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신문을 보니 이우환 화백이 프랑스 유명 와인 샤또 무똥 로칠드2013년도 빈티지 라벨 화가로 선정되었다고 한다1945년이래로 피카소, 샤갈, 달리, 미로, 엔디 워홀, 프랜시스 베이컨 등등 그야말로 기라성 같은 화가들이 무똥의 라벨을 그렸다. 발음에 주의해야 한다. (불어는 역시 발음이 오묘하고도 우아하다.) '물똥'이 아니다. 어디서 돼지 설사하는 소리를 하다가는 우세하기 십상이다. 그건그렇고 우리도 일찍이 샴페인(샴페인은 스파클링 와인이다.)을 터뜨린 바 있고, 이제는 방귀도 제법 뽕뽕뿡뿡 실하게 뀌면서 와인도 꽤 흐르륵추르륵 츱츱쭙쭙거리며 무슨 돼지 여물 처묵는 소리를 내며 마시기도 하고 있으니 언젠가 물똥의 술병에도 아국 화가의 라벨 작품이 붙겠구나 생각은 했었다.

 

 샤또 무똥 로칠드는 메독 지역의 특급와인이다. 프랑스의 와인 산지인 보르도 지역 중에서도 메독 지역에서 생산되는 무수한 와인 중 최고의 와인 60여 개를 특별히 그랑크뤼 클라쎄라고 부르는데, 이를 다시 5개 등급으로 나누어 1등급은 샤또 무똥 로칠드5개 와인이 되고, 2~5등급에도 각 등급별로 각 10여 개의 와인이 포진하고 있다. 히딩크가 좋아했다고 해서 특히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있는 샤또 딸보4등급 와인이다. ‘딸보는 프랑스의 무슨 장군 이름이라고 하는데 발음이 장군스럽지 못하고 다소 경망스러운 감도 있지만, 어딘가 오묘하고 야릇한 느낌도 있어 나도 모르게 딸보, 딸보, 딸딸보 자꾸만 나불거리게 되는 그런 재미가 또 있다. ‘딸보는 코스트코 같은 데 가면 아마 10만 원 선에서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예전엔 그랬다. 지금은 잘 모르겠다.) 고백하자면, 아니 고백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소생은 그랑크뤼 클라세 와인은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 언감생심 축생 따위가 맛볼 수 있는 술이 아니다.

 

<사이드웨이>에 등장하는 그 유명한 와인 샤또 슈발블랑은 메독에서 그리 멀지 않은 쌩떼밀리옹 지역의 와인이고, 또 더 유명한 와인 로마네 꽁띠의 포도밭은 부르고뉴 지방에 있다. ‘꽁띠’(요 발음도 재미가 있다. 꽁띠, 꽁띠, 꽁꽁띠.. )는 한 해 6천 병 정도 생산되는데 우리나라에는 20여 병 정도 들어온다고 한다. 가격도 몇천만 원이라고 하니 정녕 신의 물방울이다.

 

이우환 화백의 작품은 보통 수십억 원을 호가한다. 그렇다면 과연 술병 라벨의 그림 값은 얼마일까요? 궁금하시쥬? 아닌가? 술병에 라벨 그려 주고 받는 품삭은 역시 술이다. 자신의 작품이 인쇄된 2013 빈티지 와인 5박스(60)와 다른 빈티지 와인 5박스(60) 도합 120병을 받는다고 한다. 뭐 이런저런 다른 혜택도 있을지 모른다. 어쨋든간에 2013 빈티지 와인은 국내 소매가 80만 원 선이라고 하니 4천8백만 원이고, 다른 빈티지는 병당 200만원으로 치면 12. 술값도 억소리 난다. 그림값도 억! 술값도 억! 탁치니 억!

 

이건 약간 다른 이야기인데, 예전에 대학 다닐 때 교문 옆 골목 끝에 감천이라는 상호의 외관은 허름하지만 내부는 손님들로 항상 복닥복닥한 막걸리집이 하나 있었다. 소생은 이 곳이 소생의 축사이거니 여기며 제집 드나들 듯이 출입을 하고는 했는데 언제든지 이곳에 가면 아는 놈 한두 놈은 항상 있었다. 학생이 뭐 돈은 없지만 그래도 먹고 마시는 주디는 어디 갔다 버릴 수도 없고 항상 달고 다니는 처지라 외상으로도 참 많이 마셨는데, 미대 학생들은 그 외상값을 자기들이 직접 만들고 그린 메뉴판, 막걸리 통, 막걸리 잔으로 변제하기도 했던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소생은 그런 재주가 없어서 꼬박꼬박 현금으로 갚았다.

