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 고고학 박물관은 고대동방박물관, 타일 키오스크 박물관, 고고학박물관(이게 중심이다.) 이렇게 세 개의 박물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생은 당초에 고고학 박물관에서 세가지는 꼭 보자고 했다. 1. 카데쉬 조약 점토판, 2. 알렉산더 대왕 석관, 3. 히포드롬 광장에 있는 뱀기둥에서 떨어져 나온 뱀대가리. 점토판에 대해서는 앞서 페이퍼에서 이야기했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2번과 3번은 보지 못했다. 아하!!! 실로 참담한 일이다.

 

 

당일(2015.08.09.) 우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 너머까지 땡볕 아래 톱카프 궁전을 둘러보느라 강행군하여 이미 기진맥진했고, 출궁하여서는 점심을 케밥으로 대충 때우고 고고학박물관을 찾아간다는 것이 길을 잘 못 들어 헤매는 통에 노독이 퍼지고 피로가 쌓여서 발바닥은 불에 덴 듯 화끈거리고 몸뚱아리는 물먹은 솜마냥 축 늘어졌으되 계획된 일정은 반드시 해치워야 한다는 불굴의 의지로 간신히 꿈지럭 거리고 있었던 것인데.....어휴......날은 또 어찌나 더웠던지...

 

 

드디어 도착한 고고학 박물관의 출입문을 간신히 넘어섰을 때 소생과 소생의 처와 소생의 여식의 발걸음은 천근만근이었으니 한발 두발 내딛는 발걸음이 비록 평지를 걷고 있어도 마음은 마치 산을 오르는 느낌이었을세라. 산은 산은 바로 토함산!!! 기억나세요??? 한 발 두 발 걸어서 올라라♬ 맨발로 땀흘려 올라라 ♬ 그 몸뚱이 하나 발바닥 둘을 천년의 무게로 떠받쳐라 ♬ 산산이 부서져 공중에 흩어진......아아아아~~ 정말 좋은 노래에요. 흥흥흥

 

 

떡실신 직전의 늘어진 몸뚱아리를 대걸레 끌 듯이 질질끌고 다니며 박물관을 대충 둘러봤다. 박물관의 지하 석관실에는 십여 개의 석관이 전시되어 있었다. 소생은 그 중 제일 큰 놈이 아마도 알렉산더 대왕 석관일 것이라고 혼자 짐작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집에 돌아와서 이 글을 쓸려고 인터넷을 찾아보니 소생이 본 석관은 알렉산더 대왕의 석관이 아니었다. 그때 분명히 석관실을 다 둘러봤는데 왜 못 봤을까 심장이 몹시 상한다. 용을 써본들 이제와서는 별 도리가 없다. 당시에 박물관 일부가 공사 중이었으므로 아마도 공사로 폐쇄된 구역에 보관되어 있었던 모양이라고 또 내 맘대로 생각했다.

 

 

뱀기둥의 뱀대가리는 박물관을 둘러보는 내내 내 뇌리에 있었다. 그런데 박물관을 한 바퀴 다 돌아도 보이지가 않아서......아니 이 대가리가 왜 안보이지??? 대가리에 갑자기 다리가 생겼나??? 어쩌나??? 다시 한바퀴 돌아볼까?? 잠깐 생각했다가 아아아!!! 그놈의 뱀대가리가 뭐라고 내 두 발바닥이 지옥의 불구덩이 속에서 활활 타고 있는데.... 다시 한 바퀴를 돌다가는 내 대가리마저 불구덩이 속에서 활활 타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냥 포기했다. 이놈 역시 공사로 폐쇄된 구역에 보관되어 있는 것이 틀림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뱀대가리는 뭐 별 미련이 없지만 알렉산더 대왕 석관은 생각할수록 아쉽다. 아시다시피 이 석관은 알렉산더 대왕의 석관이 아니다. 석관 옆면에 헤라클레스처럼 사자머리 가죽을 덮어쓴 알렉산더 대왕이 페르시아군을 쳐부수는 장면이 생생하게 조각되어 있다. 그래서 일명 알렉산더 대왕 석관이라고 부른다. 당시에는 화려하게 채색이 되어 있었고 지금도 약간의 채색이 남아있다. 1887년 시리아 시돈의 왕실 가족묘 발굴 작업에서 발견되어 오스만 제국의 고고학자인 오스만 함디 베이가 이스탄불로 가져왔다고 한다. 화가이기도 한 오스만 함디 베이는 나중에 이스탄불 고고학박물관 초대 관장이 된다.

