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혜림씨 초등학교 입학하고 첫 운동회날이다. 운동회의 꽃은 역시 개인 달리기다. 작년 유치원 운동회에서 혜림씨는 4명이 뛴 중에 4등을 했다. 혜림씨는 분해서 울었다. 원래 부모로부터 부실한 DNA를 물려받았으니 (아내나 나나 운동은 꽝이다.) 혜림씨 혼자 의기가 충천한들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1년간 절치부심하며 와신상담한 혜림씨. 오늘 초등학교 첫 운동회에서는 5명이 내달린 중에 3등을 했다. 쾌거다

 

아내가 카톡으로 보내준 사진을 보니 혜림씨도 적잖이 만족한 표정이다. 아내와 통화를 했다. 기분이 상당히 고무되어 있다고 한다. 욕심많은 혜림씨는 그동안 1등 한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사실 본인도 본인 실력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사무실에서 아내가 보내준 ‘3등을 하고 흐믓한 표정의 혜림씨사진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저절로 입가에 웃음이 번지고 또 왠지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진다

 

 

3등이라고 하니 문득 생각났는데, 이건 어디선가 주워들은 이야기입니다. “유럽여행을 다녀보면 알겠지만 유럽에서 1등은 여자사람, 2등은 어린이(남여불문), 3등은 개, 4등은 어른남자예요.” 

 

소생도 수년전에 아내와 유럽여행을 하면서 절실하게는 아니어도 대충은 맞다고 느꼈다. 캠핑장 같은 곳은 개 입장료도 별도로 받고, 개와 관련된 안내표지판도 있고, 개는 뭐 거의 인간과 동급으로 취급되고 있었다. 또 아내는 영어가 좀 되고 소생은 영 꽝이어서 그런 점도 있겠지만 캠핑장 리셉션 같은 곳에서 아내와 소생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고 분명하게 느꼈다. 약간 이상하게 생긴 동양 남성이 와서 영어를 하는지 아프리카 말을 하는지 혼자 버벅거리고, 무슨 이야길 해줘도 잘 알아듣지도 못하고 낑낑거리면 하기사 있던 친절도 어디 저멀리로 달아날지 모른다. 그래도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조금 섭섭한 마음도 있는 것이다. 특히 이탈리아 놈들은 유독 여자들에게 과잉 친절을 떤다. 뭐 우리야 싹싹하게 대해주면 고맙기야 하지만.

 

혹시 고양이가 순위에서 제외된 것이 아쉬워 몰래 눈물흘리는 알라디너님들이 계실지 몰라 말씀드린다. 개가 3등이니 고양이도 공동 3등쯤으로 생각해 주시면 될 듯하다. 이 공동메달은 대회 주최측의 공식 입장은 아니고 소생의 개인적인 생각인데, 어쨌든 힘 내세요!!! 그러면 어른 남자는 순위가 5위로 밀려나겠지만, 뭐 어쩔 수 없죠. 인과응보요 뿌린대로 거두는 것 아니겠어요? 차제에 어른 남자들도 반성을 좀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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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4-27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등도장에 웃는 혜림씨 사진을 보니 저까지 기분이 좋아지네요!

붉은돼지 2015-04-27 21:06   좋아요 0 | URL
3등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유치원에서 2년 연속으로 꼴찌를 했거든요 ㅎㅎㅎ

만병통치약 2015-04-27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년동안 저런 도장 한번 받는게 꿈이었죠 ㅠㅠ

2015-04-27 2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만병통치약 2015-04-27 21:18   좋아요 0 | URL
아니에요 농담입니다 제가 운동을 워낙 못해서요 ㅋㅋ

붉은돼지 2015-04-27 21:26   좋아요 0 | URL
아! 다행입니다. 저는 또 혼자 막 상상했지 뭡니까 ㅎㅎㅎ

사실 저도 달리기를 정말 못해서 초등학교 운동회때는 황당한 일도 있었어요
제가 우리조의 꼴지로 달리고 있었는데 뒷조의 일등이 저를 거의 추월할려고 했어요.
저는 간신히 추월당하지 않고 결승점에 골인 했는데,
골인 지점에 계시던 선생님은 제가 뒷조의 일등인 줄 알고
제 손목에 1등 도장을 찍어주실려고 했죠....
내 참....

cyrus 2015-04-27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운동회를 빨리 하는군요. 제가 초딩이었을 땐 가을 운동회였거든요. 3등이면 상품으로 뭘 받았어요? 옛날에는 학교에서 자체 제작한 노트와 연필을 줬어요. ^^

붉은돼지 2015-04-27 21:11   좋아요 0 | URL
혜림씨 학교가 조금 일찍 한 것 같아요.
혜림씨에게 물어보니 별도로 상품은 없었다고 하네요..ㅎㅎㅎ

생강나무 2015-04-27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보곤 뭔가? 했네요 ㅋㅋ

붉은돼지 2015-04-28 08:02   좋아요 0 | URL
제목을 잘못 뽑은 거 같아요 ㅠㅠ
글이 맥락이 없으니 제목 뽑기도 어려워요 ^^

생강나무 2015-04-28 09:42   좋아요 0 | URL
아녜요^^;; 재밌단 말이었어요^^ 뜻밖의 내용이라 반전같기도하고^^

transient-guest 2015-04-28 0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을운동회로 기억합니다만,ㅎㅎ 재미보다는 운동장에서 군무하는거 연습한 기억밖에 없네요. 서양에서는 간혹 고양이는 2.5등 정도가 되는 경우도 있는 듯 합니다.ㅎㅎ 말씀처럼 이탈리아놈들은 참 느물느물 여자들한테 친절(?)하지요.ㅎㅎ

붉은돼지 2015-04-28 08:04   좋아요 0 | URL
요즘은 추세가 5월에 운동회를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옛날엔 무슨 마스게임 같은 거 많이 연습했었죠 ㅎㅎㅎ
고양이 순위도 만만치 않군요 ㅎㅎㅎㅎ

해피북 2015-04-28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마지막 웃음 소리에 빵~~터졌어요 ㅋ 붉은돼지님 글은 언제나 유쾌해서 키득키득 웃게됩니다 혜림씨 미소가 백만불짜리 미소네요^~^

붉은돼지 2015-04-29 08:47   좋아요 0 | URL
3등이면 어떻고 5등이면 어떻겠어요
건강하게만,,,미소를 잃지 말고.....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지만

이게 또 학년이 올라가고 이러면 제 마음도 어떻게 변할지^^....ㅎㅎㅎㅎ

책향기 2015-05-04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ㅋㅋㅋㅋㅋ 저 초면에 웃겨서 글 남겨요 저도 달리기 심하게 못해서 제 뒷줄 조의 1,2등이 저를 추월하고 제가 뒷 조의 3등 도장 찍혔었어요 ㅠ ㅋㅋㅌㅌㅌ

붉은돼지 2015-05-04 12:41   좋아요 0 | URL
음...상태가 저보다 조금 심하셨군요.. 지금이야 뭐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당시엔 상심이 크셨겠어요 ㅋㅋㅋㅋㅋ
그러나저러나 이젠 모두 까마득한 옛이야기가 되어버렸어요^^