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에피소드 2 : 클론의 습격(2disc)
조지 루카스 감독, 이완 맥그리거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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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속에 등장하는 왕자와 공주, 영웅들의 이야기, 중세 기사들의 무용담, 살부와 연관된 프로이트의 심리학, 등등 갖은 비유와 상징으로 짭뽕이 된 이 스타워즈 이야기를 미국애들은 꽤 좋아하는데 그 이유를 어느 문화평론가 왈, '200여년의 짧은 역사와 일천한 전통밖에 간직하지 못한 미국 국민들의 피해의식과, 그 반동으로 발생하는 신화와 전설로 시작되는, 유장 유구한 역사에의 선망 동경이 스타워즈에 대한 환호와 갈채로 나타나고 있다.뭐, 그런 해석을 내리고 있던걸로 기억되누만요.

본인이야 뭐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고 뽐내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미국애들 같은 그런 종류의 피해의식이나 동경 같은 것들이야 없겠지만, 반면에 우리의 역사라는 것이 잘 나갔을 때라고 해야 매번 들먹이는 요동을 경영하던 고구려시대 운운이 고작이니, 스타워즈의 그 방대한 우주적 스케일에 대한 선망과 그 현란 화려한 테크날러지, 그 막대한 자본에 대한 부러움이야 없다고 할 수 없겠지요

에피소드 1에서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제다이가 되기를 열망하지만, 제다이 원로회의는 아나킨을 제다이에 입문시키는 것을 주저합니다. 면접과정에서 제다이 스승 요다는 아나킨 스카이워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엄마 생각을 하고 있구나, 두렵지 않니? 두려움은 포스의 어두운 면이야. 두려움은 분노를 낳고...분노는 증오를...증오는 고통을 낳는다. 너에겐 그 두려움이 많구나...' 통찰력을 가진 '요다'지만 아나킨의 미래를 확실히 읽어내지는 못합니다. (아시다시피 이 귀엽고 총명한 소년은 훗날 포스의 어두운 면으로 추락하여 흑가면의 다스 베이다가 됩니다)

제다이 기사는 마치 중세의 기사처럼 정의의 편에 서서 약한 자를 도와 악에 대항하여 싸우는 사람들의 집단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한사람의 제다이 기사는 한사람의 제자만 둘 수 있으며, 이들은 아주 고되고 특수한 수련을 통하여 신비한 초능력(염력같은)을 보유하게 됩니다. 제다이 마스터 '요다'는 7,8백세 가량의 고령으로 제다이 역사상 가장 탁월한 능력을 지닌 최고의 스승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포스라는 것은 정신력 혹은 기(氣) 같은 것으로, 이는 한 개인 내부에 잠재되어 개인의 생각과 행동을 통제할 뿐만 아니라 전 우주의 운행에 관여하는 근원적인 힘인 동시에 질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포스는 어두운 면과 밝은 면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전해지며 요다가 말했듯이 제다이들은 '두려움'이 '포스의 어두운 면'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포스의 어두운 면을 통제하고 제어하여 흔들림과 동요가 없는 포스의 상태를 이룰 때 투쟁과 갈등의 세월은 평화와 번영의 역사로 대체되는 것입니다. 이것을 제다이들은 '포스의 균형'이라고 말하는데 사실을 말하자면 본인도 잘 모르고 있습니다. 쩝.

어쨌든 이러한 '포스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제다이들의 꿈이자 이상이지요. 제다이의 오랜 전설은 이 이상을 이룰 한 인물의 도래를 예언하고 있습니다. 퀴곤 진은 아나킨을 그 전설상의 인물로 해석했지만 완전히 틀린 추측만은 아니었습니다. '아나킨'과 퀸 '아미달라'의 아들 루크 스카이워커가 바로 '포스의 균형'을 이룰 전설상의 인물임이 나중에 밝혀지니까요