 

 

아시다시피 대왕은 꽃다운 33세의 나이로 요절했다. 아직까지 대왕의 진짜 무덤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소생 알렉산더란 이름은 귀가 따갑도록 들었고 또 소싯 적 위인전도 읽은 것 같지만, 정신나간 철학자 디오게네스가 했다는 “어이~ 거기 햇볕 가리지 말고 좀 비켜줄래?” 하는 황당한 이야기(기가 차고 코까지 막힌 알렉산더가 “내가 만약에 알렉산더가 아니었다면 디오게네스가 되었을 것”이라고 했다는데 아마 진심이 아닐 것이다.) 와 무슨 복잡한 매듭을 단 칼에 잘라버렸다는 이야기, 난폭한 말을 길들였다는 이야기 등등 별 시답잖은 이야기 외엔 기억나는 것도 없고 아는 것도 없어서 대왕에 대하여 좀 알아보기 위해서 알라딘을 검색해 봤다. 대왕님께 송구스럽게도 어린이용 도서를 제외하고 단행본으로 출간된 대왕님의 전기라고는 시공디스커버리총서의 〈알렉산더 대왕〉이 거의 유일한 것 같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도 알렉산드로스 이야기가 나온다. 이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은 소생이 소싯적에는 완전 인기짱인 책이었는데 불알에 털이 나기 시작한 이후로는 읽은 적이 없다. 사실 이게 코나 질질 흘리는 어린 놈들이 볼 책이 아니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은 ‘비교열전’이다. 오늘 처음 알았다. 총 50명의 영웅이 등장한다.(여기에는 영웅이라기 보다는 이른바 반면교사가 되는 시원찮은 인물도 몇 있다), 그리스와 로마의 영웅이 각 1명씩 짝을 이루어 총23쌍 46명이 출연하는데, 나머지 4명은 짝 잃은 외기러기로 그냥 단독으로 등장한다. 이 23쌍 중에 19쌍은 인물을 비교한 내용이 있고, 4쌍은 그냥 짝만 이루었지 비교내용은 없다. 그렇다면.... 여기서 퀴즈 하나! 그리스의 영웅인 알렉산드로스의 짝인 로마의 영웅은 누구일까요? 당연히 로마의 일인자 카이사르다. 아쉽게 비교내용은 없다. 천병희 역의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은 50인중 10인만 추렸다. 대왕이 빠질리는 없다. 소생 지금 읽고 있는데, 매듭 이야기, 말 이야기, 디오게네스 이야기가 다 나온다. 발킬머 나오는 dvd도 일단 구비는 해 놓았다.

 

 

 

 

 

 

 

 

 

 

 

 

 

 

아래 사진은 소생이 알렉산더 대왕 석관이라고 착각했던 그 석관이다. 이 놈도 뭐 볼만은 하다.

 

 

대왕의 두상이다.

 

그리스의 여류 시인 사포 두상이다. 레즈비언의 어원이 된 레스보스 섬 출신이다.

갸름한 얼굴에 크고 공허한 눈, 두툼한 입술, 미인이다.  

 

 

도자기 박물관에 전시된 도자기

 

오스만 함디 베이의 자화상

 

이것이 진짜 이른바 알렉산더 대왕 석관이라 불리는 석관이다. 유리로 보호되어 있고 제일 왼쪽의

앞 다리 든 말을 탄 인물이 알렉산더다. 자세히 보면 사자가죽 모자를 덮어쓰고 있다. 유리벽 안에 모셔져

있는 이 거대한 석관을 나는 왜 보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원래는 이런 식으로 채색이 되어 있었다고 한다.

