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두류공원이다. 대구에 삼십년 넘게 살면서 두류공원에 수십번도 더 가 본 것 같은데,

이런 동상, 시비, 문학비 등을 한데 모아놓은 동상 동산이 있는 줄은 잘 몰랐다.

오늘 두류공원에 가보니 개나리도 피고 벗꽃도 피어 화사하고 

사람들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못지않게 개들도 일조를 하고 여하튼, 봄은 왔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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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물이 되어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 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 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우리는 지금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 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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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나이에 이런 시를 웅얼거리는 건 조금 낯간지러운 일이다. 그리고 사실 본인은 강은교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강은교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한 말일 것이다. 페이퍼에 뭐 올릴 만한 시가 없나 생각하다가 문득 이 시가 생각났을 뿐이다.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처럼 어떤 영화에서 이 시가 소개되었던 것 같은데, 도통 기억이 나질 않는다.


시인은 1945년생이니 환갑이 지났다. 과거에는 여류(女流)라는 말을 많이 썼는데 - 여류시인이니 여류화가니, 여류작가니.....  - 요즘은 그런 말은 어디로 멀리 가버렸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여류가 있었다면 남류(男流)도 있었을 텐데, 남류라고 말해놓고 보니 생뚱맞고 또 웃긴다. 남류란 것이 원래 없었으니 여류도 어디론가 달아나 버린 모양이다. 여류라는 발언이 다분히 성차별적이지만 한편으로는 멋있는 구석도 조금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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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06-04-01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가만 생각해 보니 위 시가 영화에 소개된 것이 아니라 소설 같은 데 소개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왜 있잖은가.. 최인호가 <별들의 고향>에서 마종기의 '연가'를 인용했듯이 작은 글씨로 시의 한구절 혹은 전문을 인용하고 소설의 처음 혹은 한 장이 시작되는 그런 거 말이다..
 



 

작년에 서울 출장갔을 때 궁에 들렀다. 경복궁말이다. 요즘 드라마 궁이 나름으로 재미있다고도 하는 모양인데 나잇살을 먹어서 그런지 어쩌다 한 번씩 보게되면 실실실 한심한 웃음만 샌다...어여쁜 신민들이 어찌 그 깊은 속(구중궁궐이라 하지 않았던가)을 짐작이나 할까만은 조선의 왕과 왕비의 삶이라는 것이 호사와 부귀와 영화속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치며 찬란하게 빛난 것만은 아니었다. 경국지색의 절세가인들과 더불어 주지육림을 헐떡벌떡이기도 했겠지만, 보이지 않는 독살의 위험과 경륜만만한 노회한 대신들과 타협없는 대쪽으로 꼬장한 선비들이 벌이는 당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시들어 가기도 했던 것이니....구여운 어린 왕과 왕비를 보고 단종애사를 떠올리는 것이 새로울 것은 없다......궁내 기념품점에서 입궁기념으로 샀다. 15,000원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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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3.29.일자 조선일보에 <영웅본색, 영웅본색Ⅱ, 영웅본색Ⅲ>에 대한 공고가 커다랗게 났다. 내용인즉슨, STAR TV FILMED ENTERTAINMENT (HK) LIMITED와   STAR TV FILMED ENTERTAINMENT LIMITED(이하 “판권주”라 함)가 “영웅본색”(또는 “A BETTER TOMORROW”라 칭함), “영웅본색Ⅱ”(또는 “A BETTER TOMORROW Ⅱ ”라 칭함), “영웅본색Ⅲ”(또는 “A BETTER TOMORROW Ⅲ ”라 칭함)에 대한 모든 판권을 공동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상기 영화에 대한 재제작, 후속편 제작 및 기타 형식의 이용 또는 사용, 이와 관련된 모든 작업시에는 판권주의 사전 위임을 취득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사전 위임없이 상기 활동을 실행하는 행위는 판권주에 대한 권리 침해라는 것이며 이와 관련한 문의는 홍콩에 소재하는 클리포드찬스 국제 법률회사로 문의하기 바란다는 공고다.