나부행성의 여왕 '아미달라'와 제다이 '아나킨'과의 비극적이자 운명적인 사랑의 결과로 인하여 결국 아나킨은 포스의 어두운 면으로 추락하게 될 것입니다. 그 추락 과정에서 우주연방회의(오늘날의 국회나 UN과 비슷한) 의장 - 미래의 제국 황제가 될 - 팔파틴의 역할 또한 주목할 만할 것이고,에피소드 4,5,6 에서 아미달라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으로 보아 그들의 사랑이 종내는 아미달라의 죽음으로 파국을 맞게 되지는 않을까 염려섞인 전망을 해봅니다. 또, 에피소드 2에서의 중심테마가 아나킨과 아미달라의 비극적 사랑이라고 한다면 에피소드 3에서는 그로인한 아나킨의 절망, 전락, 변신의 가슴아픈 과정과 공화국의 멸망이 스토리의 뼈대를 이루지 않을까 제멋대로 짐작해 봅니다. 아 빨리 보고싶으다 에피소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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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기행문선
윤석달, 이남호 엮음 / 작가정신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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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일은 일요일이라 늘어지게 자빠져 주무시다가, 지난 밤 늦게까지 먹은 술로 머리가 또갈라지는 듯이 아프고 속이 또한 몹시도 쓰려 방구석에서 띠굴띠굴 구부르며 용을 쓰다가 간신히 꿈지럭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었는데, 담배 하나를 꼬나 물고 화장실에 쪼그리고 앉아 간밤의 주연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참 한심한 생각이 들더란 말입니다. 토요일날 어스름이 지는 저넉에 후배 두 넘하고 조촐한 주연을 벌였던 것인디, 후배 한 넘이, 자기는 지난 주에 음주운전으로 적발되었고 거기다가 설상가상밥상으로 회사에서는 무슨 사고를 쳤는지 감사가 뜬다 어쩐다 하며 눈물을 찔찔 째리며 뭐 도대체가 되는 일이 없다고, 죽고 싶다고, 죽고 싶은데 어데 좋은 데 없냐고, 똥 매려운 강아지 마냥 낑낑꿍꿍거리길래...

그래, 내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뒈질려면 쥐도 새도 모르게 방구석에서 조용히 죽어자빠지든지, 소리소문도 없이 어데 인적없는 산구석에 구덩이라도 하나 깊숙하니 파서 기어들어가든지 할것이지 좋은 데는 왜 찾냐?고 했더니, 이 후배 왈, 사람이 죽을 때 죽더라도 멋진 곳에서 폼나게 죽어야 할 것 아니냐, 인생의 대미를 우아하게 장식해야 할 것이 아니냐며 가당찮은 소리를 지끼고 있더란 말입니다. 다른 후배 한 넘은 그래도 동기 위로한답시로 태종대를 추천하며 자기가 여비정도는 마련해 줄 수도 있고 잘하면 따라가 줄 수도 있다고 무시기 큰 선심이나 쓰듯이 자비적선 베풀 듯이 혀 꼬부라진 소리로 비맞은 중대가리 마냥 군시렁군시렁 거리더란 말입니다. 에라이 한심한 탱구리야, 차비 줄 돈 있으면 술이나 더 처먹겠다.

뒷간에 앉아 이런 생각을 하느라고 말입니다. 담배를 한 대 다 태울때까지 똥떵거리를 한 덩거리도 뽑아내지를 못했더란 말입니다. 그래서 설날 떡가래 뽑아내듯이 길고 굵은 한 덩어리를 밀어내어 볼려고 얼굴을 벌거니 해가지고 단전에 온 힘을 집중했더랬는데, 이런 니미럴!! 푸웅~ 뿡뿡뿡~~ 뿌웅~ 푸드덕~~ 웬 배달의 기수에 자주 등장하는 피아간의 총격전 소음 비슷한 소리가 터지더란 말입니다. 그 의문의 총성이 끝나고 주위가 돌연 적막해지는 순간. 아!!! 무시기 바보 도 터지듯이 문득, 불현듯, 죽고 산다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이, 기쁘고 슬픈 모든 일상들이, 내가 이렇게 똥간에 주저앉아 용을 쓰며 쓸데없이 방귀만 뀌고 있는 이런 일들이 다 헛되고 또 허망하고, 쓸쓸하다는 고런 생각이 들더란 말입니다.