 

 

히포드롬 광장에 있는 뱀기둥에서 떨어져 나온 뱀 대가리다. 18세기인가 19세기쯤에 술취한 폴란드

대사가 칼로 쳐서 잘랐다고 한다.  

 

 

알렉산더 대왕 석관,  뱀대가리 사진 등 위 사진 3장은 <술탄과 황제>를 쓴 전 국회의장 김형오 님의 블로그에서

복사해 온 것이다. 의장님께 따로 허락을 구하지는 못했다. 혜량하실 줄로 감히 짐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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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5-09-24 2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박물관 꼼꼼히 둘러보는 건 언제나 상당한 힘과 집중력이 필요하더군요. 체력적으로도요.

붉은돼지 2015-09-24 22:04   좋아요 1 | URL
맞아요... 박물관 하나만 보는 것도 힘든데,,,오전에는 톱카프 궁전 박물관을 둘러보고
오후에 또 고고학 박물관을 둘러보려니 몹시 지치고 피곤하더군요..ㅜㅜ

박물관은 좀 애물단지같아요.....안 둘러보기도 그렇다고 보자니 끝이 없고.ㅎㅎㅎㅎ

달걀부인 2015-09-25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너무너무 가보고싶은곳이네요

붉은돼지 2015-09-25 10:24   좋아요 0 | URL
저는 폴란드가 가보고 싶어요 ^^

BRINY 2015-09-25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붉은 카페트가 깔리고 어두운 조명이 깔린 전시실 안에 알렉산더 대왕의 석관이라고 알려진 그 관이 있었던 거 같아요. 대리석상이 넘쳐나서 놀랐던 이스탄불 고고학 박물관. 다시 가서 하루쯤 날잡고 제대로 보고 싶습니다.

붉은돼지 2015-09-25 10:26   좋아요 0 | URL
분명히 석관들이 많이 모여있는 어둑어둑한 곳을 다 둘러봤는데요....
아마도 공사중으로 출입금지된 구간에 있었던 모양이에요...ㅜㅜ

쌩쌩할 때 갔으면 찬찬히 둘러보았을 텐데...너무 힘이 없어 대충대충 본 것 같아요 ㅠㅜ

해피북 2015-09-25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집하고 2~3시간 가량 떨어진 곳에 갈때면 가는 길목은 신이난데 막상 도착하면 힘이들어서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아지더라구요. 특히 붉은 돼지님이 묘사해주신 몸이 천근만근
꺼지는 기분이 ㅎㅎ 절실히 느껴집니다. 그래도 붉은 돼지님 사진 덕분에 박물관 구경 할 수 있었어요
감사해요 ㅎㅎㅎ 알렉산더 대왕 석관 저도 은근 기대했는데 참 아쉽습니다. 그래도 다른 석관이였지만 정말 멋지네요 ㅎㅎㅎ
내일부터 추석입니다. 맛있는 음식 많이 드시면서 행복한 추석 보내세요!!

붉은돼지 2015-09-25 15:19   좋아요 0 | URL
정말 미술관이나 박물관 둘러보는 것은 힘든 것 같아요...
또 대체적으로 이런 곳들은 내부 공기도 썩 좋은 것 같지는 않더라구요....
그렇다고 어렵게 갔는데 안 볼 수도 없고 말이죠.......

해피북님도 즐거운 추석명절 보내시기 바랍니다.^^

transient-guest 2015-09-29 0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대로 보는 것이 참 어렵죠. 박물관도 미술관도, 하나씩 천천히 보려면 작은데라도 한 곳에서 최소한 하루는 있어야 대충이라도 모두 둘러볼 수 있죠.ㅎ

붉은돼지 2015-09-30 12:52   좋아요 0 | URL
맞아요...박물관이나 미술관 제대로 한번 볼려고 하면 몇일로도 모자랄 박물관도 많은 것 같아요...박물관은 작은 게 좋은 것 같아요..찬찬히 둘러봐도 한 두시간 정도에 가능한 그런 박물관요....그런데 보통 우리가 가는 곳은 전부 세계에서 몇 번째로 큰 어마어마한 박물관미술관들이니.....ㅜㅜ

지나가는돼지 2016-03-24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석관묘는 공사중이고 뱀대가리는 고고학 박물관 2층에 전시되어있답니다.

