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은 아침은 소생이 붉은돼지표 스크램블 에그를 만들었다. 간편하고 간단해서 가끔씩 해먹는다. 원래 스크램블 에그는 계란에 우유와 버터를 넣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소생은 우유와 버터 대신에 야채류를 넣는다. 예전에는 야채계란전 비슷하게 만들어 먹었는데 이 야채계란전은 밀가루전에 비해 접착력이랄까 서로 붙어있는 그 끈끈한 힘이 약해서 뒤집다 보면 부서지기 십상이어서 전의 둥근 형태를 유지하기가 무척 어렵다.
소생이 비록 견문이 일천하지만 그래도 나름 또 본 것은 있어서 한번은 중국집 요리사들이 흔히 하듯이 손목 스냅을 이용하여 조리중인 식재료를 가볍게 뒤집는 그 기술을 계란전에 시연하다가 크게 낭패를 본적이 있다. 커다란 계란전이 공중에서 힘겹게 한번 재주를 돌긴 돌았으나 비상한 계란전이 지상에 착지할 지점을 소생이 정확하게 계산해내지 못한 것이다. 우리 부엌이 생긴 이래 최대의 참사였다.
후라이팬에 안착하지 못한 계란전의 일부는 공중제비 돌고 낙하하는 그 엄청난 속도로 후라이판 모서리에 부딪혀 부서지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계란전의 1/4 정도가 장렬히 산화했다. 산화는 비록 참담했으나 한편으로는 아름답고 눈부셨다. 아아아!!! 꽃 같이 부서졌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전을 뒤집을 때 손목 힘 조절에 실패하여 계란전이 너무 높이 날았던 것이 패착이었다. 그날의 참사이후로 손목 스냅을 이용한 뒤집기 기술은 우리 부엌에서 영원히 퇴출되었다.
뒤집기 신공이 금지된 후로 그냥 주걱으로 계란전을 뒤집다 보니 온전한 둥근 형태가 자꾸 부서지길래 그냥 다 부수어 조리해서 먹으니 이게 맛이야 당연히 그 맛이 그 맛이고 보기에도 뭐 그리 나쁘지 않았다. 굳이 어렵게 둥근 형태를 유지할 필요도 없고 조리하기도 더욱 간편해서 요즘은 계란전 형태가 아닌 스크램블식으로 많이 해서 먹는다.
혜림씨가 아빠의 이 요리(요리라고 할 것도 없지만...) 좋아해서 뿌듯하다. 오늘 아침에도 아내가 혜림씨에게 물었다. '엄마가 해주는 백종원표 뽁음밥 먹을래? 아빠가 해주는 스크램블 에그 먹을래?' 혜림씨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스크램블 에그를 선택했다. 참고로 이야기하자면 아내의 백종원표 뽁음밥도 맜있다. 스크램블 에그의 레시피는 이렇다. 붉은 색 파프리카 1/4개, 노란 색 파프리카 1/4개, 피망 1개, 양파 1개, 계란 4개, 소금 조금, 포도씨유 조금.
1. 일단 야채를 먼저 후라이판에 뽁는다.
2. 미리 풀어놓은 계란을 붓고 눌지 않도록 뒤적 뒤적하면 끝.
그냥 음식만 찍으려니 섭섭해서 어제부터 읽고 있는 '라면을 끓이며'와 함께 찰칵
밥에 덜어놓고 김치반찬에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