이것이 바로 고딩때 배운 정비석 산정무한 중 거덜난 나라의 가출 태자 관련 구절을 생각해내게 된 소이인데요. '.....유구한 영겁으로 보면 천년도 수유던가....'하는 구절은 생각해 내었는데 그 앞뒤 구절이 도저히 도무지 기억되지 않더란 말입니다. 흐음.....호옹.... 한참을 생각하다가, 머리 나쁜 넘이 너무 과도하게 머리를 쓰다가는 머리털이 빠진다는 그런 경구를 문득 한심하게도 생각해내고는 아쉽지만 머리털을 보존키 위해 결국 포기를 하고, 떡가래 밀어내는 작업도 이제는 기운이 빠지고 다리에 쥐가 날려고 해서 그만 작파를 하고 말았던 것이 어제 정오를 전후하여 진행되었던 일인 것입니다.

'천 년 사직이 남가일몽이었고, 태자 가신 지 또다시 천 년이 지났으니, 유구(悠久)한 영겁(永劫)으로 보면 천년도 수유(須臾)던가! 고작 칠십 생애에 희로애락을 싣고 각축(角逐)하다가 한움큼 부토(腐土)로 돌아가는 것이 인생이라 생각하니, 의지 없는 나그네의 마음은 암연히 수수(愁愁)롭다'

서가에서 이 책 <금강산기행문선>을 찾아 뒤적여보니, 옳거니!!!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더란 말입니다. 과연 명문이로고!! 어차피 인생이란 것은 나그네 길이고, 나그네는 길에서도쉬지 않는 법이려니, 그 마음이 어찌 암연히 수수롭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런 말입니다요. 언제쯤에나 호구에 발목잡히지 않고 출근 걱정에 아침 단잠 깨지않는 그런 태평세월을 구가하게 될 것인가. 생각하니 한심한 한숨이 절로 풍선에서 바람빠지듯 피시시~~ 허파에서 새어나오더만요. 로또만이 희망이자 또 절망인 까닭되겄습니다.금강산에나 한 번 다녀와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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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키노 201감독 1
키노 편집부 지음 / 키노넷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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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본인도 당연당근하게 영화를 좋아하고 있습니다. 무엇인가를 좋아하는 감정이 생기게 되면 그와 더불어 그 좋아하는 대상에 대하여 좀 더 깊이, 좀 더 넓게 알고자 하는 욕심이 생동 발동 발광하는 것 또한 상정일 것입니다. 그러한 연유로 인하여 이런저런 관련서적도 탐독하고,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좋다는 영화도 자주보고, 영화포스터 같은 것들도 집구석에 한 두장 걸어두고, 비디오 테잎이나 디비디 타이틀도 수집하고 뭐 그리되도록 되어 있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엔키노에서 나온 <2001키노 201감독>은 일종의 감독사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작심하고 퍼질러 앉아 처음부터 끝까지 일독 통독해보는 것도 괜찮겠고, 필요할 때마다 그때 그때 관련 부분을 찾아보는 재미도 솔솔할 것입니다. 저는 이 책을 2001년도에 엔키노를 통해서 구입했었는데..요즘도 가끔씩 필요한 부분을 찾아보곤 합니다.... 처음 이 책이 택배로 도착했을 때 이리저리 뒤적여보고 훑어보고 핥아보고 쓰다듬어보고 빨아보고(?)하며 상당히 흡족만족 흐뭇한 심사를 주체하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만, 슬프고 안타깝게도 이 책은 현재 품절상태이구만요..

편집자 서문인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는 영화감독들에게 바쳐진 이 책을 통하여, 당신이 그들로부터 사유와 지혜를 훔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것은 영화관에서 돈을 지불하는 것보다 근본적으로 영화를 구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우리는 영화에 대한 사랑이 깊을수록, 그 뜨거운 열정이 잔잔하게 고여 화석이 되어가는 것보다 논쟁에 의하여 들끓으며 운동하는 파도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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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우울 - 최영미의 유럽 일기
최영미 지음 / 창비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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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랍신화가 전하고 있는 이카루스의 아버지 다이달로스는 당대 최고의 장인이었지. 이 사람이 별별 재주를 다 가지고 있었는데, 크레타왕 미노스의 아내 파시파에가 황소를 인하여 사랑의 열병을 앓게 되자 왕비의 부탁으로 희안하게도 실제와 똑 같은 모양의 암소를 만들어 주었어.(간음간통방조내지조장죄에 해당되겠다)

왕비는 그 모형 암소 안에 들어가 엎드려 황소를 유혹하였던 것이라. 그리하여 여차저차하여 발정난 황소의 정을 받아 아이를 낳으니, 이 아새이가 바로 육신은 사람이나 소대가리를 달고 태어난 괴물 미노타우로스라(무신 공룡이름 같군....으음) 아~ 참말로 해괴요상괴상하고도 망측한 일이라. 그러나 신화를 곧이 곧대로 해석해서는 안될 것이다. 신화시대의 인간 종내기들은 대단히 형이상학적이어서 온갖 비유와 갖은 은유로 사실을 포장하고 있으니 적당히 알아서 해독해야 할지라.