 

아둔한 소생은 이우환이라는 이름을 안 지가 얼마되지 않는다. 대구에 이우환 미술관이 생긴다고 하고 안도다다오가 설계를 한다고 하니 그제서야 아아아 이런 분도 계셨구나 했던 것이다. 이우환은 금년에 80세가 된다. 경남 함안 사람이다. 서울대 미대에 다니다가 1학년 중퇴하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처음에는 일본에서 그림 공부한 것이 아니고 동양 철학을 공부한 조금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얼마 전에 읽은 장정일의 <악서총람>에도 잠깐 등장한다. “곁에 두고 한편씩 아껴읽는 산문집 <시간의 여울>...”(p62) 이라는 대목이 있다. <시간의 여울>은 일단 장바구니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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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북 2016-02-16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랑스 와인 이름은 소리내어 부르는 맛이 있네요. 입에 착착 감겨요 ㅎㅎ 덕분에 와인과 이우환 화백에 대한 관심 지수를 팍팍 높일 수 있었습니다^^

붉은돼지 2016-02-16 12:49   좋아요 0 | URL
무똥, 딸보, 꽁띠.....불어 발음은 정말 재미있는 것 같아요...물론 원어민 발음은 어렵기도 하겠지만요...^^
와인은 이제는 관심이 없어졌는데......이우환 화백의 책을 한번 읽어보고 싶군요

moonnight 2016-02-16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딴 세상 이야기 같네요. ^^;;;;;와인을 즐겨 마시긴 하지만 선물 받은 거 아니면 죄다 마트에서 파는 1만원대 ^^; 저렇게 비싼 와인은 돈이 있어도 못 마실 것 같아요. ;;;;;

붉은돼지 2016-02-16 19:08   좋아요 1 | URL
뭐....그림의 떡이죠... 아니 정말로 돈 있어도 못 사마실 것 같아요...책이 몇 권인데..ㅎㅎㅎㅎㅎ

서니데이 2016-02-16 18: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붉은돼지님 ,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붉은돼지 2016-02-16 19:09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도 편안한 저녁 되세요 ^^

서니데이 2016-02-16 19:10   좋아요 1 | URL
제 서재에 오늘 퀴즈 있어요. 구경오세요.^^

cyrus 2016-02-16 18: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불어 발음 중에 제일 난감했던 단어가 이거였습니다. ˝가스통˝

발음은 `가스똥`인데 한 글자 때문에 `가스통`으로 표기하는 것 같습니다.. ㅎㅎㅎ

붉은돼지 2016-02-16 19:10   좋아요 1 | URL
불어 발음은 정말 재미있는 게 많은 것 같아요...`통`은 역시 `똥`으로 발음해줘야 불어 같은 느낌이에요 ㅎㅎㅎㅎㅎㅎㅎ

권정현 2016-02-18 08: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에게 무똥로칠드 1990 1994 두 병
라피드 로칠드 1993 한 병 이렇게 3병이 있습니다.
가격이 어떻게 되는지 여쭈어봐도 될까요?
010-7102-9944 입니다.

붉은돼지 2016-02-18 10:17   좋아요 1 | URL
좋은 와인을 가지고 계시는군요...부럽습니다.
제가 와인에 대해서 잘은 모릅니다만 인터넷을 뒤져보니....
그해 생산된 포도 품질에 따라 빈티지별로 가격이 다 다른 것 같습니다.
무똥의 경우 1994 빈티지는 특히 품질을 좋다고 나와있네요,,,
보관상태에 따라 가격이 또 다르다고 합니다. 보통 집에 셀러가 없으면 최상의 품질로 보관하기 좀 어려운게 사실입니다. 오래된 와인은 보관을 잘 못하면 나중에 개봉했을 때 맛이 가서 못 먹을 수도 있습니다. 인터넷에는 최상보관상태로 개인이 보통 빈티지의 무똥을 50-80만원 정도로 거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라피트 로칠드도 아마 비슷한 수준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