이른바 홍콩 느와르의 화려찬란한 개막을 알린 영웅본색이 나온지 그럭저럭 10년이 넘은 것 같다. 영웅본색이 3탄까지 제작되면서 총알 빗발치고 유혈 낭자한 화면에 관객들은 점차차로 식상해졌고 또 슷비슷비한 아류, 삼류들이 폭포처럼 쏟아져 나오면서 소재가 고갈되고 매너리즘으로 홍수가 졌던 것이 사실이다. 홍콩 느와르로 말하자면 쓸쓸한 조종이 울어버린 지 이미 오래고, 흐르는 물따라 저 멀리 어디론가 흘러가 버린지 또 오랜줄로 알았다. 그런데 지금 스타티비 뭐시기가 이런 공고까지 낸 걸 보면 아직 뭔가 우려먹을 게 조금은 남았나 보다. 지금 다시 영웅본색을 본다면 어쩌면 황송하게도 실소를 흘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기억속에서만은 언제나 멋지게 남아있느니 이것이 추억의 힘이자 기억의 본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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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북클럽
커렌 조이 파울러 지음, 한은경 옮김 / 민음사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제인 오스틴으로 말하자면, 말할 것도 없이 잘 모른다. 대학다닐 때에도 영문학이라고는 그 근처 어디에도 가보지 못했다. 그래도 독서인으로 부끄럽지 않게 <오만과 편견>은 읽어봤다. <오만과 편견>이 영문학사에 길이 남을 불후의 명작이라고들 한다. 우리 머릿속에 들어앉은 기억이 비록 썩지는 않는다고 하나 한 세대는 커녕 수년을 보전키도 어려운 반면, 문자로 기록된 한권의 책은 곧 썩어 없어지지만 판을 거듭하여 수천년을 전해지니 불후라 할만하다. 이른바 고전 명작이라는 것이 대부분 그렇듯이 무엇이 그리 뛰어난지, 무엇이 그리 훌륭한지 참으로 가늠하기 어렵다. 이 소설은 영화나 연극, 드라마로 숱하게 재탕, 삼계탕된 걸로 알고 있다. 예쁜 키이라 나이틀리가 주연한 영화 <오만과 편견> 이 현재 절찬리(?)에 상영중이고, 듣기로 <브리짓 존스의 일기>도 <오만과 편견>의 리메이크라고 하는데 이런 것도 리메이크라고 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오만과 편견>이 고전 명작이라는 평가야 일반적인 것이겠고, <하이틴 로맨스>를 들고 다닌데서야 품위에 말이 아닌 교양인들의 숨은 욕망을 달래주는 B급 삼각로맨스 연애소설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제인 오스틴 북클럽 회원들의 의견은 어떤지 궁금하다.

JD 셀린저가 일생동안 그 유명한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 단 한편을 썼듯이(이 소설은 정말 재미있다. 내 장담하건대 오만과 편견은 저리 멀리 가라다) 오스틴도 불후의 명작 <오만과 편견> 한 편만 남기고 북망산천 넘어가신 줄로 알았다. 그러나 보시다시피 아시다시피 셀린져도 사실은 여러 편의 소설을 썼고, 제인 오스틴도 본 책을 보니 <오만과 편견>외에 <에머>, <분별력과 감수성>, <맨스필드 파크>, <노생거 사원>, <설득> 등의 작품을 남기고 있다. 독서인들 중에 전작주의를 지향하는 인사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 작가의 책이 정말 재미있다면, 그 작가의 다른 작품들로 눈이 가고 손이 뻗치게 되는 것은 당근지사일 것이다. 제인 오스틴 전작주의자들의 모임이 바로 <제인 오스틴 북클럽>인 것 같다. 클럽이라고 하니 좀 더 있어 보인다. 장정일이 삼중당 문고(성능이 386쯤은 되어야 삼중당 문고를 알 것이다. 아마 지금은 잊혀진 책들의 묘지에나 가야 그 책을 볼 수 있을 것이다)를 무슨 경제개발 몇 개년 식으로 읽었다고 말했듯이, 나도 문득 독서연간계획이라도 세워 제인 오스틴 전작주의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가 말았다.


제인 오스틴 팬클럽 회원들은 이 책의 유혹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 곳이 영국이 아니니 오스틴의 팬이 많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알 수 없는 일이고, 따라서 최소한 이 책이 참담한 실패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마침 영화개봉에 맞추어 책이 출간된 덕도 조금은 볼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의 의도가 여기에 일부 있지 않았나 나름으로 짐작해 본다. 오스틴의 이름을 보험으로 삼아 이 기회에 바람타고 제인의 다른 책들도 많이 읽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책을 읽는 것은 좋은 일이고 제인 오스틴을 어찌 하이틴 로맨스에 비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제인 오스틴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지 못한 본인으로서는 책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오스틴의 작품에 관한 회원들간의 대화는 도대체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 지 알 수가 없었고, 따라서 오스틴의 작품들과 북클럽 회원 6명의 개인사 사이에 있을 것만 같은 어떤 연관성이나 암시나 의미들을 내가 놓치는 것 같아 찜찜한 기분이다. 북클럽 멤버 6인의 개인적인 이야기는 재미있다. 은밀한 개인사는 원래가 흥미로운 것이다. 내놓고 자랑할 만한 것이 아니니 은밀하게 되엇을 것이고 그런 것들은 결국 그 개인의 아픔이나 상처와 연결되어 있기 마련이다. 타인의 상처와 아픔을 아는 것은 그 인간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 틀림없다. 그런 의미에서 상처는 드러낼 필요가 있을 것이나 그것이 말대로 되지않는 것이 또 세상살이다. 고상한 북클럽은 아니라도 수다스러운 계모임이라도 만들어 이런저런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볼 일이다. 더불어 같이 읽을 수 있는 책이 있다면 바로 비단 위에 꽃을 보태는 격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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