이 소대가리 괴물을 부끄럽게 여긴 미노스왕이 다이달로스에게 부탁하여 한번 들어가면 다시는 빠져나오지 못할 미궁을 만들게 하여 그 안에 소대가리를 가두어두게 했더랬지... 그리고 당시 약소국이었던 아테네로부터 매년 남녀 각 7명씩을 조공받아 이 소대가리의 일용할 양식으로 공급했던 것인데.....그런데 이 희생제물중에 장차 몽둥이로 이 소대가리를 쳐 죽이고 미궁을 빠져나와 일국의 왕이 될 영웅이 출현하게 되니 바로 테세우스가 그이다.

이 청년은 성장과정에서, 집구석 주춧돌 밑에 숨겨진 혈연의 신표인 부러진 칼을 찾아내어 부왕을 찾아가 장자의 권리를 주장함으로써 지 애비를 놀래켯던 고구려왕 유리와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던 것인데, 옛날 신화나 전설들은 다 슷비슷비하기도 한 것일레라. 사랑에 눈알이 뒤집어진 낙랑공주가 강호동이(?)를 위해 자명고를 찢었듯이, 아버지를 배신한 크레타의 왕녀 아리아드네의 도움(몸에 실을 매어둔 관계로 미궁을 무사히 빠져나오게 됨)으로 테세우스는 소대가리를 쳐죽이고 아리아드네를 데불고 아테네로 달아나버렸으나, 다이달로스는 '소대가리 사태'에 연루되어 아들 이카로스와 함께 미궁에 갇히고 말았던 거이다.

자신이 설계한 미궁에 갇혀버린 다이달로스.하지만 그가 누구인가.....천하 명장(名匠) 다이달로스는 새깃털을 밀랍으로 서로 붙여 커다란 날개를 만들어 달고 탈출을 시도한다. 노련한 다이달로스는 고도를 적당히 유지하여 탈출에 성공하나, 그의 아들 이카로스는 하늘을 나는 것이 너무나 신나고 즐거워, 나는 김에 좀 더 높이, 가능하면 태양까지 한 번 날아올라 보자는 가당찮은 생각을 품고 날아오르다가 끝내는 태양열에 밀납이 녹으면서 깃털날개가 망가져 추락하게 되니, 아 헛된 생각일랑 애시당초 품지를 말일이다

브뤼겔이 그린 그림 '이카로스의 추락'은 최영미의 '유럽일기-시대의 우울'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던 것인데, 처음에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수려한 외모의 미소년 이카로스가 커다란 은빛 깃털날개를 바닥에 깔고 바위위에 우아하게 죽어 널부러져 있는 그런 그림을 상상했었는데, 우잉? 이카로스는 도대체가 어디에 있는 것이야? 최영미의 글을 읽고서야 그림 한쪽 구석에 거꾸로 쳐박혀 다리만 하나 달랑 거리는 것이 이카로스라는 사실을 알게되었으니, 이카로스 자신에게 있어서는 절대절명의 순간이었겠지만 밭가는 농부에게나, 낚시하는 어부에게나, 세상사 전체로 볼때는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고, 허허망망한 고런 생각도 들었습지.

