쌓이면 질도 자연 높아질 것이다.  


상투를 붙잡고 차라리 내 머리를 치라며 울부짖던 사람은 그 시대에는 의인이었지만 이 시대에서는 둘도 없는 바보다. 변화와 혁신이 이 시대에는 대세지만 다음 시대에서는 헛된 짓거리가 될지도 모른다. 물론 우리는 이 시대를 살고 있다. 방관자가 되거나 변화에 거역하라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바보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변화와 혁신이 호구지책에는 필수겠지만 우리가 결국 마지막에 의지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 것들이다. 낡고 익숙하고 먼지 묻은 것들 말이다.


선지자의 말씀을 담은 오래된 경전이 전하는 바에 의하면,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사람이 해 아래서 하는 모든 수고가 자기에게 무엇이 유익한고. 한 세대는 가고 한 세대는 오되 땅은 영원히 있도다. 해는 떳다가 지며 그 떳던 곳으로 빨리 돌아가고, 바람은 남으로 불다가 북으로 돌이키며 이리 돌며 저리 돌아 그 불던 곳으로 돌아가고,모든 강물은 다 바다로 흐르되 바다를 채우지 못하며 어느 곳으로 흐르든지 그리로 연하여 흐르느니라.


추신 : 김찬배 소장님을 가까이서 보니 조금 호리호리한 몸매에 키는 중키 정도고 머리가 약간 벗겨져있다. 강의를 엄청나게 다닌다고 한다. 집이 가난하였고 중학교 졸업후 인문계 간다고 하자 아버지가 일언지하에 안된다고 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담배라도 피우며 하룻밤 정도는 고민하다가 집안형편상 대학에 보낼 수 없으니 어렵겠다고 말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바램을 아직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학업이 늦었고 당연히 잡다한 여러 경력을 쌓았다. 우리 공장 강의를 위해 새벽6시에 KTX타고 내려오는 오면서 공병호의 <부자의 생각 빈자의 생각>을 사서 읽었다고 한다. 부지런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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