붉은돼지 2016-04-12 09:20   좋아요 0 | URL
지나가시는 돼지님 ^^

석관묘는 공사중이었군요,...안그대로 제가 방문했을 때 박물관 일부분이 공사중이었어요
뱀대가리는 제가 놓친것 같아요 ㅜㅜ

oren 2016-04-11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무덤은 아직도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다지요? 뒤늦게나마 이 글을 읽으니 마침 얼마 전에 붉은돼지 님 덕분에 읽었던『에게, 영원회귀의 바다』에서도 보았던 바로 그 `사자 가죽을 뒤집어 쓴 알렉산더` 부조의 석관 실물사진까지도 구경하게 되는군요.

저도 알렉산드로스 대왕에 대한 이야기는 천병희 번역의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통해 읽은 게 전부인데, 그 책 또한 플루타르코스가 쓴 원전에 담긴 50명의 영웅 가운데 겨우 10명만 다룬 책이어서 무척이나 아쉽더군요. 그런데 마침 최근에 <현대지성>이라는 출판사에서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전집』을 <상,하 2권>으로 내놓았더군요. 원전에 실린 영웅 50명을 전부 담아서 말이지요. 이번에 나온 책도 `국내 최초 완역`이라고 소개하고는 있으나, 아마도 제 짐작으로는 영역본 중역이 아닐까 싶은데, `그리스 원전 완역`은 언제쯤 나올지 도무지 알 수가 없으니 우선 이 책으로라도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완독`에 나서봐야 하지 않나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 참.. 제가 이집트에 갔을 떄 `현지 가이드`한테 직접 들은 얘긴데,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세운 바로 그 도시) 알렉산드리아에서 `최후의 파라오`로 활약했던 클레오파트라의 무덤 또한 여태 찾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집트 사람들은 그 두 사람(알렉산드로스와 클레오파트라)의 무덤이 발굴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고도 하더군요. 그들의 무덤이 과연 `진짜로` 발견될 수 있을지 그것도 참 궁금합니다...
* * *
사르코파구스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을 하나만 들라면 이스탄불 고고학박물관에 있는 알렉산더 대왕의 사르코파쿠스일 것이다. 이것은 레바논 시돈의 네크로폴리스에서 발견된 사르코파구스로, 그 안에 안치된 것이 누구인지는 알지 못한다. 그런데도 알렉산더 대왕의 사르코파구스라 명명된 것은 그 부조가 알렉산더 대왕이 그리스군의 선두에 서서 페르시아 정벌에 나선 장면을 묘사하였기 때문이다. 보는 이로 하여금 잠시 숨을 삼키게 만들 만큼 훌륭한 석관이다. 그 아름다움 때문에, 이것은 역시 알렉산더 대왕의 사르코파구스가 아닐까, 하는 설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사서에 따르면 알렉산더 대왕은 바빌론에서 죽었고, 유골은 알렉산더의 유언대로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 묻혔다고 한다. 하지만 알렉산드리아에서는 알렉산더 대왕의 묘가 발견되지 않았다.
- 다치바나 다카시, 『에게, 영원회귀의 바다』중에서

붉은돼지 2016-04-12 09:30   좋아요 0 | URL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이 비교열전이란 것을 안 지가 얼마 안됩니다. 그리고 천병희 번역본이 또 발췌본이어서 조금 실망을 하기도 했습니다. 얼마전 이윤기 작가의 따님이 아버지의 대를 이어서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완간했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완역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스어 원전 번역본 아니라 영역본 번역이고 불필요한 부분은 일부 생략했다고 소개에 나와있더군요.... 현대지성에서 나온 영웅전은 어떤지 궁금하군요...

알렉산더 대왕 아래 사람의 사르코파구스가 저 정도인데 대왕의 석관은 어떤 모습일지 정말 궁금합니다.
대왕의 석관이 하루빨리 모습을 드러내길 기대해 봅니다. 고고학사의 일대 사건일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