인생이란 것이 망망대해에 떠있는 한톨 좁쌀같은 것은 아닐른지 어쩌면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구나 하는 쓸쓸한 생각도 들더란 말입지. 자기 혼자 길길이 미쳐 날뛴다고 한들 세상은 꿈적을 않느니 별 뾰족한 수가 있을래야 있을 수가 없지.그런데, 그런데 말씀이야..추락하는 것들이나 비상하는 것들은 모두 날개를 가지고 있더라나. 가짜건 진짜건 간에 말이지. 하여 본인은 본인의 간질간질한 겨드랑이 밑을 조심스레 들여다 보았지.그런데...그곳에는....허걱!!....은빛 눈부신 보드라운 깃털대신에....짧고 꼬부라진 시커먼 터레기만 잡초처럼 무성하더란 이야기...히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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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호장룡 - 아웃케이스 없음
이안 감독, 양자경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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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맞선을 볼 때였는데요

모르긴 몰라도 '펄펄나는 저 꾀꼬리 암수 서로 정답구나.....외로워라 이내 몸은.......'어쩌고 하는 황조가 한자락을 군시렁거리며 한 마리 외로운 꾀꼬리가 되어 이 호텔 커피숍에서 저 호텔 커피숍으로 호텔 커피숍을 전전하며 흘렸을 내 한숨과 눈물이 만약에 위로 올라가 뭉쳐졌다면 비바람 부르는 먹구름이 되었을 것이고, 아래로 모여 흘렀다면 아마도 큰 강물을 이루었을 거입니다...... 이거이 무신 소린고 하니 본인이 참 맞선을 많이도 봤다는 그런 이야깁니다.

이날도 본인은 모 호텔 커피솝에서 이산가족 상봉 비스무리한 절차를 거쳐 묘령의 모모한 아가씨와 찻잔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아 있게 되었던 것인데요.....처음에는 별로 할 이야기가 없어 서먹서먹 멀뚱멀뚱 어리멍청하게 앉아 있었는데요......역시나 생면부지의 젊은 남녀 둘이 앉아 이바구를 풀기에는 영화만큼 만만한 화제거리도 없더란 말입니다. 아직까지 영화 싫어한다는 사람은 보질 못했으니깐두루 말입니다.

그리하여 ....여차저차하여 ......분기위가 점차로 화기애애해져 가는 가운데 영화에 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차에, 이 아가씨가 '지난해 본 영화중에 최고의 영화는 [와호장룡]이다' 라는 요지의 발언을 하더만요. 자신있게 말입니다. 연전에 대학 후배 한 명도 - 이 후배도 여잔데 - 와호장룡을 극찬하며 이 영화를 두 번이나 봤고 나중에 비됴나 DVD 타이틀이 나오면 꼭 소장하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더랬습니다.....

이 여성동무들이 이 영화를 왜 이리 좋아하지럴? 나는 그저 그렇던데.... 아카데미도 한몫 거들고 말이야.....기존의 무협영화와는 다른 무언가 독특한 면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서도리도리........허......참..........슬그머니 본인의 영화 안목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더란 이런 말입니다. 하기야 요즘같이 지 잘난 맛에 지 꼴리는데로 살아가는 세상에 영화를 보는 시각도 각인각색이겠지만서도요......으음.......꿍...

영화 초반에 나오는 '당당당....'하는 단순 경쾌한 타악기 장단에 맞추어 마치 춤이라도 추듯이 가볍게 남의 집 담을 기어오르고 월장하고 지붕위를 뛰어 댕기는 장면이 본인에게는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는데 .......메스컴에서는 주로 대나무 가지위에서의 휘영청 휘청 스리슬쩍 결투장면을 자주 거론하더만요.........

본 영화에 등장하는 두 여성 동무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일것입니다.. 열정과 욕망으로 온통 가슴속이 헝클어진 장지이,, 결국 그 열정과 욕망을 감당하지 못하여 자살해버리고 마는 장지이.....그런데 말이요......예쁘기는 정말 예쁘더만요........영감님들은 '곱다'라는 표현을 쓰지요........헐헐헐..... 반면, 수련(양자경)에게서는 어딘가 원숙하고 고요한 그런 아름다움이 뿜어져 나오더만요........비극적인 사연의 여고수 수련(양자경)은 영웅적인 인내로 장지이를 살려보내지만 이 콧대 높은 아가씨에게 있어 용서란 어쩌면 굴욕이나 모욕보다 더한 어떤 것이었을란지도 모린다는 고런 생각도 들더만요........내가 보기에 말이죠..........그래서 결국 그녀는 스스로 뒈져버리기로 작정했을란지도 모린다는 그런 이야깁니다...

자꾸 이야기하다 보니 이 영화가 한 번 더 보고 싶어지누만요......오늘 저녁에 비디오나 함 빌려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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